1963년 전라남도 곡성 출생.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중퇴하고 1991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중편 「씨앗불」을 발표하며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1995년에는 ‘제13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으며, 2004년에는 ‘오늘의 젊은예술가상’을 받기도 했다. “근대에 태어났지만 전근대적인 삶을 살았다”고 전하는 공선옥은 유년시절 아버지는 밖으로 나돌고, 세 자매가 생존을 위해 뛰어야 했던 상황에서 둘째 딸의 책무를 지닌 채 “같은 연배 또래들이라고 해서 같은 시대를 사는 것은 아님”을 깨닫는다. 참외 파는 소녀이기도 했으며, 입학만 한 상태에서 무학점 학생으로 남아야 했고, 빚에 쫓겨 다니는 아버지, 몸이 불편한 어머니의 병간호가 주어진 삶의 조건이었다.
공장을 떠도는 위장 취업자가 아닌 대학생 출신 생계 취업자였으며 이후 고속버스, 관광버스, 직행버스를 전전하며 안내양을 하던 어느 날 “나의 궁핍한 시절이 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목마른 계절」, 「우리 생애의 꽃」 등 개성 있는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며 가진 자에게는 눈물의 슬픔을, 없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기쁨을 안겨 주었다. ‘1992년 여성신문학상’, 1995년 ‘제13회 신동엽창작기금’ 수여, 2004년 ‘제36회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2005년 ‘제2회 올해의 예술상’(문학부문)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려한 정원에서 보호받고 주목 받는 꽃보다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바람 부는 길가에서 피었다 지는 작은 꽃들에게 눈길을 보내온 공선옥은 작품 속에서 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의 삶, 특히 여성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모성을 섬세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2002년 『멋진 한세상』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소설집 『명랑한 밤길』 역시 그녀의 작품 경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소설집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버둥거리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 독자 커뮤니티 ‘문학동네’에 일일 연재되어 화제를 모았으며, 가장 아픈 시대를 가장 예쁘게 살아내야 했던 젊은이들의 고뇌를 생생하게 그려내었다. 스무 살 시기의, ‘사람들이 많이 죽어간 한 도시’에서의 쓸쓸함과 달콤함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란』에서는 가족의 빈자리를 견디며 꿋꿋이 살아가야 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일궈낼 수 있는 삶의 행복한 순간을 유려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꽃 같은 시절』은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사람들, 철저하게 이 사회의 ‘약자’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꽃 같은 싸움을 담고 있다.
공선옥 작가의 대표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공선옥 저 | 창비
공선옥 작가의 첫 산문집. '산과 논과 밭 속에 파묻힌 곡성에서의 생활'과 '어린 사랑'이라고 표현되는 모성, 작가의 유년기 추억과 가슴 아픈 기억 그리고 모자가정을 이루게 된 현재까지의 삶이 녹아 들어 있는 40여 편의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바닷가에 살면서 산 냄새, 이슬 냄새, 흙 냄새가 뒤섞이던 고장에서 살던 때의 기억과 함께 산과 논, 바다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는 작가가 자란 고향의 이야기이며, 그 고장의 땀방울 굵은 농부들과 사는 내내 생선 비린내를 풍기며 바다에 나가는 어부들의 풍경이 잔잔하게 녹아 있다. 특유의 솔직하고도 선이 굵고 담담하며 해학스럽기까지 한 문체로 기술되어 있는 이 산문집은 독자들이 작가 공선옥과 그의 작품세계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유랑가족
공선옥 저 | 실천문학사
지식이나 돈, 능력,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태어나 제도권 밖에서 배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작소설. 「겨울의 정취」,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 「남쪽 바다, 푸른 나라」, 「먼 바다」 등 모두 다섯 편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엄마는 집 나가고, 아빠는 엄마 찾아 서울 가고, 한 식구가 집도 절도 없이 떠돈다 하여 『유랑가족』이다. 공선옥 작가 자신이 유랑하며 살아온 탓에 소설 속 인물들에게서 현실의 진한 냄새와 눈물이 배어난다. 사람들에게 속임을 당하면서 인생의 불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힘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세상을 유랑한다. 하지만 세상 한 구석에서 부모가 자살한 아이를 거두어 키우거나 고아가 된 조카를 거두는 고모처럼 '사람을 살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유랑가족』을 통해 작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시골 풍경과 휘황한 도시의 불빛, 그 뒤에 숨은 가난한 자들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소설로, 계간 <실천문학>에 2002년 봄부터 2003년 봄까지 5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멋진 한세상
공선옥 저 | 창비
1998년 『내 생의 알리바이』를 출간한 이래 4년여 간 여러 문예지에 발표된 11편의 단편들을 묶은 공선옥의 세 번째 소설집. 이미 『피어라 수선화』, 『내 생의 알리바이』 등에서 가난하고 외로운 세상살이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그려내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공선옥은 『멋진 한세상』에서 더욱 원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고단한 삶의 속내를 실감나게 담아내는 토속어와 생동감 있는 입말의 향연 속에 우리 사회 여성들의 운명적 삶과 끈질긴 모성, 사회적 리얼리티로서의 가난을 탁월한 구성력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공선옥의 이전 소설집에서 두드러졌던 '5월 광주'에 대한 모티프 대신 여성의 생존 문제와 서민들의 애환을 다루는 작품의 비중이 높아짐으로써 한 시대 인간 문제의 본질을 꿰뚫으려는 치열함이 빛난다.
명랑한 밤길
공선옥 저 | 창비
소설집 『명랑한 밤길』에서 공선옥은 낯익지만 일관된 주제의식을 견지하며 냉엄한 현실을 능청스럽게 비꼬는 서사 전략을 생동감 있고 활달한 입담으로 담아냈다. 그간 공선옥 작품을 수식하던 '모성'의 이미지를 넘어서 우리 시대 사람들 누구나 받게 마련인 상처를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그 상처에서 비롯된 삶의 의지를 타인과의 연대의식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표제작인 「명랑한 밤길」은 2006년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에서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도넛과 토마토」, 「아무도 모르는 가을」, 「79년의 아이」 등 총 11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주인공들에게 상처와 아픔은 결코 부끄러운 치부가 아니라 살아가는 힘이고, 상처를 딛고 일어선 자기연민의 근원이며 비슷한 처지의 타인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그 상처를 밝히고 위로하는 작가의 시선 또한 주인공들의 태도와 닮아 담담하고 오히려 활달하기까지 하다.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삶을 긍정적으로 포용하는 자세는 공선옥 소설의 개성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저 | 문학동네
우리 모두가 가장 예뻤을 때, 그 스무 살 시기의 쓸쓸함과 달콤함에 대한 기록이다. 가장 아픈 시대를 가장 예쁘게 살아내야 했던 젊은이들의 고뇌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친구들이 죽어나가고, 대학생이던 친구가 공장에 취직을 하고, 아빠 없는 아이를 낳고, 그리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 모든 일들이, 감정들이 숨길 틈 없이 다투어 튀어나왔던 그 시기의 이야기들이다. 다른 어떤 작가보다 더 핍진하게, 따뜻하게 우리의 모습을 그려 보인 공선옥이기에, 그가 그려 보인 청춘의 한때는 더욱 특별하다. 스무 살 시기의, '사람들이 많이 죽어간 한 도시'에서의 쓸쓸함과 달콤함에 관한, 주인공 해금이와 그 친구들이 쓰는 가장 아프고 슬픈 아름다움에 우리는 깔깔거리고, 눈물짓고, 한숨짓고, 가슴 설레게 될 것이다. 2009년 1월 12일부터 5월 14일까지, 인터넷 독자 커뮤니티 '문학동네'에 일일 연재되었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그 시절의 이야기이면서, 곧 오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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