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과 EP가 주를 이루는 작금의 아이돌 음악 시장을 생각하면 10곡을 빼곡히 채운 정규 앨범으로 솔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그의 태도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단순히 많은 트랙 수가 전부가 아니다. 안정적 보컬 운용과 화려한 퍼포먼스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댄스 팝부터 알앤비, 발라드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유연하고 밀도 있게 담았다. 색깔과 내공을 겸비한 노래 솜씨로 브루노 마스와 종현, 지소울 등 개성 강한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태민 표 팝으로 재탄생시킨 것도 인상적이다.
「괴도」에서 보여준 날 선 댄스 감각은 여전히 생생하고, 음반 전반에 걸쳐 흐르는 은근한 섹스 어필에는 조금의 어색함도 없다. 진성과 가성을 능숙하게 다루는 동시에 완급조절까지 탁월하게 해내는 보컬 덕이다. 미니멀 사운드 중심의 「Drip drop」과 잘 들리는 선율을 앞세운 「Guess who」, 「Sexuality」가 모두 탄탄하나, 브루노 마스 특유의 애수 어린 멜로디를 감각적 팝 사운드로 감싼 「Press your number」가 단연 하이라이트다. 기존 SM의 알앤비 기조에 부합하는 「One by one」, 오르골과 코러스 등 사운드의 질감을 강조한 「Mystery lover」의 흡인력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음반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제 몫을 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일취월장한 가창이다. 리드미컬한 댄스곡은 원래 그의 장기였지만, 「Ace」의 수준을 웃돌며 그만의 감성으로 발라드와 알앤비를 펼쳐놓은 모습은 거듭 놀랍다. 가사의 정서와 멜로디 진행에서 종현의 흔적이 역력한 「벌써(Already)」, 단단한 진성과 팔세토의 매력을 십분 살린 「오늘까지만(Until today)」이 보컬리스트 태민을 조명한다. 앨범에서 유일하게 가요적 구성을 채택한 정통 발라드 트랙 「최면(Hypnosis)」의 가치 또한 상당하다. 온유의 스탠다드와 종현의 알앤비적 창법이 조금씩 섞인듯한 독특한 스타일이 듣는 재미를 배가했다.
댄스, 발라드의 적절한 안배와 촘촘한 구성으로 이룬 유기적 흐름, 확실한 캐릭터 설정까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수작이다. 무엇보다, 비디오에 앞서 근사한 목소리로 음악 자체에 신경을 집중시킨 것이 앨범의 가장 큰 성취다. 아직까지 모호한 셀링 포인트는 개선해야 할 사항이지만, 가요계에 2000년대 중반 이래로 이렇다 할 남성 솔로 팝가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2016/03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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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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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