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열어 주는 사회가치 사전
구민정,국찬석,권재원,김병호,신동하 글/김영랑 그림 | 고래이야기
인터넷으로 공정무역을 검색해 보면 공정무역 커피와 초콜릿을 판다는 광고 사이트들이 잔뜩 나오고, 맨 끝에서야 '개발도상국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생산자에게 보다 유리한 무역조건을 제공하는 무역형태'라는 사전적 정의가 나온다. 사전에는 가치 지향이 들어있지 않다. 개념어의 뜻을 알 수는 있지만, 개념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지혜를 찾기 힘들다. 이 책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고 사용하지만 정확히 알지 못하고 모호하게 넘어가는 사회 개념어를 모아 설명한다. 행복, 인권 등 설명하기 힘든 추상어부터 외모지상주의, 탄소발자국 등 흔히 거론되지만 정확한 용어의 뜻이 무엇인지는 몰랐던 단어를 만화로 풀어냈다. 아직도 '좌파'가 '빨갱이'가 되는 '개념 없는' 시대, 아이들이 술술 읽기도, 사회 공부 시간에 모둠 활동을 유도하는 교재로도 좋은 책이다.
미야베 미유키 저/이영미 역 | 문학동네
일본 월간지 「다빈치」가 매년 조사하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순위에서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 등을 물리치고 7년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미야베 미유키는 현대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 작가이다. 대중적이면서도 작품성을 겸비하고 있고,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날카롭게 파헤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상처받는 인간의 모습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미여사'라는 닉네임으로도 불리는 작가가 『솔로몬의 위증』에 이어 교내 미스터리 신작을 발표했다. 전작으로부터 약 20년 후 변호사가 되어 다시 등장한 주인공 후지노 료코와, 『이름 없는 독』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사립탐정 스기무라 사부로가 콤비를 이룬다. 사춘기 청소년의 심리를 다루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답게 교사와 학생의 상하관계가 빚어내는 미묘한 긴장감과 어긋난 애정 등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헬로 데이터 과학
김진영 저 | 한빛미디어
보통 데이터라고 하면 일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MS 본사 데이터 과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업무 이외의 영역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항상 고민해왔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시간의 양을 최대화하는 게 인생의 목표 중 하나라고 여겨왔던 저자는 개인의 행복도를 측정하고 개선할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였다. 이 책은 다이어트하기, 건강해지기, 매출 늘리기 같은 생활 속에서 늘 존재하는 고민에 대한 데이터 과학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를 위해 빌 제임스 등이 창안한 야구 지표와 통계, 2008년과 2012년 미국 대선의 주별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한 네이트 실버의 '항공 사고' 관련 데이터 분석 사례, 넷플릭스 프라이즈의 1백만 달러의 상금을 건 문제 정의 사례 등도 다룬다.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
윤석남,한성옥 공저 | 사계절
윤석남을 몰라도 나뭇조각마다 새겨진 여성과 유기견은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화가 윤석남의 드로잉 32점과 에세이가 담긴 첫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다가 나이 마흔에 늦깎이로 데뷔한 윤석남은 이후 햇수로 38년째, 조각과 설치, 회화를 넘나들며 여성과 모성을 깊이 탐구하는 아티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윤석남의 작품 가운데서도 특별히 드로잉과 에세이를 꾸린 그림책으로, 그의 드로잉이 책으로 발표되는 건 처음이다. 일흔여덟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감각이 젊은 작가 윤석남과 그간에 윤석남의 작품에서 '다정 多情'을 읽어내고 깊이 감화해 왔던 그림책 작가 한성옥은 2015년 전시회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함께 책을 꾸리고 단순한 화집이 아닌 따듯한 서사를 갖춘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일상을 통하여 삶을 이해하려 했던 작가의 깊고 담백한 시선을 담았다.
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 저 | 창비
최정화의 첫 단편 소설집. 예민한 감각을 가진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불안한 내면을 다스리지 못하고 균열된 관계를 해소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 그들은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은 한가지 생각에 끝없이 골몰하기도 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관계의 삐걱거림을 회복하지 못해 극단으로 치닫기도 한다. 가사도우미 면접을 보러 온 여자가 안주인 자리를 위협한다고 느끼는 주인공(「구두」), 끊임없이 자신의 처지를 불안해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탐닉하지만, 여전히 악몽을 꾸는 아내(「오가닉 코튼 베이브」), 한때는 완전무결한 존재였으나 사고로 앞니 여섯개를 잃고 틀니를 하게 된 남편을 무시하게 된 여자(「틀니」) 등이 소설집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 면면에는 어딘지 나와 닮은, 혹은 나만이 알고 있는 나의 모습들이 엿보이기도 한다.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의 평온했던 일상이 미세하게 떨려오기 시작한다.
내가 먼저 똥 쌀래!
하르먼 환 스트라아턴 글그림/지명숙 역 | 북스토리아이
동물들이 똥이 마려워서 어쩔 줄 모른다. 동물과 똥이 나오니 아이들이 안 좋아할 리 없다. 하르먼 환 스트라아턴 작가는 네덜란드의 저명한 삽화가 가문인 환 스트라아턴 가문에서 태어나 1987년부터 그림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약 400여 권의 아동 도서에 그림을 그려 국내외에서 수차례에 걸쳐 도서 및 일러스트 상을 받았다. 당장에라도 화장실에 가고 싶은 원숭이, 펭귄, 호랑이, 코끼리, 돼지, 곰, 기린 등 아이들이 알 만한 동물은 다 나온다. 급해서 풀쩍 풀쩍 뛰는 동물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아이들에게 동질감과 함께 즐거움을 더해주고, 함께 사용하는 공용 화장실에서는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예의범절과 규칙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차례와 규칙을 지키는 것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게 한다.
말하지 않고 이기는 법
이시다 겐이치 저/정혜주 역 | 동양북스(동양books)
그렇게 많은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가뜩이나 말 많은 세상에서 말을 잘하기 위해 고르고 있자니 한숨이 나온다. 말을 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이른바 자기 PR 시대, 저자 이시다 겐이치는 대기업 영업부에서 화장품 매출 전국 1위를 달성한 영업자 출신이자 광고상을 휩쓴 스타 광고인이다. '말을 잘해야 능력도 좋다'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사실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인데도 마치 사교적인 사람처럼 연기하는 '위장된 내성적 인간형'이 무척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말 잘하는 기술'보다는 '말하지 않는 기술'이 훨씬 중요한데도 시중에는 화려한 언변 능력에 관한 기술을 알려주는 정보만 난무하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그의 이야기는 매우 설득력이 높다. 출간 이후 아마존 종합 베스트 50위 권에 오르며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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