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에서 매주 금요일, ‘내일 뭐 읽지?’를 연재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엄숙주의를 싫어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지만, 닉네임을 걸고 약속 드립니다. 나만 읽긴 아까운 책이라고!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먹지?’ 만 고민하지 말고, 때로는 ‘내일 뭐 읽지?’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요?
박물관 보는 법
황윤 저/손광산 그림 | 유유
날이 추워질 때는 실내에서 노는 게 현명하다. 그런데 방구석은 지겹다면, 박물관에 가자. 웬 박물관? 나는 박물관에 대한 기억이 안 좋다. 그저,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박물관을 갔던 기억만 나기 때문이다. 작은 수첩을 손에 들고 오로지 숙제를 위한 기록을 하며, 순서가 엉킬까 봐 발을 동동 굴리던 나의 어린 시절. (왜 부모와 선생들은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박물관 감상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나, 성토하고 싶다) 하나, 이런 나에게 최근 박물관 외출을 결심하게 만든 책이 있다. 소장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마니아, '황윤'이 쓴 『박물관 보는 법』. 박물관과는 좀체 안 어울리는 핑크색 표지가 인상적인데, 읽다 보니 초등학생 조카가 떠올랐다. '나중에 박물관 견학을 재미 없어한다면, 이 책을 슬쩍 건네봐야지' 싶어서. 저자는 "근대 이후 이 땅의 박물관을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설립하고 운영했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이병철과 삼성 미술관' 편이 재밌었다. 정치, 사회 등 여러 맥락에서 살펴보는 박물관의 탄생기와 현재를 다루고 있어, 교사들이 봐도 참 좋을 책이다. (꾸러기)
한번쯤은 꼭 가봐야 할 한국의 전망대 여행
김병훈 저 | 원앤원스타일
여행다운 여행을 해 본 지가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최근에는 일상에만 머물렀다. 매주마다 먼 곳으로 떠나는 활동적인 취향은 아니나, 그래도 가끔씩은 경치 좋은 곳에 가고 싶어지는데 특히 가을에 낯선 곳을 향한 동경이 극에 달한다. 하지만 날씨는 금방 추워졌고, 업무와 육아에 묶여 좀처럼 떠날 여유도 나지 않는다. 상심하고 있던 찰나에 발견한 책이 바로 『한번쯤은 꼭 가봐야 할 한국의 전망대 여행』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조망이 탁월한 전망대를 권역별로 소개했다. 책에 실린 사진만 봐도 가슴이 뻥 뚫릴 듯하다. 직접 가 본 적이 있는 파주 심학산, 양산 천성산, 제주 용눈이 오름 등을 책으로 접하니 반갑기도 했다. (드미트리)
구관조 씻기기
황인찬 저 | 민음사
나는 계절을 많이 타는 사람이다. 환절기엔 하루에도 열두 번씩 - 혹은 더 많이 - 마음이 오락가락하곤 한다. 그래서일까. 유독 환절기에 이별을 많이 경험했다. 나는 쉬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쉽게 결심한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가끔씩 쉽지 않은 이별도 있기 마련. 한 번은 영 정신을 못 차리는 나를 위해 친구가 저녁 밥을 차려주었다. 그녀가 차려준 밥상 앞에서 밥을 먹다 말고 소리 내어 울었다. 친구는 가만히 반찬 몇 가지를 내 밥그릇 쪽으로 밀었다. '땡강'하고 그릇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내가 기억하는 이별은 저녁식사와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그날 뒤로 진통이 끝났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 보내다가 맞았던 완전한 겨울. 이 시집이 출간되고, 나는 버릇처럼 시집을 샀다. 그리고 마지막 시를 읽는 순간, 진정으로 위로 받았다. 시에서 어느 경험을 읽고 안도하는 기분은 참 오랜만이었다. 그 뒤로 나는 환절기가 되면 이 시집을 읽는다. 날도 추워지고 마음도 싱숭생숭 해지는 늦가을에 유일한 진통제랄까. (땡감)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무화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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