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천효정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천 작가는 초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삼백이의 칠일장』으로 제14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수상했고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도깨비 느티 서울 입성기』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 『첫사랑 쟁탈기』 등의 책을 펴냈다. 이날 초등학교 1~4학년 학생들과 부모 등이 함께 모여 천효정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들 대부분 천 작가의 책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이었다.
사진 출처_ http://ch.yes24.com/Article/View/25731
아이의 독서 지도는 이렇게
천 작가는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어떻게 쓰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교사로 일한 것은 9년이 됐는데,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5~6년 전이었다. 천 작가도 그전에는 독자였고 독자로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생겼다. 자신이 잘 쓸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아이들을 잘 관찰해봤다. 학교에 있다는 것이 좋은 장점이 된 셈이었다.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살펴봤다. 많은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더라. 그래서 아이들이 읽는 무서운 이야기를 읽어봤다. 문방구에서 파는 500~600원짜리였다. 읽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잔인하고 야했다. 아이들이 읽으면 안 되겠더라. 읽을 게 없으니 이런 걸 읽고 있구나 싶어서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썼다. 『도깨비 느티 서울 입성기』가 첫 책이다. 어떤 아이는 읽다가 울었다고 하더라(웃음). 즐겁게 썼고, 쓰는 즐거움을 알게 해줬다.”
교사와 작가는 통하는 면이 많았다. 그는 글감을 아이들에게서 계속 찾았다. 아이들을 관찰해야 하는데, 그냥 관찰이 아닌 깊은 관찰이 필요했다. 그는 아이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깊이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쓸 시간이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교사와 작가 2개를 함께 하다 보니 외려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관찰하다보니 아이가 주변에 비해 늦는 것 아니냐고 안달하는 부모가 있다. 천 작가도 실제로 자신의 아이의 말이 늦어져서 걱정을 많이 했다. 두 돌이 지나도 말을 못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둥 가만있지 않았다.
“요즘 엄마들은 주변에서 가만두질 않아서 너무 힘들다. 모든 게 때가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변에 여섯 살짜리 아이가 말을 잘 못해서 주변에서 난리였다. 더구나 아이의 엄마가 필리핀에서 온 분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태평한 거라. 1년이 지나고 아이는 2개 국어에 능통해졌다. 말하는 게 다소 늦었을 뿐이다.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천 작가는 독서 지도에 대한 학부모들의 문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독서 지도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많은 학부모가 만화만 읽는다는 고민을 토로한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학습만화’라는 타이틀을 단 책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는 아이가 만화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말했다. 안 읽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
“만화를 보다가 줄글로 옮기는 아이들도 많다. 강요할 일도 아니다. 우리 집에도 만화가 많은데 나는 많은 영감을 만화에서 받는다. 아이에게 만화가 아닌 직접 책을 고르게 하면 그림이 많은 만화 비슷한 책을 고르는데, 그게 시작이다. 생애주기 독서 그래프를 보면 초등학생들이 많이 읽고 중고생 때 급격하게 떨어지다가 어른이 되면 바닥을 친다. 어렸을 때 너무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면 질리거나 정이 떨어질 수도 있다. 독서는 평생을 해야 할 일이다. 조금씩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도와줘야 한다. 독서를 억지로 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Q&A
미리 인터넷을 통해 받은 질문과 현장 질문 등에 대해 천효정 작가가 답을 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아기 너구리(『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는 어떻게 사람이 되었나?
너구리 시리즈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중에 썼다. 너구리는 원래부터 사람이 될 씨앗을 갖고 있었다. 의도하고 썼던 부분인데, 아기너구리가 너구리 분유가 아닌 사람 분유를 먹는 부분이 있다. 나는 그게 복선이라고 생각하고 썼다. 아기너구리는 원래부터 사람이었다.
작가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나?
나는 시골 깡촌에서 자랐다. 언니, 남동생 모두 심심하게 자랐다. 그런데 이들 중에 유독 나만 책을 읽었다고 하더라. 닥치는 대로 읽었다. 집에 어린이 책이 많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읽던 한자가 섞인 책도 읽었다. 초등학교 도서관은 너무 작아서 책이 많지 않았는데 도서관에 있는 책도 다 읽었다. 특히 반공책의 열렬한 팬이었다(웃음). 그렇게 책을 많이 보면서 자랐다. 작가의 꿈이 생긴 것은 얼마 안 됐다. 평생 독자로 살 수 있었고, 그것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읽는 즐거움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이 나오니 쓰는 즐거움이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도 나를 위해서 쓴다.
중학교 동생이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 매일 3시간씩 쓰고 있다. 어떤 조언을 해주면 좋을까?
중학생 동생이 매일 3시간씩 쓰고 있다면 나중에 좋은 작가가 될 것이다. 나도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열심히 쓰다 보니 이렇게 작가가 됐다. 나는 대학을 다닐 때 습작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당시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던 사람 중에 지금 작가가 된 사람은 나밖에 없다. 끝까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심히 쓰고 있다면 다른 조언은 필요하지 않다. 자기만의 글쓰기를 하면 된다.
아이가 책을 속독으로 읽는다. 그래도 괜찮을까?
나도 속독으로 한다. 덕분에 어릴 때 초등학교 도서관의 책을 다 읽은 거 아니겠나. 물론 디테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아이는 정독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속독을 한다. 정독을 하든지 속독을 하든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독서에서 가장 좋은 것은 즐거움이다. 즐겁게 읽고 있다면 괜찮다. 대개 속독을 해도 어떤 책에 대해선 정독하기도 한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역사책에 관심이 많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선 창작 동화 같은 것을 읽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창의성에 대해서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창의적인 사람의 표본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를 말하는데, 그 사람이 초등학교 때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니다. 창의적인 아이로 키운답시고 대한민국 교육이 미쳐 돌아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지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로운 것을 쓰려고 걱정하지 말고 내 식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기초적으로 해야 할 것을 해야만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한 책을 여러 번 읽는 게 좋은지, 여러 책을 한 번씩 읽는 게 좋을까?
한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럴 만한 책이라면 그래도 좋다. 그러나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책을 계속 읽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재밌어서 책을 여러 번 읽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의 성향이고 좋고 나쁘다 말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통찰이나 지혜를 얻는다고 하는데, 나는 주로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 인문, 역사, 철학 등의 책을 읽는 게 더 좋을까?
책을 많이 읽는 사람 중에는 자기계발서를 쓰레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문, 역사, 철학 등의 책을 읽으면서 남는 구절이나 문장이 있을 수 있다. 자기계발서도 그런 게 있다. 그렇게 한 문장이라도 남을 수 있는 책이 좋다고 본다. 『배려』라는 책을 보면서 ‘배려를 할 때는 작은 배려를 해라’는 문장이 내게 남았는데, 그 덕을 많이 봤다. 좋은 철학서를 읽었을 때도 한 문장이 남지만 자기계발서도 그럴 수 있다. 자기계발서가 안 맞는 사람도 있고 철학이나 인문 책도 마찬가지다. 자기에게 맞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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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쟁탈기천효정 글/한승임 그림 | 문학동네
『첫사랑 쟁탈기』는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과 비룡소의 스토리킹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대형 작가의 탄생을 예고했던 천효정의 신작입니다. 어린이문학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등장한 작가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며 다양하게 진화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되는『첫사랑 쟁탈기』는 단숨에 읽히는 유려한 문장과 빠르게 전진하는 서사, 사랑스럽고 입체적인 인물 설계와 가볍지 않은 메시지까지 천효정의 장기가 빠짐없이 발휘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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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감귤
201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