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과 친일
과거 시제 ‘~였다’체 도입(「약한 자의 슬픔」)으로 작품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 작가, 낭만주의, 사실주의 등 다양한 경향을 끊임없이 시도한 작가, 공백기가 거의 없을 만큼 다작(多作)한 작가, 김동인.
알려진 대로 김동인은 일제 강점기 후반,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보고 변절한다. ‘내선일체’와 ‘황민화’를 선전하는 글을 쓰고 ‘황군위문’을 감행하는 등의 친일 행적을 보인 것. 이에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김동인을 친일 인사로 인정한다. 김동인이 특히 비판 받는 이유는 해방 이후에도 자신의 친일활동을 변명하는 글을 발표하는 등 친일 행적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김동인의 이름을 딴 ‘동인문학상’을 ‘친일 문인 문학상의 원죄’로 지목하기도 한다. 미당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등 친일 문인 문학상이 서게 되는 토양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제1회 동인문학상 심사위원 9명 가운데 김팔봉, 백철, 최정희, 이무영, 정비석, 이헌구가 2002년 민족문학작가회의 등에서 발표한 친일 문인 42인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2000년에는 황석영 작가가, 2001년에는 공선옥 작가, 2003년에는 고종석 작가가 동인문학상 후보작에 자신의 작품이 심사되는 것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었다.
작가의 친일 행적은 역사의 뼈아픈 과오다. 그런 작가의 이름을 딴 동인문학상에 대한 비판 역시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인이 우리 문학사에 남긴 공적은 반드시 가져가야 할 유산이다. 소설가의 독창성을 강조하고, 순수예술의 경지로 소설을 격상시키는 데 공헌한 점은 삭제할 수 없는 문학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동인문학상의 궤적과 눈에 띄는 수상자들
1955년 <사상계>에 의해 설립된 동인문학상은 1967년 제12회 시상을 끝으로 <사상계>가 운영난에 빠지자 중단되었다. 그 후 12년의 공백이 생긴다. 다시 동인문학상이 부활한 것은 1979년 동서문화사가 동인문학상운영위원회를 구성한 때부터다. 1986년 또 한 차례 중단되었고, 1987년 제18회부터는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있다. 현재는 매년 10월 수상작을 발표하고 있으며, 일 년 간 발표된 중ㆍ단편소설 중 한 편을 시상한다. 상금은 5천만 원이다.
1995년 11월에는 김동인의 부인 김경애 여사가 자신의 집을 팔아 마련한 기금 1억원을 동인문학상 운영 위원회에 기탁해 화제가 됐다. 그는 “미미한 액수지만 우리 문학 발전에 도움이 되어 남편을 뛰어넘는 작가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979년 제13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70년대 산업화의 큰 흐름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그린 작품으로 일찍이 2005년 200쇄를 넘겼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 조세희는 200쇄 기념 기자간담회 당시 “27년 만에 200쇄를 기록했지만, 지금 상황은 처음 이 소설을 쓰던 때와 똑같아 보인다. 날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본에게 매를 맞고 착취당하고 있다.”고 말하며 변함없는 사회 현실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2012년 제43회 수상작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는 드물게 장편 소설이다. 2004년 제35회 수상작 김영하의 『검은 꽃』 등이 장편 소설이기는 하지만『어떤 작위의 세계』는 더 특별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같은 해 1월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하고,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에 이어 대산문학상까지 받아 ‘문학 3관왕’을 이룬 것이다. 한국 문단에서 한 해에 한 작품으로 문학상 3관왕에 오른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단편 중심의 수상작이 주를 이루던 우리 소설 풍토를 깨고 장편 작품이 연달아 수상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정영문 작가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볼 것도 없이 세 개의 문학상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한 일이어서 동료 작가들에게는 당연히 미안한 마음도 있다”며 “뻔뻔하다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16년에 대한 어떤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동인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역대 동인문학상 수상자와 수상작품
▲ 제1회 1956년 김성한 「바비도」
▲ 제2회 1957년 선우휘 「불꽃」
▲ 제3회 1958년 오상원 「모반」
▲ 제4회 1959년 손창섭 「잉여인간」
▲ 제5회 1960년 당선작 없음
▲ 제6회 1961년 남정현 「너는 뭐냐」
▲ 제7회 1962년 이호철 「닳아지는 살들」, 전광용 「꺼삐딴 리」
▲ 제8회 1963년 당선작 없음
▲ 제9회 1964년 송병수 「잔해」
▲ 제10회 1965년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 제11회 1966년 최인훈 「웃음소리」
▲ 제12회 1967년 이청준 「병신과 머저리」
(중단 1968년~1978년)
▲ 제13회 1979년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제14회 1980년 전상국 「우리들의 날개」
▲ 제15회 1982년 이문열 「금시조」, 오정희 「동경」
▲ 제16회 1984년 김원일 「환멸을 찾아서」
▲ 제17회 1985년 정소성 「아테네 가는 배」
(중단 1986년)
▲ 제18회 1987년 유재용 「어제 울린 총소리」
▲ 제19회 1988년 박영한 「지옥에서 보낸 한철」
▲ 제20회 1989년 김문수 「만취당기」
▲ 제21회 1990년 김향숙 「안개의 덫」
▲ 제22회 1991년 김원우 「방황하는 내국인」
▲ 제23회 1992년 최윤 「회색 눈사람」
▲ 제24회 1993년 송기원 「아름다운 얼굴」
▲ 제25회 1994년 박완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 제26회 1995년 정찬 「슬픔의 노래」
▲ 제27회 1996년 이순원 『수색,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
▲ 제28회 1997년 신경숙 「그는 언제 오는가」
▲ 제29회 1998년 이윤기 「숨은 그림 찾기1」
▲ 제30회 1999년 하성란 「곰팡이꽃」
▲ 제31회 2000년 이문구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 제32회 2001년 김훈 『칼의 노래』
▲ 제33회 2002년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제34회 2003년 김연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 제35회 2004년 김영하 『검은 꽃』
▲ 제36회 2005년 권지예 「꽃게 무덤」
▲ 제37회 2006년 이혜경 「틈새」
▲ 제38회 2007년 은희경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 제39회 2008년 조경란 「풍선을 샀어」
▲ 제40회 2009년 김경욱 「위험한 독서」
▲ 제41회 2010년 김인숙 「안녕, 엘레나」
▲ 제42회 2011년 편혜영 「저녁의 구애」
▲ 제43회 2012년 정영문 『어떤 작위의 세계』
▲ 제44회 2013년 이승우 『지상의 노래』
▲ 제45회 2014년 구효서 「별명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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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의 달인 구효서 저 | 문학동네
죽음에 대한 사유 끝에 따라붙기 마련인 허무의식이 이번 소설집 곳곳에 스민 것은 그러므로 놀라운 일이 아닐 터, 그것이 삶에 대한 포기나 체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이 소설집의 빛나는 힘이 있다. 요컨대 삶은 유한하며 우리는 삶의 의미를 끝내 모를 것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까닭에 끊임없이 재질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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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