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풀냄새가 나는 책
이 책은 제목 때문에 보지 않을 뻔한 책입니다. 요즘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오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반감이 들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다이앤 애커먼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글ㆍ사진 이동진
201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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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선스타인 저/박지우,송호창 공역 | 후마니타스

이 책은 미국 법학자인 카스 선스타인이 쓴 책으로 동조현상의 폐해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집단 평향성'에 관한 문제일 것인데요. 이 책은 법을 어긴 피고인이 있을때 과연 피고인이 그 죄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형량을 받아야 하는가에 관한 실험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개별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보다 배심원단이 모여 판단을 내릴때 조금 더 쏠림현상이 강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1990년대 미국 흑인 청소년들의 흡연률이 급감했던 이유부터, 80년대 레이건과 대처가 이끌었던 정치적 보수가 부활한 이유, 그리고 최근에 이슬람 근본주의가 확산된 이유까지 다양하고도 급격한 사회변화를 이해하려면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동조하려는 인간의 경향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예로 들어가며 풍부하게 설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집단편향성이 강한 사회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하다못해 호프집에서 맥주를 시킬때도 통일 시키려는 행동을 자주 보이죠. 그런데 현재 우리한테 필요한것은 하나가 되려는 뜨겁고 열정적인 모습보다는 평화롭고 느슨하게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는 공존하는 경험이 더 중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먼 북쪽

마르셀 서루 저,무라카미 하루키 편/조영학 역 | 사월의책

개인적으로 추천사를 보고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추천사의 인물이 무라카미 하루키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이 작품 <먼 북쪽>은 우간다에서 태어나서 영국에서 성장한 영국작가 마르셀 서루의 작품입니다. 영미문학계에서 떠오르는 신예라고 하는데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손에 쥐게된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하루키의 추천사 때문이었죠. 하루키는 "이 책을 다 읽은 후, 내가 직접 번역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7페이지에 달하는 하루키의 후기가 해설처럼 달려 있기도 합니다. 장르적으로 근미래를 다루는 SF인데요, 종말 이후의 황폐한 세상에서 혼자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새벽의 인문학

다이앤 애커먼 저/홍한별 역 | 반비

이 책은 제목 때문에 보지 않을 뻔한 책입니다. 요즘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오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반감이 들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다이앤 애커먼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예전에 <감각의 박물학>이라는 책을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 책은 <감각의 박물학>보다는 훨씬 더 서정적인 분위기 입니다. 책에서는 그리스 신화부터 인상파 화가인 모네까지, 그리고 천 년 전의 일본 문인이었던 세이 쇼나곤부터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하나라고 불리는 T.S 앨리엇의 시까지…. 정말 다양한 레퍼런스들을 인상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저자의 영감을 자극했던 것은 자연이라고 생각 되는데요. 읽다보면 저자를 따라 대자연을 산책하는 기분까지 들게 합니다. <새벽의 인문학>이라는 이 책은 사계절을 나누어서 세계를 풍요롭게 호흡하고, 인생을 깊이있게 성찰하는 멋진 에세이로 보입니다. 마치 책에서 좋은 풀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Closing Poem

 

117회 당신에게는 어떤 영혼들은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 118회 ? 꽃 핀 나무아래 by 주원익


BGMs


오프닝 : Carcass (by NarcissCreativeLab)
내가 산 책 : 아침 공원에서 (by 심동현)
책, 임자를 만나다 : 우리가 함께라면 (by 좋은친구)
에디터스 통신 BGM : 나의 목소리 너의 메아리 (by 스프링 필드)
로고송 : 요조(YOZOH) / 캐스커(융진)
소리나는 책 : 일곱 번째 여름 (by 스프링 필드)
세리가 만난 사람 : 벚꽃의 거리 (by 심태한)
클로징 BGM : first kiss in the rain (by 스프링 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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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인문학 #먼 북쪽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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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