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생각이 많은 아이
프랑스 어린이·청소년 그림책 작가인 마리 도를레앙이 쓰고 그린 ‘딴 생각중’은 유난히 딴 생각이 많은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글ㆍ사진 최현미
201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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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딴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요.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일하면서, 공부하면서, 꽤 많은 시간을 딴 생각에 빼앗기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들이 정해진 일에만 집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로봇이 아니기에 치고 들어오는 생각들 앞에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과제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누구도 딴 생각에서 만큼은 예외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다고 생각해보세요. 마음이 설레고 그(그녀)가 보고 싶어 가만히 책상에 앉아 있을 수도 없는데, 어떻게 그 사람에 대한 ‘딴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프랑스 어린이?청소년 그림책 작가인 마리 도를레앙이 쓰고 그린 ‘딴 생각중’은 유난히 딴 생각이 많은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작은 학교에서 벌어집니다. 학교에 앉아 창밖을 보던 아이는 다른 곳에 가고 싶어집니다. 온통 흑백인 그림 속에 창문 밖의 구름만 유난히 투명한 푸른 색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무채색 세상 속에서 ‘이곳 아닌 다른 곳’을 향한 아이의 호기심일수도,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겠지요. 결국 아이는 한 마리 노란 새가 되어 창밖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아이가 실제로 새가 되어 날아갔을 리는 없고, 아마도 선생님 말에 대답하지 않았거나, 공부는 하지 않고 딴 짓만 했다거나, 혹은 수업 시간에 교실을 뛰쳐나갔을지도 모르지요. 그림책은 이 상황을 아이가 옷에서 쏙 빠져나와 노랑 새가 되어 날아가고, 주인 잃은 옷과 신발은 의자 위와 그 옆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으로 그려냅니다. 사실 교실에 앉아 있다면, 누군들 세상 밖으로 가고 싶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따뜻한 봄날이고, 밖에는 햇살이 쏟아지고 꽃들이 펴 있다면, 그런 아름다운 날 ‘교수법’이 낙제점인 선생님이 수업을 한다면 말입니다. 

 

여하튼 아이의 학교에선 난리가 나고, 부모님이 불려오고, 엄마 아빠는 아이를 다그칩니다. 왜 그랬느냐고 물었겠지요. 


아이는 달리는 말을 따라 갔다가, 멋진 사슴 뿔 위에 앉았고, 큰 물고기들과 달리기도 했고, 그러다 바다의 희귀한 돌들 사이에서 길을 잃어 버렸다고 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피아노를 사 줍니다. 아마 아이가 딴 생각이 열정을 음악으로 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듯합니다. 아이는 한동안 음악에 빠져 피아노만 치고 살지만, 어느 날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다시 세상 밖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그렇게 아이는 크고, 어른이 돼서도 틈틈이 노란 새가 되어 일상 밖으로 날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딴 생각 많이 하는 이 어른 아이는 자신의 몸에 붙은 노란 새 깃털을 발견합니다. 일상을 벗어나, 세상 곳곳을 날아다닌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노란 깃털이죠.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도 그 흔적을 갖게된 주인공은 이 깃털 펜으로 자신의 일상 탈출, 세상 탐구와 남들과 다른 감정들, 이 모든 ‘딴생각’을 책으로 씁니다.
 
이탈리아 철학자인 누치오 오르디네 칼라브리아대 교수는 최근 국내에 출간된 책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컬처그라퍼)에서 쓸모 있는 것의 쓸모없음과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들은 흔히 유용한 것, 쓸모 있는 것은 좋은 것, 가치 있는 것으로 여깁니다. 이 원칙은 사람에게도 적용돼 아이들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하고, 스스로도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쓸모 있는 인생’이 아니면 실패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 사람들은 일직선의 성장 가도에서 성공하는데 필요한 것들은 쓸모 있는 것으로, 이에 복무하지 못하는 것은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르디네 교수는 필요하지도 않은데, 필수품으로 둔갑해 소비를 부르는 숱한 상품들, 남들 눈에 맞춘 성공의 조건들은 흔히 쓸모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쓸모 없다고 합니다. 반대로 삶의 튼실하게 하는 ‘지식을 위한 지식’은 흔히 쓸모없다고 여겨지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쓸모 있다고 합니다.


그림책이 보여주는 ‘딴 생각’도 쓸모없다고 생각지만, 진짜 우리 인생을 위해 쓸모 있는 것입니다. ‘실용적’으로 봐도 그림책의 주인공은 어린시절부터 해온 그 오랜 딴 생각의 결과, 위대한 작가가 되지 않습니까.


현대인들은 흔히 집중력이 결핍된 산만한 종족이라고 합니다. 너무 자극이 많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치러야할 대가이겠지요.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가 진짜 딴생각을 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주입된 길을 강박적으로 따르며, 주어진 환경이 제공하는 자극에만 대응하다보니 진짜 자신의 딴 생각을 못하는 것이죠. 결국 자신은 어디에도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진짜 나만의 딴 생각을 해보고 싶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 : 인생을 바꾸는 고전의 힘

누치오 오르디네 저/김효정 역 | 컬처그라퍼

제목대로 현대 사회가 쓸모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얼마나 쓸모없는지, 쓸모없다고 낙인 찍힌 것들이 얼마나 쓸고 있는지를 살핀다.  ‘인생을 바꾸는 고전의 힘’이라는 부제 처럼 책의 초점은 인문지식, 지식으로서의 지식의 쓸모있음이다. 저자는 플라톤, 하이데거, 단테, 빅토르 위고, 마르케스 등 위대한 철학자와 작가들의 작품과 성찰을 인용하며 ‘쓸모있다’는 것의 통념을 차례 차례 뒤집는다. 한편 저자는 "존재의 범위 안에서 오직 인간만이 쓸모없는 행동을 한다"며  ‘쓸모’있는 목표에 고정된 시선은 일상의 작은 기쁨과 떨리는 아름다움을 포착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삶의 위대함은 의외로 석양과 반짝이는 별, 관심어린 손길, 아이의 미소 같은 작고 단순한 것에 숨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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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생각 중마리 도를레앙 글그림/바람숲아이 역 | 한울림어린이
누구나 한 번쯤은 딴생각에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딴생각’의 세계는 무한합니다. 그곳은 상상의 세계니까요. 내가 원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도 있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은 이제 저마다 상상의 깃털을 하나씩 품게 될 것입니다. 한 남자가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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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92년부터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 세계에 매료됐다. 그림책 『불할아버지』 어린이책 『알고 싶은 게 많은 꼬마 궁금이』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등을 썼고,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을 공저로 출간했다. 현재 문화일보 문화부에서 영화와 어린이ㆍ청소년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