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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선생님을 위하여

새로 만나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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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앞두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하고 나면 발갛게 달아오른 앳된 얼굴들 몇이 걸음을 붙들곤 한다.

 새 학기를 앞두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하고 나면 발갛게 달아오른 앳된 얼굴들 몇이 걸음을 붙들곤 한다. ‘새로 만나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어요. 어떤 그림책이 좋을까요?’ ‘저도 첫 시간을 그림책으로 시작하고 싶은데, 고학년 아이들이라면 시시해 할 것 같아서 걱정이 돼요.’ 짧은 대답을 드리고 돌아서면서, 다음 일정만 아니라면 이 풋풋한 열정가들과  그림책 수다를 실컷 나누고 싶어 안타까워하곤 한다. 


 자전적 스토리텔링에 능한 작가 패트리샤 폴라코의 그림책들 가운데서도 특히 감동적인 것은 자신의 문제를 함께 교정해주고 재능을 끌어내어 꽃피우게 한 선생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다. 패트리샤 폴라코의 신작 오늘은 내가 스타』(원제 ‘웨인 선생님의 작품Mr. Wayne's masterpiece‘) 또한 편집자가 ’수줍음 많은 아이를 위한 책’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수줍음 많은 아이의 재능을 지켜보고 싹 트도록 꽃 피도록 천천히 이끈 선생님 이야기로서 새내기 선생님들께 건네고 싶은 그림책이다. 선생님 책상 한켠에 꽂아두고 시시때때 교실 현장에서 첫날의 푸른 열정을 새로이 되새기기에 좋다. 양 같던 아이들이 괴물로 보일 때마다, 바위처럼 완강한 현실 상황에 주눅들 때마다, 학부모 면담 일정에 앞서 두통이 심해질 때에도, 선배 교사가 결코 선배로 여겨지지 않을 때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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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패트리샤는 글쓰기는 좋아하지만 친구들 앞에 서는 일에는 도무지 자신이 없다. 트랜치나 선생님은 패트리샤가 쓴 글이 훌륭하니 한번 발표를 해보면 용기가 날 테지, 생각하고 기어이 일으켜 세운다.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패트리샤는 그러나 손이 떨려 글 쓴 종이는 날아가는 새처럼 파닥파닥 무릎은 부들부들 심장은 쿵쾅쿵광 입안은 바짝 말라붙어 한 자도 읽을 수가 없다. 친절한 트랜치나 선생님이 웃는 얼굴로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시지만, 마주보고 있는 반 친구들은 패트리샤가 쭈볏거리고 더듬거리는 데 진력이 나있다.    


 트랜치나 선생님은 패트리샤 문제를 고민하다가 희곡작가이기도 한 연극반 지도교사 웨인 선생님께 데리고 간다. “트랜치나 선생님이 네가 훌륭한 작가라고 하시더구나.” 그렇게 패트리샤를 맞으면서 웨인 선생님은 이 아이가 좋아한다는 미술 취미에 맞게 무대 배경에 그림 그리는 일을 맡긴다. 이제 패트리샤는 한때 연극배우였던 엄마의 격려와 지지를 받으며 날마다 연극반에 나가 곧 올릴 겨울 공연 준비에 동참한다. 자기가 맡은 페인트칠을 하는 내내 아이들이 배역에 맞춰 연습하는 대사를 듣던 패트리샤는 어느새 웨인 선생님의 작품에 빠져든다.     연극반 아이들이 패트리샤가 모든 대사를 다 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프롬프터(무대 뒤에서 대사 알려주는 일)를 맡게 되었는데 사건이 터진다.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주인공 캐슬린네 가족이 학교에 연락도 없이 이사를 가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패트리샤에게 몰려와 말한다. “꼭 해 줘.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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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리샤, 연극에 너 자신을 맡겨 봐!” 패트리샤는 웨인 선생님의 조언을 붙들고 애써 노력한다. 마침내 무대 위에서 겁쟁이 패트리샤를 떨쳐내고 주인공 뮈제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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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샤는 활짝 피어났다. 패트리샤의 성공은 웨인 선생님의 성공이자, 트랜치나 선생님의 성공이다. 그렇다. 교사는 한 존재를 꽃피우는 정원사이자 예술가이다. 정원사는 싹을 꺾을 수도 있고 애써 피어나려는 꽃봉오리를 시들게도 할 수 있다. 가만히, 천천히, 조심스레, 가꾸고 보살펴서 작품을 만들어낸 이 이야기를 세상 모든 새내기 선생님들께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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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과 시집

 

고맙습니다, 선생님

패트리샤 폴라코 저/서애경 역 | 아이세움

작가의 자전적인 그림책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패트리샤 폴라코가 개인적으로 선생님에게 바치는 감사의 노래이자,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학생들의 삶을 변하게 하는 폴커 선생님 같은 모든 선생님들에게 바치는 찬사이다.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트리샤에게 글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가혹하고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폴커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이 어린 소녀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엄청난 힘이 된다. 트리샤가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주고 도와주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따뜻한 사랑과 정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선생 뿔났다

강소천 등저/권태향 그림 | 루덴스

학교 생활을 소재로 4부로 나누어, 1부 학교, 2부 학교 생활, 3부 선생님, 4부 친구들을 주제로 한 아동문학가들의 대표작을 모아 엮었다. 초등 교과서 동시 9편도 함께 수록하고 있는 이 동시집에서 학교는 살아 움직이고, 즐겁고, 가고 싶은 곳이다. 아이들이 흔히 접하는 사소한 일상을 상상력 넘치는 언어로 펼쳐놓은 동시들은 유명 동화보다 더 큰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동시 읽는 즐거움 속에서 아이들의 감성과 어휘력은 눈에 띌 만큼 성장한다.

 

 

 

 

 

 

 

추 선생님의 특별한 미술 수업

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천미나 역 | 책과콩나무

화가인 할머니와 함께 여름을 보낸 뒤, 트리샤는 자신도 화가가 되고 싶다는 걸 깨닫습니다. 하지만 트리샤네 학교에는 제대로 된 미술 시간이 없었습니다. 때마침 유쾌한 담임 선생님인 도노반 선생님이 트리샤가 그린 훌륭한 스케치들을 보게 됩니다. 트리샤의 재능을 확신한 선생님은 트리샤에게 추 선생님의 특별한 미술 수업을 소개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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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스타!패트리샤 폴라코 글그림/이현진 역 | 나는별
패트리샤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패트리샤처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거나 교실 앞에 나가서 발표할 때 공포감을 느끼는 어린이들이 있지요. 너무 무서워서 말이 나오지 않고, 도저히 못하겠다고 포기하기도 하고요. 이 책은 바로 그런 두려움을 극복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패트리샤가 마침내 두려움을 이기고 관객들 앞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는 이야기를 통해 수줍음 많은 아이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책이랍니다.

 

 

 


 [추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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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그림책 번역가로 그림책 전문 어린이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와 그림책작가 양성코스‘이상희의 그림책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림책 전문 도서관 건립과 그림책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소 찾는 아이』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은혜 갚은 꿩이야기』『봄의 여신 수로부인』등에 글을 썼고, 『심프』『바구니 달』『작은 기차』『마법 침대』등을 번역했으며, 그림책 이론서 『그림책쓰기』,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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