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가족의 두 얼굴』 『가족세우기 치료』의 저자 최광현이 『가족의 발견』으로 독자들과 재회했다. 한세대학교 상담대학원 가족상담학과 교수이자 트라우마가족치료 연구소장인 그가 상담실에서 직접 만났던 가족들의 사례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거울삼아 자신을 비춰봄으로써 독자들은 스스로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들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상처가 무엇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디로 향하는지, 어떻게 하면 상처를 딛고 다시 설 수 있는지 알려주는 조언들과 만나게 된다. 지난 3일, 독자들과 만나 최광현 저자가 직접 들려준 이야기도 다르지 않았다.
“제가 10년 넘게 가족들을 상담해 오면서 가지게 된 의문이 있었어요. 상담실을 찾는 분들의 상당수는 놀랍게도 너무나 착한 사람들인데, 왜 이런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할까라는 것이었죠. 제가 발견한 그 분들의 공통점은 타인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늘 타인의 시선에 중심을 두고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삼았던 분들인 거예요. 그 분들이 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살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너무 지쳐있다는 것이죠. 타인이 원하는 것은 잘 포착하면서 자신에게는 너무 둔감했기 때문이에요. 타인에게는 관대했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나 냉정했기 때문이죠. 저는 그 분들에게 ‘이제는 나의 욕망과 감정도 보듬어주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저자는 삶의 주도권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가정 안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주도권의 상실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린 남자들이 행하게 되는 것이 폭력, 폭언, 중독과 같은 문제적 행동들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그들이 안고 있는 분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인다.
“이 분들의 진짜 문제는 분노가 많은 게 아니라 자기 표현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겁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는 데 미숙한 사람들인 거죠.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착한 분들이지만, 그만큼 자기 내면을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이런 분들에게 제가 권유하는 것은, 타인 중심의 삶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돌봐야 한다는 것이죠. 참지 않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참아서 문제가 생기는 것일 수 있어요.”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문제는 자존감의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가족 안에서 차별이나 학대, 버림을 받음으로써 상처를 경험하고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았을 때, 뒤따르는 것은 수치심과 죄책감이다.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다는 커다란 고통에 직면하면 ‘나는 언제나 부족하고 실수투성이인 인간’이라는 생각에 갇혀버리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고 따뜻하게 여기는 사람이 가족과 사회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자존감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거예요. 자존감이 튼튼한 사람들은 위기가 오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자존감이 약한 사람들은 위기에 금방 무너집니다. 수치심과 죄책감이 많은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을 수 없어요. 수치심이 많은 사람들은 만취, 과음, 범죄, 성병, 일 중독 등에 빠져들 수 있고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생각에 빠집니다. 그 슬픔이 스스로를 늘 괴롭히면서 중독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죠. 독을 독으로 다스리듯 수치심을 수치심으로 다스리는 거예요.”
상처의 대물림을 끊어내는 방법
가정 안에서 발생하는 상처가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최광현 저자는 이를 ‘감정의 무단투기’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스트레스와 위기에 처했을 때 그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점차 쌓이겠죠. 그것들을 소각시키는 간단한 방법이 바로 ‘감정의 무단투기’입니다. 내면의 외로움과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들을 천천히 소화해내는 게 힘드니까 모아놨다가 다른 사람한테 투기하는 거예요. 자신이 보기에 만만한 사람, 복수하지 않을 사람이 대상이 되죠. 바로 가족이에요. 그 결과 한 사람의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은 그 사람의 몫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가족들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게 됩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가족 관계에서 상처에 노출되면서 성장함으로써 수치감과 죄책감이 많이 쌓여있는 사람일수록 부정적인 감정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들은 ‘감정의 무단투기’라는 유혹에 빠져들기 쉽고, 그 결과 도래하는 비극은 ‘감정의 대물림’이다.
“자신이 안고 있는 상처가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떠넘겨지는 것이죠. 피해자였던 아들이 아버지가 된 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난 날 아버지가 했던 미숙한 방식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거예요. 참 슬픈 일 아닌가요? 과거의 피해자가 지금의 가해자가 되고,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이 오래 전 그가 느껴야 했던 슬픔과 울분과 외로움을 공유해야 하는 겁니다.”
가족 안에서 발견되는 많은 문제들, 예컨대 폭언이나 비난, 냉담과 무관심, 공감의 결여 등도 ‘감정의 무단투기’의 결과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무단투기 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해소하기 위해 이들 행위를 선택한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두 가지다. 공감하고, 관점을 바꾸라는 것.
“상처의 치료는 공감에서 시작됩니다. 아픈 기억보다 더 힘든 것은 내가 그렇게 아플 때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았다는 것이거든요. 내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곁에 없었다는 거예요. 이 시대의 아픔과 비극은 사건 그 자체만이 아니라 공감의 부재로 인해 생기는 것입니다. 가족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또 다른 도구로 제안하는 것은 관점의 변화예요. 과거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아픔도 없어지지 않죠. 아무리 노력해도 통증은 남아요. 상처를 지울 수 없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지만 시선을 이동시킴으로써 불행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슬픔과 현실을 다독이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자는 ‘새의 눈’으로 상처를 바라보길 권한다. 현재에 갇혀있지 말고 전체를 바라보는 눈으로 조망하라는 것이다. 그는 “객관적인 나를 바라보면 새로운 시선으로 상처를 다독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경험했던 상처들, 특히 가족 안에서 받았던 상처는 우리를 더 아프게 합니다. 더 힘들게 하고 용서할 수도 없게 되죠. 원수라면 보지 않고 살면 되지만 가족은 그런 존재가 아니에요. 단절하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미안함과 죄책감이 생기죠. 안 보고 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족 안에서 받았던 슬픔과 아픔에서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가족의 발견』이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의 발견』에는 가족심리치유 전문가인 저자가 들려주는 실제 상담 사례들이 담겨있다. 그의 상담실을 찾아온 이들이 토로하는 문제는 대다수의 우리가 안고 살아가는 상처와 다르지 않다. 독자들이 『가족의 발견』 안에서 각자의 상처를 이해하고 끌어안을 수 있는 이유다. 저자가 자신의 내담자들에게 제시한 해법들을 살펴보면 자기 치유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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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발견최광현 저 | 부키
이 책은 ‘왜 우리는 가족에게 상처받고 힘들어할까?’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주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더 이상 가족에게 상처받지 않고 나와 가족을 보듬을 수 있을까?’에 대한 시원한 답을 주고, 그것을 통해 나 자신과 가족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을 통해 늘, 거기, 그렇게, 그대로 있어 몰랐던 가족과 나의 상처를 발견하고 보듬고 공감하여 마침내 내가 행복해지는 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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