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투하트> 제정신으로 사랑하기 힘들지?
사랑 받고 사랑하는 일은 혼자서 배우고 실천해 나갈 수 없다. 태어나서 자라는 모든 과정에서 부모나 또 다른 양육자를 통해 적절한 반응과 신뢰를 익혀나간다. 결국 관계를 기반으로 사랑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사랑에 대한 인식이나 사랑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글ㆍ사진 현정
201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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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무나 하나


<괜찮아, 사랑이야>라며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정신과 의사 지해수(공효진 분)와 베스트셀러 소설가지만 과거의 충격으로 정신분열을 앓고 있던 장재열(조인성 분)이 사랑으로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이 진한 멜로로 그러냈다면 이번에는 코믹하고 귀여운 로맨스로 일종의 강박증을 다루는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하트투하트>에는 대인기피증으로 헬멧이 없으면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할머니 분장을 하고서야 겨우 사람들 틈에 낄 수 있는 차홍도(최강희 분)와 소위 잘나가는 스타정신과의사이지만 주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환자들에게서 강박을 느껴 습관성 음주를 하게 된 고이석(천정명 분)이 등장한다.


차홍도는 7년 전 강도사건에서 자신을 구해준 경찰 장두수(이재윤 분)를 줄곧 짝사랑해서 그의 집에 먹거리를 두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하지만 대인기피와 안면홍조 때문에 제대로 한 번 마음을 표현해본 적도 없다. 고이석 역시 아나운서 여자친구 우연우(황승언 분)을 사랑하지만 섹스는 해도 함께 한 침대에서 잠들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세상이 온통 사랑 이야기로 뒤덮여있고 사랑이 지상 과제처럼 여기는 요즘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사랑이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비단 드라마의 주인공만이 사랑 불능의 겪고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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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 사랑?


요즘 같은 세상에서 소위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멘탈을 가지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무한한 자유와 기회를 약속하고 제공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회적으로 자신의 몫을 다 해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마음껏 내 삶을 누릴 수 있는 구조는 보장하지 않으면서 무엇이든 되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무엇이 될 수 없을 까봐 불안해져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보폭을 맞춘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의식하고 자신을 통제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은 튼튼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나 보다. 유난히 현대적인 사회일수록 인간들은 몸보다 마음과 정신이 먼저 고장 난다. 특히 마음과 정신이 하는 것 중 가장 먼저 상해버리는 것이 사랑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정신으로는 빠져들기 힘든 게 사랑이라는데 그래서 정도와 중도를 지키기 어려워 쉽게 망가지는 것이 사랑인데, 그 사랑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사랑 받고 사랑하는 일은 혼자서 배우고 실천해 나갈 수 없다. 태어나서 자라는 모든 과정에서 부모나 또 다른 양육자를 통해 적절한 반응과 신뢰를 익혀나간다. 결국 관계를 기반으로 사랑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사랑에 대한 인식이나 사랑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적절한 정도라고 보기 힘든 상태가 있다. 사랑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자기희생적이거나 혹은 모자라게 이기적인 것. 형태는 극과 극이라도 결국은 자신이 다치지 않기 위한 방어수단일 뿐이다. 비단 이런 단순한 방식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차홍도나 고이석처럼 어떤 강박으로도 신호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의지로 되지 않는 것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 것이다.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다. 내 마음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인간의 강한 의지와 치밀한 계획 같은 것은 요동치는 삶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안면홍조증이 있는 차홍도는 낯가리고 소심하고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늘 불안함을 품고 있지만 그럼에도 호기심이 충만하고 기억력도 뛰어나다. 대인기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고 그 방법을 통해 홀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장두수 형사와 첫 식사를 하기 위해 차홍도가 노력한 것은 그녀의 강박적 증세로 인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을 바꾸고 싶어한다.  


모든 걸 다 가진 남자 고이석. 좋은 집안과 하버드 수재, 정신과 의사로서 출간한 책은 베스트셀러 거기다 귀여운 외모까지 가지고 있지만 부모만큼은 선택할 수 없었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이 의처증과 난봉으로 이어진 아버지, 그 아버지로 인해 조울증에 걸린 어머니, 그 사이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환자들과 있으면 어지럽고 호흡이 가쁜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 순간 차홍도가 곁에 있으면 증상이 사라진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상하게 꼬이기만 한 두 사람이 함께 하면서 하게 될 일은 무엇일까?


뻔하게도 사랑일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어마무시한 그 사랑의 힘이 그 둘을 치유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모든 해결책이 사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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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만병통치약?


<괜찮아 사랑이야>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신선했다.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 혹은 정신적 문제들을 다루면서 일종의 거리감과 편견을 가졌던 정신 질병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거리를 주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정성 어린 사랑과 신뢰라는 것도. 그런데 특이한 정신병적 요소가 2015년에는 소재로 전락한 느낌이 든다. <하트투하트>는 강박 정도에 머물지만 지성과 황정음이 출연하는 <킬미힐미>는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재벌 3세와 그의 비밀주치의가 된 레지던트 1년 차 여의사의 버라이어티한 로맨스를 그린 힐링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라며 다중인격을 다룬다. <하이드 지킬 나> 제목에서 이미 상반된 인격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리라 예상 가능한 이 드라마에서 2인 1역을 맡은 현빈과 한지민은 기묘한 삼각관계를 가진다. 정신의 문제는 2015년 상반기 드라마의 트렌드가 되었다. 출생의 비밀이나 불치병에서부터 이젠 정신병력까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소재임에는 분명하지만 사랑이 어찌나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는 요소가 되는 것인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묻게 된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랑 자체에 빠지는 것도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사랑을 해야 할 사람들을 아예 제정신이 아니게 만들어 놓는 것. 그리고 사랑만 하면 뭐든 괜찮아질 거라는 낙관. 드라마의 트렌드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사랑지상주의적이고 사랑에게 책임전가를 하는 양상이다. 단순 발랄하게만 보기는 불편한 기분이 든다.
 

 


[관련 기사]

-<연애 말고 결혼>, 연애의 시작은 이별
- <삼총사> 낭만을 품고 청춘이 해야 할 일
-<괜찮아 사랑이야> 정상이 아니어도 괜찮아
- <나쁜녀석들> 일종의 매력으로써의 악
불륜의 방식, 불륜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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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투 하트 #천정명 #최강희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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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보석

2015.01.22

드라마니까...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이룰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그나마 드라마 속에서라도 해결이 되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요? 저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지만...요즘 등장하는 드라마들은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불편합니다. 그래서 점점 드라마를 멀리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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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1.19

사랑 자체에 빠지는 것도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도 힘든 세상이라고 하니 ㅎㅎ 슬퍼지네요.
단순 발랄할수 없는 현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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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em

2015.01.17

내마음도 모르는 게 사랑이라지요. 사랑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드라마에서 그렇게 되길 바라는 건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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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사랑과 연애 그리고 섹스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며 제법 깊은 내상을 입었지만 그만큼 현명해졌으며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걸 수줍어하지 않게 되었다. 놀라운 재생능력으로 사랑할 때마다 소녀의 마음이 되곤 한다. 누군가의 장점을 잘 발견해내고 쉽게 두근거린다.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나를 만져요』 등을 썼으며,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