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민 “예능PD가 되고 싶다면 스토리텔링을 잘해라”
출간기념으로 열린 이날의 북콘서트에는 저자인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과 서수민PD, 김준호가 함께했다. 이 책은 저자가 유명 예능PD 나영석, 서수민, 신원호, 김용범, 신형관, 김태호를 만나 직장인으로서 그들이 일하는 방법 등을 담았다. 저자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글ㆍ사진 김이준수
201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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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6일, 서울 동교동의 가톨릭청년회관에 개그맨 김준호가 나타났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 출현하기 위함이 아닌 ‘북콘서트’의 게스트로 초대됐다. 『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 출간기념으로 열린 이날의 북콘서트에는 저자인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과 서수민PD, 김준호가 함께했다. 이 책은 저자가 유명 예능PD 나영석, 서수민, 신원호, 김용범, 신형관, 김태호를 만나 직장인으로서 그들이 일하는 방법 등을 담았다. 저자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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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내가 썼지만 6명의 PD가 주인공이고, 더 크게 말하면 예능PD와 스태프들에게 빚을 진 책이다. 6명의 PD를 고르는 것도 어려웠다. 출판사와 이번이 끝이 아니니까, 내년에는 또 다른 6명을 하자는 얘기도 나눴다. 생각보다 책의 반응이 괜찮은데, 함께해준 PD들의 공이다.”

 

자리에 함께 한 서수민PD는 19년차 예능PD로 대중에게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개그콘서트> 연출을 맡으면서부터였다. 서PD는 <개콘>을 부활시킨 장본인으로 지금은 책임프로듀서(CP)로서 <1박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관리하는 팀장을 맡고 있다. 저자와 서PD, 김준호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눴다. 

 

서PD는 KBS의 실세다(웃음). <개콘>도 서수민PD가 할 때 붐업됐었다. 내가 서PD에 주목했던 건 프로그램이 아이디어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1박2일>이 부활한 것도 인력 구성을 잘한 덕분이다. 출연자뿐 아니라 PD 등의 스태프 구성도 잘 됐다. 김준호씨, 서PD가 대모가 맞지 않나? 

 

김준호 : 서수민PD가 지도편달을 많이 해줬다. 서PD와 함께하면 ‘케미’가 희한하게 폭발하더라. 친해지고 싶어서 예전에 술을 함께 마시다가 누나라고 불러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PD라고 부르라고(웃음).

 

처음 KBS들어왔을 때 쉽지 않다고 들었다.

 

서수민 : <개콘>이 나의 대표 프로그램이 됐는데, 입사 15년차 PD의 거의 끝물에서 만났다. 그 말은 15년 동안은 아무 프로그램이나 했다는 얘기다. 예능국에서 빛이 나거나 이른바 ‘라인업’에 들어가지 못하는 존재였는데, 종편이 생기면서 선수들이 많이 나갔다(웃음). 15년 차에 <개콘>이라는 기회가 왔고, 내 위로는 7년 위에나 여자 선배가 있을 만큼 여자 PD에겐 별로 기회가 없었다. <개콘>은 내게 큰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김준호 : 서 감독은 보스로서 장군을 잘 만드는 것 같다. 존 레논이 그랬잖나. 혼자 꾸는 꿈은 개꿈이고, 다 같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서PD는 연기자, 스태프 등 모든 구성원을 함께 꿈꾸게 만들었다. 흔들릴 때 바로 잡아주고, 조직을 잘 관리했다. 서 감독이 3년 전 회사를 해라고 해서, 코코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만들었는데, 최근 외식 사업 때문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웃음). 콘텐츠만 집중했어야 했는데, 함께 했던 분이 외식업을 했었고 그게 잘 안 된 것 같다.

 

독자와의 Q&A

 

서PD는 15년 동안 힘든 시간 어떻게 견딜 수 있었나?

 

서수민 : 견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다이고 전부라고 생각했다. 주어진 일을 하기도 벅찼었기 때문에(웃음). 여자PD로 이정도면 됐어, 애 키우면서 여자가 예능PD 하는 건 직장생활로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꿈이 크지 않았다. 그리고 <개콘>을 만나면서 바뀌었다.

 

예능PD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서수민 : 인간성이다. 너무 뭉뚱그려진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방법적으로는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사람이다. 관점을 잡아서 그것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고 잘 전달하는 사람이 PD로서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덕현 : 서PD는 겉으로는 카리스마가 넘치나 안으로는 정이 넘친다. 배려를 많이 한다. 요즘의 예능은 재미뿐 아니라 정서가 있어야 살아남는다. 예능 만드는 사람들은 낮은 자세가 중요하다. 그런 것들이 프로그램에서 드러난다. 시청자들이 매의 눈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을 잘 발견해낸다. 우리도 몰랐던 것을 콕 집어내는 시청자들이 많아서 심성이 좋지 않으면 그것도 프로그램에 드러난다.

 

케이블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로 일하기도 했었다. PD입장에서 어떤 작가를 만나고 싶나?

 

서수민 : 아이디어 회의는 전쟁 같은 자리다. 서로 모르는 결과를 놓고 토의하는데 하다 보면 서로를 원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과정에서 PD, 작가 모두 감정이 상하기도 하는데, PD나 작가 모두 완전체가 없는 상태에서 회의를 하는 이유는 뭔가를 만들기 위해서다. 작가라면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도 이 일에만 매달린다는 그런 느낌을 주면 좋겠다. 본인이 무엇을 하고, 뭐가 부족한지 알고 접근하면 좋겠다.

 

정덕현 : 서PD의 말은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얘기한 것이다. 이 책의 제목에 처음에는 ‘다큐’라는 말을 집어넣을지 말지 고민했었는데,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치열하게 일하기 때문에 ‘다큐’를 넣었다. 김준호씨에게 묻고 싶은데 지금 <개콘>도 하고 <1박2일>도 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이 완전히 다른데, 적응이 잘 됐나?

 

김준호 : 경험인 것 같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하면서 잘해야지 하는 강박보다 김준현 대신 ‘땜빵’으로 나갔기 때문에 편하게 하니까 잘되더라. 

 

영상을 전공하는데 PD를 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가 많은데, 조언을 해준다면?

 

서수민 : 어떤 이야기를 만드는지에 집중하면 좋겠다. 나는 지금 시장을 낙관적으로 본다. 옛날에는 서울대나 연고대가 아니면 공채에 붙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콘텐츠를 만드는 창구가 굉장히 많아졌다. SNS 등을 통해서도 개인을 스토리텔링하는 매체가 많아졌다. 본인의 어법과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다양한 채널을 잘 활용하면 스스로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나도 요즘에는 웹드라마 PD를 접촉하고 있다. 지상파에 있지만 이곳에서 다른 색깔을 내기 위해 다른 쪽에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배우고 있다. 작은 곳에서 자기 영역을 만들 수 있는 훈련을 지금부터 하면 좋겠다.

 

정덕현 : 미디어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지상파 중심으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채널이 많아지고 있다. 플랫폼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콘텐츠만 잘 만들면 어디서든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콘텐츠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선 좋은 작가, 연기자, 스태프 등을 모아야 하는데, 어떻게 얻었는지 궁금하다. 또 김준호 씨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람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서수민 : 밥 먹고 친한 사이라고 해서 플러스가 되는 경우는 없다. 나는 안면으로 일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밥을 정기적으로 먹는 사이는 없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말하기 전에 내미는 것이지. 그러면 나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 한다. 내가 <개콘>을 처음 맡았을 때 김준호, 김대희, 박성호가 종편 섭외를 받았을 때인데, 필요한 것을 놓고 설득을 했다.

 

김준호 : 지금 회사가 어렵다. 연기자들 플랫폼을 옮기니 마니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도 크게 고민 않는 것이 50명의 연기자가 나를 믿고 함께 가자고 하고 있다. 나를 믿는다는 건, 내가 개그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연기자들이 믿어준다는 말이다.

 

PD도 되고 싶고, 꿈이 자주 바뀐다. 서 PD는 어땠는지 듣고 싶다.

 

서수민 : 나도 그랬다. 대학 때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었다. 원서를 받아오기도 했다. 미니스커트가 없어서 안 냈다(웃음). 나도 꿈이 많이 바뀌었다. 연극배우도 하고 싶어서 연극반에 가입했었다. 연극배우가 된 연극반 선배가 와서 밥을 사서 얘기를 들었는데, 너무 가난하게 사는 거라. 나는 그렇게 살 자신은 없었다. 가난과 고난을 감수할 생각이 들지 않은 건 그만큼 절실하기 않았던 거지.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PD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의생활학과 출신인데 신방과를 복수전공했고, 방송국PD 시험을 봤다. 김준호를 보면서 안타까운 게 있는데 김준호는 정극 연기를 잘한다. 버라이어티도 감이 굉장히 좋다. PD를 안 믿고 막 지른다(웃음). 그런데 김준호는 코미디를 아주 좋아해서 코미디로 일가를 이루고 싶은 거다. 내가 보기에 이젠 코미디를 버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웃음). 다른 것을 잘 할 수도 있는데, 코미디가 좋아서 계속 하는 거지. 김준호가 나중에 더 큰 꽃으로 필 수도 있을 것이다.

 

개그맨을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김준호 : 개그맨이 되려면 많이 까불어야 한다. 까불다가 장난이 되고 장난이 개그가 되고 개그가 코너가 된다. 스토리텔링까지 간다. 뭔가 계속 재미있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일부 개그맨지망생들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재밌는 생각이 없어진다. 유쾌하게 까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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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정덕현 저 | 중앙북스(books)
시청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들은 과연 어떻게 일할까? 대중문화평론가인 저자는 예능 PD도 직장인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그들만의 일하는 법을 프로그램 제작기와 연결하여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창의적이라고 알려진 예능 PD인 나영석, 서수민, 신원호, 김용범, 신형관, 김태호는 이 책을 통해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단계부터 성과를 창출하기까지 어떻게 회의하고 어떻게 조직을 관리하는지 조목조목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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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민PD #개그콘서트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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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1.20

아이디어 회의는 전쟁 같은 자리다. 서로 모르는 결과를 놓고 토의하는데 하다 보면 서로를 원망하는 경우도 많다니 이런 치열함이 빚어낸 결과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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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