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자신을 탐색하는 싸고 안전한 방법
“신이 매일 밤 우리에게 연애편지를 보내주는데, 우리는 봉투도 뜯지 않은 채 버리고 만다.” 『탈무드』에는 꿈을 신이 보낸 연애편지로 비유한다. 우리가 매일 밤마다 흘려보내는 꿈 속에는 귀중한 보물이 담겨있다.
글ㆍ사진 권지민
201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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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꿈자리가 뒤숭숭할 때 두려움을 느낀다. 악몽이 유난히 생생한 날에는 일어나자마자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하고 되도록 조심스러운 하루를 보낸다. 반면 간밤에 인상적일 정도로 긍정적인 꿈을 꾸고 난 후에는 들뜬 마음으로 과감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꿈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자 무의식의 세계를 반영한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지만, 접근은 쉽지 않다. 대개는 어젯밤 꾼 꿈에 대한 궁금증으로 단편적인 꿈 해몽 검색에 그치거나 미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최근 신화학 박사이자 꿈 분석가인 고혜경은 꿈 작업의 입문서 『나의 꿈 사용법』를 펴냈다. 『나의 꿈 사용법』은 지난해 팟캐스트 벙커1 방송을 통해 “나의 꿈 사용법” 시리즈로 대중에게 많은 공감을 받은 이후 펴낸 첫 책이다. 


지난 27일, 벙커1에서는 『나의 꿈 사용법』 출간을 기념하는 강연이 열렸다. 저자는 “꿈은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텍스트”라는 말로 꿈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꿈을 열심히 꾸라는 것이다. 눈을 내면으로 향할 때 이미지들이 올라온다. 꿈 세계가 활성화 된다. 꿈은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굉장히 안전한 방법이다. 게다가 공짜이다. 잠만 자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이 무한하고 흥미 있는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게 빠져든다. 꿈 세계의 무의식 안에는 꿈, 비전, 이미지가 다 들어있다. 우리 모두가 무의식 탐험으로 들어갈 때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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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자리에 생기는 마음의 구멍


꿈의 세계에 대한 다양한 비유가 존재한다. 만다라는 깨달음의 경지를 원으로 도형화시킨 것을 말한다. 저자는 현대인의 도형인 만다라가 미궁 속에 갇혀 있다고 설명하며,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현실을 우려한다. 현대인들이 점점 더 파편화된 소통에만 함몰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융의 상징에서는 궁극적인 진리, 발견, 탐색, 자기를 살아내는 일 자체가 안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모든 답, 방향 등이 눈을 안으로 돌리면서 시작된다. 현대인들이 미궁 속에 갇혀서 헤매는 이유는 눈이 바깥쪽을 향해있는 까닭이다. 자신이 진짜 갈망하는 게 무엇인지 발견해야 하는데 물질문화는 가로막고 있다. 가장 필요한 건 내 안의 갈망, 소리를 듣는 것이다. 타인의 욕망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건 꿈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내 안의 세상에 가장 끌리는 것은 바깥과 전혀 다른 세계일 수 있다.”


“만다라는 핵심으로 주어진 오는 도형이다. 잠재된 씨앗이 만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현대인의 만다라는 미궁 같은 것이다. 우리들이 어그러진 만다라 속에서 살고 있다. 현대인들은 시간, 여유가 있으면 스마트폰을 본다. 내면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할 자리에 구멍이 생긴다. 그럼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걸 찾으려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봐야 하는가? 그건 바로 가장 큰 상처의 자리이다. 상처는 우리를 괴롭히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영혼 자체가 발견되어 지기 원하는 상흔이다. 상처에는 표식이 있다. 자신이 과거에 가장 아팠던 곳을 탐구하기 시작하면 삶이 달라진다.”


가장 커다란 상처는 곧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내면을 보다 더 깊이 성찰하기 위해서는 상흔을 들여다보고 온전히 극복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아픈 곳을 객관화해서 보아야한다.  


“결국은 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 끝없이 신음소리가 나는 부분을 다루기 위해 뭔가를 한다. 최근에 평생의 자기 이야기를 쓰는 숙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이야기는 쓸 때 마다 달라진다. 하지만 그 속에는 중심을 관통하는 줄기가 있고 흐름이 있다. 일생동안 갈망했던 방향이 무엇인지 조각조각 떨어져 있는 것을 객관적인 시야로 볼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개개인들의 운명을 보면 그 사이 사이 들어가면 의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의 삶 속에 깃든 우연으로 소설을 만들 수 있다. 누가 이 줄거리를 만들 수 있을까. 바로 우리 자신이다. 거듭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우리 모습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탓을 만들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탓할 사람은 나 자신이다. 자신이 충분히 용기 내지 않았고, 모험 하지 않았고, 어떤 순간에 아주 많은 시간 낭비와 쉬운 선택을 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참 어렵다. 죽기 직전에 침대에 누었을 때 자신이 충분히 살아내지 못한 보따리를 들고 있는 걸 상상해보자. 생애 초창기에는 무언가 탓 할 수 있지만 그 이후는 안 된다.”


표준화된 시스템이 맞지 않아 불행할 수 있다. 


저자는 일률적인 시스템 안에서 신음하는 자아를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학교, 직장 등 조직 안에서 억압된 잠재성을 찾기 위해 과감하게 뛰쳐나갈 용기를 주문한다. 결단의 기로에서 자발적인 선택을 북돋아 주는 멘토의 역할을 강조한다.


“시인 랭보의 눈에는 늘 시인의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진다. 마음이 뜨거워진 랭보는 17살 때 당시 유명한 프랑스 시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지금 우리는 사랑의 나날 속에 존재합니다. 저는 이제 17살이 되어갑니다. 내안에 무언가 있는데 솟아오르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답장은 영영 받지 못했다. 우리는 스스로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한 랭보의 마음일 것이다. 이 때 보이지도 않는 잠재력을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진실 된 멘토이다. 믿음의 눈길로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건 축복이다. 그 눈길 자체가 연금술을 가동하게 만들어준다.”


이날 강연이 끝난 후에는 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꿈에 대한 해답이 갈급한 독자들은 저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며 궁금증을 해결하는 시간이었다. 


한 번 잠에 들면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인상적인 꿈을 꾼 날에는 꼭 해몽을 찾아본다. 하지만 늘 속 시원한 해답을 얻기 어려웠다. 꿈 해몽에 의지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꿈에 대해 더 알고 싶은데 늘 답답한 마음이다. 어떻게 하면 꿈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일반인이 꿈꾸는 빈도수는 대부분 일정하다. 하지만 잘 기억하는 건 조금 다른 문제이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꿈을 잃어버린다. 꿈을 자주 꾼다는 건 무의식이 끊임없이 말을 거는 것이다. 무의식이 쉽게 포기한 것은 아니다. 꿈이 정말로 하고 싶은 호소, 메시지를 조금 더 이해하기 시작하면 원활한 소통이 시작된다. 꿈과의 대화하는 진전이 적을 때 느끼는 좌절감이 아닌가 싶다. 꿈 해몽을 찾아볼 정도이면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꿈은 그 자체로 드라마를 갖고 있다. 최적의 방식으로 설명해낸다. 꿈 해몽 책을 찾으면 어떤 틀을 자꾸 보려고 한다. 원래 의도와는 빗나갈 위험성이 크다.


모든 꿈이 다 부정적으로 끝난다. 그 이후 꿈꾸기가 두려워졌다. 부정적인 결말은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인가?


“꿈에는 생명의 에너지 자체가 강하게 살아있고, 자기 자신에 대해 최선을 다해 친절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조금 쉽게 설명하면 꿈은 항상 대조를 시킨다. 명확한 대조는 의식화하기 좋다. 꿈에서 언제나 나쁜 것만 찾아내는 사람이 있다. 꿈을 꾸고 난 후 자신이 부정적인 요소만 편집하는 타입일 수도 있다. 꿈은 건강과 성장을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꿈이 생생하다는 사실에 감사한다면 긍정적인 요소를 다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꿈에 대한 방어기제 때문에 꿈을 잊어버리는 게 아닌지 알고 싶다. 드라마를 보다가 잠들면 유사한 내용이 꿈에서 나타난다. 스스로 외면하고 싶어서 꿈을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인가?


의식과 무의식은 훨씬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동전의 양면이라고 하면 너무 축소시키는 것이다. 의식은 무의식에 당연히 반영되고 서로 아주 밀접하게 상호작용한다. 꿈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꿈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가치인식이 부족한 이유도 크다.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작업해보면 점점 더 생생하게 기억해온다. 기억이 정말 어려운 분들이 있다. 전반적으로 꿈을 기억 못해서 작업을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꿈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꿈은 많이 꾸지만 기록을 하지 않는다. 선생님 강의를 듣고 꿈을 적기 시작했다. 꿈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꿈이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 친해져야 할 친구라고 여겨야한다. 꿈은 상상력 우위에 있다. 꿈이 어려우면 꿈속에 등장하는 모든 존재가 되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의식세계에서 수첩에 적는 것만으로도 그 에너지를 보듬는 것이다. 꿈 작업 할 때 일단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는 게 좋다. 이를테면 꿈속에서 보기 싫은 상사가 나타났을 때 나쁜 감정도 고스란히 느껴야 한다. 꿈 작업을 한다는 건 원래 크기만큼 확장시키는 게 중요하다. 상징을 찾는 건 지적 호기심 이상으로는 가기 힘들다. 꿈과 논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기력해지는 꿈을 자주 꾼다. 이를테면 수영을 하는데 힘이 풀리는 등 무기력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무의식이 어떤 강렬한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


자기 스스로 그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 전형적인 불안, 초조의 증상일 수 있다. 가려고 하는데 발이 안 떨어지는 건 좌절감이다. 사실은 무의식은 이 상황에서 다르게 하는 게 있다. 발 이 잘 안 떨어지면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본성에 반하는 것은 다 잘못된 것이다. 본성은 “너 그렇게 가다가는 죽는 거야, 계속 그렇게 갈래?”라고 말을 건다. 꿈이 우리를 멈추게 한다. 내 것이 아닌데 뭔가를 하려는 건 무기력해지는 첫 번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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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 사용법 고혜경 저 | 한겨레출판
우리는 존재에 대한 고민들을 매일 밤 꾸는 꿈을 통해 찾을 수 있다. 나의 꿈 사용법은 보이지 않는 꿈 세계가 궁금한 이들, 그리고 꿈을 통해 좀 더 본질적으로 자신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꿈에 대한 다양한 층위뿐만 아니라 그 안에 감춰진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모습, 문화적인 의미들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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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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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1.22

“신이 매일 밤 우리에게 연애편지를 보내주는데, 우리는 봉투도 뜯지 않은 채 버리고 만다.” 『탈무드』에는 꿈을 신이 보낸 연애편지로 비유한다니 멋진 비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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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민

세상 속의 작은 샛별로 빛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고로 어떤 멜로디,서사, 리듬을 지니고 어느 하늘에 떠야할지 만들어가는 여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