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 통신
한일 지식인 14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지 프로젝트 『한국의 지를 읽다』
『한국의 지를 읽다』를 편집한 위즈덤하우스의 정보배입니다.
『한국의 지를 읽다』는 도대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실 텐데요, 간단하게 말하면, 한국과 일본의 지성인 140명이 ‘한국의 지와 만나거나 스친 순간들이 있다면 책으로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답한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일본어권 필자가 94명에 한국어권 필자가 46명인데, 들으면 알만한 필자들도 있지만 국내 독자들에게는 낯선 지성인들이 더 많아요. 가라타니 고진이나 와다 하루키 정도는 아, 이름은 들어본 것 같다고 할 독자들이 그래도 좀 있겠지요. 한국어권 필자들은 오히려 신경숙, 성석제, 김연수 같은 유명한 소설가들을 포함해서 국내 독자들에게 꽤 이름이 알려진 분들이 많습니다.
이 책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이라고 한다면,
말이 140명이지, 140명이 각자 다른 내용과 문체로 쓴 글을 교정보는 것은 정말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원고지 10매 내외로 쓴 글들이라, 몇 쪽 지나면 또다른 새로운 필자의 글을 읽고 내용을 파악해야 했어요. 번역자도 마찬가지로 한 작가가 쓴 한권의 책을 번역하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든 일이었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독자들은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고, 아는 필자나 아는 책이 소개된 글이 눈에 띄면 그냥 그 페이지부터 읽어도 되니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책 전체 페이지는 상당히 두꺼워요, 752쪽이거든요.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책을 뒤적거리다 분명 자신만의 재미를 찾을 거라고 생각해요. 도대체 일본의 지성인들은 한국의 지를 뭐라고 생각하길래 이런 책을 추천한 거야, 아니, 지성인들이라면서 한국의 지에 대해 고작 이런 것밖에 모르는 거야, 또는 일본에서 이런 책들도 번역이 되어 있었나 등등...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의 지를 이리저리 살펴보게 되는 거죠.
이 책은 일본 쿠온 출판사에서 올2월에 먼저 출간되었고, 이번에 한국어판이 나온 건데요, 작년에 쿠온에서 필자들에게 원고 청탁할 때부터 이 기획에 대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엮은 노마 히데키 선생을 작년 6월에 서울에서 만나 뵙고, 이 책을 한국에서도 내고 싶다고 했는데요, 그때는 원고가 완성되기 전이었고, 솔직히 이렇게까지 필자가 많아질 줄도 몰랐습니다.
이 책에 정말 한국의 지가 모두 담겨 있을까
라고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책 한권에 한국의 지 전체를 담을 수는 없겠죠. 이 책도 한국의 지의 광대함을, 여러 분야의 다양한 지성인들을 통해 살펴봤다라고 해야 할 겁니다.
이 책의 편자이신 노마 히데키 선생은 『한글의 탄생』이라는 책의 저자로 2012년 주시경학술상을 받을 정도로 한글 연구에 정통하신 분이시죠. 노마 선생은 너무 유명하니까 여기서까지 소개하지 않아도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제목 서체도 아주 독특하고, 표지 이미지도 굉장히 강렬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한국의 지에는 ‘한글’이라는 문자가 당연히 포함되고, 한국의 예술 역시 한국의 지에 포함된다는 것을 표지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려고 한 디자인이에요. 표지 이미지는 그냥 이미지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남 화백의 그림입니다. 이화백의 다른 작품이 리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으니 직접 보러 가시면 아시겠지만, 단순한 평면 회화가 아니라 상당한 두께와 질감을 가진 작품입니다. 제목 타이포는 홍단 디자인의 반윤정씨가 직접 만든 한글 타이포예요. 기존 타이포회사에서 만들어진 서체보다는, 창조적인 한국의 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새로운 타이포를 만든 것이죠.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한국의 지’를 표현하려 했다는 점을 알면 이 책이 좀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렵고 두껍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무슨 책을 소개했을까? 라는 궁금증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소리나는 책
20세기의 가장 큰 성공작중 하나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하마터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뻔 했던 베스트셀러에 든다. 1926년, 어쩔 수 없이 저널리즘을 포기한 마가렛 미첼은 두 번째 남편 존 마쉬와 막 정착한 애틀랜타의 아파트에서 몹시 따분해한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에 권유에 따라서 어린 시절에 보고 들은 것을 떠올려 방대한 남부 이야기를 쓰는데 뛰어든다. 마가렛의 문학적 기획에는 계획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녀는 다른 장들을 쓰기도 전에 마지막 장을 타이프로 치기 시작한다. 미리 정해놓은 순서 없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그녀는 새로운 장을 끝낼 때마다 그것을 큼지막한 크라프트 봉투에 넣어둔다. 그녀는 봉투 70개를 채우고는 발행인을 물색해서 보여줄 생각은 하지도 않고 5년 동안 먼지만 쌓이게 내버려 둔다.
1935년 4월. 뉴욕에서 가장 큰 출판사중 한 곳인 맥밀런의 부사장 해럴드 레이섬이 재능 있는 신인작가를 찾기 위해서 미국 남부 순회 여행을 시작한다. 아마도 그는 바로 그 전해에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결국 퓰리처 상과 프랑스 페미나상을 수상한 남부 여류 소설가 캐롤라인 밀러의 조지아주의 소작인 같은 작품을 또다시 발굴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남부가 워낙 유행이니까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애틀랜타에 도착한 그는 현지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들을 추천받을 심산으로 마가렛 미첼과 그리고 한때 그녀와 함께 기자로 일했던 메도라 피커슨을 만나다. 나중에 그가 밝힌 것처럼 그 만남에서 메도라가 비밀을 누설한다. 마가렛 미첼도 책을 썼다고. 난처해진 마가렛이 그 사실을 부인하고 얼버무리면서 화제를 바꾸려고 애쓰다가 결국에는 어쨌거나 그 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하고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런데 밤사이에 그녀가 생각을 바꾼다.
- 『베스트셀러의 역사』 (프레데리크 루빌루아/까치글방) 中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앙ㅋ
201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