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뇌가 생생할 때 죽자 사자 읽어두세요”
뭐든 좋으니 지금 자신이 잘 알고 있거나 흥미로운 게 있다면 그걸 계속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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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을 얘기지만 제 독서 이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짧습니다. 대학시절 몇 개월간 두어 차례, 30대 초반의 한 일 년 정도? 방송에서 책 프로그램 진행자를 많이 해온 편이라 엄청나게 다독을 한 것은 사실이고 서평이 한때의 직업이기도 했으니 참 많은 책을 접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책들은 그저 ‘안구를 스쳐갔다’ 하는 정도로 기억될 뿐입니다.

 

반면 제가 진짜로 책을 읽었노라 할 수 있는 그 몇 차례의 경험이 평생 글을 쓰고 말을 하는 밑천이 된 것 같습니다. ‘사생결단’ 그때의 독서를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한국현대사, 변증법, 탈근대 이론서 등이 그 집중 독서의 내용물인데, 읽느라 며칠을 새다가 코피를 흘리거나 기절하는 듯했던 순간이 유쾌하게 기억됩니다. 그래서 언제나 말합니다. 뇌가 생생할 때 죽자 사자 읽어두라고요. 책 읽다 죽은 인간은 없으니, 죽는 거 아냐? 싶을 만큼 한 시절 몰두해 보라고요.

 

요즘은 모노가미, 폴리가미 운운하며 남녀가 결합하는 방식의 진화에 관심이 깊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가족신화가 급변하는 중이기 때문이죠. 마땅한 저작물을 찾지 못해 차라리 이와 관련한, 특히 일부일처제 붕괴현상에 대한 책을 쓰려고 합니다.

 

뭐든 좋으니 지금 자신이 잘 알고 있거나 흥미로운 게 있다면 그걸 계속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 경우는 그게 클래식 음악이었고 그 덕분에 이렇게 책도 내게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대상이 반드시 근사한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 결과물만을 낳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니까요. 집념을 가지고 몰두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명사의 추천

 

백치 (상)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김근식 역 | 열린책들

권장 독서물 선정 작업을 꽤 여러 차례 해봤는데 말짱 도루묵 아닌가 하는 허탈감을 느꼈던 적이 많다. 그래서 경험을 토대로 말한다. 인간은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으로 구분된다고. 『백치』, 『악령』,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미성년』 이 다섯 권을 인생 필수 도서로 추천한다.

 

 

 

 

 

악령 (상)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김연경 역 | 열린책들

도스토예프스키의 빼놓을 수 없는 명서이다.

 

 

 

 

 

 

 

 

 

 

미성년 (상)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저/이상룡 역 | 열린책들

도스토예프스키의 성장소설이다.

 

 

 

 

 

 

 

 

 

 

죄와 벌 1

도스토예프스키 저/김연경 역 | 민음사

필독서라고 말할 수 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도스토예프스키 저/김연경 역 | 민음사

한 번쯤 읽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또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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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르윈 : 블루레이



비긴 어게인>에 감동했다는 사람에게 절망하고 같은 음악영화지만 <인사이드 르윈>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유는... 차라리 말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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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윤리학 (1disc)

기타제작사

조금 지난 작품으로 박명랑의 <분노의 윤리학>을 꼽는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김갑수 #백치 #악령 #미성년 #해무 #죄와벌 #eBook
8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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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사랑

2016.04.10

저도 사람을 굳이 분류하고자 할 때 죄와벌을 읽었느냐 아니냐로 합니다. ㅎㅎ
개인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도 정말 결결이 아름다운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가 왜 천재인가를 뇌 속 깊이 느낀 기억이 있네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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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보석

2014.09.28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보면 읽다가 그만 접은 책들이 꽤 있어요. 저걸 다 읽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으면서도 쉽게 꺼내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뇌가 생생할 때, 눈이 좋을 때 책은 많이 보는것이 좋겠더라고요. 나이가 들어가니까 책을 읽는것이 예전같지 않아졌거든요. 집념을 가지고 책이든 그 무엇이든 한번 몰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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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샨티

2014.09.25

뇌가 생생할 때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이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 것은 책을 읽으며 지낼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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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

시인·문화평론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김갑수는 글을 쓰고 방송을 하고 강연을 하며 살아간다. 이런 행적이 어떤 이에게는 ‘백수’로, 또 다른 이에게는 ‘전방위’로 비친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중학교 때 AFKN 라디오 팝송에, 고등학교 때 음악 감상실 ‘르네쌍스’의 클래식 선율에 붙들린 이래 일평생을 중고딩처럼 살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수료하고 웅진출판 창립기에 편집부에 입사하여 편집부장을 끝으로 정규직 생활을 떠났다. 이후 라디오 진행자로 전업하여 거의 모든 방송사를 한 바퀴 돌았다. 이른바 ‘교양 프로그램’이 멸종해 가는 환경 탓에 근년에는 종편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진출해 시사, 연예, 건강, 역사 등속을 버무려 말꾼으로 살아간다. 그 말들의 대가는 모조리 음반과 오디오로 바뀐다. 그 덕분에 약 3만여 장의 LP와 CD, 20여 조의 진공관 오디오 기기가 작업실 ‘줄라이홀’에 쌓이게 됐다. 《실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데뷔하고,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 《세월의 거지》를 출간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예술에세이 《지구 위의 작업실》, 시사칼럼집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 서평집 《나의 레종 데트르》, 대담집 《인문학 콘서트 1-4》, 음악에세이집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와 다수의 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