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성 커뮤니티 마이클럽에서 연재되어 누적 조회수 100만을 기록한 『내가 태어날 때까지』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이라면 단번에 읽을 수밖에 없는 만화, 『내가 태어날 때까지』. 난다 작가는 실제 임신을 하게 되면서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만화를 그리게 됐다.
『내가 태어날 때까지』의 주인공 백홍치와 마수철 부부는 6살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 오랫동안 임신을 기다렸지만 좀처럼 소식이 없던 어느 겨울날, 열무(태명)가 찾아왔다. 국수를 싫어하던 홍치는 입덧을 시작하며 수철의 열무국수를 즐겨 먹고, 하루가 다르게 불러오는 배 때문에 뒤뚱뒤뚱 걷게 된다. 홍치는 곧 태어날 열무에게 속삭인다. “널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엄마는 짐승이 되어가고 있어”라고.
낮에는 생활인, 밤에는 만화가. 개인 블로그에서 연재하던 만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2010년 데뷔한 난다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중, 어릴 적부터 꿈꾸던 만화가가 됐다.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 로 일상만화의 백미를 전해주고 있는 난다 작가는 이제 ‘쌀이 엄마’라는 타이틀을 더했다.
ⓒ 난다 2014
우리는 대자연 앞에 한낱 동물일 뿐
첫 장편 스토리 만화로 ‘임신출산만화’를 그리셨어요. 예상하셨나요?
이렇게 개인적. 그것도 생리적인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내리라곤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어요. 하지만 막상 임신을 겪고 나니 이 경험과 기분을 잊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로 한번 매듭을 지어두고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내가 태어날 때까지』를 쓸 때와 『어쿠스틱 라이프』를 쓸 때. 조금 다른 느낌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 경험에서 소재를 얻긴 했지만 『내가 태어날 때까지』는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보니, 캐릭터 표현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점이 편했습니다. 『어쿠스틱 라이프』였다면 좀 더 신중했을 소재나, 대사들도 거침없이 사용할 수 있었고요.
국수집을 운영하는 남편과 인형그림책 작가인 아내. 두 캐릭터는 어떻게 나왔나요?
임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예전에 생각해두었던 만화에서 캐릭터만 따왔어요. 국수는 원래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요. 인형그림책작가는 친한 친구가 비슷한 일을 하고 있고 저도 데뷔 전 그림책 작업을 한 적이 있어서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어요. 하지만 막상 만화에선 직업이 그렇게 도드라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입덧할 때, 국수를 많이 드셨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음식이 있다면.
임신 중반에 임신성 당뇨진단을 받아서 많이는 먹지 못했어요(웃음). 김치말이국수를 정말 좋아했는데, 먹을 때 마다 거의 울면서 먹었어요. 맛에 감동받아서(웃음).
만화태교를 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아이에게 읽어줬던 만화가 있나요?
아이에게 읽어준 건 따로 없습니다. 특별히 태교도 하지 않았고요.
남편 분도 만화가를 꿈꾸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만약 아이가 그림 실력이 뛰어나다면 밀어주실 건가요?
방해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밀어주거나 하지도 않고요. 독려(?) 정도는 해줄 것 같습니다. 꼭 만화가가 되지 않더라도 드로잉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내가 태어날 때까지』는 아무래도 여성독자(기혼여성)들의 반응이 좋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비 아빠들이 읽어도 좋을 만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독자들의 반응을 어떻게 느끼셨나요?
연재처 특성상 기혼, 특히 아이가 있는 독자들의 의견이 대부분이었는데, 출판 후 더 다양한 감상을 듣게 되어 좋아요.
ⓒ 난다 2014
‘널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엄마는 짐승이 되어가고 있단다’라는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요. 언제 이런 기분을 느끼셨나요?
임신 내내 느끼는 기분이랍니다. 내가 컨트롤 하는 내 몸이라고 생각했는데 임신 후 몸이 아이를 위한 것으로 바뀌더군요. 나의 의지는 정말 끼어들 틈이 없이, 대자연 앞에 한낱 동물일 뿐 잘난 척 하지 말자는 반성(?)이 되었습니다.
쌀이가 현재 22개월이라고 들었어요. 작가님은 어떤 엄마인 것 같으신가요?
아직은 아이의 성장을 따라가고 챙겨주는 것만으로 정신이 없어, 제가 어떤 엄마인지 되돌아 볼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 김창완의 인터뷰를 우연히 읽은 적이 있는데, 아들에게 아무도 밟지 않은 눈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말이 크게 와 닿았어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가능한 아이가 본래 가지고 있는 기질, 스스로 나아가려는 인생에 나의 의지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그냥 평범한 스케치북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합니다.
『어쿠스틱 라이프』 단행본이 7권까지 나왔고, 지금은 시즌9가 끝나고 휴간 중인데요.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손이 간지럽진 않으신가요?
네. 뭔가를 막 그리고 싶어요. 간단하게라도 만화를 그려서 블로그에 올려볼까 생각은 하지만 다음 연재를 위해 좀 더 묵혀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참고 있어요.
『자학의 시』를 가장 좋아하는 만화로 꼽으신 적이 있는데요. 작가님이 좋아하는 만화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인가요?
음 글쎄요.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알 수 있게 하는 만화들이 좋은 것 같아요. 행복하기만 한 만화보다는 불행을 같이 그리고 극복하는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그런 만화들은 덮고 나면 앞으로 살아갈 일에 용기가 생겨서 좋아요.
일상만화 외에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범죄물이요. 근데 전 아마 안 될 거예요.
ⓒ 난다 2014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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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날 때까지난다 글,그림 | 애니북스
주인공 백홍치와 마수철은 6살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 오랫동안 임신을 기다렸지만 좀처럼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사연 있는 부부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그들에게 그토록 기다렸던 아이의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목인 ‘내가 태어날 때까지’는 임신을 한 후부터 아이를 출산하기까지 시간을 의미한다. 남편과 아내로 존재했던 두 사람이 부모가 되어가는, 몸도 마음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계절. 작품은 그 열 달 동안 겪을 수 있는 뭉클하고 애틋하고 행복한 모든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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