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친구를 찾아나서야 한다면
평생 디자이너로서 일하고 가르치며 살다가 손자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면서 그림책작가가 된 레오 리오니. 그의 여느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그림책 또한 단순하고도 명쾌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의문투성이 삶에 대해 건강한 긍정을 선사한다.
글ㆍ사진 이상희
201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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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어떤 인간인지 스스로 문득 묻을 때, 그것이 한탄 섞인 자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면 대개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긴 탓이기 쉽다. 천둥벌거숭이로 뛰어놀던 시절에도 친구와 다투거나 토라질 때면 구석 자리에 웅크린 채 곰곰이 성찰 아닌 성찰에 빠져들지 않았던가.

 

‘그 아이가 정말 내 친구일까?...친구라면서 어찌 그럴 수가 있나? 원래 나쁜 아이를 친구로 잘못 사귀었던가? 내가 나빠서 나쁜 친구를 사귀었나?...아니, 자기가 나쁜 탓에 친구가 그리 했나?....친구 따위, 없어도 좋지 않을까? 내게 꼭 맞는 친구가 있을까? 내게는 어떤 친구가 맞을까? 나는 어떤 아이인가?.......’ 


 멀쩡하게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아이가 배도 아프고 목도 아프다며 책가방을 밀쳐두곤 한다면, 출근 준비를 하던 이가 두통약을 삼킨다면, 이런 질문의 꼬리를 붙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와 어른을 위해 선물하거나 소개하는 <저마다 제 색깔>(원제 A color of his own)은 ‘나란 누구인가?’ ‘친구는 어떻게 생기는가?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같은 것을 다채롭게 사유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평생 디자이너로서 일하고 가르치며 살다가 손자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면서 그림책작가가 된 레오 리오니. 그의 여느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그림책 또한 단순하고도 명쾌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의문투성이 삶에 대해 건강한 긍정을 선사한다.   


 ‘앵무새는 초록./ 금붕어는 빨강./ 코끼리는 잿빛./ 돼지는 분홍빛./’ 이라며 차례차례 색깔이며 모양이 선명한 앵무새와 금붕어와 코끼리와 돼지를 보여주며 짐짓 나른하게 서두를 열어가던 내레이션이 ‘모두들 저마다 제 색깔이 있는데/카멜레온만 없어요.’ 라고 주인공을 소개할 때 카멜레온에 대한 상식과 정보가 많은 독자일수록 물음표가 많아진다. ‘뭐라고? 카멜레온이 색깔이 없다고? 카멜레온은 색깔이 너무 많은 줄 알았는데? 언제 어디서나 자기를 숨길 수 있는 멋진 특성의 소유자라던데?’ 


 이 카멜레온은 우리 자신을 많이 닮았다. 자신만이 지닌 놀라운 특성을 부정하며 못마땅해 한다. 못마땅해 하는 데서 나아가 그것을 단점으로 여긴다. 변치 않는 자기만의 색깔을 지닐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고심 끝에 늘 푸른 나뭇일(늘 푸를 거라고 생각한 나뭇잎) 위에 앉기로 마음먹고, 푸른 잎 중에서도 가장 푸른 잎을 골라 올라간다.

 

그림책 
하지만 가을이 되자 나뭇잎은 노랗게 물들었고
카멜레온도 노랗게 물들었어요.

 

 노랗게 물든 나뭇잎에 의해 노랗게 변한 카멜레온은 거듭 거듭 실패한다. 나뭇잎이 다시 붉게 변하면서 카멜레온도 붉어진다. 심지어 겨울이 되어 찬바람에 나뭇잎이 날려가자 카멜레온도 함께 날려가는 대실패를 겪는다. 기나긴 겨울밤의 절망에 이르러 겨울밤만큼이나 캄캄하고 컴컴한 색이 된다. 

 

그림책

 

 봄이라는 자연의 대전환 덕분에 카멜레온에게도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 카멜레온은 초록 풀밭에 있게 되고, 거기서 다른 카멜레온을 만난다. 카멜레온은 혼자 품고 있던 고민을 털어놓는다. “우리(카멜레온)는 영영 우리만의 색깔을 가질 수 없을까?”


 다른 카멜레온은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슬기롭다. 카멜레온이란 한 가지 색깔을 가질 수 없는 법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카멜레온끼리 친구가 되면 그 이상한 문제가 해결된다는 얘기를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우리 둘이 함께 있으면, 가는 데마다 색깔이 변하더라도 우리 둘은 언제나 같은 색깔일 거야.” (이 멋진 대사를 청춘남녀에게 빌려주느니, 연인을 찾으면 이 그림책을 구해서 이 장면에 책갈피를 꽂아 선물할 것!)


 이제 카멜레온 둘은 함께 지낸다. 정말 둘이 함께 있으니 둘이 함께 보라색이 되어 신나고, 둘이 함께 노란색이 되어 재미있다. 둘이 같이 지내는 덕분에 카멜레온다운 특성이 강화되었을까, 빨간 바탕에 물방울무늬(레오 리오니가 선사하는 또 한번의 전복적 위트)를 즐기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언제 어디서나 같은 색깔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산다.

 

그림책

 

 그러니, 친구 따위라니! 친구는 꼭 있어야 한다. 나와 같아서 나를 되비춰 볼 수 있는 친구, 그들과 다른 우리만의 정체성을 함께 들여다보고 누릴 친구, 그리하여 더욱 뚜렷이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해주는 친구....... 친구를 찾아 나서자. 

  
 

 

 

※친구를 찾아 나설 때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

 

 

큰 늑대 작은 늑대



나딘 브룅코슴 글/올리비에 탈레크 그림/이주희 역 | 시공주니어

이름도 모르는 낯선 존재를 나만의 특별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어릴 적부터 그 사람과 어떻게 소통하고 더불어 살아갈지 배워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의 어린이책 작가 나딘 브룅코슴은 이러한 관계 맺기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큰 늑대와 작은 늑대>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토끼의 친구는 어디 있지?



샬롯 졸로토 글/헬렌 크레이그 그림/이경혜 역 | 문학과지성사

어느 날 작은 토끼 한마리가 커다란 느룹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다가 깨어났습니다. 그런데 문득 숲 속이 너무 고요하게 느껴졌지요. 토끼는 생각했습니다. 나 같은 토끼가 또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지요. 나무 위에서 졸고 있는 늙은 올빼미에게서 이스터에 토끼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토끼는 길을 떠났습니다. 이스터를 찾아서요. 아주아주 더운 여름을 지나, 폭풍우 치는 곳을 지나,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도록 토끼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과 똑같은 작은 발자국을 발견했지요.



 

 

 

친구가 생긴 날



나카가와 히로타카 글/히로카와 사에코 그림/고향옥 역 | 한울림어린이

꼬마 악어 카이는 왜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친구가 있으면 오히려 귀찮은 게 더 많은데 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토끼 미미가 카이에게 다가와 말하지요. "우리, 친구하자." 카이가 아직 친구가 되겠다는 말도 안 했는데, 미미는 같이 풀밭에 놀러가자고 합니다. 별로 내키진 않지만 결국 미미와 함께 풀밭으로 놀러가는 카이. 과연 카이는 미미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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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마다 제 색깔 #카멜레온 #동화책 #그림책
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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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보석

2014.08.24

손자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다가 작가가 되시다니...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커다란지 보이는군요.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것도,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것도 나름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와 같아서 나를 되비춰 볼 수 있는 친구도 필요하고, 나와 너무나 달라서 나를 더 잘 알 수 있는 친구도 소중한것 같아요.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즐겁고, 신나고, 행복한... 그런 친구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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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

2014.08.21

알록달록한 색감이 너무 귀여워요! 조카에게 추천해주고싶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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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201304

2014.08.21

비슷한 색을 가진 사람 속에 있어야 마음이 편했던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다른 색도 참 매력적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다양함, 모두 제 색깔을 주저없이 낼 수 있는 그런 세상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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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그림책 번역가로 그림책 전문 어린이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와 그림책작가 양성코스‘이상희의 그림책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림책 전문 도서관 건립과 그림책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소 찾는 아이』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은혜 갚은 꿩이야기』『봄의 여신 수로부인』등에 글을 썼고, 『심프』『바구니 달』『작은 기차』『마법 침대』등을 번역했으며, 그림책 이론서 『그림책쓰기』,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