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책들이 참 많습니다. 책에 대한 역사부터, 책 읽는 법, 책 고르는 법, 얕고 깊은 서평과 가벼운 에세이까지 참 많기도 합니다. 이들 중에서 꾸준히 몇 권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몇 권은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습니다. 책에 대한 책을 읽는 독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책이 이렇듯 많은 이유는 책 자체가 중요한 학문적 텍스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광범위한 의미에서) 작가라는 존재 자체가 책의 우주 속에 사는 이들이기에 책에 대한 헌사, 책에 대한 오마주를 멈출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책에 대한 사랑을 감출 수 없는 것이지요. 그림책에서도 '책에 대한 그림책'이 꽤 많은데, 이 역시 작가들이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러브레터 쓰기'를 멈출 수 없는데다 어린 독자들에게 책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용하고 아름다운지 알려 주고픈 열띤 마음 때문이겠지요. 그런 두 권의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실망을 안기지 않을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당신이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 그림책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먼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이자, 한국인이 특별히 사랑하는 앤서니 브라운의 『윌리의 신기한 모험』입니다. 윌리는 『고릴라』 『동물원』 『돼지책』 등으로 한국 독자들의 전폭적인 애정을 받고 있는 브라운이 만들어낸 주인공 중에서 가장 따뜻한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그의 작품에는 흔히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르는 냉정한 어른, 속물적인 어른이 등장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서 크고 작은 슬픔과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세계가 그려집니다. 아마도 브라운은 그런 것이 실제 우리들 삶, 아이들의 삶이라고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윌리 시리즈에는 그런 냉소가 없습니다. 축구를 좋아하고, 공상을 즐기는 윌리는 착하고, 마음이 약간 여리긴 하지만, 언제나 애쓰고 노력하는 씩씩한 아이입니다.
“여긴 내가 날마다 다니는 곳이야. 이 문으로 들어가면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궁금하지 않니? 함께 가보지 않을래?”
독자라면 당연히 윌리의 뒤를 따라가며 책 페이지를 넘기겠지요. 윌리가 이끄는 곳은 바로 책의 세계입니다. 윌리는 차례로 『로빈슨 크루소』 『보물섬』 『로빈 후드』 『부싯깃 통』 『피터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라푼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피노키오』 등 10편의 작품속에 뛰어들어 결정적 순간의 주인공이 됩니다.
예를 들어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독자들로서는 책장을 넘기자마자) 곧바로 어둡고 깊은 굴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앨리스가 되고, 회오리바람에 휘말린 캔자스시티의 도로시가 되며, 고래 배 속으로 빨려 들어간 피노키오가 됩니다. 그림속에 여러 상징과 수수께끼를 숨겨 놓는 작가의 독특한 장치는 여전합니다. 물론 이번엔 모두 책과 관련된 것입니다. 앨리스가 된 윌리가 떨어지는 깊은 토끼굴은 책장으로 둘러싸여있고, 로빈슨 크루소의 총은 연필이며, 도로시의 집과 라푼젤의 성은 책으로 만들어진 식입니다.
윌리의 모험이 독자를 책으로 이끄는 즐거운 놀이라면, 『책으로 집을 지은 아이』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운 아이가 그 지식의 힘으로 세상으로 나가는 진지한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19명의 형과 누나를 둔 막내 말리크. 늦게까지 놀기 좋아하는 천진한 아이가 어느 날 혼자가 됩니다. 다정한 엄마에 이어 늙은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기 떄문입니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집과 땅을 유산으로 남기지만, 말리크에겐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말리크의 형과 누나들이 다락방에 쌓여있던 책을 집밖으로 던져버리자, 말리크는 책으로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살아갑니다. 우울한 날에 팝업북을 열고, 슬픈 날엔 무거운 책을, 낮엔 지도책을 보고, 밤이면 별자리 책을 읽습니다. 말리크는 책으로 지은 집에서 책을 통해 세상의 지식을 배워나갑니다.
“책을 읽다 보면 넓고 큰 우주 속에서 한낱 티끌만도 못한 작고 작은 존재같아.”라는 말리크. 하지만 말리크는 꿈속에 나타난 엄마의 “네가 책 속에서 배운 것은 우주보다 넓으니 겁내지 말고 세상으로 나가라”는 말에 용기를 내 봅니다. 아이는 책에서 배운 지식과 용기를 가슴과 머리에 품고, 진짜 세상 속으로 나아갑니다.
큰 판형의 책에 펼쳐지는 무게감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삽화가 깊이를 더합니다. 특히 아이의 표정에 너무 풍부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또 행복하게 한다. 처음 겉장을 넘기면 책을 읽고 있는 아이가 나옵니다. 외롭고 쓸쓸한 이 아이의 표정이 얼마나 행복한지, 책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또 그 속에 얼마나 엄청난 지식으르 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함께 선물하면 좋은 책
프란치스카 비어만 저/김경연 역 | 주니어김영사
책을 너무 사랑해 결국 책을 먹게된 여우 이야기. 책값이 워낙 비싸 마음껏 책을 읽고 먹을 수가 없는 여우는 결국 도서관을 털기로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여우는 책을 쓰게된다.
클로드 부종 글,그림/최윤정 역 | 비룡소
책을 한 권 발견하게 된 토끼 형제는 황홀하고 신기한 책 세계에 푹 빠져든다. 그런데 여우가 나타나고, 여우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다. 이 토끼 형제는 책으로 여우를 물리친다. 책이 얼마나 여러 용도를 지녔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추천 기사]
- 누군가에게 꽃을 주고 싶을 때
- 시골에서 방학을 보낼 아이에게
- 불을 켜지 않으면 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
-초록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현미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92년부터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 세계에 매료됐다. 그림책 『불할아버지』 어린이책 『알고 싶은 게 많은 꼬마 궁금이』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등을 썼고,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을 공저로 출간했다. 현재 문화일보 문화부에서 영화와 어린이ㆍ청소년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눈부신햇살
2014.09.12
레몬맛소나기
2014.08.26
책으로 집을 지은 아이.. 제목부터 흥미진진한대요??
스마트폰이랑 게임에 빠져있는 조카들한테 책선물해야겠어요~
빛나는보석
2014.08.1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