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에 대한 칼럼을 공유했다. 우리는 그 칼럼을 함께 읽으며 그 단어가 현대 사회에 어떻게 자리매김 하고 있으며 그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무엇이냐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가 아닌, 부끄럽지만 아무개는 소시오네~ 사이코네~하는 그야말로 질 낮은 뒷담화를 나눴다. 사실 사이코니 소시오니 하는 건 조금 과장된 표현이고, 나는 그저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마스다 미리의 『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포털에 검색해 보면 제목에 완전 공감한다는 글이 대다수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YES24 메인 화면에 노출되는 도서를 선정하는 편집회의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MD가 책소개로 입을 떼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제목 참 잘 지었네.’, ‘좋아요’, ‘완전공감x100’의 눈빛을 던졌고, 다음 책 소개로 넘어가자마자 그 책은 편집회의 시간 내내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떠돌며 사랑 받았다.(아마도 회의가 끝난 직후 구매한 사람도 상당 수 일 듯) 그 광경을 보며 너무 뻔한 사실이지만 뭔가 오묘하고 오싹한 감정이 스쳤다. 아무래도 싫은 너도 아무래도 싫은 누군가가 있구나. 암. 당연한 얘기를! 과연 나는 몇 명에게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뒷담화를 하고 난 후는 참 찝찝할 뿐 더러 자아비판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기 반성의 시간은 찾아왔다.
지각 한 번 안하고 업무 시간에 땡땡이 칠 줄 모르는 수짱. 성실하게 오랜 시간 함께한 아르바이트생에게 정규직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좋은 상사 수짱. 그런 그녀에게도 싫은 사람이 있다. 위에도 말했듯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위안은 된다. 그녀는 30대 여성들의 워너비는 되지 못했을 지 모르지만 어느새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거나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는 약손이 되었다. 그나저나 수짱은 어떠한 해결책을 찾았을까?
초등학생도 아니고 “선생님 쟤는 싫어요. 짝꿍 바꿔주세요.” 라고 말하고자 하고자 했다면 30대 중반인 필자가 너무 찌질하지 않은가. 글이 길어질수록 너무 찌질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백스페이스 키를 커서가 멈출 때 까지 누르고 싶어지지만 (너무 졸리기에) 이쯤에서 사회생활 10여년 간의 노하우가 담긴 나만의 해결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수짱은 최선의 선택을 했겠지만 우리 모두에게 유효한 결정은 아닐 것이다. 어디를 가든 우리는 아무리 마음을 고쳐먹고 다잡아봐도 미움의 씨앗을 품게 될 테니까.
이 미움의 씨앗이 최대한 더디게 싹을 틔우고 성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싫은 사람을 좋아하도록 노력해 보자는 건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요즘 가슴에 폭탄까지 안겨주는 비현실적인 방법일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떡 하나를 더 주는 건? 내게 고마운 일을 해준 사람에게 좀 더 고마운 사람이 되어 보는 건? 외로워 보이는 누군가에게 미소 한 번 지어보는 건? 지하철 역 앞에서 빅이슈 잡지를 한 권 사보는 건? 마음 속 참을 수 없던 짜증스러움이 조금은 중화될 것이고 심지어 보람이라는 걸 느낄 지도 모른다.
여러분은 지금 ‘좋은 일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라는 인성 동화를 읽은 기분 일지도 모르겠다. 유치한 마음에 다시 백스페이스 키로 오른쪽 중지가 향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 솔직히 말하면 너무 졸리다. 마감 시간도 넘겼다. 나는 원고를 요청한 팀에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 진심으로 사과 해야겠다. 무슨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할 때 늘 중요한 건 진심이 담겼느냐 인 것 같다. 진상과 진국은 종이 한 장 차이고, 진심은 분명히 통하게 마련이니까.
- 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역 | 이봄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서 수짱은 이제 카페 점장이 된 지 2년째에 접어든다. 이제 점장이니 사람 사이의 갈등이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런 중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 사람은 늘 손님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의 뒷담화를 입에 달고 다니고, 무심한척 일부러 상대방의 상처를 건드리는 말을 하고, 걸핏하면 자신이 주인의 딸임을 내세워 점장인 수짱의 의견을 무시하려 드는 카페 주인의 딸 무카이. 수짱은 그런 무카이의 장점을 찾아보려고도 하고 좋아하려고 노력도 해보지만, 좋아할 수 없어 다시 괴로워진다. 어느 곳에나 꼭 한 명씩 있는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
- 나, 소시오패스 M.E.토머스 저/김학영 역 | 푸른숲
전 세계 백만 명 이상이 방문한 블로그 소시오패스월드 닷컴(www.sociopathworld.com)의 운영자이자 현직 법학 교수인 M. E. 토머스. 제 발로 의사를 찾아가 소시오패스 검사와 진단을 요구했던 그녀는 자신의 삶을 뼈대로 검증된 이론과 블로그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나눈 간접 경험을 더해 어렴풋한 소시오패스의 이미지를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어린 시절부터 학창시절, 검사와 변호사로 활동한 때 그리고 존경받는 법학 교수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소상하게 독자들 앞에 펼쳐놓으며 소시오패스라는 다르면서도 특별한 인간형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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