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 표창원의 원칙과 믿음 (2)
저는 지금도 아무런 직업이나 외피가 없지만 전혀 상실감이나 초조감을 느끼지 않아요. 아마 누구도 그런 걸 발견 못하실 걸요? 왜냐하면 저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고 저 자신을 사랑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누구 못지않다고 느끼거든요. 필요하다면 모든 길이 막혔을 때 육체를 사용한 노동을 통한 땀의 결실로 살아나가는 것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와 자세가 되어 있어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거죠.
20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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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주의자 표창원의 원칙과 믿음 (1)에서 이어집니다
한국에서는 왜 ‘노동 보수’가 불가능할까?
김태훈 : 굉장히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꼼수>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진행하셨을 때, 그들이 이뤘던 성과가 있지만 그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동력-공격적인 측면이라든지 언어에 있어서 퇴폐적인 부분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오히려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데는 악으로써 작용했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들었습니다. 결국 대한민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조금 더 사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보수를 양산해내는 방식이, 기존의 보수라고 잘못 이해되고 있는 탐욕스러운 자본 중심적인 사람들을 사회 속에서 제거해내고 아름다운 형태의 국가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이라고 얘기하고 계신 것 같아요.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상들을 제대로 확립시켜 주었을 때, 그래서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을 때, 단순히 저들이 싫어서 진보가 되거나 진보가 싫어서 보수가 되는 게 아니라 다른 형태의 논의들과 정치형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표창원 : 그렇죠. 예를 들어서 미국에는 ‘노동 보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노동자인데 보수인 거죠. 본인이 자인하고 있고 그 부분을 인식하고 있단 말이죠. 자신들의 사회 경제적인 소속 계층은 노동자층이에요. 집단적인 소속 이익으로만 생각하면 이들은 당연히 진보로 분류되어야 할 사람들인데, 몰라서가 아니라 본인들 스스로 보수를 선택합니다. 왜냐하면 소수의 자본 계급과 화이트컬러들이 부의 상당부분을 독점하는 세상 속에서 노동자의 권익과 그들의 근로 조건, 처우에 대한 부분들이 현실적으로 보장된다는 인식과 파악을 한 거예요. 반면에 진보는 노조 운동을 과격하게 하거나 회사의 경영에 대한 노조의 간섭을 하는 방식 등으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주장하는데요. 겉으로 볼 때는 좋아 보이지만 그러한 운동이 지배하는 회사나 지역 내에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이 얼마인가를 봤을 때, 노동 보수들이 경영진들과 협력해서 해 나가는 곳보다 훨씬 낮다는 거죠. 그런 판단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 현실성이 보수가 가진 힘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다는 것이고 협력정신이 있다는 것이죠.
김태훈 :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노동 보수라는 개념이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표창원 : 현재로서는 존재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갈등적인 구조가 되어 있고요. 노동자에 대한 경영진의 태도랄까 노동 계층에 대한 사회적인 태도 자체가 대단히 비하적이고 모멸적이고, 인간의 권리에 대한 존중을 잘 하지 않는 분위기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삼성이라는 그룹을 봤을 때 삼성에서 일하는 분들이 노조가 없는 지금의 상태가 좋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다는 말이죠. 양쪽 중에서 누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인식들이 자유롭게 개진되고 논쟁이 일어나고 실제로 노조가 없는 상태가 좋다고 받아들인다면, 노동 보수도 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 반대쪽에 있는 노동자들은 ‘너희들은 속고 있다, 진보 진영으로 와라’라고 할 수도 있는 거죠. 다만 그것이 강요하거나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현 상태에 대한 서로의 인식을 드러내고 토론을 벌이고 정보를 공평하게 입수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을 때 건강한 보수, 건강한 진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노동 보수라는 게 있을 수 없는 구조이면서 현실적으로는 노동 보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투표 행위를 할 때 보면 진보에 대한 투표를 하지 않지만 자신의 노동자적 지위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열악한 환경과 권리의 박탈 문제에 대해서는 분노하고 있죠. 그것을 가르는 분기점은 무엇일까요? 그건 진보나 보수의 이념이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 종북, 북한과의 문제, 인맥, 지역, 이런 것들로 이루어진단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대단히 유아적이고 원시적인 상태에서 이념이나 정치나 사상이나 자신의 삶에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될 때, 이뤄지는 선택들이 굉장히 불행한 상태에 있다고 있어요.
김태훈 : 정치활동 자체도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아니라 감정적인 측면에 의해서 지배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씀이시죠. 노동 보수라는 건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제가 얼마 전에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베트남에 갈 때마다 공산주의 국가라기보다는 그냥 민족주의 국가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아요. 그런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부자가 음식점에 들어와서 종업원을 대할 때도 거친 행동이 전혀 보이지 않고, 소위 사회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대할 때도 비굴한 모습들이 거의 없어요. 가이드에게 물어 봤더니 돈이 없어서 불편할 수는 있지만 돈이 없어서 무시당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인간에 대한 존엄을 중심에 놓은 사회였을 때, 돈이라는 것은 삶의 수단으로써만 인식되는 사회였을 때,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멋진 관계도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동 보수라는 측면도 안정적인 측면에서의 사회적 시스템, 그리고 지금 내 직업에 만족하면 내가 부자가 아닐지언정 사회적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시당하지 않는 부분들. 그것이 보수가 추구해야 될 사회적인 가치라고 말씀하시는 거죠?
표창원 : 그렇죠. 보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거죠. 사실은 마음속에서는 ‘너는 어떻게 그러고 사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는 순간 천박함이 되는 거죠. 인권에 반하는 것이고 옳지 않은 것이고 비도덕적인 것이 되는 것이죠. 미국이나 유럽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은 자들이 없는 자들을 공개적으로 멸시하고 무시하느냐, 전혀 그렇지 않단 말이죠. 어디를 가나 서로를 대단히 존중하고 있죠.
김태훈 : 해외 여행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풍경이 있었나요?
표창원 : 예를 들어서 공항에서 화장실 청소하는 분들은 여행객에 대해서 대단히 고압적이에요. 청소하다가 걸리적거리면 나가라고 해요. 한국적인 사회에서 있다가 가면 깜짝깜짝 놀라요. 왜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죠. 그 사회 내에서는 권력을 가진 자들도 거리 순경한테 교통 법규 위반 딱지를 떼면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일부러 보여주는 거죠. 그렇게 됐을 때 사람들이 가진 자들 또는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에 대한 공적인 불만ㆍ분노가 생기지 않으니까요. 자기가 처해 있는 노동자로서의 지위나 삶에 대해서 크나큰 불만이나 분노를 느끼지 않게 되고요. 그랬을 때 결과적으로 현 질서가 유지되는 안정을 가져오거든요. 그런데 그들끼리의 리그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면 별 얘기들이 다 나와요. 자신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노동 계급에 대한 우화, 비하, 비난 같은 인식들이 드러나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 반대로 노동자 계급들이 모여 있을 때는 가진 자들에 대한 조롱과 희화를 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사회적이고 공적인 자리에서 그것이 드러나게 됐을 때는 커다란 문제가 돼요.
김태훈 :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단 말이에요.
표창원 : 우리는 자신이 가졌다는 걸 과시해야 직성이 풀려요. 주유소에서 기름 넣다가도 종업원 분들에게 반말을 하고요. 흔히 ‘갑질’이라고 하죠. 얼마 전에도 대기업의 상무가 여 승무원에게 기내식에 대한 불만으로 폭행까지 했잖아요. 왜 그런 것들이 표출이 될까요? 그만큼 우리가 살아오면서 그들이 또는 그 부모들이 무시당하고 살아왔다는 데에 대한 한이 많이 쌓이고 그것을 극복한 사람들은 ‘나는 이제 이 위치에 올랐기 때문에 아래에 있는 너희들에게 내가 얼마나 가졌는지 입증하고 싶어’라는 무의식적인 욕구의 발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서 고부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잖아요. 시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은 며느리는 자기가 시어머니가 됐을 때 며느리를 사랑해주고 보듬어주죠. 그렇지만 시어머니에게 구박은 받은 며느리는 ‘나는 절대로 이러지 않을 거야’ 결심하지만 막상 시어머니가 되면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되돌려주는 사람들도 있는 것처럼요.
김태훈 : 남자들도 군대에서 그런 경험들이 있죠(웃음).
표창원 : 그렇죠. 고참에게 괴롭힘 받은 걸 후임에게 그대로 하죠(웃음). 그것이 역사적으로 본다면 일제 36년간의 상흔이 너무나 크게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거죠. 당시에 당했던 조센징, 이등시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갈구가 친일파를 만들기도 했고요. 사회 전반적으로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한 봉건, 구체제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는 거죠. 신분제가 돈으로 치환되면서 돈을 많이 벌게 된 자들이 무의식 속에 남아있는 피해의식-멸시받고 천시 받았던 것들을 타인에게 풀어냄으로써 해소시키고자 하는 아직까지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제는 그것을 풀어낼 때가 되었는데, 바꾸려고 하다가도 자신들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하층에서 자신들을 전복시킬까봐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더더욱 사회적인 화해를 시도하지 못하는 거죠. 특히 지금 현재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상당수는 친일이라는 문제에 직ㆍ간접적으로 얽혀있다 보니까 이 문제 현상의 근원을 해결하는 역사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자꾸 차단이나 왜곡을 하려고 하게 되고, 우리가 갖고 있는 불행한-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해결작업을 선뜻 해내지 못하고 있는 거죠.
우리가 행복한 대통령을 본 적 있습니까?
김태훈 : “보수가 왜 제대로 된 보수의 상을 갖지 못했을까?”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대한민국 보수의 출발점 자체가 친일파를 중심으로 한 국가 독점 자본주의 하에서의 인물들이 보수를 형성하게 되면서부터라고 판단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그런 유래가 별로 없더라고요. 보수주의자들은 대개 애국주의자들이고 국가중심주의자들이고 전통주의자들이고 원칙주의자들인데, 우리의 보수는 그 자체가 기회주의자로서 태동이 됐고, 원칙을 무시한 채 특권을 가지고 시작되었기 때문에 결국 보수의 상이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현실적인 해결방법은 무엇일까요?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정부의 나라가 아닌 삼성의 나라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기업 중심의 국가가 형성이 되어 있는데요. 이것을 단지 강연과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의식의 흐름을 바꿔서 간다는 말은 사실 너무 먼 나라 얘기 같은 느낌도 들거든요.
표창원 : 그것이 보수의 방법이죠.
김태훈 : 천천히 변화를 꾀한다는 말씀이시죠?
표창원 : 혁명이라든지 강제로 국가 권력을 이용하는 방법은 짧은 시간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곧 또 반동을 불러오게 되고요.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런 방법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고요. 결국은 오래 걸릴지라도 정도, 제대로 가는 길이 맞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의 상태가 어떤지,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계속 이야기하는 거죠. 제가 『보수의 품격』이라는 책에서 삼성의 이건희 회장에게 쓴 부분이 그거잖아요. 그분이 읽어보지는 않으시겠지만(웃음), ‘당신은 당신의 아들이 국민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십니까?’ 라는 질문을 던졌잖아요. ‘반칙과 기득권 속에 매몰되어 있는-도덕적이지 않고 지탄받는 모습이 되기를 원합니까? 아니면 스스로 도전에 몸을 던지고 모든 것들을 원칙으로 해 나가면서 삼성이란 그룹의 문제, 모순, 노동자들의 반감, 사회적인 불만을 정면대응해서 해결해 나가는 청년 실업가로서 존경받는 모습이 되기를 원하십니까?’ 이렇게 질문을 던진 건, 꼭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에게만 던진 건 아니거든요. 우리 사회의 기득권들에게 첫째로 묻고 싶은 것은 우리 대학생들이 앞서 던진 질문과 같이 ‘당신들은 안녕합니까?’라는 질문인 거예요.
표창원 : 모든 문제가 불거졌을 때 늘 국민들의 지탄과 손가락질을 받고, 아무리 노력하고 잘하고 사회를 위한 기부와 재단 활동을 많이 하더라도 절대로 재벌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지 않는 이 상황이 괜찮냐는 거죠. 그리고 결국 당신의 자녀들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그들만의 세계 속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나가고, 그러면서 도덕적 타락이라든지 일탈 같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는데 괜찮냐는 거예요. 이런 부분들은 재벌뿐만 아니라 권력을 쥔 자들도 마찬가지고요. 언제 한 번 우리가 행복한 대통령을 본 적 있습니까? 존경받는 대통령이요. 어느 한 쪽에서 추앙받으면 다른 쪽에서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잖아요. 결국은 이런 부분들을 서로 간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하기 위한 대화와 인식의 공유를 해야죠. 그것이 해결책이죠. 반민특위 같은 사회적인 청소를 통해서 과거에 악행을 저질렀고 부도덕했던, 침략세력과 협력하고 동조했던 기회주의적인 그들을 청소해낼 수 있는 시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실패했습니다. 지금 와서 그걸 다시 해야 할까요? 그런 요구를 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그건 현실성도 없을뿐더러 만약에 하더라도 이미 또 다른 형태의 선을 내세운 독재가 되어버리는 거죠. 그리고 이후의 후유증과 반동은 없을까요? 우리에게 행복을 줄까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보거든요.
김태훈 : 해결방안은 어떻게 보십니까?
표창원 : 결국은 상대에 대한 인정 밖에 없어요. 『보수의 품격』에도 썼지만 과거 뿌리가 친일이었건 독재였건 좋다는 거예요. 그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부와 권력을 누리라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그걸 탐내지 않기 때문이죠. 돈을 많이 갖는다고 그만큼 행복한 게 아니란 걸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요. 다만 자신이 가진 부와 지위를 뺏길까봐 두려움과 불안감, 무서움 때문에 자꾸 진입장벽을 쌓고 더욱 더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모순, 정의의 훼손을 이어나가고 있으니까 그건 멈추라는 거죠. 또 중요한 것이 역사 문제잖아요. 자신들의 기득권이 침해 당할까봐 두려워서 역사를 왜곡하려고 끊임없는 시도를 하거든요. 뉴라이트, 교학사 교과서 처럼요. 그럴 필요가 없게끔 만들자는 거예요. 지금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누리되, 제대로 누리라는 거죠. 그리고 존중받으라는 거예요. 반대쪽에 계신 분들에게도 저들이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하고, 현재의 헌법과 법률 체제 부분을 개입하고 왜곡시키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그간의 잘못된 부분들이 드러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전제 하에서, 저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인정하자고 이야기하는 거죠. 저는 그런 사회적 대타협밖에 해결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요.
나의 동력은 ‘정의는 승리한다’는 믿음
김태훈 : 굉장히 외로우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외눈박이 같은 형태의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것이고, 진보 쪽의 입장에서도 당당히 ‘나는 보수다’라고 밝히고 계시기 때문에 그들과 섞여 들어갈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분명히 경계선을 긋고 계시는데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의 가치를 사람들끼리의 어울림에 두셨는데, 대한민국 사회의 어울림이라는 것은 사실 일종의 공범의식 또는 동지의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지 않습니까? 국정원 여직원 사건 때 고백 또는 경고를 하시면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셨을 때, 두렵지는 않으셨습니까?
표창원 : 두려움이 있기는 했죠. 내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을까봐,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어요. 그런데 외부로부터의 두려움-내가 무슨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저 강한 자들이 날 어떻게 할 것이다,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그들이 나를 어떻게 할 건데?’라는 생각도 강했고요(웃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21세기인데 과거 70년대 80년대처럼 날 데려다 고문하겠어?’ 라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죠. 저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기껏해야 고소한다든지, 실제로 국정원에서 고소했고요(웃음). 그리고 불이익을 주는 것일 텐데, 불이익을 주기 전에 제가 교수직을 내려놨기 때문에 저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죠. 저는 나름대로 싸우는 방법을 조금 알기 때문에 두려워할 상황을 만들지 않아 왔죠. 오히려 저들을 두렵게 하려는, 예상치 못한 공격들을 끊임없이 준비하고 실행해 나갔죠(웃음). 어쨌든 외로움이라는 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보수를 주장하면서 보수를 맹렬히 비판ㆍ비난하고 공격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반대로 진보로부터 환영을 받고 지지와 응원, 격려를 받고 있지만 저는 계속 선을 긋고 있거든요. ‘나는 당신들과 같지 않다’고요.
김태훈 : 더구나 진보 쪽 입장에서 또 당황스러웠던 것이 보수를 비난하고 계시기 때문에 ‘같은 편일 것이다’라는 섣부른 판단을 가지고 교수님을 대하게 되면 보수에 대한 명백한 선이라든지 또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진보 쪽과는 다른 견해라든지, 이런 부분에 의해서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표창원 : 결국은 ‘우리 편이 아니구나’라는 걸 분명하게 느끼는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또 다른 형태의 경계심을 가지고 ‘저 사람 괜히 띄워졌다가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지금 조금 흠집을 내놔야겠다’는 시선들도 많이 느낍니다. 다수의 일반적인 시민 분들은 그렇지 않지만, 여전히 저를 불쌍하게 보고 계시지만(웃음), 일부의 진보 진영에 계신 분들 중에는 진보적 시각에서 봤을 때의 문제점들 ‘당신이 그동안 뭘 했느냐, 학생 운동 해본 적 있냐, 민주화 운동에 무엇을 기여했느냐,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서 마치 투사인 것처럼 행동하느냐’, 이런 식의 비난들도 있고요. ‘광야에서 보낸 1년’이라는 타이틀의 제 인터뷰 기사가 나가니까 ‘당신이 언제 광야에 있어봤느냐’는 반응도 왔고요. 저는 상당히 맞는 이야기이고 그 분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하셔야 될 이야기라고 봐요. 그것이 오히려 저를 분명하게, 제가 마치 진보인 것처럼 자신을 속이고 숨어들고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주기 때문에 그런 시각들을 오히려 반기고 있습니다.
김태훈 : 그런 삶에 대한 굳건한 태도들이 지금 당장 만들어진 건 아닐 것 같고요. 예전 교수님의 젊은 날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니까, 당시의 기준으로 봤을 때 또는 당시의 사회적 기준이라든지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기준으로 봤을 때, 굉장히 당돌한 학생이자 조금은 위협적인 대상 같은 느낌도 있었을 것 같아요. 특히 경찰대학에서 계속해서 엎드려뻗쳐와 기합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굴복하시지 않은 일화 같은 경우는, 나중에 주변 사람들이 곤혹스러운 상황까지 내몰릴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떠셨나요?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고수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 않습니까? 교수님이 가지셨던 원칙을 끝까지 지킬 수 있게 만들었던 동력이 된 것은 무엇이었나요? 어린 시절부터의 단순한 경험이라든지 훈련을 통해서만은 아니고, 분명히 생각하신 바가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표창원 : 믿음이죠, 뭐. 가장 단순하게 말씀드리면 ‘정의는 승리한다’에 대한 믿음이죠. ‘내가 만약 나의 이익을 위해서 주장을 하거나 고집을 피운다면 내가 질 것이다, 또는 오류를 내세우면서 고집을 부리고 있다면 결국 나에게 패배가 돌아올 것이다’라고 생각한 거예요. 하지만 ‘내가 옳은 주장을 하고 있고 바람직한 주장을 하면서 누군가와 대치하고 대립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은 힘이 약해서 밀릴 수 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지지 않는다, 겉으로 소수가 되고 밀리고 왜곡되고 핍박받는다 하더라도 나의 주장이 옳았다면 내면적인 만족감과 자신감으로 보상받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 거죠. 그 당시 상황에서도 눈에 보이는 불이익들은 육체적인 고통이잖아요. ‘이런다고 내가 죽겠나? 까짓것, 피부가 벗겨지거나 근육 파열이 일어나면 병원에 가면 되지 뭐’ 하고 생각한 거죠(웃음). 국정원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들이 나한테 뭘 할 건지 개념적으로 상정을 해봐요. 가장 최악의 경우에 내가 받게 될 피해를 받아들일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거든요. 그동안 제가 살아온 경험이나 상대에 대한 분석, 그리고 상황이나 정황에 대한 분석들을 해 봤을 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판단을 했고요. 고통이 두려워서, 내가 받을 불이익이 두려워서, 분명히 잘못된 것인데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것이 나에게는 더 괴롭고 고통스럽다는 인식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죠.
김태훈 : 이야기를 나눌수록 대한민국 보수의 고정개념으로서는 경이로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보수라고 지칭되는 많은 사람들에게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듯한 인상을 받을 때가 대부분인데요. 교수님이 ‘나는 보수주의자다’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하신 행동들은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셨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변호인>은 보편적 정의에 대한 이야기
김태훈 : 조금은 사적인 이야기를 여쭤보고 싶어졌어요. 평상시에 일 안 하실 때는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세요?
표창원 : 쉬고, 놀고, 그렇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아이들하고 놀고 책도 읽고요.
김태훈 : 최근에 보신 영화라든지 들으신 음악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들이 있으셨습니까?
표창원 : 가장 최근에 본 건 <변호인>이죠.
김태훈 : <변호인>에 대한 인상은 어떠셨어요?
표창원 : 감동적이죠. 일단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한 개인과 결부시키는 것에 반대했고요. 그래서 선입견 없이 보려고 노력했고,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분(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무래도 보이죠. 송 변호사의 모습 속에서 당연히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상징이자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국은 그건 우리들의 이야기죠. 우리가 현재도 살고 있는 모습이고 우리가 살아왔던 과거의 모습이고요. ‘그 속에서 던져진 선택의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대응하느냐, 용기란 것이 무엇일까, 용기 있는 저항과 자기발견ㆍ변화를 받아들이는 삶이 어떻게 나아가고, 그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무엇인가’를 대단히 사실적으로 볼 수 있는 영화였다고 봐요. 결국 이건 어떤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ㆍ특정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모두에 대한, 보편적 정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특히 선택의 기로, 갈등의 와중에 서게 된 인간이 어떤 생각과 선택을 해야 할까라는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이 담겨있다고 생각이 됐어요.
김태훈 :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치라든지 현실에서의 보수주의자 이면에 종교적인 신념 같은 것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쌓아 오신 경험이 지금까지 축적이 된 것일 수도 있겠는데요. 개인적으로 종교는 가지고 계십니까?
표창원 : 아. 제 삶에 있어서 종교가 미치는 영향이 크죠.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아주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어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오면서부터 뭐랄까요, 불경스러운-인간의 논리, 사회과학적인 접근방식으로 신앙을 멀리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죠. 특히 종교라는 것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가?, 왜 각자 다른 종교들이 있는가, 다른 종교들 간의 차이는 어떤 것인가, 어쨌든 종교란 것은 모두 같은 것, 즉 선하고 사랑하고 품고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자는 것일 텐데, 그런 목적을 공유하는 종교끼리 방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전쟁을 벌이고 서로를 배척하고 죽이고 미워하고 경멸하는 현상에 대해서 회의감을 많이 가졌죠. 그러면서 스스로는 한 종교에 매몰되기 보다는 각자 다른 종교를 모두 존중하고 종교 때문에 일어나는 부작용은 가급적 줄여나갈 수 있는, 반대로 종교가 할 수 있는 순기능은 도와주는 역할을 하자는 결심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하신 것처럼 제 인생관 자체, 삶에 대한 태도,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위험 앞에서 제가 가지는 신념이나 태도 같은 부분들은 다분히 종교적인 것인 같아요. 현실보다는 내세에 대한 믿음이, 여기가 끝이 아니고 지금 당장 내가 맞닥뜨리는 문제들보다는 조금 더 영구적인 진리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거죠.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지금의 생 안에서는 이루어지지 못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결국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과거의 독립투사들의 경우에도 도산 안창호 선생은 생전에 독립을 못 보셨잖아요. 그렇다고 그 분의 삶이 실패인가, 자기의 삶 속에서는 목적 실현을 못한 것인가, 그렇게 볼 수는 없다는 것이죠. 결국은 삶 이후에도 그분의 정신과 노력들은 남아있는 거잖아요.
김태훈 : 교수님이 가지고 계신 진정한 보수주의에 대한 의문들이 많이 풀렸습니다. 종교적인 신념이란 부분에서.
과연 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김태훈 : 젊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기성세대화 되어가는 인물 중에 한 명으로서, 학교에 갈 때마다 일종의 죄의식 같은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싸워왔다고 했는데 이것밖에 세상을 변화시켜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고, 이제는 너희들의 몫이 아니겠느냐’라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도망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여전히 길을 찾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표창원 : 참 어려운 문제죠. 다만 제가 젊은 친구들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자기의 삶을 살아라’ 라는 거죠, 결국은. 저도 사실은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 분들이 만들어준 기성품 같은 삶의 길에 대한 저항을 무척 많이 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우정이든 뭐든 다른 건 보지 말고 공부에만 전념해라, 그것이 너의 삶의 많은 것들을 해결해 줄 것이다’라는 정답적인 삶에 대해서 저항을 많이 했거든요.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인생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인 거죠. ‘그렇게 살아서 뭐하나, 이미 정해져 있는 길을-남이 간 길을 답습해서 그 사람과 가까운 모습으로 짝퉁 같은 삶을 살아나간다면 많은 돈을 쥐고 높이 올라간다한들 이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의문들이 들었죠. 그래서 하지 말라는 짓도 많이 했거든요(웃음).
표창원 : 남들이 보는 객관적인 삶의 기준, 얼마나 많이 가졌나, 얼마나 높이 올라 갔나?로 제 인생을 보면 성공적인 삶이 아닐지도 몰라요. 그런데 저는 거기에 가치를 두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교수라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들을 버릴 수 있었던 거죠. 저에게는 그것이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것은 그냥 하나의 수단과 방법이고 옷일 뿐인데, 옷은 얼마든지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 수도 있고 여름에는 벗고 지낼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저는 지금도 아무런 직업이나 외피가 없지만 전혀 상실감이나 초조감을 느끼지 않아요. 아마 누구도 그런 걸 발견 못하실 걸요? 왜냐하면 저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고 저 자신을 사랑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누구 못지않다고 느끼거든요. 필요하다면 모든 길이 막혔을 때 육체를 사용한 노동을 통한 땀의 결실로 살아나가는 것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와 자세가 되어 있어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거죠. 그래서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불안감과 초조감을 벗어던지고, 그 불안감과 초조감은 부모님과 기성세대가 심어준 것이거든요. ‘지금 조금이라도 게을리 하거나 딴 생각하면 뒤처지거나 밀린다, 스펙 쌓고 취직을 위한 정답의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고 실패한 삶을 살 것이다’라는-내가 아직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직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다른 이들의 조언이란 말이죠. 그 부분에 너무 매몰되어 있는 거예요. 여기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통해서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하면 다시 한 번 다른 길을 찾지 뭐’라는 용기를 조금 더 가졌으면 좋겠어요.
김태훈 : 저 역시 남들이 보기에는 특정 직업이 없습니다. 13개 정도의 직업을 가지고 생활을 했는데요. 그렇게 살면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웃음). 그때마다 제가 즐겨 해주는 이야기는 ‘불안하다, 그러면 의사나 변호사가 되면 불안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흔히 어떤 대학에 가고 어떤 직업을 갖고 어느 정도의 돈을 벌면 불안이 없어질 거라고 믿고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죽음을 상정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늘 불안하다, 대신 그 불안을 어떻게 하면 잘 달래면서 어깨동무를 하면서 평생을 같이 친하게 지내며 갈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우리 부모세대는 자신들의 불안감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자신들이 여전히 불안한 것이 무엇 무엇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표창원 : 물론 전제가 있어요. 사실 저는 젊은이들 탓만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얼마 전 철도노조 파업 때 나왔던 이야기가 ‘귀족노조, 연봉 6천만 원 이상인데 파업한다’는 거예요. 그 인식 자체가 노동자는 행복해서는 안 되고 여유로워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인 편견을 드러내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젊은이들이 자기들이 존중받는 극소수의 1%에 들어가지 않으면 삶이 불행할 거라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사회가 그렇게 내몰고 있다는 거예요. 겉으로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특정 직업들에 대한 선호와 폄하들을 하게 되고, 자신의 자녀 혹은 그 배우자가 될 수 있는 대상자를 그걸로 평가하잖아요. 제가 제일 공포스러운 게 뭐냐 하면, 우리 아이들의 학교 기숙사에 붙여있는 글귀라는 게 ‘잠을 한 시간 더 자면 배우자의 얼굴이 바뀐다’는 그런 이야기가 참 어린 영혼들을 병들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우리 젊은이들 탓만 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왜 그렇게 사느냐’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많이 반성해야 될 것 같습니다.
김태훈 :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진보들이 참 큰일났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진짜 보수가 나타났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웃음). 저도 진보와 보수 양쪽에 친구들이 있습니다만,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진보들이 보수들을 별로 겁내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이제 겁을 좀 집어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표창원 : 아뇨, 그렇지는 않죠(웃음). 제가 보수의 주류가 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웃음).
보수와 진보라는 단어 자체엔 아무런 향기가 없다. 단지 ‘진정’한 것만이 아름답다. 보수주의자 표창원은 그것을 말해준다.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당신이 지키려하는 것이 당신 자신이라고. 그리고 스스로에게 ‘진짜’가 되라고. | ||
기획: 엄지혜 기자
정리: 임나리
정리: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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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 듣고, 보고, 읽고를 통해 세상을 생각해본다. 삐딱한 편견으로 40여 년을 살았고, 그 편견을 깨기 위해 나머지 시간을 쓰려고 노력중이다.
조 선영
201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