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석 “<서편제>가 갖고 있는 힘, 우리 민족의 정서”
“사실은 할 얘기가 뭐가 있을까 싶어요. <서편제> 벌써 3회째라 인터뷰도 많이 했고. 그렇지만 새해 첫 인터뷰이고, 예스24잖아요. ‘노’도 아니고 ‘예스!’ 그래서 흔쾌히 나왔습니다(웃음).”
글ㆍ사진 윤하정
201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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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났지만 서범석 씨의 유머감각은 여전하네요. 오는 3월 20일 개막할 뮤지컬 <서편제>를 앞두고 유봉 역의 서범석 씨를 연습에 앞서 종로5가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세 번째 유봉인데, 연습할 필요 있겠습니까(웃음)?

세 번째라서 더 부담스럽죠. 두 번째는 부담이 하나도 없었어요. 처음 연강홀에서 공연할 때 기대 이하의 성과였거든요. 그런데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재연할 때는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고, 이번 무대는 기다리는 분들도 계셔서 상당히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죠. 사실 초연, 재연 때도 이 역할 만큼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재연 정도의 제 감정만 유지해도 만족스러운데, 그걸 찾아가는 과정과 또 바뀌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걸 몸에 익히고 대처하는 연습이 필요하죠.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지난 2010년 무대에 오른 뮤지컬 <서편제>는 2011년 제5회 더뮤지컬어워즈 5관왕, 2012년에는 예그린 어워드 4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이지나 연출, 조광화 작가에 대중가요 작곡가 윤일상 씨가 참여하면서 판소리는 물론 팝과 발라드 등 풍성한 음악으로 무대를 채웠는데요. 이번 무대에서는 ‘송화’와 ‘동호’의 드라마가 더욱 강조될 전망입니다. 특히 초연부터 참여하고 있는 이자람, 차지연 씨 외에 장은아 씨가 새롭게 송화로 열연하고, 마이클 리, 송용진, 지오가 동호를 맡아 새로운 <서편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작품이 크게 달라질 건 없어요. 아무리 몸부림 쳐도 원작이 갖고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동호라는 인물을 초연이나 재연에서 잘 풀어내지 못했어요. 인물에 정당성을 심어주고, 관객과 교감할 수 있도록 풀어가는 게 숙제인 것 같아요.

유봉 역시 전작들과 달리 좀 더 세밀하게 찾아가는 부분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바뀔 게 없죠(웃음). 이미 다 초연 때부터 원작을 독파하고 이 인물에 대한 이해를 확실히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뭘 더 찾아보자는 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나이를 두 살 더 먹었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성숙도가 있겠죠. 이 사람은 어떻게 보면 소리 때문에 딸의 눈을 멀게 했다는 말을 듣는데, 예술혼과 함께 딸을 곁에 두고 싶은 인간적인 마음이 있었죠. 외로움을 더 두려워했기 때문에 득음을 빙자해서 송화를 자기 곁에 두려 했다고 저는 해석하고 있어요. 엄하고 대쪽 같지만 그 안에는 ‘서편제’의 여리고 섬세한 정서들이 있는데, 유봉에게서 그런 부분을 살짝 노출하고 싶어요.




서범석 씨도 그렇지만, 이자람 씨나 차지연 씨 역시 초연 때부터 참여했던 만큼 작품에 대한 애착이나 배역에 대한 해석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지요?

아직까지는 개별연습이라서 전체적으로는 많이 못 느끼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자람과 차지연 없는 서편제는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번 공연 때도 이 두 사람이 캐스팅됐느냐가 관건이었죠.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은 대한민국 어떤 배우들도 표현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제게 주는 영향력, 에너지가 있거든요. 제가 <서편제>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창작이기 때문입니다. 원작이 좋잖아요. 원작이 갖고 있는 우리 민족의 정서, 사람에 대한 정서가 뿌리 깊고요.

‘동호’는 다소 의외의 캐스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판소리가 기반이 되는 작품인데, 마이클 리 씨는 우리말에 서툰 부분이 있고, 지오 씨는 가수 출신인데요.

저는 무조건 환영해요. 제가 선을 갖고 있으면 작품에 해가 되거든요. 알아서 잘 뽑았을 테고, 어차피 넘나드는 시대잖아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동호는 언어적으로 장애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유봉이 갖고 있는 소리에 대한 강박 때문에 무언가 짓눌린 것이 있을수록 캐릭터에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마이클 리 같은 경우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워낙 노래를 잘하고 배역에 대한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을 것 같아요.


<서편제> 초연에서 이번 공연 사이, 서범석 씨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었습니다. 지난해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는 이준의 매니저 김장호 역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요.

넘나들어야 하는데, 넘보고만 있습니다(웃음). 연기적인 영역을 넓히고 싶어요. 뮤지컬계에서는 원로가 됐죠. 하지만 제 나이가 영화나 드라마판에서는 중견밖에 되지 않아요. 이제 노래로 관객들과 교류하는 법은 아는 것 같고, 대사만으로도 교감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사실입니다. 한편으로는 뮤지컬을 좀 더 오래하고 싶어서 넘나드는 것도 있어요. 이제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으면 뮤지컬계에서 안 써주거든요. 뮤지컬 시장이 그렇게 됐고, 그래서 시도할 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보니 서범석 씨는 2012년, 그렇게 바라던 <맨 오브 라만차>에도 참여했네요. 갈망하던 배역을 해낸 소감은 어떨까요?

그 작품을 하느라고 놓친 작품들도 많았죠. 그런데 그때는 무조건 <맨 오브 라만차>를 했어야 했고, 선택을 후회할 틈도 없이 지나갔더라고요. 연장까지 하면서 6개월 동안 정말 원 없이 했고, 그런데도 그 속에서 다시 찾고 싶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면 또 하고 싶어요.




데뷔 21년차 배우에게 적당한 질문은 아닌 것 같지만, 아직도 꼭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보통 데뷔 10년 이상 되면 캐릭터를 따지지는 않는다고 답하는데, 서범석 씨는 물을 때마다 새로운 배역들을 토해냅니다(웃음).

많습니다. 일단 <헤드윅>을 해보고 싶은데 이건 안 시켜줄 것 같고(웃음), <지킬 앤 하이드>는 아쉬움이 짙어요. 그때는 하이드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킬을 더 잘했어야 했더라고요. 올해 지킬 10주년인데 어떻게 3회라도 출연해서 그 한을 풀어보고 싶습니다. 기사에 꼭 좀 써주세요(웃음).

희망하는 것을 향해 거침없이 시도하고 노력하는 점이 서범석 씨가 데뷔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인정받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실제로 그는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로도 유명하고요.

최근에 <폭풍의 언덕>이 무산되면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석 달을 쉬었어요. ‘서범석표 뮤지컬’은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래나 연기를 아주 잘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잘하고, 제 캐릭터가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정말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죠. 후배들이 ‘성실의 아이콘’으로 저를 존경하고 좋아했으니까요. 그런데 ‘적당히 하자’로 방향을 틀었어요. 어느 순간 너무 열심히 하는 연기자는 틀에 갇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미 성실한 연기는 갖고 있기 때문에 좀 놀다 보면 또 다른 색깔이 입혀지지 않을까... 정형화된 것에서 벗어나 무대 위에서도 본능적인 느낌으로 가보곤 했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녹아들지 모르겠습니다.

배우 서범석의 2014년 큰 목표는 무엇일까요?

좀 더 적극적으로 몸부림을 쳐봐야겠다! 뮤지컬로 시작해서 전 장르로 연기 영역을 넓힌 배우로 중심을 잘 잡으려면 기다리는 단계에서 벗어나 몸부림 한 번 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조승우, 엄기준, 오만석, 유준상, 조정석 이런 친구들 높이 평가합니다. 그들이 뮤지컬을 더 알려줬고, 준수가 와서 뮤지컬을 더 잘 되게 해줬고요. 저는 또 제 갈 길이 있으니까, 그 길을 잘 찾아가야죠.

무언가 희망하고, 시도하고 노력해서 이루고, 보람과 희열을 느끼고. 그런 과정이 느슨해질 때 사람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고 사는 재미도 잃는 것 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40대 중반의 배우 서범석은 여전히 꿈꾸고 새롭게 시도하는 것들이 있어서인지 인터뷰 내내 기운차 보였어요. 뮤지컬 <서편제>는 오는 3월 20일부터 5월 11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됩니다. 배우 서범석을 비롯해 <서편제> 베테랑인 제작진과 배우들, 또 새롭게 호흡하는 배우들이 어떤 소리를 담아낼지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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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 #서편제 #이자람 #차지연 #윤일상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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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4.07.10

정형화된 것에서 벗어나 무대 위에서도 본능적인 느낌으로 가보곤 했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녹아들지 모르겠습니다. 라니 그럴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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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선

2014.03.05

뮤지컬로 보는 서편제... 영화와는 또 다른 감동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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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