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우유(Vidulgi OoyoO), ‘슈게이징’이라는 변방에서 ‘록’이라는 중원으로 접근하다
포스트록에서 사이키델릭까지, 유사한 장르들을 폭 넓게 포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4인조 록 밴드 비둘기 우유의 앨범 또한 반갑네요.
201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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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우유(Vidulgi OoyoO)
4인조 록 밴드 비둘기 우유의 가장 큰 특징은 포스트록에서 슈게이징, 사이키델릭까지 유사한 장르들을 폭 넓게 포괄하는 음악 스타일에 있다. 이들의 신보 는 이러한 장르의 유사점들을 적절히 취합하고 있다. 대중가요는 물론 인디에서도 주류를 이루는 음악이 아니라는 점에서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팬들의 이목은 그 작품을 향해 집중되곤 한다. 다행히도 는 그 열망을 충족시킨다.
사실 포스트록이나 슈게이징은 국내 인디 음악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연주 음악이 많고 곡의 길이가 길다는 등의 이유로 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차지한다거나 단독공연을 자주 가지는 등의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장르는 아니다. 그럼에도 포스트록이나 슈게이징만의 독특한 작법이나 구성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필자를 포함하여 이에 매료된 팬들 역시 적지 않다.
동종의 음악을 하나로 배합했기 때문에 이번 앨범이 하나의 색으로 완벽하게 재단되어 있지는 않다. 그리고 이 점은 포스트록이나 슈게이징이 흔히 가지고 있는 장르적인 문법을 파괴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포스트록을 마주하면 흔히 떠올리는 서서히 폭발하는 절정 혹은 느린 템포의 완급조절이 앨범에서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변화되어 나타난다.
중용의 미덕이 돋보인다. 「Infinity」나 「Good night shining」에서는 전반부에 메인 테마를 내세운 뒤 잠깐의 휴지기를 가지고 나서 다시 메인 테마를 반복하는 식으로 곡을 구성한다. 반면 「Alley」처럼 한 겹씩 층을 쌓아가면서 절정을 만들어내는 보편적인 방식의 곡도 수록되어 있다. 「Intro」의 기타 사운드를 「I dreamt kum in yume」에서 반복시켜 분위기의 환기를 꾀했다는 점에서 앨범이 의도적으로 구현하려한 독특한 내러티브 역시 발견할 수 있다.
노이즈를 줄이고 주제를 직설적으로 던진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차별점을 가지지만 여전히 기존 장르가 가진 구성과 작법에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다. 자기복제의 고리를 끊으려는 지속적인 시도에도 계속 부딪히고야 마는 벽이 보인다. 그만큼 포스트록이나 슈게이징 음악은 고착화된 포맷이 존재하고 그 포맷의 영향력도 크다. 국내외로 이러한 장르들이 가지는 소구력이 생각보다 작기에 변화가능성 또한 적은 것은 아닐까. 여운이 남기에 생겨날 수밖에 없는 질문을 마주하며 는 그 대답의 여지를 열어둔 채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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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청춘은 선택을 강요받아요 - 밴드 ‘9와 숫자들’
-간호사 수십 명 앞에서 공연하던 오빠들 기 죽은 사연 - 좋아서 하는 밴드
사실 포스트록이나 슈게이징은 국내 인디 음악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연주 음악이 많고 곡의 길이가 길다는 등의 이유로 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차지한다거나 단독공연을 자주 가지는 등의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장르는 아니다. 그럼에도 포스트록이나 슈게이징만의 독특한 작법이나 구성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필자를 포함하여 이에 매료된 팬들 역시 적지 않다.
동종의 음악을 하나로 배합했기 때문에 이번 앨범이 하나의 색으로 완벽하게 재단되어 있지는 않다. 그리고 이 점은 포스트록이나 슈게이징이 흔히 가지고 있는 장르적인 문법을 파괴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포스트록을 마주하면 흔히 떠올리는 서서히 폭발하는 절정 혹은 느린 템포의 완급조절이 앨범에서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변화되어 나타난다.
중용의 미덕이 돋보인다. 「Infinity」나 「Good night shining」에서는 전반부에 메인 테마를 내세운 뒤 잠깐의 휴지기를 가지고 나서 다시 메인 테마를 반복하는 식으로 곡을 구성한다. 반면 「Alley」처럼 한 겹씩 층을 쌓아가면서 절정을 만들어내는 보편적인 방식의 곡도 수록되어 있다. 「Intro」의 기타 사운드를 「I dreamt kum in yume」에서 반복시켜 분위기의 환기를 꾀했다는 점에서 앨범이 의도적으로 구현하려한 독특한 내러티브 역시 발견할 수 있다.
노이즈를 줄이고 주제를 직설적으로 던진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차별점을 가지지만 여전히 기존 장르가 가진 구성과 작법에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다. 자기복제의 고리를 끊으려는 지속적인 시도에도 계속 부딪히고야 마는 벽이 보인다. 그만큼 포스트록이나 슈게이징 음악은 고착화된 포맷이 존재하고 그 포맷의 영향력도 크다. 국내외로 이러한 장르들이 가지는 소구력이 생각보다 작기에 변화가능성 또한 적은 것은 아닐까. 여운이 남기에 생겨날 수밖에 없는 질문을 마주하며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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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게 ‘행복’ - 크라잉 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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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