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희망에 관한 보고서
이 책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유일한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통 사회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에게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 심지어 영적으로도 다른 방향을 지향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걸 떠올려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풍요를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택한 길이 유일한 길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현명한 길이 아니라고 입증된 길을 고집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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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무슨 뜻일까? 국어사전에서는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라 정의되고, 영영사전에서는 ‘변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존재하는 것’이라 정의된다. 그렇다면, 전통 사회는 옛 모습을 간직한 사회가 된다. 그럼 사회는 꾸준히 변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우리는 국가 정부를 둔 현대 사회로 변했는데 아직도 ‘전통’을 탈피하지 못한 사회가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1997)에서, 인종과 지적 능력과 생물학적 차이라는 개념을 거부하고 환경과 지리적 조건의 차이로 그 의문의 답을 찾아냈다.

그로부터 만 8년 후에 발표한 《문명의 붕괴》(2005)에서 다이아몬드는 다시 환경 결정론으로 돌아와서, ‘왜 그리고 어떻게 위대한 문명들이 붕괴했을까’라는 의문을 풀어냈다. 이스터 섬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사례로 제시하며, 어떤 문명이든 자연 자원을 남용해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을 넘어서면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섬뜩한 결론을 내린다.


그로부터 다시 만 8년이 지난 2013년(정확히는 2012년 12월)에 환경 결정론을 바탕으로 ‘전통 사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어떤 사회마다 고유한 문화를 지닌다면, 또 어떤 사회로부터 뭔가를 배운다는 것이 결국 그 사회의 문화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것이라면, 문화마저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다이아몬드는 우리가 전통 사회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을 크게 일곱 가지-양육법, 노인의 대우, 분쟁 해결 방법, 위험 관리, 다중언어 사용, 건강한 생활방식, 종교에 대한 인식-를 제시한다. 요즘 ‘융합’이란 말이 자주 들린다. 쉽게 말하면, 나무만 보지 말고 숲까지 보자는 말일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어느덧 일흔일곱 살이다. 그도 노인이 됐기 때문인지 융합적인 시각에서 전통 사회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특히 전통 사회에 내재한 위험, 그 위험의 원인을 찾아내려는 전통 사회의 집요한 노력, 그리고 종교의 탄생, 이 셋을 사슬처럼 이어가는 솜씨에서 노학자의 융합 능력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전통 사회에서 받아들일 만한 교훈들 중에는 양육법처럼 개인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멈추지 않고 사회 전체가 받아들이면 좋은 교훈들-노인의 대우, 건강한 생활방식, 다중언어 사용-과, 분쟁 해결 방식처럼 사회 전체가 일종의 정책으로 받아들여야 가능한 교훈들로 구분하는 것에서도 노학자의 여유로움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다이아몬드가 전통 사회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자고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 사회의 잔혹한 풍습들은 환경적인 요인으로 변명해주지만, 그런 풍습들까지 받아들이자는 것은 아니다. 물론 환경과 자연을 파괴하며 과학을 발전시키고 개발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과 같은 풍요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백 년 후의 후손이 우리 생활방식을 조사할 때 무엇이라 말할까?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연이어 태어난 유아를 살해한 전통 사회의 행위를 지금 우리가 잔혹한 행위라고 말하듯이, 우리 눈에는 전혀 잔혹하게 보이지 않는 행동들이 그들의 눈에는 잔혹행위로 보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유일한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통 사회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에게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 심지어 영적으로도 다른 방향을 지향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걸 떠올려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풍요를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택한 길이 유일한 길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현명한 길이 아니라고 입증된 길을 고집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 땅에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다는 게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럼 어떤 식으로 우리 삶을 바꿔가야 할까?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 답을 전통 사회에서 찾아 우리에게 친절하게 정리해주었다.

강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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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제레드 다이아몬드 저/강주헌 역 | 김영사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평생에 걸친 현장 탐구와 통찰을 총집대성한 마지막 종착지는, 바로 6백만 년의 위대한 지혜가 살아숨쉬는 『어제까지의 세계』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남태평양의 뉴기니섬에서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까지 전 세계 곳곳을 탐사하며 어제와 오늘의 세계, 전통과 현대 사회를 비교분석하고 진정한 화해와 공존을 모색했다. 또한 인류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과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고, 세계의 희망과 생존의 해답을 통찰한 문명대연구의 최종 결론과 최첨단의 문명사회를 구할 강력한 비책을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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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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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JT

2014.01.29

따라야 할 전통과 버려야 할 인습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중간경계에 있는 애매한 것들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명백히 버려야할 인습이 있는가하면 버려야할지 받아들여야 할지 애매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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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

2013.06.02

어제까지의 세계, 제목만 듣고 궁금했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다뤄지는군요 ㅎㅎ 읽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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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d1318

2013.06.01

전통을 무시하고는 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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