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도 좀…….’이라고 불평하는 엄마들께 가끔 내 아내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청소, 설거지, 빨래 등 집안일을 일 년에 세 번 이상 도와준 적이 없고 주말에도 늘 바쁘게 일만 했습니다. 아내는 그런 내게 결혼 생활 10년 동안 단 한번도 ‘청소해 달라’, ‘설거지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대신에 늘 ‘고마워요’, ‘수고하셨어요’, ‘행복해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일중독아빠인 나를 늘 훌륭한 아빠로 대우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넌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라고 말하는 엄마의 믿음이 실제로 그 아이를 훌륭하게 만들듯 이러한 아내의 한결같은 믿음, 신뢰, 응원이 결국 나를 변화하게 만든 요인입니다. 아이가 나를 보고 울음을 터트린 순간이 변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면, 아내의 한결같은 믿음은 이러한 변화를 위한 밑거름이었습니다.
아빠 자신의 모습, 아빠의 행복부터 찾으세요
많은 아빠들은 아빠의 모습을 포기하고 엄마처럼 혹은 아이처럼 되어야 하는 것이 아빠 육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아 무리 노력해도 엄마가 될 수 없고, 아이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아이와 놀아 줘도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엄마나 아이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아빠 자신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즉 가정 안에서 자신의 행복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그것 하나만 성공해도 아빠로서 아빠 육아의 기본은 갖춘 셈입니다. 아빠가 아빠 자신만의 모습으로서 있는 것. 이것이 아빠 육아의 첫걸음입니다.
아이와 가까워지려는 노력은 그다음 단계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놀이도 어쩌다 한 번 인심 쓰듯 하는 이벤트가 되어 버리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아이와 스킨십을 하기 전에 먼저 아빠가 행복하고 기뻐야 합니다. 그다음에 아이에게 다가가는 실천 단계가 이어져야 합니다. 나 역시 그랬지만 많은 아빠들이 이 첫 번째 과정을 무시하고 두 번째 단계만 먼저 하려다 보니 ‘육아’라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게 여겨집니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보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법은 간단합니다.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또 뭘 싫어하는지 물어보면 됩니다. 왜냐하면 저는 섬세한 엄마가 아니라 눈치 없고 무뚝뚝한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백번 상상해도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묻습니다. 그것도 매일 묻습니다. 놀이를 할 때도 아이에게 묻습니다.
“오늘은 무슨 놀이 할까?”
아이가 학교에서 한창 유행하는 딱지를 들고 왔습니다. 그럼 그날은 재활용품으로 만든 놀잇감은 잊어버리고 신나게 딱지를 칩니 다. 아이가 텔레비전을 보며 야구응원에 열중하고 있으면 같이 텔레비전을 보며 응원합니다. 그냥 그날 아이의 관심사를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아이의 취향이 어떻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잘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아 이의 관심사는 매일 바뀌니까요.
함께 시간을 보내며 둘만의 비밀을 만드세요
아빠와 아이가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사실 나도 잘 모릅니다. 그냥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한 달이 됩니다. 함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익숙해집니다.
어색했던 아빠와 아들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종일 놀이공원에 가서 논다고 서로에게 금방 익숙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놀이공원도 몇 번이고 같이 다니다 보면 나중에는 입장하자마자 뭘 먼저 타야 하는지 서로 말 안 해도 아는 사이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매일 아이와 10분씩이라도 노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말없이 툭 쳐도 놀이가 되고 웃음이 됩니다. 그것이 아빠와 아이가 함께 나누는 행복입니다. 뭐라고 더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서로에게 익숙해진 상태. 말이 없어도 서로가 다음 동작을 아는 상태. 그것이 행복한 관계가 아닐까요?
요즘 아이가 자주 내게 귓속말을 합니다.
“엄마한테는 얘기하지 마세요. 있잖아요……, 속닥속닥…….”
아빠와 아이가 공유할 수 있는 둘만의 비밀이 생긴다면, 아마도 서로에게 익숙해졌다는 신호가 아닐까 합니다.
- 아빠와 10분 창의놀이 김동권 저/이보연 감수 | 시공사
아이랑 어떻게 놀아 주지? 대한민국 최초 아빠 육아 파워블로거가 소개하는 하루 10분 아빠 스킨십. 늘 바쁘고 피곤해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는 아빠들, 엄마처럼 살갑고 섬세하게 아이를 돌볼 자신이 없어 ‘아빠 육아’라는 말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아빠들을 위한 책이다.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활용품으로 아주 쉽고 재미있게 아이와 가까워지고 나아가 창의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놀이법 80여 개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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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권
일주일에 7일 출근하는 일중독 아빠. 열심히 일해 가족에게 생활비를 안겨 주는 것이 아빠로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라 여기며 오로지 ‘일’에 매달려 지내던 어느 날 피곤에 지친 자신의 굳은 얼굴을 보며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아이와 ‘매일 10분 놀이’를 시작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무엇을 갖고 노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노느냐가 중요하며, 무엇보다도 놀이를 하는 아빠 자신이 재미있고 즐거워야 함을 깨달았다. 이후 피곤하고 지친 아빠들도 쉽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재활용품 놀잇감을 하나씩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이 과정을 담은 블로그 [아빠와 함께하는 10분 게임]이 네티즌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게 되었고 아빠로서는 최초로 네이버 육아 부문 파워블로거가 되었다. 무뚝뚝하고 조금은 서툴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이 아이에게 ‘우리 아빠 최고!’의 찬사를 받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쉽고 재미있는 아빠 놀이를 고민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놀이 멘토, 환경부 환경교육용 이동교구상자 놀이개발 자문위원, 서울대학교 한국디자인산업연구센터(KDRI) 육아ㆍ놀이분야 트렌드세터로 선정되었으며 EBS [다큐 프라임 '아버지의 성']을 비롯해 KBS, SBS, MBC 등 다수의 텔레비전 및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앙쥬], [맘앤앙팡] 등의 주요 언론과 육아 전문지에 소개된 바 있다.
뽀로리
2013.05.28
짧은 시간인데도 아이들에게는 추억과 행복으로 남겠지요 ㅎ
즌이
2013.05.27
inee78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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