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와 쓰지 신이치, 왜 그들은 부탄으로 떠났을까
우리는 지금 숫자로 행복이 설명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연봉과 집의 크기, 자동차의 배기량, 예금액에 이르기까지 높은 숫자가 행복의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생각은 믿음이 된 지 오래다. 그 안에 갇힌 우리를 향해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의 두 저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냐고.
글ㆍ사진 임나리
201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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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을 찾아 떠난 여정

한 배를 탄다는 것. 그것은 운명을 함께한다는 의미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동일한 속도로, 하나의 시간을 공유하며 인생의 바다를 건넌다는 말이다. 2010년, 한 명의 여자와 또 다른 한 남자가 ‘한 배를 탔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불편한 역사적 관계, 전혀 다른 직업, 20년에 가까운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곧 좋은 길벗이 되었다.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의 두 저자, 여행작가 김남희와 문화인류학자 쓰지 신이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이 함께 오른 배의 이름은 ‘피스 앤드 그린 보트’. 동아시아의 평화와 환경 실태를 연구하기 위해, 일본의 피스보트와 한국의 환경재단이 공동으로 띄운 배였다. 일주일 동안의 항해 속에서 둘은 금세 서로를 알아보았다. 각자가 그려온 행복한 삶의 모습이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슬로라이프’를 최초로 제창한 쓰지 신이치와 자신을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을 찾아 떠남을 시작한 김남희. 그들이 꿈꾸는 삶은 자신이 타고난 혹은 선택한 모습과 속도대로 살아가는 것이었고, 그것이 곧 행복이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또 다시 한 배를 탔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그 실마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항해의 첫 목적지는 부탄이었다. 국민 행복도 조사에서 3위를 차지한 나라(2006년, 영국의 조사 결과), 전 국민의 단 3.3%만이 ‘나는 행복하지 않다’라고 응답한 나라(2005년, 부탄 정부 조사 결과) 부탄. 쓰지 신이치가 그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을 때, 김남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동행을 결심했다. ‘피스 앤드 그린 보트’ 위에서 두 사람이 친구가 되었을 때였다.

그들이 부탄에서 목격한 것은 행복한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욕심 부리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김남희와 쓰지 신이치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한국과 일본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이 계기가 되어 두 저자는 한국의 강원도와 안동, 지리산, 제주도, 일본의 훗카이도와 나라를 오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행복한 사람들을 찾아 떠난 1년간의 여행이었다. 곰배령에서는 도시를 떠나와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젊은 부부를 만났고, 훗카이도의 ‘베델의 집’에서는 정신 장애를 가진 이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공존하는 삶의 모습을 보았다. 안동에는 한국의 옛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이, 나라에는 자연농업을 실천하는 농업인이 있었다.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은 그 소중한 만남들을 기록한 항해 일지다. 김남희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결국 평화와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느리게 사는 삶이 우리에게 주는 것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을 출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남희 : 쓰지 신이치 선생님과 같이 부탄에 갔었는데, 그곳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 보였어요. 그럼 한국과 일본의 사람들은 어떤지, 그 사람들을 만나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부탄으로 떠날 때까지는 책을 쓸 계획이 없었는데, 여행을 하고 나서 제가 쓰지 신이치 선생님께 제안했어요. 함께 한국과 일본을 여행하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쓰자고요. 여행이 끝난 후에 그 경험들을 각자 글로 쓰고, 교환해서 읽으면서 책으로 엮었죠.

서로의 어떤 부분에 마음이 이끌려 친구가 되셨나요?

김남희 : ‘피스 앤드 그린 보트’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이미 쓰지 신이치 선생님의 책을 읽고 있었어요. 그런데 책에서 본 것보다 실제로 뵈니 훨씬 더 멋있으셨어요. 굉장히 부드럽고 유연한 방식으로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셨죠. 우리는 보통 멋있는 이야기를 할 때, 조금 무거운 방식으로 무게를 잡으면서 말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이야기 하시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의 방식이 너무 좋았어요. 아무런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하시는 모습도 좋았고요.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이분이 내 인생을 흔들 스승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쓰지 신이치 : ‘피스 앤드 그린 보트’를 탈 때 꽤 긴장했어요. 처음으로 한일 양국의 사람들이 몇 백 명 모여서 함께 여행하는 자리였으니까요. 두 나라 사이의 복잡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긴장됐어요.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있기도 했고요(그의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위해 황해도에서 일본으로 건너 온 한국인이다). 그런데 김남희 작가를 만났을 때 긴장이 풀어짐을 느꼈어요. 제가 항상 생각하는 것은, 대립적인 상황이나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시점을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김남희 작가의 내면에서 그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죠.

느리게 사는 삶에 주목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쓰지 신이치 : 제가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될 때까지 일본은 고도성장을 하던 시기였어요. 경제가 모든 것인 시대였죠. 그런 사회에서 자라면서 위화감을 느꼈고, 어른들을 보면서 ‘ 인생이란 게 고작 이런 건가, 뭔가 틀린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그래서 외국을 동경하게 되었고, 20대가 되었을 때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게 되었죠. 그곳이 미국이었어요. 미국과 일본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미국에는 소수민족이나 여러 가지 가치가 있다는 거예요. 그 다양성에 굉장히 감동했어요. 흑인이나 인디언, 난민들이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자주 드나들면서 저는 그들 안의 윤택함과 풍족함을 보았어요. 주류 사회에서 배제되고 낮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무척 행복해 보였죠. 마음을 울리는 말과 살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거든요. 그 후 멕시코에 가게 됐을 때는 ‘아, 이거구나’ 하고 깨달은 바가 있었어요. 바로 시간이에요. 그들에게는 돈이 없고 물질도 적지만 시간이 있었어요. 그리고 시간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겨요. 그게 바로 풍족함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국이나 캐나다에 살 때는 인디언들 만났는데, 그들이 사랑가는 모습과 자연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모든 시간들 속에서 점점 슬로우의 철학을 키워가고 있었죠.

김남희 : 저는 주류 사회가 흘러가는 방향 안에서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회로부터 떨어져 나온 케이스였어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좋아하는 일,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여행이었거든요. 그래서 여행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속해있던 시스템 속에서 빠져 나왔죠. 그렇게 제 방식대로, 제 속도대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 보니까 훨씬 충만하고 행복한 거예요. 그리고 후진국이나 저개발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사람들 속에 들어있는 윤택함을 계속 보게 됐어요. 우리는 이미 잃어버린 것들이죠. 여행하는 동안 저에게 손을 내밀고 밥을 한 끼 건네주고, 잘 곳을 내어주었던 사람들은 우리가 ‘없이 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이들이었거든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훨씬 풍성한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삶의 방식이 뭔가 굉장히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나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점점 굳히게 되었죠.




약함을 유대로, 베풂을 기쁨으로 사는 사람들

많은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오셨습니다. 그 여행의 끝에서 작가님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공동체’란 어떤 모습인가요?

김남희 : 저에게는 ‘베델의 집’이에요. 약하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 있잖아요. ‘약하면 안 돼, 약한 모습 보여주면 안 돼, 강해야만 살아남아’ 그런 편견을 깨게 해준 곳이었어요. 약함을 유대로 해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인간은 누구나 다 약한 존재인데 굳이 그걸 감추고 강한 척 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들을 갖게 해줬거든요. 약하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게 해 준 곳이어서 저는 ‘베델의 집’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누구나 자신이 실수를 저지르고 실패를 반복하는 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 약함에 기대어 살아가는 곳이 베델의 집이다. 삶의 모든 어려움과 실수를 ‘살아가는 고생’으로 소중히 여기는 태도는 비장애인들에게도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베델의 집에 오면 자신의 병이 다 드러난다.”는 말은 이런 의미인가보다. 이 짧은 시간에 나의 약함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p. 74)
쓰지 신이치 : 전 지리산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한국이 굉장히 많은 고난의 역사를 거쳤는데 그 시간들을 지탱해 온 정신의 중심과도 같은 지역이 강원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곳에는 도법스님 같은 정신적인 지도자와 이제 막 도시에서 내려와 커뮤니티를 만들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도교적인 사상이나 삶의 방식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요. 예전에는 그곳에 빨치산이 숨어 살았다는 역사를 알게 됐을 때는 굉장히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금의 한국은 마치 경제만 중요한 것처럼 완전히 변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지리산에는 정신적인 전통이 살아있어요. 그것이 굉장히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지리산은 모성의 산으로 알려졌다. 예로부터 상처받은 자, 지친 자를 인자하게 품어 상처를 치유하고 쉬어가게 해주는 장소로 여겨졌다. 특히 근현대사에서 지리산은 비극의 무대가 되었으나 좌니 우니 하는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넘어 모든 사람을 자비롭게 보듬었다. 이곳은 은신처이자 일종의 성역이었다. (p. 250)
부탄의 사람들이 보여준 베풂의 모습은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놀라웠습니다.

쓰지 신이치 : 저는 부탄에 갈 때마다 충격을 받아요. 그들은 저를 맞이할 때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어줘요. 술과 달걀, 오렌지, 꽃, 바나나 같은 것들을 거의 다 주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무언가 돌아오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그들은 카르마를 믿고 있는데, 그것은 ‘이걸 하면 바로 보상이 돌아온다’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자신이 베풀면 그것이 언젠가, 천 년 뒤에라도 어딘가에 좋은 일로 생긴다고 믿는 거예요. 그들은 세계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탄에는 기도 깃발이라는 것이 있어요. 사람들은 그 깃발에 적은 자신들의 소원이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고 생각하죠. 그것이 카르마 속으로 흘러들어가서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어요. 자신이 사는 동안은 아닐지라도 말이죠. 아마 이전의 한국과 일본에도 그러한 삶의 모습들이 많이 있었을 거예요.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 같은 것은 바라지 않고 베푸는 거죠. 그걸 선물(gift)이라고 하는데 교환과는 다른 거예요. 저는 그 선물이 본래의 경제 원리라고 생각해요. 이것을 일본과 한국이 중요한 경제 모델로 삼고, 또 세계 속의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남희 : 카르마가 우리말로는 업이거든요. 불교의 업이라는 것이, 이번 생에 내가 잘 살고 있으면 지난번에 쌓은 선업 때문이라는 거잖아요. 지금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해줘서 선업을 쌓으면 다음 생 혹은 그 다음 다음 생에라도,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마음이잖아요. 사실 우리는 그 마음을 굉장히 많이 잃어버렸는데, 부탄 사람들의 생활에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고 남에게 무언가를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이걸 하면 언젠가 나 자신이 혹은 내 후손이 좋은 일로 보답 받을 거야’라고 생각해요. 선업을 쌓는 의미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나누어주는 거죠.

인연에 대한 부탄 사람들의 믿음은 베풂을 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인 것 같습니다.

김남희 : 제가 파키스탄을 혼자 여행할 때 ‘훈자’라는 지역을 갔었어요. 훈자는 굉장히 친절한 사람들로 유명한 곳이에요. ‘또 만나요’ 라는 말이 그 지역 말로 ‘피르밀렝게’인데, 그곳 사람들은 ‘피르밀렝게’라고 말하면 반드시 ‘인샬라’라고 답해요. ‘신이 허락한다면’이라고 대답하는 거죠. 우리는 신이 허락해야 또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관계예요? 신이 허락해서 다시 볼 수 있는 관계인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 인사말이 너무 좋았어요.




내 삶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 가는 방법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자신만의 속도대로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쓰지 신이치 : 지금 우리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경제를 위해서 모든 것을 조직하고 있어요. 경제 원리는 사람들 사이의 경쟁을 근간으로 하다 보니까 점점 빨라지죠. 과속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면서 모든 의미를 잃어버려요. 자연에서도 당근이 자라나는 속도가 있고, 곡물도 자라나는 속도가 있어요. 다 자신만의 속도를 가지고 있어요. 그 속도가 잘 조화되어 있는 것이 기적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인간도 그 일부예요. 그런데 경제와 시스템이라는 것은 자기가 점점 커지기 위한, 증식을 위한 속도를 제일 중요한 것으로 생각해요. 그것은 곧 나머지 각자의 속도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속도대로 사는 삶을 위해서는 공동체가 더 작아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해내야 할 필요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쓰지 신이치 : 지리산에 갔을 때, 도시에 살다가 지리산으로 와서 공동체를 만든 사람들을 만났어요. 도시에서 제주도로 옮겨 온 사람들도 만나봤고요. 그들은 진짜로 자기 시간을 자신이 살고 싶어서, 그리고 아이들의 시간도 존중해 주고 싶어서 용기를 가지고 결단을 내린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용기나, 그곳에 옮겨와서 함께 사는 인연을 가진 것은 아니죠. 도시에 그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도시에서 살아도 느리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어요. 도시에 산다고 해서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직 할 만한 일은 많아요. 아무래도 도시를 떠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그 때는 시골로 옮겨가서 살면 돼요.

김남희 :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나만의 속도로, 나의 방식대로 행복을 찾아서 살고 싶어도 굉장히 어려워요.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이 사회의 시스템이 너무나 강고한 틀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삶을 되게 힘들게 만들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상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대화를 하고 살아가느냐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내 일상의 많은 부분을 나누는지’가 중요한 거죠. 만약에 제 주변에 매일 주식 시세를 확인하고 부동산만 알아보거나 아니면 매일 아이들의 과외나 학원만 알아보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런 생각들에 휩쓸려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있고 그걸 지향한다면,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혹은 그런 삶에 대한 동경을 가진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게끔 하는 것도 무척 중요해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건강한 에너지도 나누고 ‘우리가 소수는 아니야.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여기에도 있네’라는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을 읽고 삶의 속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실 것 같습니다.

김남희 : 그럴 수 있다면 너무 기쁘겠죠. 저는 쓰지 신이치 선생님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삶에 대해서 계속 보여주시고 이야기해 주시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셨거든요. 그 새롭게 만들어진 인연들 덕분에 ‘진짜 여기 이렇게 사는 분이 있구나. 나도 이렇게 살아야지’하고 끊임없이 자극을 받고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이 독자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라시나요?

쓰지 신이치 : 이제 한국은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해 온 방식이 이제는 벽에 부딪힌 거죠. 그럴 때 자기를 너무 책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를 과소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한국의 주류 사회에서 벗어난 것들에 대해서 시선을 맞춰보면, 일본이 배워야할 만한 좋은 것들이 굉장히 많이 있어요. 아직은 저도 그 중 일부를 만났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직감으로 그걸 느끼고 있어요. 여러분이 그 힘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한국이 힘내시기를, 그걸 계기로 삼아서 크게 전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계의 모범이 될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국가가 분단되어 있고 여러 가지 고난의 역사가 있었지만, 그 시간과 경험들이 오히려 앞으로의 한국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그 길에 이 책이 계기라든가 뭔가 힌트가 될 수 있다면 그만큼 기쁜 일은 없겠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쓰지 신이치 : 저는 아버지의 조선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으로 한일 양국을 강하게 잇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두 나라가 세계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김남희 :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은 20대의 친구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시스템 안에서만 삶의 길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바깥으로 나가서 조금 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20대의 친구들에게 이 책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젊은 친구들에게 가장 읽히고 싶은 이야기이고, 젊은 친구들이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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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김남희,쓰지 신이치 공저/전새롬 역 | 문학동네
동아시아의 평화와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한일 공동 NGO 교류 행사 ‘피스 앤드 그린 보트(Peace&Green Boat)’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알아보고 금세 좋은 동료이자 친구가 된다. 이후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행복지수는 여느 나라보다 높은 부탄을 함께 여행하며 “당신은 행복한가, 당신에게 행복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물음을 품게 된다. 이에 두 사람은 홋카이도, 안동, 오사카와 나라, 지리산을 거쳐 강원도와 제주도까지 여행하며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삶을 선택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삶의 속도’와 ‘행복의 방향’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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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쓰지 신이치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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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4.07.12

저는 아버지의 조선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으로 한일 양국을 강하게 잇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두 나라가 세계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좋은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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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꼬

2013.06.30

부탄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생기네요, 궁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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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의괴담

2013.05.04

새로운 책 정보 감사해요~!! 부탄이라니.. 기대되네용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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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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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1971년생 여성 여행가. 스스로 ‘까탈이’라 일컫는 저자는 강원도 삼척에서 나고 자라 아홉 살에 서울로 입성했다. 여덟 살 때, 포항에서 대구까지 혼자 기차를 타고 갔던 첫 여행의 황홀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남다를 바 없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을 졸업하던 해, 펼쳐진 인생이 막막해 유럽으로 두 달간 여행을 떠났다. 그 길로 여행 중독자의 대열에 합류, 영국에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터키대사관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해마다 한 달씩 주어지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한 나라씩 돌기도 했다.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영국 버밍험대학 관광정책학 석사를 졸업하였다. 오마이뉴스에 2000년 ‘몽골 여행’ 연재를 시작으로 국토종단 도보여행기, 중국, 미얀마, 라오스, 티베트, 네팔 여행기 등을 연재했으며 현재 ‘까탈이의 세계여행’을 연재하고 있다. 월간중앙에 2003년 1월부터 12월까지 ‘동남아 여행기’를 연재했으며, 네팔에 체류하는 동안은 KBS ‘도전지구탐험대’의 현지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다른 나를 찾고 싶다는 갈망, 더 많이 감사하고, 좀 더 겸손하고, 더 자주 웃는 자신을 보고 싶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길에는 항상 책이 있었다. 멀리 갈 수 없을 때도 책을 읽고, 멀리 떠나가서도 책을 읽는 그녀는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 말한다. 너무도 매혹적이라 책을 읽다 그곳으로 향하게 만든 책, 삶을 바꾸는 한 번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 오롯이 책을 위해 떠나는 여행…. 저서 『여행할 땐, 책』은 그렇게 여행지와 그녀를 연결해준 책에 관한 이야기다. 읽다 보면 떠나고 싶고, 읽다 보면 또 다른 책이 읽고 싶어진다. 돌아보면 그녀의 삶은 여행과 책이 관통하고 있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부적처럼 품고 산다.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와 청소년을 위한 ‘여행 학교’는 그렇게 품고 있는 여전한 소망이다. 지은 책으로는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유럽의 걷고 싶은 길』, 『일본의 걷고 싶은 길』,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라틴 아메리카 춤추듯 걷다』, 『이 별의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길 위에서 읽는 시』 등이 있다. [한겨레21]에 「길 위에서 주은 한마디」를 연재했다. 지금까지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를 비롯해 중국,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네팔 등 30여 개국을 여행한 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앞으로 4-5년간 인도, 파키스탄, 이란,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돌면서 ‘7년간의 세계일주’ 목표를 완성할 계획이다. 세계일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외국인을 위한 문화 체험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우리 땅 우리 흙을 무대로 하는 ‘청소년 여행학교’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