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작곡부터 앨범표지 촬영까지… 호주의 천재 음악가 - 테임 임팔라
인디 신이 다양한 취향을 품는 것은 비단 국내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각국 평단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얻어내며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호주 출신의 인디 밴드가 있습니다.
201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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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신이 다양한 취향을 품는 것은 비단 국내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각국 평단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얻어내며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호주 출신의 인디 밴드가 있습니다. 1960년대의 사이키델리아를 2010년대에 소환해내는 이십대 중반의 재능 있는 젊은이들, 이번 주의 명반은 밴드 ‘테임 임팔라’의 < Lonerism >입니다.
테임 임팔라(Tame Impala) < Lonerism > (2012)
해외 음악 전문지들의 연말 결산 특집을 살펴보다보면 어디서든 꼭 빠지지 않는 작품들이 몇 있다. 작년에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 Channel Orange >가 그러했고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의 < good kid, m.A.A.d city >가 그러했으며, 도널드 페이건(Donald Fagen)이나 피오나 애플(Fiona Apple) 등의 앨범들도 자주 등장했다. 호주 태생의 밴드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최근작 < Lonerism > 또한 마찬가지다. 3년 전의 데뷔 앨범을 통해 적잖은 호평을 받았던 이들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과감히 깨버리며 갈채를 받았고 한 해의 베스트 목록에서 입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테임 임팔라(Tame Impala) [출처: 위키피디아]
그보다 잠시, 앨범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그룹의 특성에 대해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제이 왓슨(Jay Watson)과 도미닉 심퍼(Dominic Simper), 닉 알브룩(Nick Allbrook) 등이 함께하는 테임 임팔라는 포메이션으로는 밴드에 가까운 조합이지만 실질적인 구심점은 케빈 파커(Kevin Parker)에게 존재한다. 멀티 트랙 레코딩을 기반으로 대부분의 곡을 혼자 만드는 독특한 시스템이 가장 큰 이유로, 레퍼토리를 생산하는 권력이 프론트맨에게 일임된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밴드들처럼’ 라이브 무대에서는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도 테임 임팔라는 하나의 집합체라기보다는 사실상 한 명의 프로젝트에 가깝다.
그렇기에 밴드의 작품들은 케빈 파커의 온전한 도그마라 해도 무방하다. 전작 < Innerspeaker >와 마찬가지로 작사,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까지 대다수의 작업을 총괄했으며 이번 앨범에는 커버 아트의 사진도 직접 촬영했다. 음반을 제작하는데 있어 두 축이 되는 컨셉의 의식구조와 이를 구현하는 이미지화가 모두 그의 손끝에서 출발하니 근간을 이루는 밴드의 패러다임은 케빈 파커의 사고와도 온전히 일치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사운드를 주조하내는 재기발랄한 역량이다. 신디사이저와 드럼 머신을 폭 넓게 활용하며 멜로디와 베이스 라인을 탁월하게 배치하고 기타 연주와 보컬을 적시에 등장시켜 듣는 사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여기에 피치를 높여 잡은 장조의 스케일과 몽환적으로 구성한 사운드의 층은 사이키델릭 팝의 요소를 적잖이 담고 있어 1960년대 중후반 스튜디오에서 걸작을 쏟아냈던 비틀스와 비치 보이스를 연상케 한다. 음악 팬들이 이번 작품을 비틀스의 < Revolver >에 빗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스펙트럼을 펼치듯 넓게 확장하는 전개 방식은 케빈 파커가 보여주는 가장 특징적인 강점으로 작품 전반에 높은 입체감을 부여한다. 앨범의 인트로라 할 수 있는 「Be above it」과 싱글로 커트되었던 「Elephant」는 각각 드럼과 베이스 파트 위로 멜로디 라인을 차례로 등장시키는 점층의 기법으로 구성되어있고 가장 매력적인 트랙 「Apocalypse dreams」와 「Why won't they talk to me?」는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바탕에 투영하며 흡인력 있는 공간감을 자아낸다. 플레이밍 립스(Flaming Lips)나 엠지엠티(MGMT) 등과도 작업한 ‘얼터너티브 신의 필 스펙터(Phil Spector)’ 데이브 프리드만(Dave Fridmann)의 믹싱 또한 여기서 빛을 발한다.
「Mind mischief」의 그루브한 기타 연주나 「Elephant」에서의 텐션 있는 베이스 연주 등에서 보이듯 그는 실력 있는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Multi-instrumentalist)이면서도 동시에 탁월한 보컬리스트이기도 하다. 팔세토(Falsetto : 가성) 의 영역을 오가는 가벼운 목소리는 전체적인 사운드와 조화를 이루고 듣는 사람들에게 위화감 없이 다가간다. 쉽게 들리는 멜로디와 더불어 보다 팝적인 효과를 나타내려했던 아티스트의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다.
전작보다 한 발짝 더 앞서 나간 이번 음반은 음악 팬들이 그토록 입씨름하던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획책한 작품이다. 각종 통계 자료가 이를 입증한다. 4위를 기록한 본토 호주의 아리아(ARIA) 앨범 차트는 물론이고 비영미권 아티스트들이 쉽게 넘보지 못 하는 영국 앨범 차트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도 각각 14위와 34위를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또한 올뮤직(Allmusic)과 피치포크(Pitchfork Media), 롤링 스톤(Rolling Stone) 등 여러 음악 매거진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았으니 테임 임팔라에게 있어 2012년은 가장 기록적인 해로 남을 공산이 크다.
여기 또 한 명의 천재가 등장했다. 1986년생의 실력 출중한 뮤지션은 팝계에서 지켜볼 만한 매력적인 유망주다. 소위 곡을 쓸 줄 아는 이 재능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을 결코 조악하지 않게 하는 결정적인 능력 또한 지니고 있다. 오늘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1960년대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복각한 < Lonerism >은 2012년 산(産) 빈티지 걸작이다. 마스터피스가 나올 순간도 그리 멀지는 않아 보인다.
테임 임팔라(Tame Impala) < Lonerism > (2012)
해외 음악 전문지들의 연말 결산 특집을 살펴보다보면 어디서든 꼭 빠지지 않는 작품들이 몇 있다. 작년에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 Channel Orange >가 그러했고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의 < good kid, m.A.A.d city >가 그러했으며, 도널드 페이건(Donald Fagen)이나 피오나 애플(Fiona Apple) 등의 앨범들도 자주 등장했다. 호주 태생의 밴드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최근작 < Lonerism > 또한 마찬가지다. 3년 전의 데뷔 앨범을 통해 적잖은 호평을 받았던 이들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과감히 깨버리며 갈채를 받았고 한 해의 베스트 목록에서 입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테임 임팔라(Tame Impala) [출처: 위키피디아]
그보다 잠시, 앨범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그룹의 특성에 대해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제이 왓슨(Jay Watson)과 도미닉 심퍼(Dominic Simper), 닉 알브룩(Nick Allbrook) 등이 함께하는 테임 임팔라는 포메이션으로는 밴드에 가까운 조합이지만 실질적인 구심점은 케빈 파커(Kevin Parker)에게 존재한다. 멀티 트랙 레코딩을 기반으로 대부분의 곡을 혼자 만드는 독특한 시스템이 가장 큰 이유로, 레퍼토리를 생산하는 권력이 프론트맨에게 일임된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밴드들처럼’ 라이브 무대에서는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도 테임 임팔라는 하나의 집합체라기보다는 사실상 한 명의 프로젝트에 가깝다.
그렇기에 밴드의 작품들은 케빈 파커의 온전한 도그마라 해도 무방하다. 전작 < Innerspeaker >와 마찬가지로 작사,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까지 대다수의 작업을 총괄했으며 이번 앨범에는 커버 아트의 사진도 직접 촬영했다. 음반을 제작하는데 있어 두 축이 되는 컨셉의 의식구조와 이를 구현하는 이미지화가 모두 그의 손끝에서 출발하니 근간을 이루는 밴드의 패러다임은 케빈 파커의 사고와도 온전히 일치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사운드를 주조하내는 재기발랄한 역량이다. 신디사이저와 드럼 머신을 폭 넓게 활용하며 멜로디와 베이스 라인을 탁월하게 배치하고 기타 연주와 보컬을 적시에 등장시켜 듣는 사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여기에 피치를 높여 잡은 장조의 스케일과 몽환적으로 구성한 사운드의 층은 사이키델릭 팝의 요소를 적잖이 담고 있어 1960년대 중후반 스튜디오에서 걸작을 쏟아냈던 비틀스와 비치 보이스를 연상케 한다. 음악 팬들이 이번 작품을 비틀스의 < Revolver >에 빗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Mind mischief」의 그루브한 기타 연주나 「Elephant」에서의 텐션 있는 베이스 연주 등에서 보이듯 그는 실력 있는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Multi-instrumentalist)이면서도 동시에 탁월한 보컬리스트이기도 하다. 팔세토(Falsetto : 가성) 의 영역을 오가는 가벼운 목소리는 전체적인 사운드와 조화를 이루고 듣는 사람들에게 위화감 없이 다가간다. 쉽게 들리는 멜로디와 더불어 보다 팝적인 효과를 나타내려했던 아티스트의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다.
전작보다 한 발짝 더 앞서 나간 이번 음반은 음악 팬들이 그토록 입씨름하던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획책한 작품이다. 각종 통계 자료가 이를 입증한다. 4위를 기록한 본토 호주의 아리아(ARIA) 앨범 차트는 물론이고 비영미권 아티스트들이 쉽게 넘보지 못 하는 영국 앨범 차트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도 각각 14위와 34위를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또한 올뮤직(Allmusic)과 피치포크(Pitchfork Media), 롤링 스톤(Rolling Stone) 등 여러 음악 매거진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았으니 테임 임팔라에게 있어 2012년은 가장 기록적인 해로 남을 공산이 크다.
여기 또 한 명의 천재가 등장했다. 1986년생의 실력 출중한 뮤지션은 팝계에서 지켜볼 만한 매력적인 유망주다. 소위 곡을 쓸 줄 아는 이 재능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을 결코 조악하지 않게 하는 결정적인 능력 또한 지니고 있다. 오늘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1960년대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복각한 < Lonerism >은 2012년 산(産) 빈티지 걸작이다. 마스터피스가 나올 순간도 그리 멀지는 않아 보인다.
글 /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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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