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육아서가 아닌 육아에세이
임경선 작가와의 만남은 한겨레신문사에 위치한 청암홀에서 이루어졌다. 부득이하게 딸까지 대동한 강연이 되었다며 운을 뗀 그녀는, 자신이 책을 낸 소감과 육아에 대한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 자신에게 육아란 가족이란 단어와 같이 낯설고 어려운 존재에요. 저에게 육아란 존재는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키우거나 돌봐주는 상하의 관계를 의미하는 단어로 받아들여졌거든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육아는 저에게 일정시간의 할당량이 주어진 아이를 키우는 일종의 돌봄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저도 저희 어머니처럼 아이와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하나의 개인으로 딸을 보는 거죠. 그래서 저의 육아방식은 다른 인간관계를 다루는 것과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에요. 통제와 간섭이 없는 자유, 감정의 솔직한 표출, 있을 때 잘하자는 찰나성이 그것이죠. 다만, 아이와의 관계는 마라톤과 같아서 여타 인간관계와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위의 세 가지에 내가 좀 더 아이에게 잘하자는 식의 유연성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와 무엇보다도 마음이 함께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거든요.”
특별손님, 천근아 교수
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 연세대 교수직을 맡고 있는 천근아 교수가 특별게스트로 자리에 참석했다. 임경선 작가와 친분이 있는 그녀는 『엄마와 연애할 때』의 최종 교정지를 본 첫 독자이기도 했다. 최근 『스마트 브레인』이라는 책을 번역 및 해설하기도 한 그녀(이하 ‘천’으로 통칭)는 임경선 작가(이하 ‘임’으로 통칭)와 책에서부터 육아에 관련된 내용들을 대담형식으로 이야기해나갔다.
천: 이 책에서 처음 읽어본 부분은 맨 끝부분에 있는 ‘결혼생활의 슬픔과 기쁨’ 챕터였어요. 그것을 읽고 나서 임 작가가 모든 사람에게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임경선 만의 고유한 이야기까지 잘 버무려서 표현한 것이 굉장히 좋다고 여겨졌어요. 지금 이 강연장에 오신 분들도 대부분 여성분들이신데요. 저는 이 책은 결혼을 한 남편, 결혼을 앞둔 남자들이라면 꼭 읽어야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임: 게시판에 코멘트 중에 “임경선 작가의 『엄마와 연애할 때』 와 천근아 교수의 『스마트 브레인』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라는 글이 있었는데요. 큰 맥락에서 같은 글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천: 저도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 댓글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임 작가의 글은 아이를 완벽하게 키우고 싶은 완벽한 양육에 대한 강박에서 해방시켜주는 책이에요. 그에 반해 제 『스마트 브레인』은 내 아이에게 맞는 맞춤식의 양육을 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지침서죠. 하지만 『엄마와 연애할 때』에서 윤서와 고군분투했던 내용을 보면요.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행동임에도 윤서에게 이것이 옳다고 판단해서 나는 그리했다는 부분은 제가 말하는 맞춤식 교육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이 두 책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임: 이렇게 천근아 교수님을 모신 이유는 제가 한 아이의 엄마로서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첫째는, 가정문제 상담 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자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어렸을 때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결핍된 분들이 나중에 자라서 인간관계 등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 이것을 엄마 탓을 해야 하는지, 자신 탓을 해야 하는지 갈등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때 어떻게 어디서부터 엄마나 자신을 이해해야하는지,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하는지 궁금하네요.
천: 저도 아직 완벽하게 친정엄마와의 갈등이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요. 그래서 더욱더 [엄마와의 연애할 때]가 더욱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에세이에서 자신의 친정엄마와의 관계를 실제적으로 표현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억이 글이나 말이 되면서 어느 정도 각색을 되었을 거예요. 즉, 기억을 사실에 가깝게 진실에 가깝게 표현하는 것이란 것은 어려운 작업이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픈 기억이 오래간다고들 해요. 특히 부모와 갈등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부모와의 첫 기억을 물을 경우 안 좋은 경우가 많죠. 이런 경우 완벽한 해소는 불가능하지만 용서라는 의미의 해결은 어느 정도 가능한데요. 여기서 용서란 자신이 상대방의 단점, 모순까지 알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순간에 이루어져요. 즉, 세대 간에 충분한 공감을 하는 경우 해결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고 개인마다 트라우마에 대한 회복탄성력이 다르기 때문에 회복 속도도 다 다르게 나타나죠.
임: 제 예상과는 달리 참석자 분들과 독자 분들의 다수가 미혼여성인 것 같아요. 제 책을 읽으면서도 엄마와 아이 중에 아이에게 자신을 투영하여 동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 분들의 대다수는 자유를 갈구하면서도 엄마라는 존재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해야 독립적인 존재가 될 수 있나요?
천: 애를 나아봐야 부모님과의 관계에 실마리가 보입니다.(웃음) 저의 어머니는 희생적이시고 다정다감하신데 그에 대한 대가로 굉장히 순응적으로 살아온 편이었는데요. 하지만 결혼문제에 있어서는 어머니의 간섭이 심해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라 독립해서 살기까지 했었어요. 그래서 저는 저의 아이들에게는 반대로 간섭과 통제를 하지 않는 엄마가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외국 유학중 아이들을 친정엄마에게 부탁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때 어머니도 하나의 미숙한 인간 이었구나 라고 마흔 살이 되어서야 이해하게 되었죠.
임: 저도 그쯤에서야 어머니가 이해되었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제가 한 것 들 중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결혼이었는데 마지막에 결혼 잘했다고 인정해주셨을 때 정말 고마웠어요. 마지막으로 애를 어떻게 키우시는지 궁금해요.
천: 세상에 좋은 엄마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엄마의 역할은 아이가 가진 운명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란 말에 공감해요. 그리고 워킹맘 들에게 한마디하고 싶어요. 일과 가정, 두 가지 모두를 완벽하게 하지 말라고요. 완벽주의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게 되면 아이에게도 안 좋아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아이에게 자신의 불만족을 전가하기보단 자신의 일을 가지고 리프레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미안함을 물질적인 허영으로 보상하려 하지 마세요. 저는 문자육아라고 해서 간단한 대화를 많이 하면서 작은 문제도 소통하게끔 미리 멍석을 깔아두어요. 정말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며 서포트한 뒤 힘든 일이 있어 도움을 청할 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아요. 그리고 편지를 많이 활용하는데요. 아들이 어느 날 자신이 어떤 부분을 표현해주셔도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답장에 굉장히 뿌듯했었어요.
천근아가 본 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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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임경선 작가는 20년 된 정신과의사도 파악하지 못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심리학에 대해 전문적 공부할 생각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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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통찰력은 전학이 잦은 환경 상 관찰이 습관화되어 생긴 것 같아요. 이 일을 하다 보니 심리학을 배우고 싶어서 알아보았는데 임상치료사의 길이 멀어 학교 가는 것은 접었어요. 저는 제가 직접적으로가 아닌 매체를 통해서만 조언하여, 내 의견을 듣고 울림 반응으로 자가 치유 할 수 있게 할 수 있게 하는 포지션이 좋아요. 많은 분들이 저를 언니의 포지션으로 생각하시는데 저는 그것보다 같이 이야기하며 토닥거릴 수 있는 수평적인 위치가 더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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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임 작가 에세이는 제가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마다할 정도로 재미있으면서도 너무 많이 울었던 작품인데요. 그중에서도 암 투병한 어머니이야기, 갑상선암이 세 번이나 재발하여 투병한 이야기를 관조하는 말투가 너무 슬펐다. 그런 상실감과 공포를 이겨낸 힘은 어디서 나온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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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쓰면서도 감정과잉이 되지 않을까란 의문이 들었어요. 더 각색 할까봐 쓰고 다시 읽지 않았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신 것은 슬펐지만 저의 갑상선암 투병을 연결시키진 않았어요. 다만 ‘나도 암으로 죽겠구나.’ 라는 사실만 받아들였죠. 죽어라 연애하면서 심지어 병으로 남자친구를 위협한 적도 있어요. 2005년에 마지막 수술을 하고 오년 버티고 아이를 낳고 사라지게 되면서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 해소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것은 개인적인 이야기인데요. 원래 봐주시던 분이 바쁘셔서 다른 분이 봐주셨는데 그 분이 너무 잘생기시고 밝게 대해 주신 순간부터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어요. 사사로움이 많은 것을 바꾼다는 경험이었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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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마지막으로 질문 드릴게요. 에세이 내용 중에 행복해지니 글이 세련되지 않고 후져졌다는 문장을 보았는데요. 임 작가는 행복이 중요할까 글발이 중요할까라는 의문이 생겼어요. 염세주의적인 분인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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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저에게 있어서 행복과 불안의 차이는 둔감함의 차이였던 것 같아요. 윤서의 행복함은 편안함이었고요. 저에게 있어서 최고의 행복감은 성취감이에요. 다만 예술적 불행은 무언가를 욕망을 향한 불씨가 있을 때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가 감각을 살려주는 것 같다고 생각하구요. 저는 행복과 불행사이의 회색지대에서 오락가락하는 시점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 엄마와 연애할 때 임경선 저 | 마음산책
칼럼니스트로 매일 독자를 찾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상담 메일을 받는 임경선. 이 시대 기혼 여성의 통례를 살짝 벗어난 이미지의 그녀라면 아이를 키우는 것도 남다르지 않을까? 임경선의 글맛, 인간적인 매력은 무엇보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솔직한 데 있다. 싱글 여성들이라면 ‘나도 결혼하고 아이 낳을 수 있겠구나’ 하고 용기를 낼 이야기, 20~40대의 대한민국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 그러나 누구도 솔직하게 말하기를 주저한 이야기가 여기 있다…
윤나리
스스로를, 물음표와 느낌표의 이성과 감성을 두루 갖추었다 자칭하는 일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와 함께 생활한 탓에 책, 음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얇고 넓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항상 다양한 매체를 향해 귀와 눈, 그리고 마음을 열어두어 아날로그의 감성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채사모2기.
팡팡
2012.11.13
ssal0218
2012.09.19
엔냥
2012.09.10
그녀만의 색감이 담긴 그러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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