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기를 살려주는 수업방식, 제자가 답을 못해도…
나는 기다린다. 만약 학생이 답을 유도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준다. 하지만 그냥 모른다고만 대답하면 다시 한 번 풀어보라고 한다. 가만히 앉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면 우리도 똑같이 쳐다본다. 그러나 그런 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한 8초 정도 침묵이 흐르면 어김없이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
글ㆍ사진 론 클라크
201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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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문을 했다면 학생이 대답할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들은 우리가 믿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집중해 답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거기에 친구들의 격려가 더해지면 호명 받은 학생의 얼굴에서 긴장감마저 사라진다. 마치 머리가 갑자기 똑똑해지는 것 같다.



RCA에서 내 수학수업을 참관한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게 학생이 질문에 대답할 때까지 내가 기다려주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내가 한 학생을 선택해 27의 제곱근을 구해보라고 했는데 그 아이가 나를 빤히 보고만 있으면 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준다.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그 원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저요!”, “제가 답을 알아요!” 하고 손을 들지 않는다. 이런 상항에서 장학관과 교장, 다른 교사들이 교실 안에 가득 들어차서 교사를 바라보고 있기라도 한다면 반에서 가장 영리한 학생을 불러 얼른 구조요청을 하는 게 편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수업시간에는 이런 식의 긴급구조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교실 안의 모든 아이들이 같은 수준의 수행을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답을 모르는 학생을 곧바로 건너뛰고 다른 학생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아이들은 질문을 받고도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으면 훨씬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그릇된 교훈만 배우게 된다. 아무리 우리 학교가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지향하고 있을지라도 세상에 투명망토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있는 학생을 없는 척 넘어갈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만약 학생이 답을 유도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준다. 하지만 그냥 모른다고만 대답하면 다시 한 번 풀어보라고 한다. 가만히 앉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면 우리도 똑같이 쳐다본다. 그러나 그런 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한 8초 정도 침묵이 흐르면 어김없이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 누군가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하고 아이들은 모두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보고 방문객 중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와, 학생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여긴 다른 인류가 다니는 학교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 학생들이라면 그런 건 생각조차 못할걸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학생들도 처음 RCA에 들어왔을 때는 마찬가지였다. 학습의 결과인 것이다. 개교 첫 주에 한 학생이 호명되어 답을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다른 학생들은 손을 들거나 곧바로 일어나려고 의자 끝에 엉덩이만 걸치고 앉아 있거나 답을 말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 전체 학급에 대고 질문을 한 경우라면 괜찮지만 특정 학생을 불러 질문을 했다면 그건 그 학생의 기회이자 시간이라고 말했다. 만약 입이 근질거리고 손을 들고 싶어 미치겠거든 그 에너지의 통로를 살짝 바꿔 “누구누구야,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하라고 일렀다. 그러면 나머지 학생들은 박수를 치라고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그를 안아 일으켜 긴장을 풀게 하고 답을 찾을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굉장했다. 아이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할 때마다 호명받은 학생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사라지는 게 보였다. 마치 친구들의 응원이 5초 동안 머리를 맑고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리는 것만 같았다. 대략 75퍼센트의 경우 박수가 멈추자마자 정답이 나온다. 그러면 나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고 다른 학생에게 얼른 기회를 넘기지 않은 점을 스스로 대견하게 여긴다. 또 아이들은 우리가 믿어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집중해 답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그렇다면 정답이 나오지 않거나 오답이 나오는 나머지 25퍼센트의 경우는 어쩌란 말인가? 그럴 경우 나는 학생이 답을 알아낼 수 있게 길 안내를 시작한다.

“좋아. 그럼 다 같이 이 문제를 풀어볼까?”

나는 전원이 칠판을 보게 해서 한 학생에게 쏟아지는 부담감을 덜어준다. 여전히 대답은 그 학생의 몫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면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진다. 칠판에 문제를 쓰고 그 학생에게 1단계를 말해보라고도 하고, 1단계를 보여준 다음 왜 1단계가 이렇게 되는지 묻기도 한다. 상황과 학생에 따라 풀이과정을 더 쉽게도 하고 복잡하게도 한다. 그러나 결국엔 그 학생이 답을 말할 수 있는 지점까지 끌고 간다. 학생의 입에서 답이 나오면 그건 그 학생의 성공이 된다. 내 수업시간에 공짜는 없다. 마침내 아이가 정답을 말하면 다 함께 환호하고 박수를 친다. 답을 말한 학생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자부심을 느끼고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덧붙인다.




이 과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미리 학생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었기 때문이고, 또 모두가 결국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을 도입하고 며칠만 지나도 학생들의 눈에 총기와 노력의 빛이 한결 밝게 빛난다. 아이들은 주어진 정보를 모두 습득하고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미리 준비하려고 노력한다. 만약 다른 학생에게 너무 빨리 기회를 넘겨버리거나 정답을 즉시 말하지 못한다고 무시하면 학급 전체에 그릇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아무 노력 없이 수업을 듣고 자신의 능력보다 낮은 기대치를 잡는 일을 허락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교사 린 린지로부터

RCA 간담회를 마치고 돌아와 제 수업시간에 도입한 활동 중 가장 좋았던 것은 학생들에게 서로를 격려하게 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또래끼리 지지하고 격려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누군가 잘해내면 다 같이 박수를 쳐주는 연습을 했습니다.

또 친구가 대답을 못하고 어려워할 때 다들 참을성 있게 기다려준 우리 학생들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한 아이가 한참이나 대답을 못하다가 겨우 정답을 말했는데 제가 칭찬의 말을 건네기도 전에 다른 학생들이 일제히 환호를 하며 박수를 치지 않겠어요? 그 학생도 당혹스러워하기보다는 정답을 맞히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몹시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미주리 주 윌러드, 윌러드 중학교 5~6학년 행동장애학급 담임교사 린 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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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학교 론 클라크 아카데미 론 클라크 저/이주혜 역 | 김영사

놀라운 학업 성취, 놀라운 창의력과 성실함, 친구를 향한 애정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미국 애틀랜타의 가난한 지역에 위치한 론 클라크 아카데미에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세상에서 본 적 없는 놀라운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공부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목표를 찾아간다. 배움을 즐거운 일이라 여기며, 세상의 편견과 차이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이겨내는 방법을 안다. 어디에서 이런 학생들을 찾아냈을까? 론 클라크 아카데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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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A #론 클라크 #교육 #꿈의 학교 론 클라크 아카데미
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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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l0218

2012.08.13

아이에 대한 믿음! 진정 학교에서가 아니라 우리 가정에서 부터 바꿔야 하는 부분이네요. 어린시절 부모의 믿음이 아이들에게는 절대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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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호

2012.07.27

대한민국의 많은 교사들이 읽어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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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히테

2012.07.27

남들이 보기에는 느리지만 사실은 느리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군요.
북유럽에서 선행교육을 결코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우직한 길이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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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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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클라크

1등교사 론 클라크는 원래 교사의 길에 뜻이 없었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미식축구 경기장에 들어가 사각팬티 차림으로 운동장을 누비기고 하고, 던킨 도넛 가게에서 전기 오븐에 숨어 장난을 치다가 통구이가 될 뻔한 적이 있을 정도로 모험과 도전을 좋아했다. 그는 교사직은 단순하고 지루하며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의 일로만 생각했다. 그러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하던 중 학비 전액을 지원해 주는 교사장학제도라는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된다. 대학졸업 후 그는 잠시 고향에 머무르게 되는데, 때마침 고향의 한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여 그 자리를 채운다. 처음 5학년 교실에 들어갔을 때, 놀라운 도전에 직면한다. 아이들은 배움에 흥미를 거의 잃은 상태였고 ‘지도’라는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곧 아이들의 행동을 바로잡고 잠재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기본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규칙을 하나하나 만들기 시작한다. 그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결국 3학년 수준의 읽기능력을 가진 5학년 아이들은 유창한 국어실력을 발휘하게 되고, 책읽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후 클라크는 미국에서 교육환경이 가장 열악한 뉴욕시 할렘으로 무대를 옮겨, 문제투성이인 천방지축 할렘 아이들을 관대하면서도 엄격하게 지도한다. 마침내 아이들은 굳게 닫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에는 미국 최고의 우수교사들에게 수여하는 ‘디즈니 상’을 수상하였고, <오프라 매거진> 등 TV와 라디오 방송에서 큰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현재는 미국 전역을 순회하면서 교사 연수회, 학부모회, 기타 교육 관련 모임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그는 애틀랜타 주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