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콘서트] “혼자 영화 보고, 혼자 밥도 먹어 보세요” - 박칼린 음악감독
지난 4월 20일, YES24와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이 함께하는 <희망콘서트> 두 번째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날의 강연자는 현재 대한민국 공연계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음악감독 박칼린이었다.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흐드러지게 핀 봄꽃과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뒤로하고, 많은 학생들과 YES24 회원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였다.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함에 대한’ 이야기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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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YES24와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이 함께하는 <희망콘서트> 두 번째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날의 강연자는 현재 대한민국 공연계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음악감독 박칼린이었다.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흐드러지게 핀 봄꽃과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뒤로하고, 많은 학생들과 YES24 회원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였다.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함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 있는 시간은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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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과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 내일 할 것들을 생각하면서 자기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고, 잘못한 일이 있다면 반성하고, 새로운 것을 꾸밀 수 있는 시간이고요. 이런 일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타인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에는 변명을 만들기가 굉장히 쉽거든요. 다른 일들 때문에 혹은 다른 영향들 때문에 하지 못했다고 변명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필히 혼자 있는 공간과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그에게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자신의 궤적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알게 모르게 습득한 정보들을 정리하고 재창조하기도 한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자신에 대한 정리와 이해가 이루어지기에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는 일이 가능해진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그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도 그는 혼자 있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였다. 잠든 가족들 사이에 누워 말똥말똥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빠져드는 조용한 그 시간이 좋았다. 가족들이 모두 외출한 후 텅 빈 집안을 말끔하게 정돈한 다음 자신만의 깨끗한 공간에서 첼로를 켜곤 했다. 한 음 한 음 진동하는 그 소리를 홀로 듣는 것이 즐거웠다. 20여 년간 첼로를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연습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을 정도였다. 학창시절, 두 언니가 <록키 호러 픽쳐쇼>를 보기 위해 ‘금요일 밤의 외출’을 고대할 때에도 그는 홀로 집에 남는 편을 택했다. 혼자 있는 공간과 시간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자신이 발명한 경보 장치를 방문 앞에 놓아두기도 했다. 부러진 알람시계를 뜯어 줄을 연결한 다음 누군가 지나갈 때 알람이 울리도록 만든 것이었다.


아무런 방해 없이 혼자서 무언가를 관찰하는 일은 무척 다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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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머무는 시간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공연계에 몸담고 활동하게 되면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공연 이외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무엇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나요?’ 와 같은 질문을 받을 때면 어김없이 ‘잠깐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제자들에게 조언을 해 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홀로 있는 시간을 갖고 있지 않고, 심지어 갖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제자들을 보면 혼자 있는 것을 하루도 못 견디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혼자 밥 먹으러 못 가고, 영화도 혼자서는 보러 가지 않고. 요즘은 혼자서 보러 오시는 분들도 많아졌지만, 공연장은 더더욱 혼자서 가지 않구요. 그런데 아무런 방해 없이 혼자서 무언가를 관찰하는 일은 무척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제자들에게 공연 10개 중에 3개 정도는 혼자 가서 보라고 이야기해요. 영화도 혼자 보고 와라, 너 자신을 위해 제대로 음식을 준비해서 먹어봐라, 이야기하죠.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행동들을 책임질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거든요.”

요즘 그가 즐기는 ‘혼자 있는 시간’은 설거지를 하거나 집 근처의 텃밭을 매거나, 함께 사는 삽살개 ‘해태’를 산책시킬 때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갖는 홍차를 내리고 마시는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그가 설거지라는, 취미 아닌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그가 설거지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말끔하게 원위치로 돌리는’ 정화되고 정제되는 시간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릇을 닦고 정리하는 것이 많은 생각과 주의를 요하는 행위가 아닌 까닭에, 그 시간동안 내일의 계획을 세우고 일상에서 포착한 순간과 장면들을 예술적 영감들로 재탄생시킨다. 가령 오늘 파란 하늘에 빨간 천이 나부끼는 모습을 보았다면 ‘무언가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엇이 될까.’ 골몰하는 식이다. 텃밭을 매거나 개를 산책시킬 때도 예외는 아니다.

혼자 기차 여행을 떠나고 장거리 운전을 하는 시간 역시 좋아하지만, 일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혼자 비행기를 탈 때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간 동안 가장 집중해서 일할 수 있고 무엇보다 버리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작품을 마친 후에는 반드시 ‘클렌징’을 한다. 뮤지컬에서 클렌징이라는 용어는, 공연을 마친 후 다음 공연을 하기 전에 이전 공연의 캐릭터와 음악, 대사 등을 모두 지워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다음 작품의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음악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그의 클렌징 방법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혼자서, 또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주어지는 정보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재정리를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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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새로운 작품을 창작해내야 하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단지 그 시간들을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혼자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자극 혹은 정보들을 어떻게 다시 요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어요. 사람들이 예전에는 누군가 ‘스페인의 수도가 어디지?’라고 물으면 떠올리려고 노력을 했어요. 자신의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던 정보를 끄집어내려고 열심히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생각해 보려는 노력 없이 질문이 끝나자마나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는 거에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거죠.

예를 들어 ‘1988년도에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는데 그 때가 코카콜라가 가장 많이 팔린 한 해였다.’ 라는 정보를 주면 그것을 받아들일 때의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고 해요.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지 ‘단서’만을 기억한다는 거에요. ‘1988년 서울올림픽 코카콜라’ 라는 검색어만 입력하면 찾을 수 있는 정보라고 입력해 놓는 거죠.

모든 예술 활동이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음악처럼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 없는 것들을 창작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일방통행 되어서는 안돼요. 계속해서 교류하는 가운데 자신의 기술을 쌓아가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그 정보가 어디에 존재하는지만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거든요. 주어지는 정보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재정리를 해야 해요.”



결국 중요한 것은 언제나 밸런스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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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일방통행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양방향으로의 생각의 흐름, 즉 소통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개인의 것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 속에서, 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응용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다른 사람과의 소통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그가 이야기하는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음악은 화음을 통해 움직이는 세상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 자신도 음악을 공부하는 데 있어 쿼텟(Quartet, 4중주 - 필자 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연주자들 사이에 서로의 눈짓과 손짓, 호흡을 읽는 교류와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함께 합을 맞추어 나가는 그 과정에서 공동의 약속이 생겨나고 그것을 지키는 일 역시 홀로 연주할 때에는 배울 수 없는 가르침이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다른 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극장에 가는 경험을 해보길 권했다. 서로의 스케줄을 조정해서 약속 시간을 정하는 아주 사소한 일부터 의견을 조율하며 합일을 이루는 과정, 서로의 감상을 교환하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 그 자체가 사회성을 학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언제나 ‘밸런스’라고 말한다.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자신이 항상 여러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 것이 의아하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를 알고 있다. 그가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다른 이와 소통하는 일의 중요성’ 또한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가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고 무대에 올리기까지, 모든 순간에는 ‘따로 또 같이’라는 그의 철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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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서투른 편입니다. 어떻게 하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요?

답변

혼자 있는 시간의 어떤 부분이 싫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무엇이 충족되는 것인지, 혼자 있을 때 무엇이 결핍되는 느낌인지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굳이 모든 사람들이 혼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있는 시간에 자아를 찾고 책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에요. 일기를 쓰는 것과 똑같아요. 처음에는 혼자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차단된 공간에서 글로 옮겨 써보세요. 꼭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닌데요, 저에게는 스스로를 성립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시간들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던 거에요.

질문

다수를 상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가 많으신데, 한 사람 한 사람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시나요?

답변

자신이 리더가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따라주어야 그 사람이 리더가 되는 거죠. 일단 리더는 자신을 비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워낙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믿음이 있어야 해요. 같은 목표를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일단 신뢰가 가요. 그 공연을 하고 싶어서 오디션에 왔고, 저희가 함께 하겠다고 뽑은 사람이고요. 그 믿음이 한 번 생기면 의심하면 안돼요. 오디션을 통해 검증된 후에는 연습 시작 한 두 시간 안에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의 성격 혹은 기질을 알 수 있어요. 그것을 빨리 파악한 후에 계속 조율을 하는 거죠.

신뢰가 형성되고 나면 커뮤니케이션은 그 다음 문제가 되는 거에요. 음악감독으로서 혹은 지휘자로서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제대로 캐스팅을 해야 하죠. 그렇게 하면 커뮤니케이션은 나중 문제가 되는 거에요.

질문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좌절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답변

사실 어려운 질문이에요. 왜냐하면 어떤 역사가 있어서 어떤 방황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정답은 없는 것 같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라.’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후회하면서 살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는 일이 아니에요, 노는 거죠.

방황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음악을 공부하다가 우주선을 타겠다고 다시 시험을 봐서 전자공학과를 갔었어요. 그곳에서 한 학기동안 공부를 해 보니까 비행을 취미로 하면 될 걸,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음악이 너무 그리웠어요. 그래서 다시 돌아왔어요. 방황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방황은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시기이고, 온갖 좋은 것과 나쁜 것들의 장단점을 많이 생각해봐야 해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봐야 해요. 내가 누군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정열은 어디에 가있는지, 무엇을 할 때 나의 피가 끓는지, 그 열정을 찾아야 해요. 열정을 찾으면 그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의 모든 세포를 쏟아 부을 수 있는 일을 찾았을 때 하루하루가 일이 아니에요.

제가 방황하지 않았다면 제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리고 감사할 줄 몰랐을 것 같아요. 방황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필요한 것이지만, 단지 방황으로서 존재하면 안돼요. 자신에 대해 정리가 되어야 하고, 멘토와 그들의 좋은 조언을 찾아야 해요. 저도 많은 조언을 구하고 의견도 교환하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무척 많이 갖습니다. 방황은 잘 쓰면 정말 좋은 거에요.

질문

부드럽고 여성적인 카리스마를 갖고 계신 것 같은데, 비결이 무엇인가요?

답변

저는 한 번도 여성스럽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카리스마가 무엇인지도 아직 모르겠는데요. 자신의 것을 제대로 알아야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아가 되었든 기술적인 부분이 되었든 자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도 힘들어요.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강요해서도 안돼요. 소통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사람이 걸어온 길과 배경 같은 ‘역사’를 알게 되면 소통이 더 쉬워져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강요하지 않아요. 모르는 사람이 코너에 몰려서 겁났을 때 큰 소리를 내게 되죠.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싸우지 않게 됩니다. 잘 이끌고 밀어주죠.

특히 음악 분야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은 상대가 찾아갈 수 있게끔 길을 열어주고 인도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Guide를 하고 있을 뿐 Teaching을 하지는 않아요. 저도 Teaching을 해 본 적이 없고요. 자신의 일을 똑바로 알았을 때 그것을 부드럽게 인식시켜주는 것 같아요. 여성스러운 카리스마는 모르겠고요(웃음), 제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아야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해요.

질문

박칼린씨에게 멘토가 되어주신 분은 누구이신가요?

답변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학군을 옮겨야 했어요. 그런데 기존에 다니고 있던 중학교가 음악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었거든요. 그 때 음악 선생님께서 자신의 집에 머물면서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주셨어요. 아직도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도 편지를 올리고 미국에 가면 찾아뵙고 있어요. 모든 앙상블과 음악성을 그분에게서 배웠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또 다른 선생님 덕분에 오케스트라 지휘를 처음 해봤어요. 그분께서 쓰신 곡에 맞춰서 지휘를 했었어요. 호주에 또 한 분이 계시고, 박동진 선생님이 계시죠. 제가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인간문화재 선생님 세 분께서 하와이에 공연을 가셔야 했었어요. 영어가 된다는 이유로 제가 수행을 따라가게 되었죠. 그 때 박동진 선생님께서는 제가 국악 공부를 하고 있는 줄도 모르셨고, 노래하는 걸 들어보신 적도 없으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된장찌개를 드시다가 ‘자네는 소리를 해야 쓰겄네.’ 하시더라구요. 무언가 풍기는 것이 있나 봐요.

제가 잘나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그분들께서 얼마나 주고 싶어 하시고 희생을 할 수 있는 큰 사람이셨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데려다가 가르치셨을까요.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재를 바로 찾아내고,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해내고, 그러면 교류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질문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입니다. 열심히 공부해도 한국 학생들을 따라가기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저도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는데 한국 학생들이 정말 미울 때 많아요. 너무 열심히 해요(웃음). 그렇지만 따라간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저는 사람들을 개개인의 가치로써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구상에서 누가 누구를 비교했을 때 살아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자기 자신으로서 할 수 있는 만큼 해냈을 때 행복을 느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예쁜 사람은 자신의 그릇을 채우려고 노력해 나가는 사람이에요. 정말 재능 있고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놀고 있으면 정말 미워 보여요. 저는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 제일 예뻐요. 다른 사람을 따라간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비교하지 마세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렇게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 거에요. 다른 사람을 쫓아가지 마세요. 자기 자신을 먼저 채우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박칼린 #그냥 #뮤지컬
1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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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2012.11.03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내 열정이 어디서 끓어오르는지 보라.. 깊이 새기고 실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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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쭈양

2012.07.16

멋진 이야기에요. 특히 마지막 이야기가 가슴에 콕 박히네요 노력하면서 자기자신을 채우는데 집중하라는 말...또한번 가슴에 새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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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sooyoon

2012.05.30

너무나 멋진 여성, 박칼린씨. 그녀를 보고 많은걸 보고 느끼고 깨닫고 결심?하게되요. '혼자'라는건 더이상 외롭고 고독한 느낌이 나는 단어를 뜻하지 않는거같아요. 얼마나 많은걸을 창출?해낼 수있는 시간인지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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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