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 독자라면 그녀의 이름이 친근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4년간 ‘윤하정의 공연세상’에서 공연과 배우들의 소식을 전해오던 윤하정 기자 말이다. 화려한 무대 위에 오르는 주인공들을 만나는 특권(!)을 누리며 그들의 삶과 무대의 이야기를 매주 YES24 공연매거진을 통해 전해왔다.
인터뷰어 윤하정 기자는 무대 조명 뒤로 보이지 않는 그들의 노력과 성장의 흔적들에 주목한다. 인터뷰를 준비할 때부터,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까지 자신의 감상을 조근조근 실어내는 그녀의 글을 읽고 있자면, 마치 기자와 배우가 만난 그 자리에 초대되어 함께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그녀는 공연장에 푹 빠져 보낸 시간들을 잠시 정리하고 유럽으로 향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더 많이 알고 싶은 법. 꿈같은 유럽공연기행을 떠나, 지금쯤 새로운 무대와 접속하고 있을 그녀를 부럽게 떠올리며, 그녀의 이야기를 옮긴다.
“’현실의 거울’을 뒤로하고 별을 좇는 돈키호테 같은 사람들. 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 있었기에 무대는 지금껏 살아남았고 감동과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닐까. 찬찬히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닮았기에, 그들의 갈망과 열정, 인내와 환희를 나누고 싶었다. 세상에는 이런 꿈도, 이런 행복도 있을 수 있다고 속삭여 주고 싶었다.(P.5)” |
선남선녀와의 소개팅? 공연 배우들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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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에서 기자까지 12년을 ON AIR상태로 살았다’고 소개했다. 그 안에 생략된 이야기가 궁금하다. 어떻게 무대와 인연을 맺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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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아나운서 활동을 시작했다. 20대 중반이 되자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계속 되더라. 그 무렵 위로를 얻었던 곳이 공연장이었다. 처음에는 콘서트를 자주 봤는데, 신나고 즐겁잖나. 친구들 앞에서 슬픈 이야기를 할 때도 못 우는데,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노래가 나올 때면 실컷 울고 웃게 되더라.
‘좋은 콘서트’라는 기획사에서 웹진 리뷰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채널예스 독자위원으로 공연리뷰를 쓰기도 했다. YES24에서 공연 파트가 생기면서 공연팀 매거진을 만드는데 전격 합류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tbs에서 문화기자 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한동안 찐하게 문화생활을 한 셈이다.” -
리뷰어 활동을 할 때, 모집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글을 쓰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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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적극적인 사람은 아닌데, 그땐 하고 싶었다.(웃음) 사비로라도 공연을 보고 리뷰를 쓰겠다고 했다. 작가들도 글을 잘 써서 쓰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자기 안에 것을 드러내고 같이 공감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글을 쓰는 이유가 더 크지 않을까. 나 역시 내 마음을 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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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배우들과의 인터뷰라니. 책에서 직접 표현한 것처럼 ‘선남선녀와의 소개팅’이 아니었을까!(웃음) 무대 위의 별들과의 인터뷰,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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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초반에는 많이 위축되었다!(웃음) 무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만나다 보니 서로 금방 긴장을 풀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들이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화려하지만은 않다. 그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항상 열정적일까 궁금했다.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하시나요? 어떻게 그렇게 재미있게 하시나요? 생활은 어떻게 하시나요? 궁금했던 걸 직접 물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상대가 하고 싶어하는 말이 뭘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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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 수많은 배우들을 만났고 인터뷰를 했다. 그 중에 몇 사람의 인터뷰를 골라서 책으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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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운 일을 겪는다. 어려운 선택에 상황에 놓이기도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배우들과 인터뷰 하면서, 인생이 항상 좋을 수 만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무대에서 만난 배우,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쓴 거지만, 결국 그 속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다 있더라. 신인 배우라도 밑줄 그을 만한 얘기가 꼭 있었다.
책에도 유명한 배우들의 성공담을 담은 것은 아니다. 배우들이 갖고 있는 고민,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으려고 했다. 박칼린도 이렇게 노력한다는 것, 정성화라는 배우가 이렇게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누구나 자기 인생만의 숙제가 있을 텐데, 남들은 그 숙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한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인상 깊은 인터뷰이를 책에 담았겠지만,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만남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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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승환씨를 정말 좋아해서, 그 인터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처음에는 tbs에서 만나 짧게 인터뷰 했는데 정말 떨렸다. 두 번째는 YES24 기자로 드림팩토리에 가서 인터뷰를 했다. 팬이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아니었을까?(웃음) 친구처럼 즐겁게 수다를 떨었던 피아니스트 김정원씨 인터뷰도 기억에 남는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다니 긴장했는데, 정말 소탈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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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배우들은 자존감도 자존심도 보통 사람들보다 강하지 않을까. 초면에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배우들과 소통하는지 궁금하다. 배우들의 마음을 여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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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인상이 어떤가? 어떤 사람들은 나더러 새침한 인상이라고 하더라. 나는 낯도 많이 가리고 인터뷰를 하기 직전까지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타입이다. 만나서 이야기할 때는 그저 솔직함이 통하는 것 같다. 솔직하게 다가가면 그분들도 마음을 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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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의 솔직함이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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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러 갈 때, 기자가 원하는 방향을 갖고 가지 않나. 듣고 싶은 대답을 듣기 위해 온갖 수단방법을 다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뷰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받아내는 거다. 내가 너의 무언가를 캐가려는 게 아니라 편안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는 거다. 인터뷰이가 무슨 얘기를 하든 기자는 다른 방향으로 글을 쓸 수도 있다.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걸 상대에게 알려줬던 것 같다. 상대가 하고 싶어하는 얘기에 귀 기울여 주고 공감하고, 모르는 건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설명해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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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우가 화제가 되면 비슷한 시기에 여러 매체가 인터뷰를 진행한다. 윤하정 기자의 인터뷰는 이런 점이 다르다,라고 한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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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고 있는 이 사람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을까 고민한다. 어떤 배우이건 간에 무대에 오르면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생각한다.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할 때도, 하고 싶은 말을 물어봐 주길 바라잖나. 분위기를 만들어서 살짝 터뜨리면 쏟아낸다. 그때는 인터뷰이도 후련한 마음이 들 거다.
자료조사를 굉장히 많이 한다거나, 이슈가 될 만한 질문을 적어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된다.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기자가 원하는 내용만 쓰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녹여내 줘서 좋았다는 피드백을 듣곤 한다. 하지만 역시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듣는 일 같다.”
공연 리뷰? 펜 놓고, 공연을 온전히 즐기는 것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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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는 건 중요한 공부다. 윤하정 기자도 배우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달라진 게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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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내면에 울퉁불퉁한 면들을 지니고 있잖나. 그런 것들을 다듬는 시간이었다. 사실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만나는 취재원도 있다. 그럴 때 내 인터뷰가 위로가 되어줄 수도 있다. 그럴 때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내가 작은 힘이 될 수 있구나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슬럼프일 때 취재원을 만나 힘을 얻기도 한다. 정유정 씨 인터뷰가 그런 경우였다. 또 때때로 불쾌한 자리도 있다. 유명세나 드러내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중요한가 배우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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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공연을 감상하는 방법도 남다를 것 같다. 독자들에게 공연을 좀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팁을 제시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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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부터 시작하면 7~8년간 공연 관련 글을 쓴 셈이다. 가끔 보면, 공연을 보면서 틈틈이 메모하는 분도 있다. 나 같은 경우 한 명의 관객으로 정말 즐기려고 노력했다. 중요한 순서는 기획사에 물어보면 되고, 정말 즐기면 중요한 것들은 기억에 남는다. 일부러 글을 쓰려고 주의를 기울이면, 평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공연 자체가 재미없어진다. 아마 내 기사는 언어나 평이 전문적이지 않고 부족한 면도 많이 보일 거다. 하지만 거창한 평으로 재미없는 공연을 소개하는 평론가가 되고 싶진 않았다. 무대가 희로애락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고, 무엇이 재미있는지 전달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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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공연기행을 떠난다고 들었다. 부럽다! 어떻게 된 일인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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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계속 보고 취재를 하다 보면 더 먼 곳의 공연이 보이더라. 30대에 들어서면서 해마다 유럽의 축제를 보러 다녔다. 내 지인은 그런데 비싼 돈을 투자하느니 샤넬 백을 사겠다고 하더라.(웃음) 몇 번의 여행 동안 정말 놀라운 경험이 많았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공연을 할까 싶은 공연장도 있고. 생각해보니 이렇게 1년에 한 번씩 가면, 10년이면 열 번밖에 못 간다. 점점 여행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또 이렇게 다양한 공연과 공연장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주요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도 좋지만, 어떤 테마를 잡고 여행을 해보는 일을 권하고 싶다. 순간의 환상이 될 수도 있지만, 거기서 얻은 에너지로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거다. 나도 힘들 때 여행을 자주 갔는데, ‘세상에 이렇게 보고 읽고 느낄 게 많은데 자잘한 감정은 떠나 보내자’ 기운을 얻고 돌아오곤 했다.” -
여행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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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빼서 간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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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큰 일은 방을 빼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더라.(웃음) 여행 계획을 들려달라. 행복한 시간을 어떻게 꾸려갈 예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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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8월에 축제가 몰려있는데, 축제를 좀더 잘 이해하려면, 그곳의 역사나 문화를 잘 아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나는 체력이 좋은 편도 아니고 여행을 잘하는 체질도 아니다. 물이 바뀌면 소화도 안 된다.(웃음) 그럼에도 하고 싶다. 일단 배낭만 매고 간다. 당분간은 영국에 체류하면서, 워밍업 할 생각이다. 20개월 정도 있다 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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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럽공연기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있고, 테마여행 책도 많다. 사전조사도 하고 조언도 많이 구했을 텐데, 어떤 여행기록을 담아내고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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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문가도 아니고, 처음 가는 곳도 많을 거다. 그래서 생기는 궁금증을 잘 담아낼 생각이다. 글을 쓴다면, 여행을 처음 하신 분이나 낯선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나오지 않을까. 책 작업은 새로운 분야잖나.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작업해가는 과정에서 많이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배운 것도 많고. 인생의 선배님들도 만났다. 책을 막 마무리하고 떠나게 되어 여행 준비도 많이 못했고, 짐도 제대로 못 쌌다. 가면, 더 많은 정보가 있지 않을까?(웃음)”
세세하게 질문지를 만들어가지 않고, 현장에서 인터뷰이와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간다고 했잖나. 여행도 마치 인터뷰처럼 하는 것 같다.(웃음) 좋은 여행이 되길. 행운을 빈다.
-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윤하정 저 | 끌리는책(이코북)
공연예술계의 인물을 인터뷰한 윤하정의 책. 책은 그동안 진행했던 인터뷰를 기초로, 추가 인터뷰를 하면서 인물들의 진솔함을 더욱 끌어내고자 했다. 이 책 속에서 인터뷰한 인물들은 ‘배우, 연출가, 피아니스트, 하모니카 연주자, 미술해설가’라는 직업을 가졌다. 무대에 서는, 또는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did826
2012.08.28
가호
2012.05.31
피히테
2012.05.03
저런 과감한 결정을 하기가 참으로 어렵죠...틀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 같아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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