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스님과의 행복한 동행
변택주 작가는 12년간 법정스님의 길상사 법회 사회를 맡으며 지근거리에서 법정스님을 모셔왔다. 가장 가까이에서 법정스님의 말씀을 듣고 법정스님의 발자취를 묵묵히 따라온 변 작가는 전작 『법정스님, 숨결』에 이어 『법정, 나를 물들이다』로 법정스님이 세상에 남기고 간 구도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매화의 향기에 봄이 눈을 뜨듯이, 법정의 향기가 겨우내 얼어있던 우리의 마음을 깨웠다.
“『법정, 나를 물들이다』에는 법정스님과 인연을 맺은 열아홉 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인물을 선정하는데 특별한 선정기준이 있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인연을 따르려고 했어요. 한 분 한 분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정말 법정스님 못지않게 세상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법정스님께서 말씀하신 ‘맑고 향기롭게 사는 삶’을 보았어요.”
|
전작 『법정스님, 숨결』을 펼치면 상처에 입김을 불어주는 어머니의 따듯한 숨결을 느낄 수 있고, 『법정, 나를 물들이다』를 펼치면 혼잡한 거리 한복판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손을 꼭 잡아주는 아버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법정스님, 숨결』이 설법의 시작이라면, 『법정, 나를 물들이다』는 설법이 끝난 후 주고받는 문답의 시작이다.
“법정스님께서는 당신이 덕을 갖추지 못해서 절을 받는 게 부끄럽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10여 년간 대중들과 맞절로 법회를 시작하셨어요. 법정스님께서는 어려운 일이 닥칠 때면 ‘지광(智光:변택주 작가의 법명)아, 염려마라. 다 잘될 거야’란 말로 위안을 주셨어요. 아직도 그 따스한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거 같아요.”
우리가 법정을 기억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하나. 나누며 살아야
|
‘무소유’는 우리에게 개인적인 성찰과 깨달음을 주었다. 하지만 법정스님이 진정으로 말씀하고자 하셨던 것은 무소유가 아니었다. 법정스님은 ‘갖지 아니하는 삶’이 아닌 ‘나누는 삶’을 말하고자 했다. 또한, 법정스님은 모든 만물을 수평관계로 보았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가지거나 지배할 수 없으며 베푼다는 말 또한 옳지 못하다.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결국은 나눔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경제가 어렵고 가난 때문에 힘들다고 하지만, 작년 우리나라는 무역 수출 7위였고, 경제는 전년 대비 4%안팎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경제는 계속 성장하는 데 서민들의 삶은 왜 반대로 어려워만 지는 걸까요. 산업사회가 땀의 의미를 소중히 했다면, 이제는 눈물이 지닌 의미를 헤아려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흘린 땀만큼 고른 분배가 이뤄지지 못해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이를 기업인과 정치인은 기억해야 합니다.”
나눔은 꼭 물질적인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법정스님은 ‘맑고 향기롭게’를 통해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고자 했다. ‘맑고 향기롭게’는 최소한의 회비도 없었고 구청에서 지원해준다는 복지자금 예산도 거절했다. 법정스님은 가난한 자라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마음과 신성한 노동만으로. 새벽 골목을 쓰는 청소부의 모습으로. 그렇게 사회가 차츰 변해가기를 바랐다.
“세상 만물은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우주가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나눔입니다.”(법정스님) |
둘. 함께 살아야
|
법정스님은 더불어 사는 것을 강조했다.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또는 사람이든 간에 모든 존재는 모두 함께 살아야 한다. 홀로 동떨어진 삶이란 없다. 우리는 법정스님이 강원도 산속에서 홀로 살았다고 여기지만, 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갔다. 법정스님은 박새가 좋아하는 조를 사서 뿌려주기도 하였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계곡물에 숨구멍을 뚫어 산 짐승들이 물을 먹도록 해주기도 했다.
“법정스님하면 ‘무소유’만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법정스님 사상의 핵심은 ‘함께하는 삶’입니다. 불이(不二)라고도 하지요. 둘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우리는 둘이 아니면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불이(不二)는 둘이 아니라고 해서 하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법정스님은 저마다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하나가 되는 공동체를 바랐다. 장애인이나 소외계층의 문제를 자신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닌 우리의 일로 생각할 때 사회가 발전한다. 그리고 내 둘레 사람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알고 친절을 나누는 것이 함께 사는 지혜다.
“시각장애인 조각가의 조각전에 간 적이 있었어요.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칠흑같이 어두운 거예요. 앞이 하나도 안 보였어요. 빛이 한 줌도 없으면 시간이 지나도 시야가 밝아지지 않더군요. 관람을 온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조각을 손으로 더듬어보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더듬어도 도무지 형상이 떠오르지를 않는 거예요. 그러니 이것을 만든 조각가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전시장을 나오니 전시장에 놓여있던 전시물의 사진이 붙어있었어요. 제가 생각한 것과는 확실히 다르더군요. 그리고 소감을 적은 글들이 붙어 있었는데 소감문 하나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그 소감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었다. “저는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입니다. 저는 제 아이를 아주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제가 아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저는 제 고통과 힘든 것만 알았지 아이가 겪고 있는 어둠은 모르고 있었어요. 눈을 뜨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아이의 모습만을 살피려고 했지, 아이와 함께 어둠 속에 있은 적은 없었어요.”
우리는 얼마나 타인을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친절이란 자신이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공감하며 친절을 베푸는 사회. 법정스님은 그런 사회를 꿈꿨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불교도 기독교도 또는 유대교나 화교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입니다.”(법정스님) |
셋. 제 빛깔과 향기를 내뿜어야
|
법정스님은 세상에 하찮은 존재란 없다고 했다. 법정스님은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 안에서 우주의 원리를 찾았다. 그리고 그의 법문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 배우고 깨달았다. 법정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은 한 사람이면 되지, 두 사람은 필요 없다고 했다. 법정스님은 저마다 독특한 향기를 내뿜는 사회가 되기를 바랐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사라지는 날이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날이 아닐까 해요. 커다란 용이 아니고 지렁이라도 그 쓰임이 있는 것이죠. 지렁이는 썩은 흙을 먹고 새 흙을 토해내요. 그리고 땅 안에 공기층을 만들어서 정화작용을 도와주죠. 모두가 용이 되려는 세상만큼 끔찍한 건 없어요. 송사리는 송사리대로, 가물치는 가물치대로, 가재는 가재대로 사는 것이 아름다운 삶입니다.”
세상은 크고 힘 있는 것에 의해서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조화를 통해 움직인다. 인구수만큼의 가치와 개성이 존재하는 것이 세상이어야 한다. 법정스님은 자신을 닮아가기를 바라지 않았다. 법정스님은 각자의 빛깔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랐다.
“법정스님은 불상이나 십자가에 종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공경하는 법을 가르쳐줬으니 이제 세상에 나가 진짜 부처에게 그 공경을 실천하며 살라고 하셨죠. 진짜 부처는 내 아내와 남편이고 자식이며 거리의 행인입니다. 세상 모두가 부처가 되고 그 부처를 공경하는 세상. 나누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법정스님께서는 원하셨어요.”
“사람은 저마다 특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 생에 익힌 열매입니다. 그 열매를 묵히거나 없애지 말고 좋게 써야 합니다. 저마다의 재능과 특성이 한데 어우러져야 건전한 우주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꽃들은 제가 지닌 모양과 향기를 잃지 않고 저마다 세계를 활짝 열어 보이고 있습니다. 사람도 저마다 제 빛깔을 지녀야 합니다.”(법정스님) |
|
◈ 작가소개
|
변택주
1998년부터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12년간 법정스님의 길상사 법회 사회를 맡았으며 법정스님에게 지광(智光)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밝고 향기롭게’ 이사직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컨설팅과 인문학 강의를 겸하면서 법정스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저서로는 『법정스님, 숨결』, 『법정, 나를 물들이다』가 있다.
- 법정, 나를 물들이다 글 변택주 | 불광출판사
여기 법정 스님과 함께 가서(同行) 법정 스님과 함께 행복했던(同幸) 열아홉 사람의 인연 이야기가 있다. 독보적인 자기 예술 세계를 구축한 조각가 최종태, 법정 찻잔으로 스님과 인연을 이어 간 도예가 김기철, 그림으로 시를 쓰는 화가 박항률, 성철 스님 시봉 일기로 유명한 원택 스님, 종교 벽을 허물고 우정을 나눈 장익 주교, 온 누리 어머니로 사는 원불교 박청무 교수 등 『법정, 나를 물들이다』에서 법정 스님과 만난 이들은 그의 숨겨진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주어 독자들에게 법정 스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
김수석
http://blog.yes24.com/musician79
채널예스에서 작가와 독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하늘하늘
2012.03.29
희망으로
2012.03.14
maru
2012.03.0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