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going anywhere」의 캐렌 앤 맞아?
음악 팬들에겐 「Not going anywhere」의 청아한 보이스로 알려진 캐렌 앤. 그랬던 그녀가 영미 팝의 트렌디한 작법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렉트로닉 팝으로 앨범을 시작하네요.
201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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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팬들에겐 「Not going anywhere」의 청아한 보이스로 알려진 캐렌 앤. 그랬던 그녀가 영미 팝의 트렌디한 작법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렉트로닉 팝으로 앨범을 시작하네요.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그녀의 신작입니다. 그리고 <슈퍼스타 K2>를 통해 이름을 알린 김보경의 데뷔작, 작년에 이어 올해 2집을 발표하는 제이워커도 소개합니다.
케렌 앤(Keren Ann) <101> (2011)
첫 곡부터 예상을 뒤엎는다. 대한민국에서 케렌 앤(Keren Ann)은 「Not going anywhere」만으로도 청초하고 청아한 자기고백의 브렌드 자체이기에 일렉트로닉 신스팝 오프너 「My name is trouble」은 만만치 않은 충격파를 전달한다. 펑키(funky)한 베이스와 리듬 기타 그리고 디스코의 드럼 패턴은 신시사이저와 차가운 궁합을 과시하며 초반부터 과거 자신의 이미지를 변조 가능한 무형의 존재로 탈바꿈시킨다.
여섯 번째 통과의례 <101>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텔레비전 시리즈 <트윈 픽스>처럼 습하고 을씨년스럽지만 그 안에는 삶의 순간과 이중성에 대한 인간의 진지한 고찰과 유머가 스며들어 있다. ‘내 성은 Trouble, 이름은 Mess’라는 블랙 유머식의 불안한 감성을 노래한 「My name is trouble」과 우아한 척하는 군상들의 허영과 본성을 비꼰 「All the beautiful girls」도 케렌 앤의 평범치 않은 시각과 영혼을 표현한다. 음반 타이틀 「101」에서는 명사(名詞)를 나열한 빌리 조엘(Billy Joel)의 「We didn't start the fire」처럼 순간과 양면성을 극대화한 101가지를 곡의 멜로디와 분리시켜 읊조리며 앨범의 존재성에 낙관을 찍는다.
<트윈 픽스>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줄리 크루즈(Julie Cruise)가 떠오르는 「Run with you」와 「Strange weather」는 내면으로 침잠하는 케렌 앤의 심리를 담아낸다. 여러 이펙터를 사용한 기타가 주도하는 개러지 록에 로큰롤 비트를 가미한 「Sugar mama」와 필 스펙터(Phil Spector)의 ‘월 오브 사운드’를 차용해 공감각을 확대시킨 「Blood on my hands」와 「Song from a tour bus」는 감성의 시계추를 1960년대로 고정시킨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수놓은 자존감 강한 싱어 송라이터의 음악적 세례를 받은 케렌 앤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트랙들이다.
또 제인 버킨(Janes Birkin) 풍의 청명한 포크와 챔버 음악의 연결고리를 탐닉하는 「All the beautiful girls」와 데이비드 보위의 퇴폐미가 긷든 「You were on fire」, 격정적인 절정으로 몰아가는 피아노 곡 「Strange weather」 그리고 쓰리 핑거 주법이 앙증맞은 컨트리 포크 넘버 「She won't trade it for nothing」 역시 케렌 앤의 다양성에서 중심을 잡아준다.
전작 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취득한 케렌 앤은 프렌치 팝의 범주에서 벗어나 영미 인디 팝의 미학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한층 성장한 작법을 완수했다. 이제 「Not going anywhere」를 잊어버릴 시간이 왔다.
글 / 소승근(gicsucks@hanmail.net)
김보경 (2011)
스스로를 확인하고 싶지 않았을까. 가수지망생에서 뮤지션으로 올라서기 위해 부딪혀보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기획사 입장에선 <슈퍼스타 K2>를 통해 확보한 소속 가수의 인지도를 쉽게 놓쳐버릴 순 없는 일, 는 김보경의 뮤지션으로서 역량과 지향점을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주무기인 내지르는 발성이 돋보인다. 「Because of you」를 통해 이름을 알린 만큼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이 선보였던 팝 록 스타일이 앨범 전체의 맥을 짚고 있다. 김보경이 록적인, 직선형 보컬로 대중에게 호소하고 있고, 그 자신도 추구점이 다르지 않기에 이런 식으로 앨범의 방향이 잡힌 듯하다.
앨범의 지향처럼 결과물도 뚜렷하다. 어느새 잊고 지냈던 여성 보컬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피아노와 스트링으로 시작해 절정에서 은근하게 정체를 드러내는 밴드사운드가 보컬의 에너지를 조력하고 있다. 대표곡 「하루하루」가 음원차트에서 한동안 상위권에 머물렀던 것은 그 시원함이 반가웠기 때문이다.
“기교는 없지만 목소리에 솔직성과 진솔성”이 있다는 그의 말에 동의도, 한편은 달리 생각도 든다. 기교가 있다고 진솔함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버거울 정도로 온 힘을 다하는 발성이 불안한 느낌이다. 그가 싱어 송라이터로 가능성을 보인 밝은 느낌의 「널 생각하며」는 다른 수록곡에 비해 안정감을 주고, 어쿠스틱 사운드에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봄처럼」의 시도 역시 긍정적이다. 분출하는 에너지에 집중하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것과 그 장점에 함몰되는 것은 다르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만, 한 번 뜬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가 가진 개성이 새롭지 않다는 점에서 대중의 변덕을 이겨낼 내구력을 가질 필요도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가야할 긴 여정에서 이제 겨우 ‘첫 날’ 아닌가.
글 / 임도빈(do3355@hanmail.net)
제이워커(The Jaywalker) <2nd> (2011)
트렌드에 영합하는 가벼움이나 한곳에 정체됨 없이 광활한 록의 영토를 가로지른다. 거친 여정 위에서 만나는 풍경은 메탈부터 사이키델릭, 일렉트로닉스까지 다채롭다. 도회적인 회색빛을 헤매다가도 몽환적인 안개 속에 갇힌다. 목표는 종잡을 수 없지만 이들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장르간의 경계를 허물고 수용함으로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노선을 구축한다.
제이워커의 2집은 2011년에 발매하지만 멤버들은 모두 15여 년 넘게 음악신에서 활약해왔다. 레처에서 활동했던 방경호(기타, 보컬)와 블랙신드롬, 소울테이크 등에서 입지를 다진 임병섭(드럼), 더블, 나일론 등을 거친 나상원(베이스)이 모였다. 이들은 (1998년) 제이워커가 결성된 이래 각자의 위치에서 내공과 지분을 획득했다. 멤버의 수는 적지만 악기의 한계를 넘은 섬세한 인터플레이를 이룩하며 공고한 음을 건축한다.
전작에서 증폭된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서정성과 멜로디를 보강하여 매니아와 대중의 간극 속에서 능숙한 대처를 보인다.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의 대비로 앨범의 서막을 여는 「Cause I」는 오버 더빙 보이스를 통해 사운드의 고급화와 차별화를 선언한다.
긴장과 이완의 감을 살린 전개는 짜릿한 자유와 해소를 맛보게 한다. 타이틀 곡인 「말해」는 명징한 하이톤 기타리프와 긴박한 드럼비트로 아찔한 드라이브감을 선사한다. 「Point of no return」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붙이며 절정을 향해 치솟는데, 울림 폭을 키운 신디사이저는 곡의 스케일을 웅장하게 한다.
「기억해」는 유일한 발라드 넘버로서 이별에 가슴아파하는 애절한 감성을 보컬에 녹였다. 하지만 「Tearing out」에서 돌변하며 랩과 샤우팅이 오가는 랩코어를 내지른다. 다양한 장르 소화력에 어울리는 폭 넓은 보컬 능력을 증명한다.
그루브 넘치는 베이스 라인 위로 백색 잡음이 연상되는 「Heads up」을 넘어 「동상이몽」에 이르면 지글거리며 끓다가 폭렬하는 기타의 인도를 받게 된다.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믹스와 편곡으로 음반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 「The Flame (Red Wine)」을 지나면 「Finale」을 마주한다. 장작 6분 동안 순차적인 진행을 역행하는 블루스 터치가 2집의 아쉬운 끝을 알린다.
11곡의 음악은 제각기 다른 스타일을 보이지만 지향점은 하나다. 숨 막히도록 답답한 현실과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뒤엉켜 울고 외치며 고통스러워한다. 2집에는 쉽게 획득할 수 없는 음악적 경험과 삶이 묻혀있다. 그야말로 험난한 시간을 이겨온 불멸의 음악이다.
글 / 김반야(10_ban@naver.com)
제공: IZM
(www.izm.co.kr/)
케렌 앤(Keren Ann) <101> (2011)
여섯 번째 통과의례 <101>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텔레비전 시리즈 <트윈 픽스>처럼 습하고 을씨년스럽지만 그 안에는 삶의 순간과 이중성에 대한 인간의 진지한 고찰과 유머가 스며들어 있다. ‘내 성은 Trouble, 이름은 Mess’라는 블랙 유머식의 불안한 감성을 노래한 「My name is trouble」과 우아한 척하는 군상들의 허영과 본성을 비꼰 「All the beautiful girls」도 케렌 앤의 평범치 않은 시각과 영혼을 표현한다. 음반 타이틀 「101」에서는 명사(名詞)를 나열한 빌리 조엘(Billy Joel)의 「We didn't start the fire」처럼 순간과 양면성을 극대화한 101가지를 곡의 멜로디와 분리시켜 읊조리며 앨범의 존재성에 낙관을 찍는다.
<트윈 픽스>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줄리 크루즈(Julie Cruise)가 떠오르는 「Run with you」와 「Strange weather」는 내면으로 침잠하는 케렌 앤의 심리를 담아낸다. 여러 이펙터를 사용한 기타가 주도하는 개러지 록에 로큰롤 비트를 가미한 「Sugar mama」와 필 스펙터(Phil Spector)의 ‘월 오브 사운드’를 차용해 공감각을 확대시킨 「Blood on my hands」와 「Song from a tour bus」는 감성의 시계추를 1960년대로 고정시킨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수놓은 자존감 강한 싱어 송라이터의 음악적 세례를 받은 케렌 앤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트랙들이다.
또 제인 버킨(Janes Birkin) 풍의 청명한 포크와 챔버 음악의 연결고리를 탐닉하는 「All the beautiful girls」와 데이비드 보위의 퇴폐미가 긷든 「You were on fire」, 격정적인 절정으로 몰아가는 피아노 곡 「Strange weather」 그리고 쓰리 핑거 주법이 앙증맞은 컨트리 포크 넘버 「She won't trade it for nothing」 역시 케렌 앤의 다양성에서 중심을 잡아준다.
전작
글 / 소승근(gicsucks@hanmail.net)
김보경
주무기인 내지르는 발성이 돋보인다. 「Because of you」를 통해 이름을 알린 만큼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이 선보였던 팝 록 스타일이 앨범 전체의 맥을 짚고 있다. 김보경이 록적인, 직선형 보컬로 대중에게 호소하고 있고, 그 자신도 추구점이 다르지 않기에 이런 식으로 앨범의 방향이 잡힌 듯하다.
앨범의 지향처럼 결과물도 뚜렷하다. 어느새 잊고 지냈던 여성 보컬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피아노와 스트링으로 시작해 절정에서 은근하게 정체를 드러내는 밴드사운드가 보컬의 에너지를 조력하고 있다. 대표곡 「하루하루」가 음원차트에서 한동안 상위권에 머물렀던 것은 그 시원함이 반가웠기 때문이다.
“기교는 없지만 목소리에 솔직성과 진솔성”이 있다는 그의 말에 동의도, 한편은 달리 생각도 든다. 기교가 있다고 진솔함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버거울 정도로 온 힘을 다하는 발성이 불안한 느낌이다. 그가 싱어 송라이터로 가능성을 보인 밝은 느낌의 「널 생각하며」는 다른 수록곡에 비해 안정감을 주고, 어쿠스틱 사운드에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봄처럼」의 시도 역시 긍정적이다. 분출하는 에너지에 집중하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것과 그 장점에 함몰되는 것은 다르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만, 한 번 뜬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가 가진 개성이 새롭지 않다는 점에서 대중의 변덕을 이겨낼 내구력을 가질 필요도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가야할 긴 여정에서 이제 겨우 ‘첫 날’ 아닌가.
글 / 임도빈(do3355@hanmail.net)
제이워커(The Jaywalker) <2nd> (2011)
제이워커의 2집은 2011년에 발매하지만 멤버들은 모두 15여 년 넘게 음악신에서 활약해왔다. 레처에서 활동했던 방경호(기타, 보컬)와 블랙신드롬, 소울테이크 등에서 입지를 다진 임병섭(드럼), 더블, 나일론 등을 거친 나상원(베이스)이 모였다. 이들은 (1998년) 제이워커가 결성된 이래 각자의 위치에서 내공과 지분을 획득했다. 멤버의 수는 적지만 악기의 한계를 넘은 섬세한 인터플레이를 이룩하며 공고한 음을 건축한다.
전작에서 증폭된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서정성과 멜로디를 보강하여 매니아와 대중의 간극 속에서 능숙한 대처를 보인다.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의 대비로 앨범의 서막을 여는 「Cause I」는 오버 더빙 보이스를 통해 사운드의 고급화와 차별화를 선언한다.
긴장과 이완의 감을 살린 전개는 짜릿한 자유와 해소를 맛보게 한다. 타이틀 곡인 「말해」는 명징한 하이톤 기타리프와 긴박한 드럼비트로 아찔한 드라이브감을 선사한다. 「Point of no return」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붙이며 절정을 향해 치솟는데, 울림 폭을 키운 신디사이저는 곡의 스케일을 웅장하게 한다.
「기억해」는 유일한 발라드 넘버로서 이별에 가슴아파하는 애절한 감성을 보컬에 녹였다. 하지만 「Tearing out」에서 돌변하며 랩과 샤우팅이 오가는 랩코어를 내지른다. 다양한 장르 소화력에 어울리는 폭 넓은 보컬 능력을 증명한다.
그루브 넘치는 베이스 라인 위로 백색 잡음이 연상되는 「Heads up」을 넘어 「동상이몽」에 이르면 지글거리며 끓다가 폭렬하는 기타의 인도를 받게 된다.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믹스와 편곡으로 음반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 「The Flame (Red Wine)」을 지나면 「Finale」을 마주한다. 장작 6분 동안 순차적인 진행을 역행하는 블루스 터치가 2집의 아쉬운 끝을 알린다.
11곡의 음악은 제각기 다른 스타일을 보이지만 지향점은 하나다. 숨 막히도록 답답한 현실과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뒤엉켜 울고 외치며 고통스러워한다. 2집에는 쉽게 획득할 수 없는 음악적 경험과 삶이 묻혀있다. 그야말로 험난한 시간을 이겨온 불멸의 음악이다.
글 / 김반야(10_ban@naver.com)
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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