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켈리가 팬들에게 보내는 간절한 연애편지
‘아이돌 펑크’의 시작을 알린 에이브릴 라빈, 14년만에 첫 베스트 앨범을 내는 덴마크 출신의 록 밴드 ‘뮤’의 앨범도 소개합니다.
201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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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선율의「I believe I can fly」.이 단 한 곡으로도 설명되는 알 켈리가 돌아왔네요. 하지만 이런 발라드 성향의 곡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장르, 이를테면 업 템포의 알앤비나 슬로우 잼 같은 진한 리듬을 선사하는 히트싱글도 분명 있었죠. 이런 알 켈리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신보입니다. 그리고 ‘아이돌 펑크’의 시작을 알린 에이브릴 라빈, 14년만에 첫 베스트 앨범을 내는 덴마크 출신의 록 밴드 ‘뮤’의 앨범도 소개합니다.
알 켈리(R. Kelly) (2011)
알 켈리는 국내에서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한 아티스트였다. 그를 아는 대부분의 국내 팬들은 ‘알 켈리 = I believe I can fly’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I believe I can fly」는 브라이언 맥나이트(Brian McKnight)의 「Back at one」과 함께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잡기 위한 단골 레퍼토리로 수년 간 군림해오지 않았던가. 즉 알 켈리의 노래 중에서도 우리나라 정서에 부합하는 발라드 성향의 싱글들만이 취사선택되어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재설정한 셈이다.
따라서 야릇한 기운이 만연하던 근래의 행보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근육으로 단련된 웃통을 드러내던 「Fiesta」나 「Ignition」 등의 히트 싱글은 발라드만큼의 파급력을 지닐 수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미성년자와 찍은 섹스 테이프가 유출되었다는 소식이 접해지면서 상황은 완벽히 역전된 듯 보였다.
제반의 흐름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어느덧 두 자릿수를 찍은 이번 앨범은 빈티지 사운드로 회귀하면서 싱어로서의 자질을 재차 확인하는 기쁨을 선사한다. 앨범 재킷부터 모든 1960~1970년대의 영화(榮華)를 역설한다. 단정한 턱시도에 선글라스를 끼고 감격에 찬 미소를 머금은 그의 얼굴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명반 를 향한 숭고한 오마주다. 낭만적인 어투로 애인에게 연서를 보내던 그 시대의 프레임으로 돌아갔다.
가수뿐만 아니라 훌륭한 작곡능력이 커리어를 축조한 토대라는 사실을 확증하듯 대부분의 곡이 싱글 커트되어도 무방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은은한 반향을 일으키는 슬로우 잼 성향의 트랙부터 「Taxi cab」과 같은 업 템포의 알앤비까지 선택폭이 다양하다. 전반적으로 가사역시 위험수위를 넘지 않는다. 미성년자 청취불가 딱지가 붙어 있어야할 오른쪽 하단에는 LP 레코드를 연상케 하는 스테레오 표시가 명기되어있다.
복고적인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의 백미는 후반부에 자리한 「When a woman loves」다. 튼실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웅장한 도입부를 연출하며 모타운 사운드를 감격스럽게 소환한다. 화음을 이루는 코러스를 후경에 배치하고, 오르간과 베이스드럼이 감초역할을 하도록 구성된 설계도는 알 켈리의 음악내공을 짐작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과거의 유산을 흠결 없이 복원했다.
그의 역량을 인지하고 있던 이라면 빈티지 사운드를 복기하려는 시도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한 측면에서 분명 본 앨범은 이에 대한 기대를 준수하게 충족하는 성과물이다. 그간 라힘 드본(Raheem DeVaughn)이나 동갑내기인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 등에게서 레트로 소울을 선언하는 기류를 감지할 수 있었다. 물론 아름다웠던 유년의 기억을 청각적 심상으로 추억하고 싶은 아티스트 개인의 욕구가 동인이 되었겠지만, 이는 팬들에게도 귀중한 선물이 된다.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손으로 눌러 쓰며 부른 이번 앨범은 흑백사진 속 알 켈리가 팬들에게 보내는 간절한 연애편지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2011)
안녕 자장가. 쇼핑몰 펑크 혹은 아이돌 펑크를 본격적으로 알린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이 귀여운 반항아의 이미지를 폐기하며 과거와 작별한다. 이혼과 평단의 끊이지 않는 혹평은 좋든 싫든 그에게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고 전 곡 작곡(혹은 공동 작곡)으로 채워진 는 그 가멸찬 증거다.
2008년 11월부터 작업이 진행된 의 발매 예정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둔 2009년 11월이었지만 라디오 입맛에 맞는 업 템포의 밝은 곡들로 채워지길 원했던 음반사의 요구로 발표 날짜는 2010년으로 미뤄졌다. 설상가상으로 2010년 여름, 에이브릴 라빈이 폐혈성 인두염에 걸리면서 음반은 결국 2011년 3월에 공개됐지만 레코드사와 파열음을 낸 라빈은 절충의 미학을 선택하며 대중성과 아티스트의 자존심을 용해시켰다.
첫 싱글 「What the hell」이 그 증거. 1960년대 개러지 음악을 부활시킨 여성 4인조 록 밴드 더 라이크(The Like)의 음악을 떠올리는 「What the hell」은 1990년대 후반, 아이돌 음악의 핵폭발을 가져온 맥스 마틴(Max Martin)과의 공동 작업물답게 안정적인 멜로디 훅을 소유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노래한 이 노래는 에서 가장 뚜렷한 대중성을 확보한 트랙으로 그의 유일한 넘버원인 「Girlfriend」 같은 곡을 요구한 음반사의 요청으로 탄생했다. 에이브릴 라빈은 「What the hell」에서 10대 소녀처럼 카랑카랑하고 치기어린 음색과 발랄함, 위험스럽지 않은 일탈을 유지한 채 자신의 소리를 내고 있다.
펑크 밴드 섬 41(Sum 41)의 리더이자 이제는 ‘에이브릴의 전 남편’이 된 데릭 윔블리(Deryck Whimbley)가 프로듀싱을 맡은 「Black star」는 스스로 화려한 별이 아닌 검은 별로 자신을 낮추며 상이한 이미지를 개설하지만 곧바로 해밝은 「What the hell」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며 골수팬들을 안심시키는 영민함도 갖춘다.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펑키(funky)한 리듬 기타 리프를 끌어들인 장조 곡 「Smile」과 복고적인 「Stop standing there」 등은 에이브릴 라빈의 새로운 면을 비추고 「Everybody hurts」와 「Not enough」, 「Darling」, 「4 real」, 「Remember when」, 「Goodbye」는 ‘님’에서 ‘남’이 된 데릭 윔블리를 향한 변함없는 애모(愛慕)가이자 ‘그’와 ‘나’에게 바치는 연민의 노래다.
의 두 중심축은 이혼과 싱어 송라이터의 자존감이다. 노래를 직접 만들면서도 평론가들로부터 내구성이 약한 치기어린 펑크 소녀로 취급받아 온 에이브릴 라빈은 모든 수록곡에 낙관을 찍으며 그동안 응축한 폭발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후반부에 과용된 현악 연주와 어쿠스틱 사운드의 작위적인 포장은 를 과시와 현학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옭아맨다. 에이브릴 라빈은 아티스트의 성장과 발전은 본체가 폐기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에 순응하지 못했다.
글 / 소승근(gicsucks@hanmail.net)
뮤(Mew) (2010)
덴마크 출신의 록 밴드 뮤의 첫 베스트 앨범. 14년 동안 내놓은 다섯 장의 정규 앨범에서 멤버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노래들을 직접 뽑아냈다. 뮤는 보컬리스트 요나스 비예르 (Jonas Bjerre), 기타리스트 보 매드센 (Bo Madsen), 드러머 실라스 웃케 그라에 외르겐센(Silas Utke Graae J?rgensen)로 이뤄진 트리오. 북유럽의 잿빛 감수성을 드림 팝, 사이키델릭, 슈게이징, 프로그레시브 록 등에 담아 표현해낸다. 특히 필름 전공자들이 만든 팀답게 뮤직비디오의 이미지와 노랫말이 환상적인 어울림을 보여준다.
음반의 유일한 신곡 「Do you love it」에 가장 먼저 관심이 간다. 지난 해 겨울 내한공연 당시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바 있는 노래는 펑키한 기타 록과 몽환적인 드림 팝 사운드가 공존한다. 하지만 두 장르는 잘 섞이지 못하고, 아이들의 꿈결같은 코러스를 방해한다. 엠지엠트(MGMT)의 「Kids」처럼 드라이브감이 넘치게 만들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천장만을 찍어내어 현재 경매 사이트에서 200달러가 넘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1997년 데뷔 음반 에서 두 곡이 선택되었다. 빠른 록 사운드와 낭만적인 트럼펫, 차가운 전자음이 혼재된 「Wheels over me」, 크리스 리(Chris Rea)의 「Driving home for christmas」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우울 모드의 북유럽 캐럴 「She came home for christmas」가 그것이다.
밴드 소유의 레이블 ‘Evil Office’에서 내놓은 2000년 2집 음반에서는 비틀즈를 연상시키는 팝 넘버 「Saliva」, 질주하는 록 사운드 위로 몽환적인 요나스의 보컬이 압권인 「Am I wry? no」, 사이키델릭 록 「156」,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아트 록 「Comforting sounds」 등 뮤 사운드의 완벽한 완성본이 대표로 나왔다.
백야의 드넓은 눈 위를 달리는 듯 한 「Snow brigade」, 나른한 모던 록 「Eight flew over, one was destroyed」는 메이저 데뷔 음반이자 3집 음반 에 수록된 노래들이다. 또 탄탄한 리듬 섹션과 사이키델릭 기타가 특별하게 빛을 발하는 「Special」, 환상적인 드림 팝 「The zookeepers boy」는 명반으로 평가받고 있는 2005년 4집 에 실려 있다.
라는 긴 제목의 2009년 5집에서는 엇박 리듬이 인상적인 「Introducing palace players」, 사랑스러운 팝 넘버 「Beach」, 낭만적인 「Silas the magic car」 등이 추천됐다.
뮤는 자신들의 음악 스타일을 한 틀에 규정하지 않는다. 인터뷰 때마다 ‘멜로딕 프로그레시브 록’, ‘드림 팝’, ‘아트 록’ 등등으로 바꿔서 대답한다. 그만큼 뮤의 음악은 장르 간의 경계가 모호한 지점에 놓여있다. 꿈과 현실을 오간다. 그게 바로 ‘몽중인’ 뮤의 정체성이다. 이번 베스트 음반이 잘 말해준다.
글 /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알 켈리(R. Kelly)
따라서 야릇한 기운이 만연하던 근래의 행보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근육으로 단련된 웃통을 드러내던 「Fiesta」나 「Ignition」 등의 히트 싱글은 발라드만큼의 파급력을 지닐 수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미성년자와 찍은 섹스 테이프가 유출되었다는 소식이 접해지면서 상황은 완벽히 역전된 듯 보였다.
제반의 흐름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어느덧 두 자릿수를 찍은 이번 앨범은 빈티지 사운드로 회귀하면서 싱어로서의 자질을 재차 확인하는 기쁨을 선사한다. 앨범 재킷부터 모든 1960~1970년대의 영화(榮華)를 역설한다. 단정한 턱시도에 선글라스를 끼고 감격에 찬 미소를 머금은 그의 얼굴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명반
가수뿐만 아니라 훌륭한 작곡능력이 커리어를 축조한 토대라는 사실을 확증하듯 대부분의 곡이 싱글 커트되어도 무방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은은한 반향을 일으키는 슬로우 잼 성향의 트랙부터 「Taxi cab」과 같은 업 템포의 알앤비까지 선택폭이 다양하다. 전반적으로 가사역시 위험수위를 넘지 않는다. 미성년자 청취불가 딱지가 붙어 있어야할 오른쪽 하단에는 LP 레코드를 연상케 하는 스테레오 표시가 명기되어있다.
복고적인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의 백미는 후반부에 자리한 「When a woman loves」다. 튼실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웅장한 도입부를 연출하며 모타운 사운드를 감격스럽게 소환한다. 화음을 이루는 코러스를 후경에 배치하고, 오르간과 베이스드럼이 감초역할을 하도록 구성된 설계도는 알 켈리의 음악내공을 짐작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과거의 유산을 흠결 없이 복원했다.
그의 역량을 인지하고 있던 이라면 빈티지 사운드를 복기하려는 시도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한 측면에서 분명 본 앨범은 이에 대한 기대를 준수하게 충족하는 성과물이다. 그간 라힘 드본(Raheem DeVaughn)이나 동갑내기인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 등에게서 레트로 소울을 선언하는 기류를 감지할 수 있었다. 물론 아름다웠던 유년의 기억을 청각적 심상으로 추억하고 싶은 아티스트 개인의 욕구가 동인이 되었겠지만, 이는 팬들에게도 귀중한 선물이 된다.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손으로 눌러 쓰며 부른 이번 앨범은 흑백사진 속 알 켈리가 팬들에게 보내는 간절한 연애편지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2008년 11월부터 작업이 진행된
첫 싱글 「What the hell」이 그 증거. 1960년대 개러지 음악을 부활시킨 여성 4인조 록 밴드 더 라이크(The Like)의 음악을 떠올리는 「What the hell」은 1990년대 후반, 아이돌 음악의 핵폭발을 가져온 맥스 마틴(Max Martin)과의 공동 작업물답게 안정적인 멜로디 훅을 소유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노래한 이 노래는
펑크 밴드 섬 41(Sum 41)의 리더이자 이제는 ‘에이브릴의 전 남편’이 된 데릭 윔블리(Deryck Whimbley)가 프로듀싱을 맡은 「Black star」는 스스로 화려한 별이 아닌 검은 별로 자신을 낮추며 상이한 이미지를 개설하지만 곧바로 해밝은 「What the hell」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며 골수팬들을 안심시키는 영민함도 갖춘다.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펑키(funky)한 리듬 기타 리프를 끌어들인 장조 곡 「Smile」과 복고적인 「Stop standing there」 등은 에이브릴 라빈의 새로운 면을 비추고 「Everybody hurts」와 「Not enough」, 「Darling」, 「4 real」, 「Remember when」, 「Goodbye」는 ‘님’에서 ‘남’이 된 데릭 윔블리를 향한 변함없는 애모(愛慕)가이자 ‘그’와 ‘나’에게 바치는 연민의 노래다.
글 / 소승근(gicsucks@hanmail.net)
뮤(Mew)
음반의 유일한 신곡 「Do you love it」에 가장 먼저 관심이 간다. 지난 해 겨울 내한공연 당시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바 있는 노래는 펑키한 기타 록과 몽환적인 드림 팝 사운드가 공존한다. 하지만 두 장르는 잘 섞이지 못하고, 아이들의 꿈결같은 코러스를 방해한다. 엠지엠트(MGMT)의 「Kids」처럼 드라이브감이 넘치게 만들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천장만을 찍어내어 현재 경매 사이트에서 200달러가 넘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1997년 데뷔 음반 에서 두 곡이 선택되었다. 빠른 록 사운드와 낭만적인 트럼펫, 차가운 전자음이 혼재된 「Wheels over me」, 크리스 리(Chris Rea)의 「Driving home for christmas」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우울 모드의 북유럽 캐럴 「She came home for christmas」가 그것이다.
밴드 소유의 레이블 ‘Evil Office’에서 내놓은 2000년 2집 음반
백야의 드넓은 눈 위를 달리는 듯 한 「Snow brigade」, 나른한 모던 록 「Eight flew over, one was destroyed」는 메이저 데뷔 음반이자 3집 음반
뮤는 자신들의 음악 스타일을 한 틀에 규정하지 않는다. 인터뷰 때마다 ‘멜로딕 프로그레시브 록’, ‘드림 팝’, ‘아트 록’ 등등으로 바꿔서 대답한다. 그만큼 뮤의 음악은 장르 간의 경계가 모호한 지점에 놓여있다. 꿈과 현실을 오간다. 그게 바로 ‘몽중인’ 뮤의 정체성이다. 이번 베스트 음반이 잘 말해준다.
글 /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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