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천재가 정신병원에 가는 이유 - 이지성 『리딩으로 리드하라』
준수한 외모에 수려한 ‘말발’까지! 강사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지성 작가답게, 일찍부터 행사장에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들었다. 가야금 싱어송 라이터 주보라가 강의 전에 오프닝 연주를 맡았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가야금으로 들어본 적 있나요?” 12월 16일,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두고 있던 때, 묵직하게 세련된 소리로 퍼지는 가야금으로 이날의 행사는 시작됐다.
201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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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의 일생일대 프로젝트! 인문고전 독서
“만약 노벨상 수상자에게 매일 2시간 씩 과외를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2년 뒤 당신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질문도 해보자. 노벨상 수상자가 뛰어날까? 인문고전 저자가 뛰어날까? 노벨상 수상자는 죽은 뒤에 기억이 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인문고전 저자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은 2,000년이 넘게 그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 ‘노벨상 수상자’란 머리만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을, ‘인문고전 저자’란 인성과 지성을 겸비해 앎과 삶을 일치시키려 노력한 사람을 함축한 말. “우리가 매일 이런 이들과 교류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 천재가 되지 않겠나?”
『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 작가는 이렇게 독자들을 유혹(!)했다. 2010년 12월, 강남 부티크모나코 행사장에서 열린 작가 강연회 장이었다. 신간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소개하며, “만약 누군가 나에게, 내가 쓴 최고의 책을 꼽으라면, 기꺼이 이 책을 꼽고 싶다.”고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이지성 저자는 1993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벌써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다. 실천적 자기계발서 『꿈꾸는 다락방』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등의 책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 동시에 독자들에게 이지성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이후 많은 독자들의 멘토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인문고전 독서법에 관한 책으로 독자를 찾아왔다. 간절하게 꿈을 그리면 이루어진다는 공식을 제시한 『꿈꾸는 다락방』에 비해, 조금 더 본원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 더불어 2010년, 정의 열풍 및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한창인 때, 그는 왜 인문학 독서가 필요한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인문학 독서를 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준수한 외모에 수려한 ‘말발’까지! 강사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지성 작가답게, 일찍부터 행사장에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들었다. 가야금 싱어송 라이터 주보라가 강의 전에 오프닝 연주를 맡았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가야금으로 들어본 적 있나요?” 12월 16일,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두고 있던 때, 묵직하게 세련된 소리로 퍼지는 가야금으로 이날의 행사는 시작됐다.
“나를 작가로 만든 책, 바로 인문 고전”
“종종 책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너무 심각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그렇게 소개하면, 어렵게 느껴지고 책을 읽고 싶지 않아진다. 그래서 오늘은 가볍고 솔직하게, 무게 잡지 않고 강연하겠다.” 이지성 작가의 오늘 강연 콘셉이다.
저자는 “솔직한 게 나의 경쟁력”이라고 웃으며, 자신이 책을 내게 된 계기를 (정말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국의 인문학 독서가 이루어진 역사, 인문학을 이해하는 방법을 침착하게 기술하고 있는 어조와는 전혀 다르게, 이지성 작가는 애드리브와 재치있는 표현으로 강연 내내 행사장을 웃음소리로 채웠다.
“나는 작가 일을 불순하게 시작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원태연 시집을 보고 ‘아니, 이런 걸로도 돈을 벌 수 있다니!(웃음) 깜짝 놀랐다. 그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지성 작가도 시집을 냈다. 그의 나이 스물네 살이었다. 출간 되고 한 달 뒤, 출판사 사람에게 이런 전화를 받았단다.
“시집 2000부를 찍어 100부 팔았는데 남은 건 나더러 사라고 하더라.(웃음) 버리는데도 돈이 드니까 낙도에 기증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제 첫 번째 시집은 낙도의 주민들이 라면 받침대로 썼다는 비운의 사정이 있다.(웃음) 두 번째 시집도 냈는데, 두 번째 시집은 마찬가지로 군부대에 기증. 종이 비행기를 접어 날리고 총기 쑤시는데 썼다는 비운의 전설이 있다.(웃음)”
그렇게 무명생활이 14년간 지속되었다. 그때만 해도 내는 책마다 세 가지 수식어가 붙었단다. ‘서점에 안 보이는/ 독자가 안사는/ 작가는 속상한’ 그런 책을, 그래도 계속 썼다. 책을 더 읽고, 글을 쓰면서 ‘불순한 놈’은 ‘진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기 시작했다. “글을 써서 돈을 벌어먹는 사람이 아니라, 독자들 앞에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변화의 원천이 된 것이 바로 인문고전 책들이었다. 그 당시, 정말 치열하고 혹독하게 책을 읽어댔다고 저자는 회고했다. “내가 정말 변하고 싶어서 그랬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16년이 걸렸다. 인문고전을 읽고 달라질 수 있다면, 내 자신이 증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독서가 두 가지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시집, 에세이, 소설 같이 문화적 향유를 즐기는 책. 힘들 때 마음을 적셔주는 내 삶의 쉼표 같은 책이 있고, 전투적인 독서가 필요한 책이 있다. 죽기 살기로 대들어야 하는 독서.” 인문고전 독서는 후자에 가깝다. “이유는 간단하다. 뭔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으니까!”
결국 짧지 않은 시간동안, 죽기 살기로 읽었던 인문 고전 독서를 통해, 그는 스스로가 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껏 고리타분하고 허접한 작가였지만, 작가적 자신감이 생겼고, 그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창조적 힘의 원천을 얻게 됐다.” 자신의 체험과 변화로 증명하는 인문 독서의 힘, 이제는 독자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정말, 이 책은 꼭 쓰고 싶다
우리는 왜 인문고전을 ‘독서’해야 할까? 저자는 자신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자료를 모을 수록 이 책은 꼭 써야겠다는 투지를 불태웠다. “1910년에 일본이 무단통치를 시작했는데, 그들이 제일 처음 했던 일이 조선 교육령을 반포한 것이다. 두 가지 큰 골자로 이루어진 교육령은 이러하다. 성균관을 폐지한다. 전국 서당을 없앤다. 이는 동양 고전을 읽히는 국가기관과 사설기관을 없앤 것이다.”
우리는 약 1,600년 동안 일본에 인문고전을 전달하고 가르쳤다. 그 전통은 1868년에 깨졌다. 메이지 유신 이후 우리는 일본에게 인문고전을 전달받고 가르침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 (p.51)
“‘우리는 오늘 플라톤을 읽고 내일 칸트를 읽는다’가 교가인 일본 학교도 있는데, 우리는 정반대로 교육을 시킨 셈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때 번역청을 세워서 세계 고전을 일본어로 번역해서 읽혔다. 우리가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이 역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문고전 독서는 나라와 가문과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니 나라와 가문과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뭔가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지거든 낙담하거나 한탄할 시간에 인문고전을 펴길 권한다. 1,000~2,000년 된 지혜의 산삼을 두뇌에게 실컷 먹이기를 권한다. (p.57)
어떤 책을 쓸 것인가?
자료조사를 마치고, 이지성 저자는 자신이 쓰려는 책과 비슷한 인문고전 도서를 찾아봤다. 그리고 공통점을 발견해냈다. “저자가 굉장히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척 하는 게 보였다. 그런 책은 읽고 난 뒤에. ‘이 자식이 뭐라는 거야’하고 말게 된다.(웃음) 두 번째는, 방향 목적이 없다. 답이 없다. 읽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다.”
그렇게 유사, 경쟁서의 분석을 끝내고 나니 유레카! 갈 길이 보였다. “독자가 배려하는 글쓰기를 하자.”는 것. 이를 위해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잘난 척 하지 않는다.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쉽게 쓴다.
“공자, 맹자, 순자, 묵자, 노자 같은 분들을 동네 친구 영자, 말자 정도로 생각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기로 했다. 그만큼 이해시키기 쉽게 쓰겠다는 말이다.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여기에 포인트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문고전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간절함과 사랑이다. 인문고전을 읽을 때 글자만 읽어서는 안 된다. 그 내용만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단면적인 책 읽기에 불과하다.(…) 진정한 독서는 인문고전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문장 뒤에 숨어 있는 천재의 정신을 만나는 것이다. (p.200)
마음 없는 독서, 부작용 낳는다!
그는 책을 집필하면서 서양고전과 인문고전 사이에 흥미로운 차이를 발견했다. “어떤 고전이든 읽고나면 지혜로워지는 건 사실이다. 서양을 보니, 인문고전 독서 교육을 받고 열두 살에 하버드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람들의 사례가 많다. 그런데 그 사람들 대부분이 하얀 집에서 노후를 보냈다는 얘기를 하더라.”
“서양 천재들은 인문고전 읽고 천재가 되고 영웅이 되었는데, 우리나라 인물들은 약자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거기서 서양 인문고전독서 교육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았다. 바로 사랑이었다.”
일본의 무단통치 시절, 안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훌륭한 인문고전 독서가 선배를 많이 두고 있다. “조선시대 때 세종대왕과 정조대왕이 그런 왕이었다. 정조대왕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정약용 같은 분을 유배를 보내기도 했다. 조선이 그런 천재들의 말을 들었더라면 우리나라가 정말 놀랍게 달라졌을 텐데!”
“율곡 이이의 이야기는 정말 멋지다. 그는 당시 최고의 위치에 올라와 있었다. 왕을 가르치고 온 국민의 스승이 되었는데, 그때 대장간을 차려 낫과 호미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녹봉을 받으면 가난한 사람에게 퍼주고, 자신은 대장간을 운영하며 살림살이를 꾸려갔다. 충격적이지 않나? 이런 분들이 과연 왜 이렇게 살았을까?”
결국,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그 많은 천재들은 인문고전을 읽고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 이 답을 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인문고전을 읽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중요한 포인트가 없으면 인문고전은 헛것이 되고 부작용이 생긴다. 심지어 유해하다.”고 주장한다.
“사랑의 가치를 망각한 서양 독서 교육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헤르만 헤세도 정신병을 앓았다. 이런 예가 얼마나 많은가. 미국의 월스트리트. 그곳에는 미국의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사람들의 90퍼센트가 5년 뒤에 모두 감옥에 갔다.” 천재적인 머리만 있고, 마음이 없어서는 독서도 ‘부작용’이 생긴다는 얘기.
그렇다면 동양의 고전은 어떠한가? “동양 고전에는 인간을 더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깊은 줄기의 사랑이 흐른다. 동양의 어른들이 반복해서 독서하고, 필사를 하는 이러한 활동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약자를 향한 사랑이었다.” 이는 서양고전이 아닌 동양고전만을 읽으라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어떤 책을 읽든 우리가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이 있다는 의미다. “간절한 마음과 사랑, 치열함이 있다면, 당신도 곧 두뇌가 변하는 걸 스스로 느끼게 될 것이다.”
가장 훌륭한 『논어』 독서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코오롱그룹의 민경조 전 부회장처럼 『논어』를 일천 번 넘게 읽는 것일 수도 있고, (주)동주의 조병두 회장처럼 『논어』를 연구주제로 삼아 논문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논어』를 애독하는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논어』의 독서법은 아마도 아래의 대화에 나오는 공자의 대답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삶일 것이다.
번지가 ‘인(仁)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p.182)
고전 읽기, 잘 안된다고? 이렇게 말하라. ‘난 정상이구나!’
강의가 끝나고 질문과 답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독자들은, 많은 이들에게 비전을 불어넣어주는 이지성 저자의 꿈에 대해 궁금해 했다.
고전 읽기에 도전했다가 며칠 만에 포기했다. 아이들과 함께 도전하고 싶은데, 고전읽기 성공 매뉴얼을 제시해 달라.
“『리딩으로 리드하라』에 나와 있다. 그대로 실천해보고, 여전히 잘 되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라. ‘난 정상이구나.(웃음)”
늘 꿈을 꾸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원동력도 역시 고전 읽기에서 비롯된 것인가?
“그저 꿈만 뜨거우면 장비같은 사람이 되고, 인문고전을 읽으면 전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제갈공명 같은 사람이 된다. 물론 장비도, 제갈 공명도 중요한 인물형이다. 무대뽀로 덤비는 것도 좋지만, 치밀하고 전략적 사고도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작가로서 사랑받을 수 있는가. 나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남들이 30년에 해낸 것을 1년에 할 수 있을까? 나는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이런 것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요즘은 어떤 꿈을 꾸고 있나?
“새롭게 자아상을 정의했다. 예전에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꿈이었는데, 지금은 혁명가다. 체게바라와 마르크스와 동급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그분들은 절 모르겠지만, 나는 벌써 꿈꾸고 있다.(웃음)
요즘에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고졸출신 비정규직이 어떻게 삼성을 이길 수 있을까?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자본주의 재벌 문화에 대한 고민이다. 모두가 권력자와 재벌가 편이잖나. 바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성장해야 한다. 대중의식의 혁명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만약 노벨상 수상자에게 매일 2시간 씩 과외를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2년 뒤 당신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질문도 해보자. 노벨상 수상자가 뛰어날까? 인문고전 저자가 뛰어날까? 노벨상 수상자는 죽은 뒤에 기억이 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인문고전 저자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은 2,000년이 넘게 그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 ‘노벨상 수상자’란 머리만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을, ‘인문고전 저자’란 인성과 지성을 겸비해 앎과 삶을 일치시키려 노력한 사람을 함축한 말. “우리가 매일 이런 이들과 교류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 천재가 되지 않겠나?”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인문고전 독서법에 관한 책으로 독자를 찾아왔다. 간절하게 꿈을 그리면 이루어진다는 공식을 제시한 『꿈꾸는 다락방』에 비해, 조금 더 본원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 더불어 2010년, 정의 열풍 및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한창인 때, 그는 왜 인문학 독서가 필요한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인문학 독서를 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준수한 외모에 수려한 ‘말발’까지! 강사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지성 작가답게, 일찍부터 행사장에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들었다. 가야금 싱어송 라이터 주보라가 강의 전에 오프닝 연주를 맡았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가야금으로 들어본 적 있나요?” 12월 16일,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두고 있던 때, 묵직하게 세련된 소리로 퍼지는 가야금으로 이날의 행사는 시작됐다.
“나를 작가로 만든 책, 바로 인문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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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책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너무 심각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그렇게 소개하면, 어렵게 느껴지고 책을 읽고 싶지 않아진다. 그래서 오늘은 가볍고 솔직하게, 무게 잡지 않고 강연하겠다.” 이지성 작가의 오늘 강연 콘셉이다.
저자는 “솔직한 게 나의 경쟁력”이라고 웃으며, 자신이 책을 내게 된 계기를 (정말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국의 인문학 독서가 이루어진 역사, 인문학을 이해하는 방법을 침착하게 기술하고 있는 어조와는 전혀 다르게, 이지성 작가는 애드리브와 재치있는 표현으로 강연 내내 행사장을 웃음소리로 채웠다.
“나는 작가 일을 불순하게 시작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원태연 시집을 보고 ‘아니, 이런 걸로도 돈을 벌 수 있다니!(웃음) 깜짝 놀랐다. 그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지성 작가도 시집을 냈다. 그의 나이 스물네 살이었다. 출간 되고 한 달 뒤, 출판사 사람에게 이런 전화를 받았단다.
“시집 2000부를 찍어 100부 팔았는데 남은 건 나더러 사라고 하더라.(웃음) 버리는데도 돈이 드니까 낙도에 기증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제 첫 번째 시집은 낙도의 주민들이 라면 받침대로 썼다는 비운의 사정이 있다.(웃음) 두 번째 시집도 냈는데, 두 번째 시집은 마찬가지로 군부대에 기증. 종이 비행기를 접어 날리고 총기 쑤시는데 썼다는 비운의 전설이 있다.(웃음)”
이런 변화의 원천이 된 것이 바로 인문고전 책들이었다. 그 당시, 정말 치열하고 혹독하게 책을 읽어댔다고 저자는 회고했다. “내가 정말 변하고 싶어서 그랬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16년이 걸렸다. 인문고전을 읽고 달라질 수 있다면, 내 자신이 증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독서가 두 가지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시집, 에세이, 소설 같이 문화적 향유를 즐기는 책. 힘들 때 마음을 적셔주는 내 삶의 쉼표 같은 책이 있고, 전투적인 독서가 필요한 책이 있다. 죽기 살기로 대들어야 하는 독서.” 인문고전 독서는 후자에 가깝다. “이유는 간단하다. 뭔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으니까!”
결국 짧지 않은 시간동안, 죽기 살기로 읽었던 인문 고전 독서를 통해, 그는 스스로가 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껏 고리타분하고 허접한 작가였지만, 작가적 자신감이 생겼고, 그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창조적 힘의 원천을 얻게 됐다.” 자신의 체험과 변화로 증명하는 인문 독서의 힘, 이제는 독자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정말, 이 책은 꼭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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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인문고전을 ‘독서’해야 할까? 저자는 자신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자료를 모을 수록 이 책은 꼭 써야겠다는 투지를 불태웠다. “1910년에 일본이 무단통치를 시작했는데, 그들이 제일 처음 했던 일이 조선 교육령을 반포한 것이다. 두 가지 큰 골자로 이루어진 교육령은 이러하다. 성균관을 폐지한다. 전국 서당을 없앤다. 이는 동양 고전을 읽히는 국가기관과 사설기관을 없앤 것이다.”
우리는 약 1,600년 동안 일본에 인문고전을 전달하고 가르쳤다. 그 전통은 1868년에 깨졌다. 메이지 유신 이후 우리는 일본에게 인문고전을 전달받고 가르침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 (p.51)
“‘우리는 오늘 플라톤을 읽고 내일 칸트를 읽는다’가 교가인 일본 학교도 있는데, 우리는 정반대로 교육을 시킨 셈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때 번역청을 세워서 세계 고전을 일본어로 번역해서 읽혔다. 우리가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이 역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문고전 독서는 나라와 가문과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니 나라와 가문과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뭔가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지거든 낙담하거나 한탄할 시간에 인문고전을 펴길 권한다. 1,000~2,000년 된 지혜의 산삼을 두뇌에게 실컷 먹이기를 권한다. (p.57)
어떤 책을 쓸 것인가?
자료조사를 마치고, 이지성 저자는 자신이 쓰려는 책과 비슷한 인문고전 도서를 찾아봤다. 그리고 공통점을 발견해냈다. “저자가 굉장히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척 하는 게 보였다. 그런 책은 읽고 난 뒤에. ‘이 자식이 뭐라는 거야’하고 말게 된다.(웃음) 두 번째는, 방향 목적이 없다. 답이 없다. 읽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다.”
그렇게 유사, 경쟁서의 분석을 끝내고 나니 유레카! 갈 길이 보였다. “독자가 배려하는 글쓰기를 하자.”는 것. 이를 위해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잘난 척 하지 않는다.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쉽게 쓴다.
“공자, 맹자, 순자, 묵자, 노자 같은 분들을 동네 친구 영자, 말자 정도로 생각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기로 했다. 그만큼 이해시키기 쉽게 쓰겠다는 말이다.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여기에 포인트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문고전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간절함과 사랑이다. 인문고전을 읽을 때 글자만 읽어서는 안 된다. 그 내용만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단면적인 책 읽기에 불과하다.(…) 진정한 독서는 인문고전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문장 뒤에 숨어 있는 천재의 정신을 만나는 것이다. (p.200)
마음 없는 독서, 부작용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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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책을 집필하면서 서양고전과 인문고전 사이에 흥미로운 차이를 발견했다. “어떤 고전이든 읽고나면 지혜로워지는 건 사실이다. 서양을 보니, 인문고전 독서 교육을 받고 열두 살에 하버드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람들의 사례가 많다. 그런데 그 사람들 대부분이 하얀 집에서 노후를 보냈다는 얘기를 하더라.”
일본의 무단통치 시절, 안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훌륭한 인문고전 독서가 선배를 많이 두고 있다. “조선시대 때 세종대왕과 정조대왕이 그런 왕이었다. 정조대왕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정약용 같은 분을 유배를 보내기도 했다. 조선이 그런 천재들의 말을 들었더라면 우리나라가 정말 놀랍게 달라졌을 텐데!”
“율곡 이이의 이야기는 정말 멋지다. 그는 당시 최고의 위치에 올라와 있었다. 왕을 가르치고 온 국민의 스승이 되었는데, 그때 대장간을 차려 낫과 호미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녹봉을 받으면 가난한 사람에게 퍼주고, 자신은 대장간을 운영하며 살림살이를 꾸려갔다. 충격적이지 않나? 이런 분들이 과연 왜 이렇게 살았을까?”
결국,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그 많은 천재들은 인문고전을 읽고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 이 답을 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인문고전을 읽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중요한 포인트가 없으면 인문고전은 헛것이 되고 부작용이 생긴다. 심지어 유해하다.”고 주장한다.
“사랑의 가치를 망각한 서양 독서 교육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헤르만 헤세도 정신병을 앓았다. 이런 예가 얼마나 많은가. 미국의 월스트리트. 그곳에는 미국의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사람들의 90퍼센트가 5년 뒤에 모두 감옥에 갔다.” 천재적인 머리만 있고, 마음이 없어서는 독서도 ‘부작용’이 생긴다는 얘기.
그렇다면 동양의 고전은 어떠한가? “동양 고전에는 인간을 더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깊은 줄기의 사랑이 흐른다. 동양의 어른들이 반복해서 독서하고, 필사를 하는 이러한 활동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약자를 향한 사랑이었다.” 이는 서양고전이 아닌 동양고전만을 읽으라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어떤 책을 읽든 우리가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이 있다는 의미다. “간절한 마음과 사랑, 치열함이 있다면, 당신도 곧 두뇌가 변하는 걸 스스로 느끼게 될 것이다.”
가장 훌륭한 『논어』 독서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코오롱그룹의 민경조 전 부회장처럼 『논어』를 일천 번 넘게 읽는 것일 수도 있고, (주)동주의 조병두 회장처럼 『논어』를 연구주제로 삼아 논문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논어』를 애독하는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논어』의 독서법은 아마도 아래의 대화에 나오는 공자의 대답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삶일 것이다.
번지가 ‘인(仁)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p.182)
고전 읽기, 잘 안된다고? 이렇게 말하라. ‘난 정상이구나!’
강의가 끝나고 질문과 답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독자들은, 많은 이들에게 비전을 불어넣어주는 이지성 저자의 꿈에 대해 궁금해 했다.
고전 읽기에 도전했다가 며칠 만에 포기했다. 아이들과 함께 도전하고 싶은데, 고전읽기 성공 매뉴얼을 제시해 달라.
“『리딩으로 리드하라』에 나와 있다. 그대로 실천해보고, 여전히 잘 되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라. ‘난 정상이구나.(웃음)”
늘 꿈을 꾸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원동력도 역시 고전 읽기에서 비롯된 것인가?
“그저 꿈만 뜨거우면 장비같은 사람이 되고, 인문고전을 읽으면 전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제갈공명 같은 사람이 된다. 물론 장비도, 제갈 공명도 중요한 인물형이다. 무대뽀로 덤비는 것도 좋지만, 치밀하고 전략적 사고도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작가로서 사랑받을 수 있는가. 나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남들이 30년에 해낸 것을 1년에 할 수 있을까? 나는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이런 것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요즘은 어떤 꿈을 꾸고 있나?
“새롭게 자아상을 정의했다. 예전에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꿈이었는데, 지금은 혁명가다. 체게바라와 마르크스와 동급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그분들은 절 모르겠지만, 나는 벌써 꿈꾸고 있다.(웃음)
요즘에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고졸출신 비정규직이 어떻게 삼성을 이길 수 있을까?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자본주의 재벌 문화에 대한 고민이다. 모두가 권력자와 재벌가 편이잖나. 바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성장해야 한다. 대중의식의 혁명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지성 저자가 추천하는 인문고전 독서 단계별 추천도서■
1년차 (부록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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