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아프로디테의 2년 만의 귀환 - 비욘세
그래미 7차례 수상, MTV 비디오 어워즈 13회 수상에 빛나는 화려한 뮤지션 경력 이외에도 <드림걸즈>, <오스틴 파워 골드 멤버> 등의 작품을 통해 스크린 상에서도 그녀의 매력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2009.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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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네오 디바의 모델을 제시한 비욘세(Beyonce)가 오는 10월 한국을 재차 방문한다. 10월 20~21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목적으로 근 2년 만의 재방문이다. 그녀의 스타일이 곧 유행 트렌드로 전사되고, 다수의 비욘세 워너비를 양산하는 강력한 매력을 직접 우리의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그래미 7차례 수상, MTV 비디오 어워즈 13회 수상에 빛나는 화려한 뮤지션 경력 이외에도 <드림걸즈> <오스틴 파워 골드 멤버> 등의 작품을 통해 스크린 상에서도 그녀의 매력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비욘세의 매력을 온전히 만끽하기 위하여 간단한 사전지식을 체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하지 않던가.
지금의 비욘세가 있기까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시기가 바로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활동 기간이다. 멤버 이동을 거쳐 최종적으로 그녀를 비롯해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 미셸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로 구성된 흑진주 트로이카는 솔트 앤 페퍼(Salt-n-Pepa), 티엘씨(TLC)를 잇는 흑인 여성 트리오의 전설을 승계받는다.
잘게 쪼개진 비트가 세련미를 부여한 「Say my name」이 히트를 기록하며 이들의 존재는 두 번째 앨범인 에서 서서히 조명받기 시작한다. 이후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주가는 총 4개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면서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비록 세 멤버의 역량이 어느 하나 뒤처졌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대중은 일찌감치 리드 싱어인 비욘세의 스타성을 주목하기 시작한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이기적인 몸매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와 넓은 범위의 음역대를 자유롭게 오가는 가창력의 조합은 단연 비욘세를 돋보이게 하는 무기였다. 여기에 아버지이자 매니저인 메튜 놀스(Matthew Knowles)와 어머니인 티나(Tina)의 물심양면적인 후원도 한몫했다. 이후 영화 촬영 등 개인 활동을 위한 숨 고르기가 이어진 후 급기야 2003년 터질 것이 터지고야만 첫 솔로 앨범인 가 탄생한다.
돌려 말할 것도 없다. 2003년은 비욘세의 해였다. 새로운 디바의 개선을 알리는 듯 화려하게 울려 퍼지는 브라스 사운드가 시작을 알린 「Crazy in love」가 미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로 뿜어졌다. 역동적으로 진동하는 그녀의 율동이 「Crazy in love」에 맞춰 꿈틀대는 무대에 대중은 열광했다. 비욘세의 연인이자 힙합계의 대부인 제이 지(Jay-Z)도 그녀의 카리스마에 묻혔을 정도이니 말이다.
음색에서 결코 숨길 수 없는 관능미는 가 적극적으로 표방하는 모토이자 슬로건이다. 흡사 아라비아 반도의 무희를 연상하게 하는 「Baby boy」의 이국적 사운드는 자메이카에서 날아온 래퍼 션 폴(Sean Paul)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재현된다. 1970년대 말 디스코 에라의 히로인 도나 섬머(Donna Summer)의 히트곡 「Love to love you baby」를 끌어온 「Naughty girl」은 육감적인 미학이 정점에 도달한 면모를 과시한다.
일반적으로 댄스홀을 쓸어버린 「Crazy in love」의 휘황찬란함을 상기한다면 트렌드를 선도하는 극점의 사운드로 비욘세의 음악을 정의하겠지만, 실은 그 내면을 헤집어 보면 빈티지한 고전을 재발견하는 중간과정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눈치채게 된다. 「Love to love you baby」는 물론이고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의 펑키한 사운드를 소환한 「Be with you」가 그 대표사례이다. 이러한 고전에 대한 오마주와 재학습은 이후 1960년대 슈프림스(The Supremes)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드림걸즈>와 그녀가 분한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의 영혼을 부활시킨 「Listen」과도 맞닿아있다.
어쨌거나 그녀의 솔로 데뷔 앨범은 평론가들의 호평과 대중적 성공暫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미국에서만 680만 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리는 기염을 토한다. 이듬해 2004년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5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차세대 디바로서의 입지를 굳히며 그야말로 ‘Crazy in Beyonce’ 현상을 야기한다.
1집의 폭발적인 성공에 대한 부담이었을까. 그녀의 2집 는 근 3년이라는 공백기를 거쳐 2006년 9월에 발매되었다. 두 번째 출사표는 다시 한 번 끈끈한 연인 관계를 확인시키며 제이 지와 입을 맞춘 「Deja vu」에서부터 시동을 건다. 이 시대의 여신을 독차지한 제이지에 대한 질투였는지 모르지만 「Crazy in love」와 동일한 조합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고음처리에 있어서 더욱 완벽해진 비욘세의 귀환에 대중은 열렬히 화답했다.
결코 온순하지 않은 템포에서도 비욘세의 하이톤 보컬은 중심을 잃지 않고 직선주로를 질주한다. 「Get me bodied」에서는 리드미컬하면서 유동적인 퍼커션 비트가 비욘세의 음역대를 여과하며 본연의 역동적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증폭시킨다. 이어 바통을 이어받는 「Suga mama」에서는 지루함을 느낄 찰나도 없이 복고 스타일의 가창으로 흐뭇함을 선사한다. 그녀의 변화무쌍함과 파워풀한 카리스마를 목도할 수 있는 앨범으로 를 추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시작부터 높게 조율된 아리아의 향연으로 장식되어 온 는 결국 「Irreplaceable」로 완성된다. 바람을 피운 남자친구를 쿨하게 정리하는 비욘세의 당당함에 매료되었는지, 우리나라에서도 조용한 호응을 얻으며 여성 사용자의 미니홈피 배경음으로 자주 들을 수 있었다는 후문이 있다.
물론 세계적인 일렉트로니카 댄스의 태풍이 우리나라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아직까지 멜로디 라인이 뚜렷한 팝 발라드 곡을 선호하는 한국의 음악팬들에게 2008년 발표한 근작 는 분명 희소식이었으리라. 특히 2 CD로 분리된 구획 중에서도 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말이다.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맺게 된 결혼, <드림걸즈>의 출연과 같은 그녀 인생의 모멘텀을 통과하면서 발표한 세 번째 앨범은 다소 차분하면서도 감정이입의 세밀함에 공을 쓴 흔적이 엿보였다. 「If I a were boy」가 제목에서부터 내포하고 있는 섬세한 내면 묘사는 이전 앨범에서 흔히 볼 수 없던 대담한 시도이며, 자극적인 효과음을 거둬들이는 대신 목소리 하나만으로 자신을 재정립시키는 준거점이다.
은은하게 비쳐오는 불빛의 궤적은 「Halo」에서 장엄한 스트링 선율의 호위 하에 지속되며, 「Disappear」에 이르러서는 인위적이지 않은 코러스의 하모니가 가슴 한편을 따스하게 덥혀준다.
앨범을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축소되었을지 모르나 세 번째 앨범의 또 다른 반쪽인 가 도발하는 동물적인 육감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치밀하게 분절된 비트의 쾌감은 댄싱 히로인이라는 수식어를 과거형 명사로 방치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Radio」에서는 신시사이저를 맛깔 나게 활용하며 시대의 부응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영민함도 보여준다.
가 내놓은 두 개의 CD는 비욘세의 현재를 적확하게 대변하는 표상 그 자체이다. 무대 위를 뜨겁게 불태우는 여전사와 비애의 감상을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노래하는 디바의 이미지 모두 그녀의 것이고 어느 하나 부자연스러운 맥락을 지적할 수 없다. 이러한 양면성은 신선함을 무기로 주목받고 있는 후배 아티스트의 등장에도 철옹성과도 같은 굳건한 지위를 보전하는 버팀목이다.
2009년 현재, 비욘세는 일개 유명 뮤지션이 아닌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전성기를 구가하는 아티스트의 공연, 특히 좌중을 휘어잡는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실시간으로 감상한다는 사실은 희소가치가 충분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주는 감동은 어느 누구도 침해 불가한 영역으로 남는다.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새 시대의 파워풀 디바를 자신의 두 눈으로 영접할 일만 남았다.
그래미 7차례 수상, MTV 비디오 어워즈 13회 수상에 빛나는 화려한 뮤지션 경력 이외에도 <드림걸즈> <오스틴 파워 골드 멤버> 등의 작품을 통해 스크린 상에서도 그녀의 매력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비욘세의 매력을 온전히 만끽하기 위하여 간단한 사전지식을 체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하지 않던가.
지금의 비욘세가 있기까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시기가 바로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활동 기간이다. 멤버 이동을 거쳐 최종적으로 그녀를 비롯해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 미셸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로 구성된 흑진주 트로이카는 솔트 앤 페퍼(Salt-n-Pepa), 티엘씨(TLC)를 잇는 흑인 여성 트리오의 전설을 승계받는다.
잘게 쪼개진 비트가 세련미를 부여한 「Say my name」이 히트를 기록하며 이들의 존재는 두 번째 앨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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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이목구비와 이기적인 몸매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와 넓은 범위의 음역대를 자유롭게 오가는 가창력의 조합은 단연 비욘세를 돋보이게 하는 무기였다. 여기에 아버지이자 매니저인 메튜 놀스(Matthew Knowles)와 어머니인 티나(Tina)의 물심양면적인 후원도 한몫했다. 이후 영화 촬영 등 개인 활동을 위한 숨 고르기가 이어진 후 급기야 2003년 터질 것이 터지고야만 첫 솔로 앨범인
돌려 말할 것도 없다. 2003년은 비욘세의 해였다. 새로운 디바의 개선을 알리는 듯 화려하게 울려 퍼지는 브라스 사운드가 시작을 알린 「Crazy in love」가 미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로 뿜어졌다. 역동적으로 진동하는 그녀의 율동이 「Crazy in love」에 맞춰 꿈틀대는 무대에 대중은 열광했다. 비욘세의 연인이자 힙합계의 대부인 제이 지(Jay-Z)도 그녀의 카리스마에 묻혔을 정도이니 말이다.
음색에서 결코 숨길 수 없는 관능미는
일반적으로 댄스홀을 쓸어버린 「Crazy in love」의 휘황찬란함을 상기한다면 트렌드를 선도하는 극점의 사운드로 비욘세의 음악을 정의하겠지만, 실은 그 내면을 헤집어 보면 빈티지한 고전을 재발견하는 중간과정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눈치채게 된다. 「Love to love you baby」는 물론이고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의 펑키한 사운드를 소환한 「Be with you」가 그 대표사례이다. 이러한 고전에 대한 오마주와 재학습은 이후 1960년대 슈프림스(The Supremes)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드림걸즈>와 그녀가 분한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의 영혼을 부활시킨 「Listen」과도 맞닿아있다.
어쨌거나 그녀의 솔로 데뷔 앨범은 평론가들의 호평과 대중적 성공暫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미국에서만 680만 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리는 기염을 토한다. 이듬해 2004년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5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차세대 디바로서의 입지를 굳히며 그야말로 ‘Crazy in Beyonce’ 현상을 야기한다.
1집의 폭발적인 성공에 대한 부담이었을까. 그녀의 2집 는 근 3년이라는 공백기를 거쳐 2006년 9월에 발매되었다. 두 번째 출사표는 다시 한 번 끈끈한 연인 관계를 확인시키며 제이 지와 입을 맞춘 「Deja vu」에서부터 시동을 건다. 이 시대의 여신을 독차지한 제이지에 대한 질투였는지 모르지만 「Crazy in love」와 동일한 조합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고음처리에 있어서 더욱 완벽해진 비욘세의 귀환에 대중은 열렬히 화답했다.
결코 온순하지 않은 템포에서도 비욘세의 하이톤 보컬은 중심을 잃지 않고 직선주로를 질주한다. 「Get me bodied」에서는 리드미컬하면서 유동적인 퍼커션 비트가 비욘세의 음역대를 여과하며 본연의 역동적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증폭시킨다. 이어 바통을 이어받는 「Suga mama」에서는 지루함을 느낄 찰나도 없이 복고 스타일의 가창으로 흐뭇함을 선사한다. 그녀의 변화무쌍함과 파워풀한 카리스마를 목도할 수 있는 앨범으로 를 추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시작부터 높게 조율된 아리아의 향연으로 장식되어 온 는 결국 「Irreplaceable」로 완성된다. 바람을 피운 남자친구를 쿨하게 정리하는 비욘세의 당당함에 매료되었는지, 우리나라에서도 조용한 호응을 얻으며 여성 사용자의 미니홈피 배경음으로 자주 들을 수 있었다는 후문이 있다.
물론 세계적인 일렉트로니카 댄스의 태풍이 우리나라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아직까지 멜로디 라인이 뚜렷한 팝 발라드 곡을 선호하는 한국의 음악팬들에게 2008년 발표한 근작 는 분명 희소식이었으리라. 특히 2 CD로 분리된 구획 중에서도 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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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맺게 된 결혼, <드림걸즈>의 출연과 같은 그녀 인생의 모멘텀을 통과하면서 발표한 세 번째 앨범은 다소 차분하면서도 감정이입의 세밀함에 공을 쓴 흔적이 엿보였다. 「If I a were boy」가 제목에서부터 내포하고 있는 섬세한 내면 묘사는 이전 앨범에서 흔히 볼 수 없던 대담한 시도이며, 자극적인 효과음을 거둬들이는 대신 목소리 하나만으로 자신을 재정립시키는 준거점이다.
은은하게 비쳐오는 불빛의 궤적은 「Halo」에서 장엄한 스트링 선율의 호위 하에 지속되며, 「Disappear」에 이르러서는 인위적이지 않은 코러스의 하모니가 가슴 한편을 따스하게 덥혀준다.
앨범을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축소되었을지 모르나 세 번째 앨범의 또 다른 반쪽인 가 도발하는 동물적인 육감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치밀하게 분절된 비트의 쾌감은 댄싱 히로인이라는 수식어를 과거형 명사로 방치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Radio」에서는 신시사이저를 맛깔 나게 활용하며 시대의 부응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영민함도 보여준다.
가 내놓은 두 개의 CD는 비욘세의 현재를 적확하게 대변하는 표상 그 자체이다. 무대 위를 뜨겁게 불태우는 여전사와 비애의 감상을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노래하는 디바의 이미지 모두 그녀의 것이고 어느 하나 부자연스러운 맥락을 지적할 수 없다. 이러한 양면성은 신선함을 무기로 주목받고 있는 후배 아티스트의 등장에도 철옹성과도 같은 굳건한 지위를 보전하는 버팀목이다.
2009년 현재, 비욘세는 일개 유명 뮤지션이 아닌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전성기를 구가하는 아티스트의 공연, 특히 좌중을 휘어잡는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실시간으로 감상한다는 사실은 희소가치가 충분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주는 감동은 어느 누구도 침해 불가한 영역으로 남는다.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새 시대의 파워풀 디바를 자신의 두 눈으로 영접할 일만 남았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1개의 댓글
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천사
201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