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특강 2탄③] 내 아이에게 딱 맞춘 단 하나의 미술놀이가 엄마표다 - 『엄마표 미술놀이』 저자 김복실
김복실 저자, 연후맘은 참 서글서글하고 유머러스한 인상과 말투를 지녔다. 그저 이웃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느낌이 들게 소탈하게 책을 소개했다. 사실 책만 보아서는 "와, 어떻게 이런 기막힌 미술놀이가 있지?"라는 느낌보다는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쉽구나." 이런 말이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저자의 성향이 책에서도 풍기는 게 아니겠는가 싶었다.
200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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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서부터 시작된 '엄마표'라는 말이 유행을 이루다시피 곳곳에서 눈에 띄더니 아예 원래부터 있던 말인 것처럼 익숙해진 것도 꽤 오래 전이다. '엄마표'라는 말은 다른 사람의 손, 특히 업체의 손을 빌리지 않고 엄마가 직접 해준다는 말로, 그 속에는 순수한 사랑, 안전함, 깊은 배려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만을 모았다는 은근한 자랑의 느낌도 있다. 엄마표 간식, 엄마표 영어 교육, 엄마표 미술놀이는 듣기만 해도 안심이 된다. 그런 의미로 집에서 엄마와 하는 다양한 미술놀이를 소개한 이 책에는 다른 이름을 붙일 여지가 없다.
더구나 대상을 3세에서 7세로 분명히 해 놓았으니 이 연령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놀이라는 이름 말고 교육이라든가, 홈스쿨링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도 좀 그렇다. 책을 들여다보며 참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을 했고, 엄마표 미술놀이라는 걸 거의 못 해주고 아이를 키운 엄마로서 조금 안쓰러운 느낌도 가졌다. 책에 제시된 방법이 참 쉽고, 재료가 구하기 쉬워서이다. 우리 아이들 어릴 적에 누군가 이런 식의 힌트를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강연회에 참석했다.
새해 1월 13일. 한겨울만 아니면 이른 시간이랄 수 없는 오전 10시 30분. 목동에 자리한, 책을 낸 출판사 건물 2층에서 강연이 열렸다. 날이 많이 추워 더운 커피 한 잔으로 손을 덥히며 강연을 들었다. 청중 가운데는 강연을 듣기 위해 멀리 강원도에서까지 찾아온 이도 있어 추운 날씨에도 강연은 열기 속에 시작됐다. 아무래도 어린아이를 둔 젊은 엄마들이, 강연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고, 그런 가운데 중년의 남성 독자 한 분이 끼어 이채로웠다. 저자 자신도 파주에서 책 속 주인공인 아들 연후를 데리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고 했다.(연후는 강연이 좀 지루했는지 앞자리에서 종이에 뭔가를 쓰며 놀았다. 종이 한 장 가지고도 온갖 놀이를 하는 연후. 아마 엄마표 미술놀이의 가시적인 성과이리라.)
알고 보면 쉽고 재미있는 엄마표 미술놀이
김복실 저자, 연후맘은 참 서글서글하고 유머러스한 인상과 말투를 지녔다. 그저 이웃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느낌이 들게 소탈하게 책을 소개했다. 사실 책만 보아서는 "와, 어떻게 이런 기막힌 미술놀이가 있지?"라는 느낌보다는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쉽구나." 이런 말이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저자의 성향이 책에서도 풍기는 게 아니겠는가 싶었다. 말하자면 전문가라고 해서 다른 이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무언가를 무대에 올라 연극하듯 보여주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재료로 아이와 함께 놀 궁리를 하여 그걸 모두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그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 씀씀이가 강연 내내 빛났다. 그게 좋았다.
"제 미술놀이를 충분히 이용하시고, 저한테도 아이디어 좀 주세요."라며 저자는 웃었다. (물론 저자는 만만찮은 경력의 화가이며, 아이가 일정한 연령이 되면 다시 그림을 그리겠노라 마음먹고 육아에 매진한 엄마이고, 말 그대로 전문가이다. 다만 그 냄새를 심하게 풍기지 않을 뿐이다.)
연후맘의 미술놀이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구강기를 지나 무엇이든지 무조건 입으로 가져가는 시기를 넘어서기만 기다렸죠. 같이 미술놀이를 하고 싶어서요. 24개월만 돼라, 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23개월에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걸 인터넷에 올려 흔적을 남기고 공유하기를 바랐습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회화를 전공하기는 했지만 대단히 특별한 미술놀이의 방법을 지니고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저자 자신도 인터넷 서핑을 꽤 했다고 했다. 그런데, 4세 이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미술놀이 정보가 의의로 없더라는 것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1. 고정관념을 벗는 것부터 시작하자.
인터넷 블로그라는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만큼 한편으로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의 특성 때문에 남들처럼 악성 댓글도 때로는 받아보았던 듯했다. 주로 '비슷비슷한 내용이 많다.'거나 '굳이 먹을거리를 재료로 써야 하느냐'는 내용이었다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고정관념의 탈피'라는 말을 했다. 커다란 전지를 바닥에 깔아주고 밟고 놀게 하느냐, 그걸 벽에 걸어주고 물감을 칠해 흘러내리는 효과를 느끼게 하느냐 하는 것은 대단한 차이가 있는 활동이라 했다. 아이가 자극 받아야 할 감각이 서로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고, 표현하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데 '전지'와 '물감'이라는 재료만 가지고 같은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일종의 고정관념일 수 있다 했다. 또 저자의 미술놀이 중 인기가 높은 두부 으깨기, 두부에 물감 섞기 등 두부로 하는 놀이에 대한 날선 시각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시선을 부탁했다. 유기농의 최고급 두부가 아니라 저렴한 두부를 이용한다는 것, 두부를 의미롭게 쓰는 방법에 대한 조금 열린 시각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것. 평범한 주부로서, 아이 교육에 필요 이상의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세태와 비교해 보면서 수긍이 가는 이야기였다.
2. 연령에 알맞은 놀이여야 한다.
강연 내내 연후맘이 강조한 것은 '연령에 알맞은' 미술놀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령을 뛰어넘는 활동은 아이가 못해서 엄마가 해주어야 하는 부분이 많고, 결국 아이가 주인이 아니라 객이 되어버리는 겉껍질만의 놀이이기가 십상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새겨들어야 할 말이었다. 나 역시 아이의 능력을 뛰어넘는 미술활동은 아이에게는 공부 그 이상이 될 수 없다고 평소에도 늘 생각해왔던 터였다. 문외한이 생각하기에도 엄마가 더 만족스러운 놀이는, 그게 무엇이든 아이의 창의성을 기르기는커녕 지겨움만 키워주어 그 무엇에도 흥미를 못 느끼게 만들어 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그런 배려는 평범한 엄마에게는 생각 외로 어렵다. 자식에 관해서는 욕심이 앞서는 걸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은 연후맘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미술놀이를 하고, 그걸 인터넷에 올리는 활동을 3년 이상 해오면서 늘 아이가 즐거워하고, 아이 연령을 고려하여 욕심 부리는 일 없이 해왔는지, 그게 궁금했다. 그게 정말로 가능했을까 하는.
그리고, 강의를 찬찬히 들으며 '90퍼센트 이상은 그랬겠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딱 알맞은 만큼만 통제를 하며 아이의 즐거움, 호기심, 관심과 가능한 정도를 최대한 배려하며 해왔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연후맘이 연후를 '엄마표 미술놀이'의 최고의 성공 사례인 양 내세우지 않으며, 속상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3. 맘껏 놀게 해주어야 한다.
연후맘이 미술놀이를 하는 다른 엄마들을 보며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집안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아이의 활동반경을 줄이는 모습이다. 조그만 스케치북과 물통으로 쓰는 종이컵, 조그만 팔레트와 조그만 붓 등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전지를 넓게 펼쳐놓고, 커다란 물통(빨간색 딸기 포장 바가지를 특별히 추천해 주었다.)을 마련해 주고, 18호 이상의 큰 붓을 마련해 주면 좋다고 한다. 팔레트도 시중에서 파는 칸막이된 것 말고 넓은 접시로 대신할 것을 권했다(탕수육 접시를 추천해 주었다). 말하자면 아이가 마음껏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라는 것이다. 유아 때는 모든 놀이가 발로 밟는 것으로 끝나고, 온몸이 재료로 범벅이 되기 때문에 아예 미술놀이 하는 날은 목욕하는 날, 이렇게 생각하면 굳이 "하지 말라." "조심해라."는 소리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4. 음악을 틀어놓자.
연후맘이 꼭 지키는 것 중 하나는 미술놀이할 때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다. "미술과 음악은 별개가 아니에요. 떼어서 생각할 수 없지요."라고 말한다. 미술놀이를 할 때마다 음악을 틀어놓아 버릇하면 아이의 몸놀림이 어느새 리드미컬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몸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표현했는데,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다. 음악은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고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면 그것으로 오케이다.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면서 아이가 어느 것에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지 체크해 보면 적당한 음악이 골라진다고.
이 대목에서 저자는 엄마표 미술놀이의 장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실 아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아이의 흥미와 호기심을 한껏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어떻게 보면 엄마가 유일합니다. 체계적인 미술교육을 시킨다고 하면서 온갖 프로그램을 다 섭렵하는 일은 아이를 잘 관찰할 수 없게 합니다.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 위한 미술놀이는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5. 다양한 학습과 연계하는 것을 고려하자.
아이가 행복한 미술놀이, 엄마도 즐거운 미술놀이. 사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엄마 된 이로서 국어나 영어, 수학, 과학 과목에 대해 서서히 준비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는 없다. 창의성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고, 장기적인 효과뿐 아니라 학습과 연계되는 부분에도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연후맘은 미술놀이가 다른 영역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가을에 낙엽을 주워 깨끗이 닦아 담아두면서, 아이와 손잡고 나가서 매일 매일 변하는 낙엽을 관찰하는 일은 자연이나 생태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자아낼 수 있고, 관련된 책을 찾아보는 일로도 연결이 된다고 했다. 소금을 이용하는 미술놀이도 소금과 물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방법이 되며, 도형놀이가 수학과 연계됨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또 영어 학습을 위해 음악을 틀어놓을 때 영어 노래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연후맘 역시 널리 알려진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를 이용해 색깔놀이를 영어 노래로 해보았다고 한다.
엄마의 부지런함이 가족을 행복하게 한다
그러나 연후맘은 이야기 끝에 이 모든 것이 참고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블로그에서 연후가 수수깡으로 만든 구조물을 아주 똑같이 베껴 내는 경우를 보면 좀 당황스럽더라고 했다. 상상력이나 표현은 아이마다 다 다르다는 것.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거듭 이야기한다. 따라서 자기 아이에게 최적화된 놀이를 할 수 있는 모든 엄마표 미술놀이가 똑같이 의미롭다는 것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 엄마가 부지런해야 하지요. 아이디어를 내보고, 아이를 관찰하고,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를 찾아내고, 행동하는 것, 주변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눈을 반짝거리며 찾아내는 것. 그런 엄마의 부지런함이 아이를 웃게 만들고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1년 계획을 세워서 미술놀이를 체계적으로 한다는 저자의 말에 새삼 놀랐다.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엄마의 부지런함이란 말은 극성스럽다는 말과는 다른 무엇일 것이다. 극성이라는 말에는 아이가 뒤로 숨고 엄마가 전면에 나선다는 뉘앙스가 깃들어 있다. 극성스럽지 않고 부지런한 엄마 되기! 부지런하되, 어디까지나 아이가 주인이 되는 미술놀이. 차분히 관찰하고 놀 마당을 만들어 주는 엄마. 아이의 생각주머니가 조금씩 자라나는 걸 긴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엄마. 쉬운 듯하지만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름 아닌 아이를 기르는 일이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볼 일이다. 그리고 그 일에 엄마표 미술놀이는 좋은, 한 방법일 수 있다.
새해 1월 13일. 한겨울만 아니면 이른 시간이랄 수 없는 오전 10시 30분. 목동에 자리한, 책을 낸 출판사 건물 2층에서 강연이 열렸다. 날이 많이 추워 더운 커피 한 잔으로 손을 덥히며 강연을 들었다. 청중 가운데는 강연을 듣기 위해 멀리 강원도에서까지 찾아온 이도 있어 추운 날씨에도 강연은 열기 속에 시작됐다. 아무래도 어린아이를 둔 젊은 엄마들이, 강연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고, 그런 가운데 중년의 남성 독자 한 분이 끼어 이채로웠다. 저자 자신도 파주에서 책 속 주인공인 아들 연후를 데리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고 했다.(연후는 강연이 좀 지루했는지 앞자리에서 종이에 뭔가를 쓰며 놀았다. 종이 한 장 가지고도 온갖 놀이를 하는 연후. 아마 엄마표 미술놀이의 가시적인 성과이리라.)
알고 보면 쉽고 재미있는 엄마표 미술놀이
김복실 저자, 연후맘은 참 서글서글하고 유머러스한 인상과 말투를 지녔다. 그저 이웃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느낌이 들게 소탈하게 책을 소개했다. 사실 책만 보아서는 "와, 어떻게 이런 기막힌 미술놀이가 있지?"라는 느낌보다는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쉽구나." 이런 말이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저자의 성향이 책에서도 풍기는 게 아니겠는가 싶었다. 말하자면 전문가라고 해서 다른 이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무언가를 무대에 올라 연극하듯 보여주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재료로 아이와 함께 놀 궁리를 하여 그걸 모두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그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 씀씀이가 강연 내내 빛났다. 그게 좋았다.
"제 미술놀이를 충분히 이용하시고, 저한테도 아이디어 좀 주세요."라며 저자는 웃었다. (물론 저자는 만만찮은 경력의 화가이며, 아이가 일정한 연령이 되면 다시 그림을 그리겠노라 마음먹고 육아에 매진한 엄마이고, 말 그대로 전문가이다. 다만 그 냄새를 심하게 풍기지 않을 뿐이다.)
연후맘의 미술놀이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구강기를 지나 무엇이든지 무조건 입으로 가져가는 시기를 넘어서기만 기다렸죠. 같이 미술놀이를 하고 싶어서요. 24개월만 돼라, 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23개월에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걸 인터넷에 올려 흔적을 남기고 공유하기를 바랐습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회화를 전공하기는 했지만 대단히 특별한 미술놀이의 방법을 지니고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저자 자신도 인터넷 서핑을 꽤 했다고 했다. 그런데, 4세 이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미술놀이 정보가 의의로 없더라는 것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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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정관념을 벗는 것부터 시작하자.
인터넷 블로그라는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만큼 한편으로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의 특성 때문에 남들처럼 악성 댓글도 때로는 받아보았던 듯했다. 주로 '비슷비슷한 내용이 많다.'거나 '굳이 먹을거리를 재료로 써야 하느냐'는 내용이었다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고정관념의 탈피'라는 말을 했다. 커다란 전지를 바닥에 깔아주고 밟고 놀게 하느냐, 그걸 벽에 걸어주고 물감을 칠해 흘러내리는 효과를 느끼게 하느냐 하는 것은 대단한 차이가 있는 활동이라 했다. 아이가 자극 받아야 할 감각이 서로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고, 표현하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데 '전지'와 '물감'이라는 재료만 가지고 같은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일종의 고정관념일 수 있다 했다. 또 저자의 미술놀이 중 인기가 높은 두부 으깨기, 두부에 물감 섞기 등 두부로 하는 놀이에 대한 날선 시각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시선을 부탁했다. 유기농의 최고급 두부가 아니라 저렴한 두부를 이용한다는 것, 두부를 의미롭게 쓰는 방법에 대한 조금 열린 시각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것. 평범한 주부로서, 아이 교육에 필요 이상의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세태와 비교해 보면서 수긍이 가는 이야기였다.
2. 연령에 알맞은 놀이여야 한다.
강연 내내 연후맘이 강조한 것은 '연령에 알맞은' 미술놀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령을 뛰어넘는 활동은 아이가 못해서 엄마가 해주어야 하는 부분이 많고, 결국 아이가 주인이 아니라 객이 되어버리는 겉껍질만의 놀이이기가 십상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새겨들어야 할 말이었다. 나 역시 아이의 능력을 뛰어넘는 미술활동은 아이에게는 공부 그 이상이 될 수 없다고 평소에도 늘 생각해왔던 터였다. 문외한이 생각하기에도 엄마가 더 만족스러운 놀이는, 그게 무엇이든 아이의 창의성을 기르기는커녕 지겨움만 키워주어 그 무엇에도 흥미를 못 느끼게 만들어 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그런 배려는 평범한 엄마에게는 생각 외로 어렵다. 자식에 관해서는 욕심이 앞서는 걸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은 연후맘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미술놀이를 하고, 그걸 인터넷에 올리는 활동을 3년 이상 해오면서 늘 아이가 즐거워하고, 아이 연령을 고려하여 욕심 부리는 일 없이 해왔는지, 그게 궁금했다. 그게 정말로 가능했을까 하는.
그리고, 강의를 찬찬히 들으며 '90퍼센트 이상은 그랬겠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딱 알맞은 만큼만 통제를 하며 아이의 즐거움, 호기심, 관심과 가능한 정도를 최대한 배려하며 해왔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연후맘이 연후를 '엄마표 미술놀이'의 최고의 성공 사례인 양 내세우지 않으며, 속상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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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맘껏 놀게 해주어야 한다.
연후맘이 미술놀이를 하는 다른 엄마들을 보며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집안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아이의 활동반경을 줄이는 모습이다. 조그만 스케치북과 물통으로 쓰는 종이컵, 조그만 팔레트와 조그만 붓 등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전지를 넓게 펼쳐놓고, 커다란 물통(빨간색 딸기 포장 바가지를 특별히 추천해 주었다.)을 마련해 주고, 18호 이상의 큰 붓을 마련해 주면 좋다고 한다. 팔레트도 시중에서 파는 칸막이된 것 말고 넓은 접시로 대신할 것을 권했다(탕수육 접시를 추천해 주었다). 말하자면 아이가 마음껏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라는 것이다. 유아 때는 모든 놀이가 발로 밟는 것으로 끝나고, 온몸이 재료로 범벅이 되기 때문에 아예 미술놀이 하는 날은 목욕하는 날, 이렇게 생각하면 굳이 "하지 말라." "조심해라."는 소리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4. 음악을 틀어놓자.
연후맘이 꼭 지키는 것 중 하나는 미술놀이할 때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다. "미술과 음악은 별개가 아니에요. 떼어서 생각할 수 없지요."라고 말한다. 미술놀이를 할 때마다 음악을 틀어놓아 버릇하면 아이의 몸놀림이 어느새 리드미컬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몸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표현했는데,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다. 음악은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고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면 그것으로 오케이다.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면서 아이가 어느 것에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지 체크해 보면 적당한 음악이 골라진다고.
이 대목에서 저자는 엄마표 미술놀이의 장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실 아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아이의 흥미와 호기심을 한껏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어떻게 보면 엄마가 유일합니다. 체계적인 미술교육을 시킨다고 하면서 온갖 프로그램을 다 섭렵하는 일은 아이를 잘 관찰할 수 없게 합니다.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 위한 미술놀이는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5. 다양한 학습과 연계하는 것을 고려하자.
아이가 행복한 미술놀이, 엄마도 즐거운 미술놀이. 사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엄마 된 이로서 국어나 영어, 수학, 과학 과목에 대해 서서히 준비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는 없다. 창의성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고, 장기적인 효과뿐 아니라 학습과 연계되는 부분에도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연후맘은 미술놀이가 다른 영역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가을에 낙엽을 주워 깨끗이 닦아 담아두면서, 아이와 손잡고 나가서 매일 매일 변하는 낙엽을 관찰하는 일은 자연이나 생태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자아낼 수 있고, 관련된 책을 찾아보는 일로도 연결이 된다고 했다. 소금을 이용하는 미술놀이도 소금과 물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방법이 되며, 도형놀이가 수학과 연계됨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또 영어 학습을 위해 음악을 틀어놓을 때 영어 노래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연후맘 역시 널리 알려진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를 이용해 색깔놀이를 영어 노래로 해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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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부지런함이 가족을 행복하게 한다
그러나 연후맘은 이야기 끝에 이 모든 것이 참고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블로그에서 연후가 수수깡으로 만든 구조물을 아주 똑같이 베껴 내는 경우를 보면 좀 당황스럽더라고 했다. 상상력이나 표현은 아이마다 다 다르다는 것.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거듭 이야기한다. 따라서 자기 아이에게 최적화된 놀이를 할 수 있는 모든 엄마표 미술놀이가 똑같이 의미롭다는 것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 엄마가 부지런해야 하지요. 아이디어를 내보고, 아이를 관찰하고,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를 찾아내고, 행동하는 것, 주변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눈을 반짝거리며 찾아내는 것. 그런 엄마의 부지런함이 아이를 웃게 만들고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1년 계획을 세워서 미술놀이를 체계적으로 한다는 저자의 말에 새삼 놀랐다.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엄마의 부지런함이란 말은 극성스럽다는 말과는 다른 무엇일 것이다. 극성이라는 말에는 아이가 뒤로 숨고 엄마가 전면에 나선다는 뉘앙스가 깃들어 있다. 극성스럽지 않고 부지런한 엄마 되기! 부지런하되, 어디까지나 아이가 주인이 되는 미술놀이. 차분히 관찰하고 놀 마당을 만들어 주는 엄마. 아이의 생각주머니가 조금씩 자라나는 걸 긴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엄마. 쉬운 듯하지만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름 아닌 아이를 기르는 일이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볼 일이다. 그리고 그 일에 엄마표 미술놀이는 좋은, 한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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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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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