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이영도가 좀비들을 소환한다 - 『그림자 자국』 출간!
인터뷰를 하기 힘들기로 소문난 이영도가 모처럼 얼굴을 드러냈다. 『드래곤 라자』 10주년을 기념하는 신작 『그림자 자국』을 내면서 기자간담회와,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2008.12.11
작게
크게
공유
※ 이 인터뷰는 기자간담회에서의 질의응답과 이메일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드래곤 라자』『퓨처워커』『폴라리스 랩소디』『눈물을 마시는 새』『피를 마시는 새』 그리고 『그림자 자국』까지. 꾸준히 키보드를 두드려온 타자(打者) 이영도. 그는 독자에게 친절한 작가이기도 하고, 불친절한 작가이기도 하다. 뒷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을 쓴다는 점에서 그는 독자에게 최고의 작가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두드려주는’ 작가만큼 친절한 작가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하고, 독자와의 만남이나 인터뷰에 좀처럼 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불친절한 작가이기도 하다.
작가로서 작품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것은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들의 재미를 빼앗고 싶지 않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 일일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만큼 부지런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독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느껴지긴 하지만 단지 ‘게으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혹은 打者)인지, 그의 작품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굳이 몇 백만, 몇 십만의 판매부수나, 몇 분 만에 그의 예약판매 주문이 마감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작품의 줄거리나 해설, 감상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모든 독자가 사전 지식 없이 그 거대한 판타지의 세계로, 그 거침없이 신랄하고 유머러스한 대화로 푹 빠져들어, 허우적거리기를 바랄 뿐이다.
그의 작품을 읽기 위해선 약간의 부작용도 각오해야 한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길며(원고지 7,000매 이상!) 일단 책을 잡으면 놓을 수 없다. 그로 인한 수면 부족과 다크서클은 애교 수준의 부작용이다. 좀비가 되어 버린 사람도 심심찮게 있으니 말이다.
인터뷰를 하기 힘들기로 소문난 이영도가 모처럼 얼굴을 드러냈다. 『드래곤 라자』 10주년을 기념하는 신작 『그림자 자국』을 내면서 기자간담회와,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기자 간담회에 나타난 그는 바로 전까지만 해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드래곤 라자』와 『그림자 자국』 합본 1,000여 세트가 예판 2분 만에 매진되었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떠셨는지요.
일단은 고맙구요. 쑥스러웠습니다. 기다려주신 독자 분께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림자 자국』은 어떤 계기로 쓰시게 되셨는지요?
황금가지 김준혁 팀장님이 『드래곤 라자』 10주년이니 쓰라고 독촉을 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두드릴지는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 어느 정도 분량이 되리라고는 예측쿇지 못했습니다. 다만 상당히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황금가지 김준혁 팀장의 변)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판을 내게 되었는데, 독자들에게 선물로 새 글을 선사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단편을 기대했는데, ‘감사하게도’ 1,500매짜리 장편을 써 주셨습니다.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판을 기존판과 비교할 때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예. 오탈자 바꾸고 문장 조금 정리하고 판형이나 표지, 그 외 여러 부분들이 바뀌긴 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이고 글의 주된 내용이나 구성, 전개 같은 것은 바뀌지 않고 옛날 그대로입니다. 일반적으로 판형을 바꿀 때 일어날 만한 변화들이라고 하겠습니다.
기념판을 내시면서 『드래곤 라자』를 읽으셨을 텐데, 기분이 어떠셨는지요?
겁도 없이 썼구나, 싶었습니다. 지금 쓴다고 그보다 더 쓸 자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요. 저는 제 작품을 교정 볼 일이 아니면 보지 않습니다. 읽으면 술이 마시고 싶어져요. 건강에 두 배로 해롭습니다.(웃음)
『그림자 자국』은 『드래곤 라자』 10주년에 맞춰 나온 소설인데요. 『드래곤 라자』와 『퓨처워커』를 읽은 분들이 더 재미있게 읽도록 고려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고 전작들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직접적, 간접적 영향이 표현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독자 분들이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지는 도저히 알 길이 없기 때문에 ― 그런 걸 알 수 있다면 언제든 재미있는 글을 두드릴 수 있겠지요. ― 그리 주력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림자 자국』은 문체와 시점이 『드래곤 라자』와 달라졌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뭔가 의도가 있는 건가요?
저도 두드리는 재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방식을 바꿔 보았습니다. 결론을 말하면 재미있었습니다.
『드래곤 라자』를 장남 같은 소설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럼 또 다른 대표작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는 이영도 님에게 어떤 소설입니까?
다른 자식들이겠지요. 하하. 자식들은 다 똑같습니다. 장남은, 음, 형제가 없는 상태에서 태어나는 유일한 자식이라서 좀 특별할 수 있겠지요. 그런 사소한 의미밖에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봐선 조상님들께서 표현하신 것처럼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을 인용하고 싶은 기분도 조금 드는군요.
최근에 발표하시는 작품들에서 SF적인 요소가 두드러집니다. 본격적인 SF 소설을 쓰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는 없습니다. 판타지도 그렇고, SF도 그렇고, 특별히 이 장르를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쓰진 않습니다. 쓰면 재미있겠다 싶은 내용을 쓸 뿐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본격적인 SF를 쓰겠다는 말은 할 수 없겠군요. 그저 내가 재미있으려고 키보드를 두드릴 뿐입니다.
작품이 대만과 일본에 번역되고 있는데요. 번역판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번역? 대해서는 참 나라 망신시키는 것 같고요.(웃음) 볼 때마다 못 본 체 하고 있습니다.
현재 쓰고 있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연재 계획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항상 대여섯 개 정도는 두드리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엎고, 살릴 수 있을 것 같으면 살리는 식으로 글을 씁니다. 그래서 그게 완성된 작품이 될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뭘 내겠다, 무엇을 쓰고 있는 중이다, 라고 확실히 말하기 힘듭니다. 연재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연재할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만 아직 ‘여기다’ 싶은 곳이 없군요.
인터뷰에서 작품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시는 걸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히 그렇게 하시는 이유가 있으시나요?
읽으시는 분들의 감상하고 해석할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판타지 문학은 괜찮은 수준의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작가로, 독자로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특히 같은 장르에 매진하는 작가들의 수가 적다는 점이 외롭진 않으신가요?
음.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것은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 질문엔 그렇게 하고 싶군요. 특별한 공격성 없이, 이해의 편의를 위해 하는 질문으로 생각하시고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은 수준의 작품을 많이 내고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이지요? 괜찮은 수준의 작품을 많이 내는 작가 분들은 봤습니다만 그런 분야도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어디든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해봅니다. 외로움에 대해선 그리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
동시대 작가 중에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어떤 작가를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자기 색깔이 드러나게 쓰는 분은 다 좋아합니다. 잘 씌어진 글에 감동하고, 그 글을 쓰신 분들에 대해 고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독서는 특별히 많이 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저 남들만큼 읽는 정도입니다. 항간에 제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무근입니다.
지금까지 쓰신 소설 중에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작품은 어떤 작품이었나요?
확신할 순 없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가 아닐까 싶군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시절이라 술 마실 일이 많아서.
이영도 님의 소설은 대부분 뚜렷한 결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독자의 판단에 맡겨두는데요. 작가로서 이야기의 결말을 명확하게 내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실 때는 없나요?
모든 글의 결말은 제 나름대로 뚜렷한 결말이라서…… 현재로선 다른 방식에 대한 관심은 없습니다.
이영도 님께는 열혈 팬이 많은 걸로 유명합니다. 그분들의 열성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으시나요? 애정이 있는 만큼 비판도 매서울 듯한데요.
그런가요. 그리 유념했던 부분이 아니라서…… 대답하기도 어렵군요. 하하. 보내주시는 비판은 다 좋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제가 재미있으려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거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작품을 쓰는 게 아니라서요. 특별히 비판에 휘둘리고 그러진 않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가 이영도 님의 인생의 몇 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제가 죽은 후에 다른 분들이 내리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독자와의 교류도 드물고, 인터뷰도 잘 안 하시는데요.
저는 글은 글이고, 글쟁이는 글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글과 독자의 관계와, 저와 독자의 관계는 다른 것입니다. 글과 독자가 잘 만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와 별다른 교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독자 입장에서는 글을 쓴 사람이 궁금해지기 마련인데요. 하루에 몇 시간을 집필하는지, 취미는 뭔지 같은 사소한 궁금증에 대해 답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일상은, 굉장히 불규칙합니다. 빠져있다고 말할 만한 취미도 없어서요. 술 마시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음주를 취미라고 할 순 없죠.(웃음)
이영도 님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독자와 작가의 만남은 어떤 것인가요?
온갖 형태가 다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를 들이대면 도망가는 작가도 있고 마이크를 뺏어드는 작가도 있는 것이 재미있지요.
스스로 친절한 작가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불친절한 작가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반적인 의미에서 그리 친절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친절은 상당한 성의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인데 저는 스스로 생각해봐도 굉장히 게으른 인간이거든요.
PC통신으로 글을 발표하면서 작가가 되셨지만 이영도 님은 의외로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실제론 어떠신가요?
모든 남녀는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다 가지고 있으니까.. 아날로그와 디지털도 그리 다르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질문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는 담배는 디지털로 피우고 술은 아날로그로 마시는 것 같군요.
『드래곤 라자』『퓨처워커』『폴라리스 랩소디』『눈물을 마시는 새』『피를 마시는 새』 그리고 『그림자 자국』까지. 꾸준히 키보드를 두드려온 타자(打者) 이영도. 그는 독자에게 친절한 작가이기도 하고, 불친절한 작가이기도 하다. 뒷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을 쓴다는 점에서 그는 독자에게 최고의 작가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두드려주는’ 작가만큼 친절한 작가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하고, 독자와의 만남이나 인터뷰에 좀처럼 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불친절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혹은 打者)인지, 그의 작품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굳이 몇 백만, 몇 십만의 판매부수나, 몇 분 만에 그의 예약판매 주문이 마감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작품의 줄거리나 해설, 감상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모든 독자가 사전 지식 없이 그 거대한 판타지의 세계로, 그 거침없이 신랄하고 유머러스한 대화로 푹 빠져들어, 허우적거리기를 바랄 뿐이다.
그의 작품을 읽기 위해선 약간의 부작용도 각오해야 한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길며(원고지 7,000매 이상!) 일단 책을 잡으면 놓을 수 없다. 그로 인한 수면 부족과 다크서클은 애교 수준의 부작용이다. 좀비가 되어 버린 사람도 심심찮게 있으니 말이다.
인터뷰를 하기 힘들기로 소문난 이영도가 모처럼 얼굴을 드러냈다. 『드래곤 라자』 10주년을 기념하는 신작 『그림자 자국』을 내면서 기자간담회와,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기자 간담회에 나타난 그는 바로 전까지만 해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일단은 고맙구요. 쑥스러웠습니다. 기다려주신 독자 분께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림자 자국』은 어떤 계기로 쓰시게 되셨는지요?
황금가지 김준혁 팀장님이 『드래곤 라자』 10주년이니 쓰라고 독촉을 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두드릴지는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 어느 정도 분량이 되리라고는 예측쿇지 못했습니다. 다만 상당히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황금가지 김준혁 팀장의 변)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판을 내게 되었는데, 독자들에게 선물로 새 글을 선사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단편을 기대했는데, ‘감사하게도’ 1,500매짜리 장편을 써 주셨습니다.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판을 기존판과 비교할 때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예. 오탈자 바꾸고 문장 조금 정리하고 판형이나 표지, 그 외 여러 부분들이 바뀌긴 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이고 글의 주된 내용이나 구성, 전개 같은 것은 바뀌지 않고 옛날 그대로입니다. 일반적으로 판형을 바꿀 때 일어날 만한 변화들이라고 하겠습니다.
기념판을 내시면서 『드래곤 라자』를 읽으셨을 텐데, 기분이 어떠셨는지요?
겁도 없이 썼구나, 싶었습니다. 지금 쓴다고 그보다 더 쓸 자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요. 저는 제 작품을 교정 볼 일이 아니면 보지 않습니다. 읽으면 술이 마시고 싶어져요. 건강에 두 배로 해롭습니다.(웃음)
『그림자 자국』은 『드래곤 라자』 10주년에 맞춰 나온 소설인데요. 『드래곤 라자』와 『퓨처워커』를 읽은 분들이 더 재미있게 읽도록 고려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고 전작들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직접적, 간접적 영향이 표현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독자 분들이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지는 도저히 알 길이 없기 때문에 ― 그런 걸 알 수 있다면 언제든 재미있는 글을 두드릴 수 있겠지요. ― 그리 주력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림자 자국』은 문체와 시점이 『드래곤 라자』와 달라졌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뭔가 의도가 있는 건가요?
저도 두드리는 재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방식을 바꿔 보았습니다. 결론을 말하면 재미있었습니다.
『드래곤 라자』를 장남 같은 소설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럼 또 다른 대표작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는 이영도 님에게 어떤 소설입니까?
다른 자식들이겠지요. 하하. 자식들은 다 똑같습니다. 장남은, 음, 형제가 없는 상태에서 태어나는 유일한 자식이라서 좀 특별할 수 있겠지요. 그런 사소한 의미밖에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봐선 조상님들께서 표현하신 것처럼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을 인용하고 싶은 기분도 조금 드는군요.
최근에 발표하시는 작품들에서 SF적인 요소가 두드러집니다. 본격적인 SF 소설을 쓰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는 없습니다. 판타지도 그렇고, SF도 그렇고, 특별히 이 장르를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쓰진 않습니다. 쓰면 재미있겠다 싶은 내용을 쓸 뿐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본격적인 SF를 쓰겠다는 말은 할 수 없겠군요. 그저 내가 재미있으려고 키보드를 두드릴 뿐입니다.
작품이 대만과 일본에 번역되고 있는데요. 번역판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번역? 대해서는 참 나라 망신시키는 것 같고요.(웃음) 볼 때마다 못 본 체 하고 있습니다.
현재 쓰고 있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연재 계획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항상 대여섯 개 정도는 두드리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엎고, 살릴 수 있을 것 같으면 살리는 식으로 글을 씁니다. 그래서 그게 완성된 작품이 될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뭘 내겠다, 무엇을 쓰고 있는 중이다, 라고 확실히 말하기 힘듭니다. 연재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연재할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만 아직 ‘여기다’ 싶은 곳이 없군요.
인터뷰에서 작품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시는 걸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히 그렇게 하시는 이유가 있으시나요?
읽으시는 분들의 감상하고 해석할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판타지 문학은 괜찮은 수준의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작가로, 독자로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특히 같은 장르에 매진하는 작가들의 수가 적다는 점이 외롭진 않으신가요?
음.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것은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 질문엔 그렇게 하고 싶군요. 특별한 공격성 없이, 이해의 편의를 위해 하는 질문으로 생각하시고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은 수준의 작품을 많이 내고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이지요? 괜찮은 수준의 작품을 많이 내는 작가 분들은 봤습니다만 그런 분야도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어디든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해봅니다. 외로움에 대해선 그리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
동시대 작가 중에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어떤 작가를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자기 색깔이 드러나게 쓰는 분은 다 좋아합니다. 잘 씌어진 글에 감동하고, 그 글을 쓰신 분들에 대해 고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독서는 특별히 많이 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저 남들만큼 읽는 정도입니다. 항간에 제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무근입니다.
지금까지 쓰신 소설 중에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작품은 어떤 작품이었나요?
확신할 순 없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가 아닐까 싶군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시절이라 술 마실 일이 많아서.
모든 글의 결말은 제 나름대로 뚜렷한 결말이라서…… 현재로선 다른 방식에 대한 관심은 없습니다.
이영도 님께는 열혈 팬이 많은 걸로 유명합니다. 그분들의 열성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으시나요? 애정이 있는 만큼 비판도 매서울 듯한데요.
그런가요. 그리 유념했던 부분이 아니라서…… 대답하기도 어렵군요. 하하. 보내주시는 비판은 다 좋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제가 재미있으려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거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작품을 쓰는 게 아니라서요. 특별히 비판에 휘둘리고 그러진 않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가 이영도 님의 인생의 몇 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제가 죽은 후에 다른 분들이 내리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독자와의 교류도 드물고, 인터뷰도 잘 안 하시는데요.
저는 글은 글이고, 글쟁이는 글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글과 독자의 관계와, 저와 독자의 관계는 다른 것입니다. 글과 독자가 잘 만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와 별다른 교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독자 입장에서는 글을 쓴 사람이 궁금해지기 마련인데요. 하루에 몇 시간을 집필하는지, 취미는 뭔지 같은 사소한 궁금증에 대해 답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일상은, 굉장히 불규칙합니다. 빠져있다고 말할 만한 취미도 없어서요. 술 마시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음주를 취미라고 할 순 없죠.(웃음)
이영도 님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독자와 작가의 만남은 어떤 것인가요?
온갖 형태가 다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를 들이대면 도망가는 작가도 있고 마이크를 뺏어드는 작가도 있는 것이 재미있지요.
스스로 친절한 작가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불친절한 작가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반적인 의미에서 그리 친절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친절은 상당한 성의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인데 저는 스스로 생각해봐도 굉장히 게으른 인간이거든요.
PC통신으로 글을 발표하면서 작가가 되셨지만 이영도 님은 의외로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실제론 어떠신가요?
모든 남녀는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다 가지고 있으니까.. 아날로그와 디지털도 그리 다르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질문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는 담배는 디지털로 피우고 술은 아날로그로 마시는 것 같군요.
22개의 댓글
추천 상품
필자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앙ㅋ
2012.04.04
커프스
2011.09.23
이영도 작가의 새 작품을 기다려봅니다.
달바라기
2009.01.1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