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① 국내 최초의 풀타임 블로거, 사람 냄새 나는 인터넷 세상을 꿈꾼다 - 『미코노미』 저자 김태우
“저한테 블로깅은 실현가능한 이상을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일종의 사명이에요. 너무 거창하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200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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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 블로거 김태우 씨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두 개다. 태우’s log(http://twlog.net)는 웹 2.0을 탐구하면서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거기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블로그이고, Technokimchi(http://technokimchi.com)는 한국을 비롯, 아시아 곳곳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세대와 관련된 현상들과 재미있는 일들을 영어로 세계에 소개하는 블로그. 우리 것을 세계에 제대로 알리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다. 십 대와 이십 대 때 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경험(김태우 씨는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이 그에게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사명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웹 2.0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현실을 분석하는 그의 글은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를 모델로 삼아 풀타임 블로거를 꿈꾸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블로그를 통해 제대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가 궤도에 오르고 있는 중이다.
자유로운 나로 살기 위해 풀타임 블로거가 되다
삼성맨이 풀타임 블로거가 되기까지 대단한 굴곡과 반전이 있었을 거라고 예단할지 모르지만 의외로 대답은 평범했고 당사자는 태연했다.
“자유가 필요했어요. 모든 면에서. 직접적인 계기는 3주간의 해외 컨퍼런스에 다녀오고 싶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는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그만뒀죠. 회사생활이 좀 답답하기도 했고 선배님들 사는 모습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도 않았고, 우리 대기업 문화가 창의력을 발휘하긴 힘든 분위기고… 다르게 사는 방법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만두고 풀타임 블로거로 살면서 블로그 운영하고, 강의도 하고, 기고도 하고, 컨설턴트 일도 하고, 그렇게 살았어요. 블로그를 통해서 사람도 새로 만났고.”
그런 그가 다시 조직에 몸을 담았다. “완전히 회사원은 아닌데, 올해부터 다시 조직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픈마루에서 글로벌 마케팅 일을 시작했다. 블로그 운영과 강연 활동, 기고 역시 꾸준히 할 계획.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간은 오히려 예전보다 블로그 활동을 더 못했어요. 프리랜서 생활은 정말 자기관리가 잘 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더군요. 오픈마루에서 하는 일이 저한테 딱 맞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오픈마루 서비스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그걸 글로벌에 제대로 알리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마케팅을 알아야 하죠. 현업에 대한 감각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블로깅을 통해 발견한 ‘나’가 중심인 경제, 미코노미
2004년 9월에 처음 시작한 블로그가 『미코노미』라는 중간 보고서를 냈다. 약 3년 동안 웹 2.0을 블로거들과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지식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책이었다. 블로거들과 함께 고민하고, 현장에 있는 개발자들과 직접 만나면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혹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경제학, 미코노미가 탄생했다.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쓸 때보다 더 많이 고민했어요. 쉽게 글이 안 나간다고 할까. 처음에 생각했던 책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쓰다보니까 인문적이고 경제학적인 느낌이 강하게 묻어나더군요. 특히, 6장은 책을 완성하고 새로 써 넣은 부분이에요.” 『미코노미』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6장 ‘사람(人)의 경제’가 가장 마지막에 완성되었다는 건 의외였다. 글을 쓰면서 힘들기만 한 건 아니었다. “대학교 시절을 쓴 1장은 쓰면서 즐거웠어요. 대학에서 웹서비스를 배우던 경험을 썼는데, 6장과 함께 제일 좋아하는 장이기도 해요.”
김태우 씨가 생각하는 웹 2.0의 가치는 사람 중심적인 데 있다. “이전까지 좋은 기업은 이윤을 많이 내는 기업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웹 2.0 시대의 기업은 고객의 입장을 잘 파악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죠. 이윤을 위한 기업에서 ‘나’ 즉 고객을 위하는 기업으로 바꾸는 혁명을 가능하게 합니다. 개인과 개인이 연결됨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죠.”
그가 주장하는 블로그 마케팅 법칙은 3TR이다. 진실하고(Truth), 투명하고(Transparency), 믿음(Trust)을 주어야 한다. “과거의 경제모델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나의 미코노미 모델이 주류 경제학을 대신하리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이십 년 혹은 삼십 년 후에 새로운 이론에 의해 비판받을 수도 있겠죠.” 그는 현 시점을 ‘해산의 고통’이라고 규정했다. “우리는 새로운 흐름에 직면하고 있고, 예전과 달리 변화는 너무나 빨리 우리 삶에 몰아닥칩니다. 40대라는 나이는 사회의 중견, 관록과 경험을 가진 안정적인 나이여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40대들은 뭘 먹고 살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잖아요.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미코노미는 하나의 대안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태우’s log를 운영했을 때 그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미국 사례들을 블로그에 많이 올렸다. 그 때문에 ‘너무 이상적이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저도 한국 현실과 미국의 사례 사이에 갭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일단 창의력 부분에서도 우리가 미국보다는 많이 뒤지고 있고요. 그래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그 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적 상황의 특수성이 뭔지 고민하고 있고… 풀타임 블로거로 유명해지면서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가끔 내가 강의를 듣고 싶은 분들에게 강의를 할 때도 있어요.(웃음) 현업에 계시는 분들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글쓰기가 힘들죠.”
그러나 자신의 주장이 ‘이상’이라는 것에 대해 그는 조심스럽게 반론했다. “내 이야기가 이상인 것도 있고, 어쩌면 현실화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급변하고 있어요. 그때 조금만 머뭇거려도 현실에서 도태되고 위험해질 수 있어요. 저는 그렇지 않게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사람과 대화라는 웹 2.0 파워에 공감하고, 가치관이나 기본 방향이 비슷한 분들이 많아서 큰 힘이 됩니다.”
열정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비결, 주목은 블로거를 춤추게 한다
더 이상 블로그는 특수한 몇몇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갑남을녀들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기업들은 블로그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미코노미』는 그러한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페이지를 많이 할애하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개인이나, 블로그를 통한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기업 모두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좋은 블로그의 요건에 대해 김태우 씨는 명쾌하게 네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했다.
“제일 먼저 컨텐츠의 질. 컨텐츠의 질은 블로그의 기본 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책을 포함한 기존의 미디어는 여기까지였었죠. ‘질 좋은 컨텐츠를 만들었으니 사라.’ 이런 식이었잖아요. 거기에 블로그는 대화가 더해져요. 댓글, 링크, 트랙백, 오프 만남을 통해서 다양하게 대화를 시도할 수 있어요. 저는 대화야말로 블로그의 진정한 장점이고, 가장 블로그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 번째는 좋은 글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구조적인 부분인데, 한국이 신디케이션 부분이 약해요. 한국의 블로그들은 섬이에요. 아쉬운 부분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은 방문자가 하루에 몇 명에 불과했던 블로그가 점점 규모가 커지면 대화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숫자가 늘어나면 다양성이 늘어나는데 그것을 만족시키기가 힘들죠.” 그 해결책은 원론적인 것이다. “저는 일단 서로 진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또, 어떤 인간관계도 그렇듯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선’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성의죠. 많은 스타 블로거들 중에서는 하루에 수십 개씩 올라오는 댓글에 일일이 답을 하느라 새벽 2~3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분들이 많아요.”
열정적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기 위해 관리자는 어떤 식으로 블로거들을 대해야 할까? “사람들이 왜 블로그를 할까요? 순수하게 개인적인 재미를 위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블로깅을 하죠. 운영자는 이런 자기중심적인 블로그 운영자의 심리를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정받고 싶고, 주목받고 싶어 하는 블로거들의 심리를 읽고, 참여자들이 커뮤니케이션하며 협업하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죠.”
블로그처럼 학비가 싼 학교는 없다
국내 최초의 전업 블로거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김태우 씨. 그는 전업 블로거 대신 ‘풀타임 블로거’로 불리길 원한다. 둘의 차이를 다소 난폭하게 정의하면, ‘전업 블로거’는 블로그로 돈을 버는 사람이고, ‘풀타임 블로거’는 블로그를 통해 배우고 탐구하는 사람이다. “그냥 풀타임 블로거, 혹은 프리랜서가 저를 가리키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죠.” 김태우 씨의 궁극적인 목표는 블로그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로 대화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학비 없이 학교에 다닌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블로그 운영하면서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앞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사업을 벌일 거냐고 많이 물어요. 돈을 벌 목적은 아니었지만 블로그를 운영할 만큼은 벌었고, 앞으로 사업은 글쎄요, 저는 주위에서 많이 지적하듯 이상적이에요. 가끔 ‘아이디어’만 팔 수 없나 하고 고민할 만큼.(웃음) 내 이상을 테스트해보는 선에서는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사업이라는 건 이윤에 올인 해야 하는데 전 그렇지 못해요. 저한테 블로깅은 실현가능한 이상을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일종의 사명이에요. 너무 거창하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태우’s log(http://twlog.net)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가장 큰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탐험이다. 웹 2.0이라는 것이 이 세상의 많은 근본구조를 바꾸어 놓은 것은 사실이며, 앞으로 바뀔 부분에 대해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힌트를 던지고 있다. 그런 미래가 나는 궁금했다. 미코노미도 그 미래의 일부분이다. 블로그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그 탐험을 가장 잘 해줄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이다. 지식을 접하게 만들며 자유롭게 소통하게 만들고 같은 배에 탄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그런.
배우는 자에게 있어서 블로그처럼 학비가 싼 학교는 없다. 그래서 블로그를 한다. 수익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부수적인 것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배움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학습이 중요한 지금 시대에 배움은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것은 아마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시대의 원칙일 것이다.」
웹 2.0 너머에 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무리 새로운 것들이 밀물처럼 밀려와도 우리는 여전히 오래된 가치관 하나를 부여잡고, 그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사람이 모든 것’이라는 몇 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모든 세상에서 유효해야 할 가치다. 그 가치를 닻으로 한다면,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을 듯 하다. 『미코노미』가 지적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블로그를 통해 하고 있는 실험은 새로우면서도 낯익은 것이기도 하다.
웹 2.0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현실을 분석하는 그의 글은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를 모델로 삼아 풀타임 블로거를 꿈꾸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블로그를 통해 제대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가 궤도에 오르고 있는 중이다.
자유로운 나로 살기 위해 풀타임 블로거가 되다
삼성맨이 풀타임 블로거가 되기까지 대단한 굴곡과 반전이 있었을 거라고 예단할지 모르지만 의외로 대답은 평범했고 당사자는 태연했다.
그런 그가 다시 조직에 몸을 담았다. “완전히 회사원은 아닌데, 올해부터 다시 조직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픈마루에서 글로벌 마케팅 일을 시작했다. 블로그 운영과 강연 활동, 기고 역시 꾸준히 할 계획.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간은 오히려 예전보다 블로그 활동을 더 못했어요. 프리랜서 생활은 정말 자기관리가 잘 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더군요. 오픈마루에서 하는 일이 저한테 딱 맞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오픈마루 서비스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그걸 글로벌에 제대로 알리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마케팅을 알아야 하죠. 현업에 대한 감각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블로깅을 통해 발견한 ‘나’가 중심인 경제, 미코노미
2004년 9월에 처음 시작한 블로그가 『미코노미』라는 중간 보고서를 냈다. 약 3년 동안 웹 2.0을 블로거들과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지식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책이었다. 블로거들과 함께 고민하고, 현장에 있는 개발자들과 직접 만나면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혹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경제학, 미코노미가 탄생했다.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쓸 때보다 더 많이 고민했어요. 쉽게 글이 안 나간다고 할까. 처음에 생각했던 책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쓰다보니까 인문적이고 경제학적인 느낌이 강하게 묻어나더군요. 특히, 6장은 책을 완성하고 새로 써 넣은 부분이에요.” 『미코노미』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6장 ‘사람(人)의 경제’가 가장 마지막에 완성되었다는 건 의외였다. 글을 쓰면서 힘들기만 한 건 아니었다. “대학교 시절을 쓴 1장은 쓰면서 즐거웠어요. 대학에서 웹서비스를 배우던 경험을 썼는데, 6장과 함께 제일 좋아하는 장이기도 해요.”
김태우 씨가 생각하는 웹 2.0의 가치는 사람 중심적인 데 있다. “이전까지 좋은 기업은 이윤을 많이 내는 기업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웹 2.0 시대의 기업은 고객의 입장을 잘 파악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죠. 이윤을 위한 기업에서 ‘나’ 즉 고객을 위하는 기업으로 바꾸는 혁명을 가능하게 합니다. 개인과 개인이 연결됨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죠.”
그가 주장하는 블로그 마케팅 법칙은 3TR이다. 진실하고(Truth), 투명하고(Transparency), 믿음(Trust)을 주어야 한다. “과거의 경제모델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나의 미코노미 모델이 주류 경제학을 대신하리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이십 년 혹은 삼십 년 후에 새로운 이론에 의해 비판받을 수도 있겠죠.” 그는 현 시점을 ‘해산의 고통’이라고 규정했다. “우리는 새로운 흐름에 직면하고 있고, 예전과 달리 변화는 너무나 빨리 우리 삶에 몰아닥칩니다. 40대라는 나이는 사회의 중견, 관록과 경험을 가진 안정적인 나이여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40대들은 뭘 먹고 살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잖아요.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미코노미는 하나의 대안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태우’s log를 운영했을 때 그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미국 사례들을 블로그에 많이 올렸다. 그 때문에 ‘너무 이상적이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저도 한국 현실과 미국의 사례 사이에 갭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일단 창의력 부분에서도 우리가 미국보다는 많이 뒤지고 있고요. 그래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그 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적 상황의 특수성이 뭔지 고민하고 있고… 풀타임 블로거로 유명해지면서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가끔 내가 강의를 듣고 싶은 분들에게 강의를 할 때도 있어요.(웃음) 현업에 계시는 분들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글쓰기가 힘들죠.”
그러나 자신의 주장이 ‘이상’이라는 것에 대해 그는 조심스럽게 반론했다. “내 이야기가 이상인 것도 있고, 어쩌면 현실화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급변하고 있어요. 그때 조금만 머뭇거려도 현실에서 도태되고 위험해질 수 있어요. 저는 그렇지 않게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사람과 대화라는 웹 2.0 파워에 공감하고, 가치관이나 기본 방향이 비슷한 분들이 많아서 큰 힘이 됩니다.”
열정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비결, 주목은 블로거를 춤추게 한다
더 이상 블로그는 특수한 몇몇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갑남을녀들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기업들은 블로그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미코노미』는 그러한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페이지를 많이 할애하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개인이나, 블로그를 통한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기업 모두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좋은 블로그의 요건에 대해 김태우 씨는 명쾌하게 네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했다.
“제일 먼저 컨텐츠의 질. 컨텐츠의 질은 블로그의 기본 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책을 포함한 기존의 미디어는 여기까지였었죠. ‘질 좋은 컨텐츠를 만들었으니 사라.’ 이런 식이었잖아요. 거기에 블로그는 대화가 더해져요. 댓글, 링크, 트랙백, 오프 만남을 통해서 다양하게 대화를 시도할 수 있어요. 저는 대화야말로 블로그의 진정한 장점이고, 가장 블로그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 번째는 좋은 글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구조적인 부분인데, 한국이 신디케이션 부분이 약해요. 한국의 블로그들은 섬이에요. 아쉬운 부분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은 방문자가 하루에 몇 명에 불과했던 블로그가 점점 규모가 커지면 대화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숫자가 늘어나면 다양성이 늘어나는데 그것을 만족시키기가 힘들죠.” 그 해결책은 원론적인 것이다. “저는 일단 서로 진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또, 어떤 인간관계도 그렇듯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선’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성의죠. 많은 스타 블로거들 중에서는 하루에 수십 개씩 올라오는 댓글에 일일이 답을 하느라 새벽 2~3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분들이 많아요.”
열정적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기 위해 관리자는 어떤 식으로 블로거들을 대해야 할까? “사람들이 왜 블로그를 할까요? 순수하게 개인적인 재미를 위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블로깅을 하죠. 운영자는 이런 자기중심적인 블로그 운영자의 심리를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정받고 싶고, 주목받고 싶어 하는 블로거들의 심리를 읽고, 참여자들이 커뮤니케이션하며 협업하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죠.”
블로그처럼 학비가 싼 학교는 없다
국내 최초의 전업 블로거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김태우 씨. 그는 전업 블로거 대신 ‘풀타임 블로거’로 불리길 원한다. 둘의 차이를 다소 난폭하게 정의하면, ‘전업 블로거’는 블로그로 돈을 버는 사람이고, ‘풀타임 블로거’는 블로그를 통해 배우고 탐구하는 사람이다. “그냥 풀타임 블로거, 혹은 프리랜서가 저를 가리키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죠.” 김태우 씨의 궁극적인 목표는 블로그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로 대화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학비 없이 학교에 다닌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블로그 운영하면서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앞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사업을 벌일 거냐고 많이 물어요. 돈을 벌 목적은 아니었지만 블로그를 운영할 만큼은 벌었고, 앞으로 사업은 글쎄요, 저는 주위에서 많이 지적하듯 이상적이에요. 가끔 ‘아이디어’만 팔 수 없나 하고 고민할 만큼.(웃음) 내 이상을 테스트해보는 선에서는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사업이라는 건 이윤에 올인 해야 하는데 전 그렇지 못해요. 저한테 블로깅은 실현가능한 이상을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일종의 사명이에요. 너무 거창하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태우’s log(http://twlog.net)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가장 큰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탐험이다. 웹 2.0이라는 것이 이 세상의 많은 근본구조를 바꾸어 놓은 것은 사실이며, 앞으로 바뀔 부분에 대해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힌트를 던지고 있다. 그런 미래가 나는 궁금했다. 미코노미도 그 미래의 일부분이다. 블로그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그 탐험을 가장 잘 해줄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이다. 지식을 접하게 만들며 자유롭게 소통하게 만들고 같은 배에 탄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그런.
배우는 자에게 있어서 블로그처럼 학비가 싼 학교는 없다. 그래서 블로그를 한다. 수익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부수적인 것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배움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학습이 중요한 지금 시대에 배움은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것은 아마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시대의 원칙일 것이다.」
웹 2.0 너머에 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무리 새로운 것들이 밀물처럼 밀려와도 우리는 여전히 오래된 가치관 하나를 부여잡고, 그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사람이 모든 것’이라는 몇 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모든 세상에서 유효해야 할 가치다. 그 가치를 닻으로 한다면,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을 듯 하다. 『미코노미』가 지적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블로그를 통해 하고 있는 실험은 새로우면서도 낯익은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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