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뉴욕, 여행 그리고 만남 - 『네 멋대로 행복하라』 박준
유난히도 날씨 변덕이 심했던 지난 8월. 기상청에서는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했다지만 비는 계속 와 8월의 하늘은 유독 우중충했다. 박준 작가와의 바비큐 파티가 있었던 8월 14일에도 역시나 하루 종일 회색 하늘에 가끔 비. 그러나 『네 멋대로 행복하라』의 작가 박준과 독자가 함께한 시간은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가운데서도 화기애애했고 활기찼다.
글: 채널예스
2007.09.14
작게
크게
유난히도 날씨 변덕이 심했던 지난 8월. 기상청에서는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했다지만 비는 계속 와 8월의 하늘은 유독 우중충했다. 박준 작가와의 바비큐 파티가 있었던 8월 14일에도 역시나 하루 종일 회색 하늘에 가끔 비. 그러나 『네 멋대로 행복하라』의 작가 박준과 독자가 함께한 시간은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가운데서도 화기애애했고 활기찼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서먹한 저녁식사를 하는 중에도 작가는 테이블을 돌며 독자와 일일이 눈을 맞추며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를 대하듯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뉴욕에서, 카오산 로드에서 작가는 그렇게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친구가 되어, 속 깊은 얘기를 나누었던 것일까?

식사를 마치니 안개비가 그쳤다는 낭보에 작가와 일행은 다시 삼성출판사 사옥 옥상 하늘공원으로 향했다. 테이블마다 놓인 램프가 바람에 흔들렸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드디어 작가가 마이크를 잡는다.

“지금 마이크를 쓰지 않으면 제 목소리가 여러분에게 들리지 않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쓰지만 사실 저는 마이크 쓰는 것이 불편합니다. 격의 없이 대화를 하고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뉴욕과 파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어느 독자의 첫 질문에 “한마디로 말한다면 파리는 로맨틱하고 뉴욕은 매일 매일 전투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말한 작가는 거칠게 표현하자면 파리는 백 년 전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는데 뉴욕은 매일 매일 변하지 않는 날이 없다며, 자기 삶에 대한 치열함이 뉴욕의 에너지가 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단다.


사람들이 <프렌즈><섹스 앤 더 시티> 같은 미국드라마를 보며 마치 뉴욕을 “매놀로 블라닉 구두처럼 예쁘게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쁜 뉴욕은 뉴욕이 가진 수많은 얼굴 중 하나일 뿐이다. 작가는 관광객만을 태운 빨간색 이층버스에서 바라보는 것과 같은, 한나절 내내 줄을 서고 보안 검색을 받은 후 페리에서 내려 리버티 섬의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관광객의 시선에서 뉴욕 보기를 거부한다. 작가는 점심 먹을 새도 없이 바쁜, 날것 그대로의 뉴욕을 말한다.

“자기의 꿈을 좇아 뜨겁게 사는 뉴요커들은 모두 정신없이 바쁘다. 뉴욕에 와 보지 않은 사람도 뉴욕의 먹을거리 하면 흔히 베이글과 커피를 떠올린다. 영화와 드라마의 영향이다. 힐을 신고 커피와 베이글을 양손에 들고 맨해튼을 누비고 싶은가? 그 모습이 뉴욕 스타일로 경쾌하고 자유로워 보이나? 아침에 델리에서 파는 보통 베이글과 커피를 먹어 보라. 이게 음식이야? 단박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이려나? ‘H&H Babels’ 처럼 갓 구운 베이글을 내주는 정말 맛있는 가게가 몇 곳 있기는 하지만, 흔히 델리에서 파는 베이글 맛은 최악이다. 간단하고 싸게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일 뿐이다. 뉴요커가 커피를 들고 다니며 마시는 것도 커피 한 잔 한가롭게 마실 시간이 없고, 카페에 앉으면 팁을 줘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점심시간? 뉴요커에게 그런 건 없다. 그들의 하루하루는 치열하다.” - 작가의 말에서

그 지독한 치열함이 부담스러웠을까? 작년 겨울에 뉴욕에 다녀왔다는 한 남성 독자는 뉴욕에서 해방감을 느꼈고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가도 이와 같은 생각인지 질문했다. 대답은 ‘아니오’다.

“뉴욕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하지만 일 년에 한두 달 정도는 살고 싶습니다. 뉴욕의 치열함이 가끔 부담스럽기도 해요. 어떤 사람들은 내가 뉴욕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낸다고도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뉴욕의 면이 있어요. 영어를 못하면 견딜 수 없는 곳. 굉장히 삭막하고 거친 모습을 만날 수도 있?니다.”

박준 작가에 대한 포스트를 블로그에 올린다면 그 포스트의 태그는 여행이 될 것이다. 그만큼 작가에게 ‘여행’은 키워드다. 일이자 취미이자 삶 자체다. 여행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며 인터뷰를 하며 그 내용을 독자들과 나눈다. 다른 독자가 작가에게 질문한다. “지금까지 많은 인터뷰를 하셨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터뷰이는 누구였나요?”

“모두 기억이 나요. 첫 번째 책이 『온 더 로드』였는데, 한국에서 하는 여행은 보통 3박 4일, 4박 5일이잖아요.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장기 배낭여행자였어요. 왜 이들이 장기 배낭여행을 하는지가 궁금해서 그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뉴욕을 동경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로 동경하는지가 궁금했어요.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뉴욕을 꿈꾸는 걸까, 궁금했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 자신을 돌아볼 경우가 있는데요.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친구들을 만났을 때 그 시간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해요. 뉴욕이나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다음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있었어요. 우리나라와 같은 1등에 대한 강박증이 거의 없었습니다. 뉴욕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 중에 제가 높이 사는 부분이 타인을 인정하는 부분인데요. 내가 무슨 행동을 해도, 어떤 복장을 해도 인정하는 분위기. 그 자유로움이 인간에게 성숙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이번 책 『네 멋대로 행복하라』에서는 타마코 오카무라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그 친구가 사는 하루하루가 정말 전투와 같았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서 인간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어요.”


※ 타마코 오카무라 :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와 20년을 살았다. 뉴욕에서 보낸 하루하루가 전투 같았다고 한다. 그 비싼 미트패킹에서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처럼 산다. 앤티크 숍을 운영하면서 아트 북 디자인과 웹 디자인을 한다. 언젠가 서울의 대학로에 있는 북 카페에서 본 『America』(타센 출판사)라는 사진집을 그녀가 디자인한 것을 알고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뉴욕에서 만난 ‘타마코 오카무라’는 ‘고옥숙’이란 이름의 한국 여권을 가진 재일교포다. 타마코의 아버지는 제주 출신으로, 일본에서 역시 한국 사람인 타마코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사는 타마코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타마코가 사나워 보인다고 하지만, 그녀는 난생처음 본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책 속에서)

박준 작가가 인터뷰이에게 던지는 질문을 보면 종종 “다른 친구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렇지 못해서 불안하지는 않아?”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해?” 같이 소위 ‘안정’이라고 불리는 것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에둘러서 그 이유를 묻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역으로 독자가, 작가의 삶은 안정과 자유 중에서 어떤 것을 택하는 삶인지 궁금하다며 질문한다. 작가는 낮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얘기한다.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는 어려울 듯싶어요. 솔직히 얘기하면 안정보다는 자유라는 단어에 이끌립니다. 우리 삶이 과연 안정적일 수 있을까요? 그건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통장에 10억이 있다고 안정적일 수 있을까요? 자유롭게 사는 것이 제 삶에 안정을 줍니다. 좀 더 근원적인 안정을요….”

미디어에 비친 ‘예쁜 뉴욕’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드는 ‘거친 뉴욕’을 보는 작가는 ‘학교’ ‘직장’ ‘가정’으로 대표되는 ‘안정’을 좇아 허둥대지만 정작 ‘안정’이라는 것은 없다며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상대방의 행색이나 백그라운드로 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뉴요커처럼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을 또 다른 책을 통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테이블마다 놓여 있던 램프. 바람 때문에 자꾸 꺼지는 불을 다시 켜느라 출판사 관계자가 고생했다.

박준과 독자와의 만남이 진행된 삼성출판사 옥상 하늘공원에서
박준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이 프로젝트 빔으로 상영되었다.
박준 작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작가에게 질문하는 독자
웃는 작가
독자에게 사인을 하는 박준 작가의 모습
박준 작가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줄 선 독자들의 모습

#박준 #네 멋대로 행복하라
4의 댓글
User Avatar

prognose

2012.07.08

역시 사진이 저모양으로 편집된 건 너무 아쉬워요. 안정이 없다라. 어떤 의미에서 하신 말씀인건지 궁금해지네요.
답글
0
0
User Avatar

골방몽상가

2007.09.18

꺼져 가던 마음밭에 불씨 하나를 던져 준 책, 좋은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그날의 감흥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답글
0
0
User Avatar

a0127142

2007.09.18

책 정말 정말 재밌어요...박준님의 책은 다른 여행책과는 달라요..
읽고나면 뭔가 내속에 가득찬거같은...^^
답글
0
0

더 보기

arrow down

섹스 앤 더 시티 슈박스 DVD 패키지 + 오휘 에센스 5종 스페셜 기프트 세트

<사라 제시카 파커>,<킴 캐트랠>,<크리스틴 데이비>,<신시아 닉슨>,<크리스 노쓰>

프렌즈: 10 Year 스토리 SE (40disc)

데이비드 크레인/데이빗 쉬머 , 제니퍼 애니스톤 , 커트니 콕스 , 매튜 페리 , 리사 커드로우

Writer Avatar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Writer Avatar

박준

네 개의 여권에 5백여 개가 넘는 스탬프를 찍었지만 그는 여전히 다른 세상이 궁금하다. 책, 그림, 영화 그리고 여행은 그가 지나온 세월의 증인이다. 전작을 통해 ‘책여행(『떠나고 싶을 때, 나는 읽는다』)’과 ‘그림여행(『여행자의 미술관』)’을 마친 그는 다시 ‘영화여행’을 떠나 영화에 찍힌 바람의 흔적을 좇는다. 영화가 바람처럼 데려간 곳에서 그는 인생을 탐험하고 길 위의 시간을 돌아본다. 그는 일본 북알프스 너머 어딘가에 있는 작은 커피집에서 탄자니아 커피를 홀짝이다 세상의 끝을 찾아 나선 지난날을 떠올렸고, 뉴욕이란 신세계를 찾아갔지만 이방인에 불과했던 여행자의 슬픔을 영화 <천국보다 낯선>에 오버랩 시켰으며, 바이크로 캐나다를 횡단하는 <원 위크>의 주인공에게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을 배웠다. 낯선 세상은 언제나 그를 설레게 했지만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종종 아름답지 않았다. 열두 살 소녀를 노인과 강제로 결혼시키고 정의가 실현됐다고 선포하는 탈레반 같은 얼굴을 세상 곳곳에서 목격했고, 껍데기만 남은 마카오의 세인트 폴 성당에서는 위태로운 ‘돈의 세계’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1994년부터 전 세계를 여행하며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여행자의 미술관』 『떠나고 싶을 때 나는 읽는다』(『책여행책』의 개정판) 『On the Road-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뉴욕, 뉴요커』(『네 멋대로 행복하라』의 개정판) 『방콕여행자』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등이 있다. 틈틈이 ‘예술가를 위한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