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장의 반성문
선생님은 똑같은 반성문을 열 번이나 쓰게 했다. 열 장의 반성문을 쓰게 한 이유를 처음에는 몰랐다. 어느 날,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늘 같은 잘못을 저질렀던 것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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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반성문을 쓴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선생님은 똑같은 반성문을 열 번이나 쓰게 했다.
반성문 한 장을 채우는 것보다
똑같은 반성문 열 장을 쓰는 게 더 힘들었다.
뉘우침보다는 짜증이 났다.
반성문을 쓰는데 마음보다 손목이 더 아팠다.

열 장의 반성문을 쓰게 한 이유를 처음에는 몰랐다.
어느 날,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늘 같은 잘못을 저질렀던 것이다.
싸우지 않겠다고 반성문을 써 놓고도 나는 또 상처를 주었다.
거짓말 하지 않겠다고 반성문을 써 놓고도 나는 또 거짓말을 했다.

나의 반성은 열 장의 반성문으로 모자랐다.

#이철환 #반성문
7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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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전

2011.08.04

내가 과연 반성문을 썼던 적이 있는가? 기억을 더듬어 보는데 군대시절이 떠오릅니다. 전역을 며칠 앞두었던 시점에서 바로 들어온 하사관과 사소한 트러블이 생겨서 지금은 웃으면서 글을 쓰지만 당시에는 '떨어지는 낙엽에도 조심해야한다'는 말을 실감했던 적이 있었죠. 명명백백 내 잘못이었지만 소위 짭밤이(?)이 계급보다 힘이 있다는 혼자만의 망상에 사로잡혀 권위를 무시했던 겁니다. 반성문을 거의 50장 넘게 쓰라고 한 것 같은데 한장 한장 쓸때마다 내 안에 더 꿈틀되는 반항심이 커졌습니다. 재수가 없었던 거야, 그냥 그 상황에서 순종할 걸, 너무 머리가 복잡했어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끝을 향해가는 반성문을 쓰면서 내 머리에 스친 것은 '군생활 아직 안 끝났다'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유종의 미란 것이 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철없어 보이더군요. 다행히 하사관분도 제 진정성을 이해하셨는지 20장 넘게 쓰는 찰나에 구두경고를 주고 끝났던 기억이 납니다.
위 글을 보니 옛기억이 새롭게 내게 다가오는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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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만장자

2007.09.30

반성이란게 진정으로 반성을 하는냐. 아니면. 그순간을 모면하기위하여 반성을 한것 처럼 가장한것이었느냐에 따라서, 사람이 이런사람이 되고 저런사람이 되는것 같아요. 반성을 몇번했느냐, 이런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잘못해고 무엇을 했기에 내가 반성을하고있고, 나자신이 똑같은 일을 저지를까 하는 두려움속에서 확고한 다짐이 보이고 , 똑같은실수를 저지르지 않는것 않는것 같아요. 내용이 짦았지만, 그속에서 나도 저럤나, 내가 살아오면서 거짓으로 반성한적이 얼마나됬던가.. 지금도 반성을 했다면, 반성을 한만큼 다시 잘못을 되돌이키고 있지않은가 하는 생각이 가슴에 와닿는게, 글을 읽는순간 내지난날들의 나를 돌이키며 반성하는 제자신을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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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jukaki

2007.08.24

똑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반성을 하는건데...
반성을 할 수 있어 또 잘못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봤습니다..오늘은 그래도 착하게 생활 한 것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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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이다. 수년 동안 여러 지면에 ‘침묵의 소리’와 ‘풍경 너머의 풍경’을 주제로 그림을 연재했다. 지난 10여 년간 TV·라디오 방송과 학교, 기타 공공기관 및 기업체 등에서 1000회 이상 강연을 했으며, 풀무야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작품집으로는 『연탄길(전3권)』, 『행복한 고물상』, 『위로』, 『곰보빵』, 『눈물은 힘이 세다』, 『송이의 노란 우산』,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 『아버지의 자전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 등 20종이 있다. 400만 이상 독자들이 읽은 『연탄길』은 일본과 중국, 대만에 수출되었고 『곰보빵』은 일본에, 『송이의 노란 우산』과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는 중국에 수출되었다. 『연탄길』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제4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소극장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작품 중 총 9편의 글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뮤지컬 연탄길〉의 대본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으며, 1편의 글이 영어로 번역돼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KBS 1TV [아침마당 목요특강],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총 3회), KBS 2TV 특강, JTBC 특강, MBC TV 특강 등 여러 방송에서 강연했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했으며, 2000년부터 책 수익금으로 운영해온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통해, 낮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