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요?
2006.12.28
벌써 2006년도 저물어 갑니다. 슬슬 연말 결산을 할 때가 된 거죠. 전 사실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연말 리스트를 짜는 것도 싫어하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이런 짓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안 하면 또 허전하고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가요? 일단 한국 영화가 엄청나게 만들어졌습니다. 백 몇 편이라나 그랬대요. 하지만 극장에서 본전을 뽑은 건 겨우 13편. 한류 유행은 푹 꺼졌고 다들 어떻게 된 거냐고 한숨만 짓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맥 풀릴 것은 없으니 올해 좋은 영화가 안 나온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괴물>이나 <타짜>처럼 흥행에 성공하면서도 본전을 단단히 뽑은 히트작도 있었습니다. <가족의 탄생>이나 <천하장사 마돈나>는 흥행에 실패했고 외국에서도 아직은 그렇게까지 큰 인기를 끌진 않지만, 한국 영화의 스펙트럼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점점 넓어진다는 멋진 증거입니다. 이 넓어진 스펙트럼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국영화’의 틀 안에 받아들여지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요.
지금까지 백전백승을 거두었던 몇몇 스타가 참담한 흥행 실패를 거두었습니다. 차승원과 문근영이 그 사람들이죠. 사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두 작품 모두 기획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차승원과 문근영이 나오니까 흥행이 될 거야…’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당연히 정신을 바짝 차렸겠지요. 그 결과가 어떨지는 또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사람은 그렇게 빨리 배우질 못하잖아요.
다들 한류 이야기를 하지만 한류 엑스포니 어쩌니 하는 행사는 한류라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기반에 서 있는지를 자발적으로 폭로하는 유치한 쇼였습니다. 이런 걸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성취한 것은 이런 걸 만드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게 아니라 그들의 유치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룩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한국영화가 연달아 일본에서 흥행에 실패하는 동안, 요란한 일류의 물결이 닥쳤습니다. 물론 <일본침몰> 같은 번지르르한 영화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스폰지와 씨네콰논에서는 <메종 드 히미코>나 <유레루>와 같은 작은 영화를 배급해서 짭짤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아오이 유우, 오다기리 죠, 우에노 주리와 같은 배우는 슬슬 일반 관객의 가시권 안에 들어왔고요. 하지만 더 주목할 만한 건 한국 영화나 텔레비전에 침투한 일본 원작의 영향력입니다. 올해만 해도 <미녀는 괴로워>와 같은 흥행 히트작이나 <아주 특별한 손님>과 같은 아트 하우스 영화가 일본 원작을 등에 업고 만들어졌으며 내년에는 <검은 집> <백색거탑> <무지개 여신> <반짝반짝 빛나는>과 같은 작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어디에서건 이야기의 소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갑작스러운 열풍은 좀 지나치고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무리 안에서만 겁을 내지 않는 낙타 같기도 하고.
한국 호러 영화팬들에겐 2000년 이후 최악의 해였습니다. 그 정도면 사다코 영화를 만드는 게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알았을 법도 한데, 이 사람들은 가차가 없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겨냥했던 흥행 결과도 좋지 않았고요. 그 사람들은 그냥 겁쟁이 바보들입니다. 다행히도 내년엔 진지한 사다코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또 누가 아나요. 베트남 여자 귀신이 나온다는 <므이>가 좀 걸립니다. 그 영화의 감독이 가장 뻔뻔스러운 사다코 영화인 <령>을 만든 사람이라 더 걱정이 되고. 제발 저번 영화에서 교훈을 좀 얻었기를. 베트남 유령 이야기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맘에 든단 말입니다. 그 영화의 무대인 호치민 시는 저도 한 번 가본 적 있는데, 귀신이 안 나오면 오히려 이상할 곳이더라고요. 별별 귀신 이야기도 다 들었고.
영화 바깥 세계의 이야기를 해보라면, 전 사람들이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그렇게 속물적인 기대를 품고 있다는 것을 올해처럼 확실하게 인식한 적이 없습니다. 몇몇 포털 사이트와 그 동네 댓글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인터넷 환경이 점점 저열한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걸 알았고요. 대중이 간단한 캐치프레이즈에 얼마나 쉽게 넘어가는지, 별 의미 없는 분노와 증오가 얼마나 쉽게 확장되는지 알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 대중문화, 특히 케이블 텔레비전이 새로 시작한 천박함의 영역확장은 그 뻔한 부작용에도 오히려 긍정적으로 읽힐 구석이 있습니다.
할 이야기가 더 있을까요? 물론 더 있겠지요. 하지만 시간과 원고량은 한계가 있고 이야기는 언젠가 끝나야 합니다. 며칠 남지 않은 2006년처럼요. 올해가 만족스럽게 맺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2007년이 되면 우린 새로운 이야기를 하겠지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가요? 일단 한국 영화가 엄청나게 만들어졌습니다. 백 몇 편이라나 그랬대요. 하지만 극장에서 본전을 뽑은 건 겨우 13편. 한류 유행은 푹 꺼졌고 다들 어떻게 된 거냐고 한숨만 짓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맥 풀릴 것은 없으니 올해 좋은 영화가 안 나온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괴물>이나 <타짜>처럼 흥행에 성공하면서도 본전을 단단히 뽑은 히트작도 있었습니다. <가족의 탄생>이나 <천하장사 마돈나>는 흥행에 실패했고 외국에서도 아직은 그렇게까지 큰 인기를 끌진 않지만, 한국 영화의 스펙트럼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점점 넓어진다는 멋진 증거입니다. 이 넓어진 스펙트럼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국영화’의 틀 안에 받아들여지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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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백전백승을 거두었던 몇몇 스타가 참담한 흥행 실패를 거두었습니다. 차승원과 문근영이 그 사람들이죠. 사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두 작품 모두 기획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차승원과 문근영이 나오니까 흥행이 될 거야…’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당연히 정신을 바짝 차렸겠지요. 그 결과가 어떨지는 또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사람은 그렇게 빨리 배우질 못하잖아요.
다들 한류 이야기를 하지만 한류 엑스포니 어쩌니 하는 행사는 한류라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기반에 서 있는지를 자발적으로 폭로하는 유치한 쇼였습니다. 이런 걸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성취한 것은 이런 걸 만드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게 아니라 그들의 유치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룩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한국영화가 연달아 일본에서 흥행에 실패하는 동안, 요란한 일류의 물결이 닥쳤습니다. 물론 <일본침몰> 같은 번지르르한 영화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스폰지와 씨네콰논에서는 <메종 드 히미코>나 <유레루>와 같은 작은 영화를 배급해서 짭짤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아오이 유우, 오다기리 죠, 우에노 주리와 같은 배우는 슬슬 일반 관객의 가시권 안에 들어왔고요. 하지만 더 주목할 만한 건 한국 영화나 텔레비전에 침투한 일본 원작의 영향력입니다. 올해만 해도 <미녀는 괴로워>와 같은 흥행 히트작이나 <아주 특별한 손님>과 같은 아트 하우스 영화가 일본 원작을 등에 업고 만들어졌으며 내년에는 <검은 집> <백색거탑> <무지개 여신> <반짝반짝 빛나는>과 같은 작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어디에서건 이야기의 소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갑작스러운 열풍은 좀 지나치고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무리 안에서만 겁을 내지 않는 낙타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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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러 영화팬들에겐 2000년 이후 최악의 해였습니다. 그 정도면 사다코 영화를 만드는 게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알았을 법도 한데, 이 사람들은 가차가 없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겨냥했던 흥행 결과도 좋지 않았고요. 그 사람들은 그냥 겁쟁이 바보들입니다. 다행히도 내년엔 진지한 사다코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또 누가 아나요. 베트남 여자 귀신이 나온다는 <므이>가 좀 걸립니다. 그 영화의 감독이 가장 뻔뻔스러운 사다코 영화인 <령>을 만든 사람이라 더 걱정이 되고. 제발 저번 영화에서 교훈을 좀 얻었기를. 베트남 유령 이야기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맘에 든단 말입니다. 그 영화의 무대인 호치민 시는 저도 한 번 가본 적 있는데, 귀신이 안 나오면 오히려 이상할 곳이더라고요. 별별 귀신 이야기도 다 들었고.
영화 바깥 세계의 이야기를 해보라면, 전 사람들이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그렇게 속물적인 기대를 품고 있다는 것을 올해처럼 확실하게 인식한 적이 없습니다. 몇몇 포털 사이트와 그 동네 댓글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인터넷 환경이 점점 저열한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걸 알았고요. 대중이 간단한 캐치프레이즈에 얼마나 쉽게 넘어가는지, 별 의미 없는 분노와 증오가 얼마나 쉽게 확장되는지 알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 대중문화, 특히 케이블 텔레비전이 새로 시작한 천박함의 영역확장은 그 뻔한 부작용에도 오히려 긍정적으로 읽힐 구석이 있습니다.
할 이야기가 더 있을까요? 물론 더 있겠지요. 하지만 시간과 원고량은 한계가 있고 이야기는 언젠가 끝나야 합니다. 며칠 남지 않은 2006년처럼요. 올해가 만족스럽게 맺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2007년이 되면 우린 새로운 이야기를 하겠지요.
6개의 댓글
필자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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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yllae
2007.01.15
이슨
2007.01.09
채널예스
2006.12.3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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