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어부 김창완이 인생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몇 가지 것들
김창완은 인터뷰 장소에 자전거를 타고 왔다. 몸에 착 달라붙은 빨간색 티와 검은 반바지를 입고서. 누가 이 사람을 50대로 보겠는가.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방송국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에게 자전거로 운을 띄워보았다.
200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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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의 수필집 『이제야 보이네』는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간 그의 인생 이야기다. 게으른 어부 김창완이 인생의 바다에서 건져 낸 것은 가족과 친구와 술과 노래다. 낡았지만 편한 청바지처럼, 그가 낚은, 놓쳐버린, 꿈꾸는 물고기들에 대한 이야기는 듣는 사람을 위로한다. 그의 글은 읽는 사람을 매혹시키는 구석이 있다.
김창완은 인터뷰 장소에 자전거를 타고 왔다. 몸에 착 달라붙은 빨간색 티와 검은 반바지를 입고서. 누가 이 사람을 50대로 보겠는가.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방송국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에게 자전거로 운을 띄워보았다. 그는 자전거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얼굴이 펴지고 입가엔 웃음이 걸린다.
"자전거 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난 행복해. 나한테 날씨는 자전거 타기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 이렇게 두 가지밖에 없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잠자리나 나비, 새가 나랑 나란히 날 때가 있거든. 그때 참 행복하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사물을 자전거의 속도로 보게 되지. 자전거를 타면서 사물과 조우하는 것, 일상에서의 만남이 유쾌하고 즐거워. 사물이 가까이 있어서 좋아."
그는 질문은 던지면 몇 초 정도 곰곰이 생각을 하고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말문을 닫고 생각에 잠겼다. 책을 출간한 사람이 가질법한 흥분이나 초초함이 없다. 고집 센 당나귀를 억지로 물가로 끌고 가는 심정으로 책의 출간 동기, 책을 내면서 겪었던 에피소드 등 여느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을 던졌으나 그는 다소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처음엔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의 오프닝 멘트들을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내가 20년 동안 쓴 글을 모아서 책을 내게 됐어. 출간 의도 같은 건 없어. 이 책으로 뭘 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글 쓰는 것은 좋아하세요?”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면 재밌어. 그런데 책에 실린 글을 주로 청탁을 받아서 쓴 것들이 많아. 내가 좋아하는 글들은 많이 빠졌어.”
“어떤 글들이 좋으신데요?”
“내가 느낀 것들, 내 오감을 자극한 것을 생생하게 써내려간 것들.”
“책에 실린 글들이 최근 것에서 20년까지의 글들인데 한번에 죽 써내려간 것 같은 통일감이 있던데요.”
“편집자가 애썼지. 그렇게 보이려고 비슷한 느낌의 글들을 모았어.”
“부록 CD를 직접 녹음하셨던데, 자기 글을 직접 읽으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
“엉? 별다른 느낌이 없던데. 무슨 느낌이 나야하나?”
“보통 자기 글을 읽으면 쑥스럽거나 부끄럽거나 그렇잖아요.”
“그건 자기 글이 부끄럽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
“책이 나온 것을 보고 어떠셨어요?”
“이 책에 대해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음악에는 내 나름의 상상력이 구축되어 있는데, 글에서는 그렇지 않아. 내 글은 속내를 숨기기 위해 단장하고 있는 내 모습에 가장 근접한 것일지도 몰라. 사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소설이야. 것도 판타지 소설.”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 자료에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일반에게 친숙한 김창완의 이미지에서 너무 멀리 나가지 않은 소재와 내용을 우선 추려냈다고. 몇 번의 질문과 대답이 오간 후, 그는 “나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사실, 내 안에 있는 그의 이미지는 그의 노래 몇 곡, 몇 컷의 드라마, 그리고 한 권의 책이 전부다. 이 정도의 빈약한 사전 조사와 몇 시간동안의 대화로 씌어진 인터뷰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무례한 글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대해 아는 척 하면서 써야 하는 것이니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그거 기사 첫 문장으로 쓰면 좋겠다.”고 맞장구쳤다.
“다른 매체랑 인터뷰한 기사를 보니까 조금씩 모습이 달라 보여요. 어떤 인터뷰는 소탈한 아저씨 이미지고, 어떤 인터뷰는 까탈스러운 이미지고, 반항아니 자유인이니 몽상가니 그런 수식어가 붙은 것도 많고요. 매체나 인터뷰어의 의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시나요?”
“나는 다 똑같이 이야기해. 지금처럼. 근데 쓰는 사람이 그렇게 쓰는 거지.”
그는 소설을 읽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 그의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었단다.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도 잘 안 본다. 인터넷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그는 자신이 ‘차단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다. 소설을 왜 안 읽냐는 질문에 그는 “귀찮아서”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을 본질적으로 관찰자나 방관자로 규정한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영화든 그렇게 친밀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그는 다른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열심히 듣고 책을 볼 때 자신이 구축한 ‘작은’ 세계에서 산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괴롭히는, 양심이나 가치판단을 요구하는 글들을 피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에 재미있게 본 소설로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과 레이몬드 카버의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를 꼽았다.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은 내면을 괴롭히는 이야기 아닌가요. 보기 싫은 삶의 남루한 모습을 앞에다 들이 밀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그 소설 끝을 보면 희망이나 위로가 느껴져. 복귀가 가족들을 다 땅에 묻어주잖아. 그 부분이 좋더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묻어주는 거.”
“평소에는 무슨 책을 주로 읽으세요?”
“요즘은 읽다보니 사회학 쪽 책들.”
“소설 안 읽는다고 하셨는데, 소설은 왜 쓰고 싶으세요?”
“아이러니하지. 소설은 안 읽는데, 내 안에 있는 ‘소설’적 마음은 꿈틀거려.”
“자서전이나 수필이 아니라 허구적인 소설을 쓰고 싶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지 레이코프의 『삶으로서의 은유』라는 책을 보면 삶이나 진리는 ‘은유’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지. 왜 픽션이냐고 하면, 내겐 사실과 허구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증거가 도대체 어디 있지?”
이야기는 그가 출연한 드라마들로 옮겨갔다. 마누라에게 구박받는 소심한 중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의 그가 주로 맞는 배역이다. 일반 대중들이 그를 소시민의 대변자로, 대하기 쉬운 사람처럼 여기게 된 것은 그런 드라마 배역에서 기인한다.
“왜 그런 역할만 해요?”
“그런 역만 섭외가 와.”
왜 그렇게 이것저것 청탁받은 일들을 다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다소 코믹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사실 심심하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 심심해.” 처음에는 청탁받아서 하던 일이 계속 하다보면 재미가 생긴다고 한다. 연기도, 방송진행도, CF도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은 없다고 한다. 그냥 청탁이 들어와서 했단다. 이번 책도 청탁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결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인생을 도구화 하지 않는다. 인생을 무엇을 위해 희생하지도 않는다. “음악가들 중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나는 음악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고 하는 사람들.” “난 아니야.”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자전거를 타고, 술을 마시고, 음악을 만들고, 작은 선물에 기뻐하고 그렇게 재미있게 살고 있다. “난 내 인생에 실망하지 않아.”
그는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했다. 노래가 주는 위로, 글이 주는 위로, 자전거가 주는 위로, 가족이 주는 위로, 낯선 이로부터 온 위로. 위로가 무엇인가, 그가 생각하는 위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위로는 효험이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만병통치약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위로’는 인간의 존재 조건이다. 위로 받지 못하는 사람은 버려진 사람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소통이나 행복, 성취라는 말을 ‘위로’ 대신 생각한다. 자신을 꼭 안아주기 위해 또 다른 자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람처럼, 인간은 모두 바깥에 있는 위로나 격려를 필요로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가 ‘불안한 행복’에서 노래했던 것처럼, ‘우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알기 위해’ 부지런히 세상의 속도에 맞춰 달려간다. 남들이 하는 유머를 알아듣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텔레비전을 보고, 인터넷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나날이 새로워지는 컴퓨터와 씨름한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 자전거가 자동차가 되고, 빨래판이 세탁기가 되었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노래 몇 곡을 꼭 들어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너의 의미’, ‘백일홍’, ‘숨길 수 없네’,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그의 노래를 듣노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이 뒤집어져도 그는 지금 모습 그대로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 그가 언젠가 쓰고 싶다는 ‘소설’은 그의 노래와 인생을 꼭 닮은 ‘판타지’일 춰이라는 생각.
김창완은 인터뷰 장소에 자전거를 타고 왔다. 몸에 착 달라붙은 빨간색 티와 검은 반바지를 입고서. 누가 이 사람을 50대로 보겠는가.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방송국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에게 자전거로 운을 띄워보았다. 그는 자전거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얼굴이 펴지고 입가엔 웃음이 걸린다.
"자전거 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난 행복해. 나한테 날씨는 자전거 타기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 이렇게 두 가지밖에 없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잠자리나 나비, 새가 나랑 나란히 날 때가 있거든. 그때 참 행복하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사물을 자전거의 속도로 보게 되지. 자전거를 타면서 사물과 조우하는 것, 일상에서의 만남이 유쾌하고 즐거워. 사물이 가까이 있어서 좋아."
그는 질문은 던지면 몇 초 정도 곰곰이 생각을 하고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말문을 닫고 생각에 잠겼다. 책을 출간한 사람이 가질법한 흥분이나 초초함이 없다. 고집 센 당나귀를 억지로 물가로 끌고 가는 심정으로 책의 출간 동기, 책을 내면서 겪었던 에피소드 등 여느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을 던졌으나 그는 다소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처음엔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의 오프닝 멘트들을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내가 20년 동안 쓴 글을 모아서 책을 내게 됐어. 출간 의도 같은 건 없어. 이 책으로 뭘 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글 쓰는 것은 좋아하세요?”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면 재밌어. 그런데 책에 실린 글을 주로 청탁을 받아서 쓴 것들이 많아. 내가 좋아하는 글들은 많이 빠졌어.”
“어떤 글들이 좋으신데요?”
“내가 느낀 것들, 내 오감을 자극한 것을 생생하게 써내려간 것들.”
“책에 실린 글들이 최근 것에서 20년까지의 글들인데 한번에 죽 써내려간 것 같은 통일감이 있던데요.”
“편집자가 애썼지. 그렇게 보이려고 비슷한 느낌의 글들을 모았어.”
“부록 CD를 직접 녹음하셨던데, 자기 글을 직접 읽으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
“엉? 별다른 느낌이 없던데. 무슨 느낌이 나야하나?”
“보통 자기 글을 읽으면 쑥스럽거나 부끄럽거나 그렇잖아요.”
“그건 자기 글이 부끄럽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
“책이 나온 것을 보고 어떠셨어요?”
“이 책에 대해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음악에는 내 나름의 상상력이 구축되어 있는데, 글에서는 그렇지 않아. 내 글은 속내를 숨기기 위해 단장하고 있는 내 모습에 가장 근접한 것일지도 몰라. 사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소설이야. 것도 판타지 소설.”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 자료에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일반에게 친숙한 김창완의 이미지에서 너무 멀리 나가지 않은 소재와 내용을 우선 추려냈다고. 몇 번의 질문과 대답이 오간 후, 그는 “나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사실, 내 안에 있는 그의 이미지는 그의 노래 몇 곡, 몇 컷의 드라마, 그리고 한 권의 책이 전부다. 이 정도의 빈약한 사전 조사와 몇 시간동안의 대화로 씌어진 인터뷰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무례한 글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대해 아는 척 하면서 써야 하는 것이니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그거 기사 첫 문장으로 쓰면 좋겠다.”고 맞장구쳤다.
“다른 매체랑 인터뷰한 기사를 보니까 조금씩 모습이 달라 보여요. 어떤 인터뷰는 소탈한 아저씨 이미지고, 어떤 인터뷰는 까탈스러운 이미지고, 반항아니 자유인이니 몽상가니 그런 수식어가 붙은 것도 많고요. 매체나 인터뷰어의 의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시나요?”
“나는 다 똑같이 이야기해. 지금처럼. 근데 쓰는 사람이 그렇게 쓰는 거지.”
그는 소설을 읽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 그의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었단다.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도 잘 안 본다. 인터넷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그는 자신이 ‘차단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다. 소설을 왜 안 읽냐는 질문에 그는 “귀찮아서”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을 본질적으로 관찰자나 방관자로 규정한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영화든 그렇게 친밀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그는 다른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열심히 듣고 책을 볼 때 자신이 구축한 ‘작은’ 세계에서 산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괴롭히는, 양심이나 가치판단을 요구하는 글들을 피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에 재미있게 본 소설로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과 레이몬드 카버의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를 꼽았다.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은 내면을 괴롭히는 이야기 아닌가요. 보기 싫은 삶의 남루한 모습을 앞에다 들이 밀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그 소설 끝을 보면 희망이나 위로가 느껴져. 복귀가 가족들을 다 땅에 묻어주잖아. 그 부분이 좋더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묻어주는 거.”
“평소에는 무슨 책을 주로 읽으세요?”
“요즘은 읽다보니 사회학 쪽 책들.”
“소설 안 읽는다고 하셨는데, 소설은 왜 쓰고 싶으세요?”
“아이러니하지. 소설은 안 읽는데, 내 안에 있는 ‘소설’적 마음은 꿈틀거려.”
“자서전이나 수필이 아니라 허구적인 소설을 쓰고 싶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지 레이코프의 『삶으로서의 은유』라는 책을 보면 삶이나 진리는 ‘은유’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지. 왜 픽션이냐고 하면, 내겐 사실과 허구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증거가 도대체 어디 있지?”
이야기는 그가 출연한 드라마들로 옮겨갔다. 마누라에게 구박받는 소심한 중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의 그가 주로 맞는 배역이다. 일반 대중들이 그를 소시민의 대변자로, 대하기 쉬운 사람처럼 여기게 된 것은 그런 드라마 배역에서 기인한다.
“왜 그런 역할만 해요?”
“그런 역만 섭외가 와.”
왜 그렇게 이것저것 청탁받은 일들을 다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다소 코믹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사실 심심하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 심심해.” 처음에는 청탁받아서 하던 일이 계속 하다보면 재미가 생긴다고 한다. 연기도, 방송진행도, CF도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은 없다고 한다. 그냥 청탁이 들어와서 했단다. 이번 책도 청탁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결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인생을 도구화 하지 않는다. 인생을 무엇을 위해 희생하지도 않는다. “음악가들 중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나는 음악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고 하는 사람들.” “난 아니야.”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자전거를 타고, 술을 마시고, 음악을 만들고, 작은 선물에 기뻐하고 그렇게 재미있게 살고 있다. “난 내 인생에 실망하지 않아.”
그는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했다. 노래가 주는 위로, 글이 주는 위로, 자전거가 주는 위로, 가족이 주는 위로, 낯선 이로부터 온 위로. 위로가 무엇인가, 그가 생각하는 위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위로는 효험이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만병통치약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위로’는 인간의 존재 조건이다. 위로 받지 못하는 사람은 버려진 사람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소통이나 행복, 성취라는 말을 ‘위로’ 대신 생각한다. 자신을 꼭 안아주기 위해 또 다른 자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람처럼, 인간은 모두 바깥에 있는 위로나 격려를 필요로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가 ‘불안한 행복’에서 노래했던 것처럼, ‘우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알기 위해’ 부지런히 세상의 속도에 맞춰 달려간다. 남들이 하는 유머를 알아듣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텔레비전을 보고, 인터넷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나날이 새로워지는 컴퓨터와 씨름한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 자전거가 자동차가 되고, 빨래판이 세탁기가 되었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노래 몇 곡을 꼭 들어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너의 의미’, ‘백일홍’, ‘숨길 수 없네’,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그의 노래를 듣노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이 뒤집어져도 그는 지금 모습 그대로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 그가 언젠가 쓰고 싶다는 ‘소설’은 그의 노래와 인생을 꼭 닮은 ‘판타지’일 춰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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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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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2014.07.22
요즘 사람들은 드라마에 조연으로 나오는 모습이 더 익숙하게 여길 것 같기도 해요.
정신세계가 흥미로운 사람인데 이렇게나마 정신세계의 일부를 알게 되서 ... 좋습니다.
천사
2012.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