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아이들은 철들지 않는다 - 〈앙투라지〉
2006.10.12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도시를 네 명의 여자들이 호령하며 유쾌한 여자들의 로망을 그렸던 〈섹스 & 더 시티〉가 있습니다. 자기 직업에 바쁜 대도시의 여피들이 실제로 그런 시간을 충분히 내서 즐기기는 힘들겠지만, 드라마로라도 여자 마초들의 통쾌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시즌 6까지 갔었습니다. 네 명의 여자들이 뉴욕 맨해튼을 무대로 원 없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드라마였습니다. “예술” 채널 HBO에 대중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드라마이기도 하고요.
〈프렌즈〉 이후로 이런저런 친구들 이야기로 온갖 네트워크가 들썩였던 것처럼, 네 명의 여자 이야기 후에 남자친구들 이야기도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캐리, 사만다, 샬롯, 미란다와 바톤 터치를 한 네 남자는 빈스, 에릭, 터틀, 조니 드라마입니다. 무대는 미 동부 해안의 심술궂은 유머 감각은 반사해 버릴 것 같은 따사로운 태양의 할리우드입니다. 뉴욕 퀸스 출신의 네 사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의 대성을 노리며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나 LA로 향합니다. HBO에서 시즌 3으로 순항중인 〈앙투라지Entourage〉입니다.
1969년에 창단했으며 퀸스에 스타디움을 두고 있는 뉴욕 메츠의 팬이 아니라, 여전한 양키스의 팬으로서 누가 뭐래도 뉴욕의 토박이들이며 죽마고우인 네 남자들이 대박 스타의 꿈을 이루려 대륙을 가로질러 생면부지의 땅으로 건너가 분투를 벌입니다,가 아니라 지켜보자면 그저 잘들 노는 것뿐인 이야기가 〈앙투라지Entourage〉입니다. 대 스타가 아니라면 할리우드의 측근, 앙투라지로 질펀하게 즐기고 살아본다고 해도 별 불만이 없을 것 같고 정말 징글징글하게 철없는 네 남자를 보고 있으면 “사내놈들이란...” 하고 쯧쯧 거리다가도 빛나는 위트에 끊기 힘든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네 명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빈스는 이제 막 스타덤에 오르려고 하는 젊은 배우입니다. 이 드라마의 수석 제작자인 마크 월버그가 〈부기 나이트〉로 스타가 되었던 나이와 비슷한 셈이지요. 이 드라마는 마크 월버그가 스타가 되던 시기의 경험에 많은 부분을 기대어 이야기를 짜고 있습니다. 우선 네 명의 남자 중에 빈스 체이스의 형인 조니 드라마 체이스가 설정되어 있는 것이 그렇습니다. 배우로 성공해 보겠다고 끊임없이 기웃거리지만 별 볼 일 있는 성과는 거두지 못하며, 동생에게 기대어 살지만 덤 앤 더머 스타일의 유머로 웃음을 안겨주는 밉지 않은 캐릭터가 조니 드라마이지요.
마크 월버그의 형이 뉴 키즈 온 더 블록으로 보이 밴드 효시의 영광을 누리다가 서글픈 몰락을 경험하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길에 절치부심하고 있는 도니 월버그입니다. 조니 드라마 역을 맡은 배우 케빈 딜런은 맷 딜런의 동생이기도 하고요. 이렇듯 드라마는 할리우드가 배경일 뿐 아니라 드라마 밖과 안을 뒤죽박죽 섞어놓으면서 극도의 현실성을 꾀하고 있지요. 배우나 제작자, 감독, 에이전트 등의 이름이 실명으로 등장하며 때로 원색적인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일도 아니고, 제시카 알바, 스칼렛 요한슨, 제임스 카메론이 실제 자기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인물들뿐 아니라, 아름답다고만은 할 수 없는 할리우드의 풍경과 그곳 사람들의 행태를 꽤나 노골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마크 월버그의 용기가 가상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라는 게 뭘 좀 미화하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바란다면 이 드라마는 답이 되지 않을 듯합니다. 예쁘게 그리려는 것은 별로 없으니까요. 아무리 화려하고 부족함이 없어 보여도 저 정도라면 좀 질리지 않을까 할 정도로 진저리나는 할리우드의 치부를 유쾌하게 받아넘기는 네 주인공의 모습은 용하다 싶습니다. 아니면 의지라기보다는 진짜 철이 없어서 그 살벌한 경쟁판을 잘도 활보하고 다니는 그들의 모습에 실소가 나오기도 하고요. 양쪽 다 속물적인 구석은 마찬가지이겠으되, 자기 자신이 가진 밑천만으로 진짜를 가지고 승부하지 않으면 냉소하는 뉴욕과 다르게, 진짜라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나라에서 온 것이고 스타가 아니면 앙투라지라도 되고 싶어 하는 이 드라마 속 할리우드의 인간들은 가짜가 자연스럽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들이 모인 세계에 속하고 싶어서, 아니 작은 파티에라도 초대되고 싶어서 몸에 자신이 아닌 것을 심어 넣는 것까지 불사하는 이곳 사람들의 욕망은 천둥벌거숭이처럼 도리어 더 솔직하게 펄펄 뜁니다. 빈스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매니저이며 넷 중 그나마 정신이 제대로 박힌 에릭 “E"처럼 때때로 상념에 잠기다가는 코 베어가기 십상인 동네지요. 그래서 에릭은 지나치게 원칙적이지 않으면서 매니저로서 빈스의 경력과 생활에 균형을 맞추어줍니다. 빈스는 젊은 할리우드 스타답게 허랑방탕하지만 자기 것 다 버릴 정도로 어리석지가 않고, 야박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실리를 챙길 줄 아는 영민함이 있어서 둘의 콤비네이션이 참 흐뭇합니다. 실제의 스타들이 토크쇼에 나와서 보이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지만, 되는 스타란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인물이지요.
빈스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친구 터틀과 조니 드라마의 덤 앤 더머 콤비도 드라마의 재미를 한층 높여주기는 마찬가지인데, 이 볼만 한 네 명에 억척스럽고 살벌한 수완의 에이전트 아리 골드가 참가하며 캐릭터들이 완성을 이룹니다. 아리 골드 역의 제레미 피번은 지난 2년간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 코미디 시리즈 조연배우 부문을 독식하며 유감없이 저력을 발휘했지요. 혀를 차면서 보면서도 미워할 수가 없는 영락없는 “사내아이들” 이야기가 〈앙투라지Entourage〉입니다. 〈섹스 & 더 시티〉가 마놀로 블라닉의 로망을 선보였다면, 〈앙투라지Entourage〉에서 펼쳐지는 험머, 마세라티, 캐딜락 에스컬레이트, 벤츠 마이바흐 등 사내 녀석들의 로망이 자동차의 향연으로 등장하는 것도 멋진 눈요깃거리랍니다.
〈프렌즈〉 이후로 이런저런 친구들 이야기로 온갖 네트워크가 들썩였던 것처럼, 네 명의 여자 이야기 후에 남자친구들 이야기도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캐리, 사만다, 샬롯, 미란다와 바톤 터치를 한 네 남자는 빈스, 에릭, 터틀, 조니 드라마입니다. 무대는 미 동부 해안의 심술궂은 유머 감각은 반사해 버릴 것 같은 따사로운 태양의 할리우드입니다. 뉴욕 퀸스 출신의 네 사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의 대성을 노리며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나 LA로 향합니다. HBO에서 시즌 3으로 순항중인 〈앙투라지Entourag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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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빈스는 이제 막 스타덤에 오르려고 하는 젊은 배우입니다. 이 드라마의 수석 제작자인 마크 월버그가 〈부기 나이트〉로 스타가 되었던 나이와 비슷한 셈이지요. 이 드라마는 마크 월버그가 스타가 되던 시기의 경험에 많은 부분을 기대어 이야기를 짜고 있습니다. 우선 네 명의 남자 중에 빈스 체이스의 형인 조니 드라마 체이스가 설정되어 있는 것이 그렇습니다. 배우로 성공해 보겠다고 끊임없이 기웃거리지만 별 볼 일 있는 성과는 거두지 못하며, 동생에게 기대어 살지만 덤 앤 더머 스타일의 유머로 웃음을 안겨주는 밉지 않은 캐릭터가 조니 드라마이지요.
마크 월버그의 형이 뉴 키즈 온 더 블록으로 보이 밴드 효시의 영광을 누리다가 서글픈 몰락을 경험하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길에 절치부심하고 있는 도니 월버그입니다. 조니 드라마 역을 맡은 배우 케빈 딜런은 맷 딜런의 동생이기도 하고요. 이렇듯 드라마는 할리우드가 배경일 뿐 아니라 드라마 밖과 안을 뒤죽박죽 섞어놓으면서 극도의 현실성을 꾀하고 있지요. 배우나 제작자, 감독, 에이전트 등의 이름이 실명으로 등장하며 때로 원색적인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일도 아니고, 제시카 알바, 스칼렛 요한슨, 제임스 카메론이 실제 자기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인물들뿐 아니라, 아름답다고만은 할 수 없는 할리우드의 풍경과 그곳 사람들의 행태를 꽤나 노골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마크 월버그의 용기가 가상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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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라는 게 뭘 좀 미화하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바란다면 이 드라마는 답이 되지 않을 듯합니다. 예쁘게 그리려는 것은 별로 없으니까요. 아무리 화려하고 부족함이 없어 보여도 저 정도라면 좀 질리지 않을까 할 정도로 진저리나는 할리우드의 치부를 유쾌하게 받아넘기는 네 주인공의 모습은 용하다 싶습니다. 아니면 의지라기보다는 진짜 철이 없어서 그 살벌한 경쟁판을 잘도 활보하고 다니는 그들의 모습에 실소가 나오기도 하고요. 양쪽 다 속물적인 구석은 마찬가지이겠으되, 자기 자신이 가진 밑천만으로 진짜를 가지고 승부하지 않으면 냉소하는 뉴욕과 다르게, 진짜라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나라에서 온 것이고 스타가 아니면 앙투라지라도 되고 싶어 하는 이 드라마 속 할리우드의 인간들은 가짜가 자연스럽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들이 모인 세계에 속하고 싶어서, 아니 작은 파티에라도 초대되고 싶어서 몸에 자신이 아닌 것을 심어 넣는 것까지 불사하는 이곳 사람들의 욕망은 천둥벌거숭이처럼 도리어 더 솔직하게 펄펄 뜁니다. 빈스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매니저이며 넷 중 그나마 정신이 제대로 박힌 에릭 “E"처럼 때때로 상념에 잠기다가는 코 베어가기 십상인 동네지요. 그래서 에릭은 지나치게 원칙적이지 않으면서 매니저로서 빈스의 경력과 생활에 균형을 맞추어줍니다. 빈스는 젊은 할리우드 스타답게 허랑방탕하지만 자기 것 다 버릴 정도로 어리석지가 않고, 야박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실리를 챙길 줄 아는 영민함이 있어서 둘의 콤비네이션이 참 흐뭇합니다. 실제의 스타들이 토크쇼에 나와서 보이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지만, 되는 스타란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인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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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친구 터틀과 조니 드라마의 덤 앤 더머 콤비도 드라마의 재미를 한층 높여주기는 마찬가지인데, 이 볼만 한 네 명에 억척스럽고 살벌한 수완의 에이전트 아리 골드가 참가하며 캐릭터들이 완성을 이룹니다. 아리 골드 역의 제레미 피번은 지난 2년간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 코미디 시리즈 조연배우 부문을 독식하며 유감없이 저력을 발휘했지요. 혀를 차면서 보면서도 미워할 수가 없는 영락없는 “사내아이들” 이야기가 〈앙투라지Entourage〉입니다. 〈섹스 & 더 시티〉가 마놀로 블라닉의 로망을 선보였다면, 〈앙투라지Entourage〉에서 펼쳐지는 험머, 마세라티, 캐딜락 에스컬레이트, 벤츠 마이바흐 등 사내 녀석들의 로망이 자동차의 향연으로 등장하는 것도 멋진 눈요깃거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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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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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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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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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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