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The 4400〉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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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뇌의 1퍼센트 또는 5퍼센트, 10퍼센트밖에 쓰지 못한다는 설이 오랜 시간 풍미했습니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도 보통 사람의 몇 퍼센트밖에 더 뇌를 쓰지 못했으니, 어찌 수를 써서 1퍼센트만 더 쓸 수 있어도 인생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과 안타까움을 안겨주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지요. 신화의 근원 자체가 아인슈타인이라는 말도 많고, 어떤 광고가 발단이 되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현재는 과학계에서 널리 거부하게 된 설입니다.

지금에 와서는 해묵어 보이는 두뇌 10퍼센트 사용설을 한 요소로 채용하고 있는 드라마가 〈The 4400〉입니다. 10퍼센트 설이라는 것을 사실이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두뇌의 나머지 부분을 개발하는 것과 인류구원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매끄럽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해묵고도 낯익기 그지없는 요소와 장치로 가득 찬 〈The 4400〉는 쉽게 눈길을 뗄 수 없게 합니다. 소재와 착상과 장치의 기발함과 신선함이 이야기를 이끄는 힘과 별개가 되어 시청자, 독자, 관객을 당혹스럽게 하고 주눅 들게 하는 상황은, 날이 갈수록 볼 것이 흔하디 흔한 이 시점에 와서는 그다지 마주치지 않고 싶은 것이랍니다. 뭐, 늘 하는 얘기지만요.

〈The 4400〉이 분류된 SF라는 장르 자체도 이제는 새롭다는 얘기를 듣기에는 시일이 좀 지났지요. 몇십 년 전부터 세계 각지에서 불현듯 실종된 사람들이 새 밀레니엄의 초반 한날한시에 스팽글 사이키 조명처럼 생긴 구체의 빛 덩어리에 실려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의 한 곳에 착륙합니다. 스팽글 덩어리가 다시 날아가버린 자리에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해서는 단 한 순간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단 하루도 늙지 않은 4400명의 실종자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최초의 설정은 비록 아주 닳고 닳은 것 같아도,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온갖 SF와 미스터리물의 퓨전 잔치라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실종자들의 등장은 같은 해에 시리즈 프리미어를 방영한 〈로스트〉를 떠올리게 하며, 등장인물들이 어떤 계기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엑스 파일〉, 〈스몰빌〉 등 일일이 예를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많습니다. 간추리자면 〈미지와의 조우〉〈엑스맨〉의 만남이라는 것이 중평입니다. 거기에 낯선 것에 대해 인간들이 품는 공포와 경외감이라는 상반된 감정, 돌연변이 이방인 코드, 우주, 미래, 빠질 수 없는 정부의 음모가 보태져 자칫 중심을 잃고 산만하게 흘러갈 수도 있는 이야기가 용하다 싶을 정도로 탄탄하게 조립되어 갑니다.

4400명의 실종자를 태운 구체가 지구를 향해 다가올 때,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는 처음에는 혜성인 줄로만 알고 지구 한 쪽이 박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미사일을 퍼부어대지만, 구체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늘 우리보다 한 수 위이고, 그에 비하면 우리는 늘 미개하니까요. 그리고 4400명이 도착했을 때 그들을 곧바로 격리시키는 것은 9/11 후에 신설된 국토안보부 산하의 비밀기관 NTAC입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미국에는 정말로 정보기관이 다종다양하게 많습니다. 개중에는 〈24〉의 CTU처럼 가상의 기관도 있지만 실재하는 것도 많아서, 비용 문제에서부터 그 모든 기관을 유지하고 건사하자면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키고 빼앗아야 할 것을 워낙 많이 만들어내다 보니 생기는 일이겠지만요.

4400명의 “변종”들이 느닷없이 나타났을 때, 인간들은 역시나 둘로 나뉩니다. 그들의 유별난 능력이 인류를 해하려는 것이라는 쪽과, 인류를 구원하러 왔다고 믿는 쪽으로 갈리지요. 한쪽은 공공의 일에 종사하는 실력자들이고, 다른 쪽은 컬트가 됩니다. 그리고 늘 변종들의 유별난 능력에 대해 실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경계하고 의심하고 두려움을 느껴서 선제공격에 나서는 쪽입니다. 점점 더 복잡다단해지며 덩치를 불려가고 있는 이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시청자들도 음모를 따지기에 여념이 없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지금 이곳에 파견되었는지 따지는 것은 불확실한 믿음과 부족한 과학의 경계를 지으려고 하는 것만큼이나 소용없는 일일 것 같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왔건 간에,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지도 모르니까요.

어쨌거나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따지는 것은 미니시리즈로 출발해서 장편 연속극의 대장정에 오르게 된 이 드라마를 맘껏 즐기는 데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합니다. 어떤 음모와 진실이 숨겨져 있건, 이 드라마는 1941년 실종자이자 예지능력을 가진 소녀 마이아의 말마따나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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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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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2006.06.04

그들과 대적할 사람들은 오직 X맨...(???) 칭구랑 농담삼아 맨과 맨을 싸움붙혀보는 장난을 했는데요..대부분 슈퍼맨이 우세하다가, 슈퍼맨 엑스맨에 쨉도 안되지??? 버뜨, 4400명한테 이길 수 없지 않나?? -,.- 쉽게 결론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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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ra

2006.05.15

전 여기 올라오는 글로 다음 시청할 드라마를 고르죠 ^^ 4400 결국 다 봤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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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myj

2006.04.29

음, 실종 하니깐 과연 X파일이 먼저 떠오르는군요!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장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 또한 다양하다는 걸 느낍니다.^^ 전, 필자의 왕성하고 유머감각 넘치는 필력에 감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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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실

홍익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어렸을 때의 꿈은 건축가였지만,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를 본 후부터는 무언가 집요하게 조사하고 탐구하며 결실을 맺는 직업, 예컨대 평전 작가 같은 것에 대한 갈망이 생겼고, 그 소망은 가슴 한켠에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를 참 좋아해서 한때 다큐멘터리 작가가 되겠다고 캠코더를 메고 다녔던 적도 있었다. 한국과 미국 보스턴에 머물며 10여 년간 출판기획과 취재를 하면서 대중 문화 자유기고가와 영미권 도서 번역가로 활동해왔다. 미국 드라마 시리즈에 대해서 그녀만큼 깊이 있으면서 재미있게 쓰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자타가 인정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미국 드라마 평론가이기도 하다.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일본의 만화가 아다치 미츠루, 골프채는 잡아본 적도 없지만 18홀 라운딩을 함께 하고픈 사람을 한 명 고르라면 단연코 메이저리그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즈다. 향후 배워보고 싶은 것으로는 "브라더 미싱으로 예쁜 원피스 만들기" "매킨토시로 그림 그리기" "나이스한 강아지 그루밍 기술" 등이 있으며,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으로는 "야구장의 몇 만 관중 앞에서 시구하기" "험머 타고 북미 대륙횡단하기" "플레이 스테이션 위닝 일레븐 게임에서 오버헤드킥 성공시키기" 등이 있다. 국내 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야구 마니아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열혈 팬이다. 특히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좋아해서, 그의 플레이를 보려고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 전 시즌을 관전하기도 했다. 직접 쓴 책으로는 『미드 100배 즐기기 시즌 1』, 『위트 상식사전 프라임』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야구 교과서』, 『첼시』, 『리버풀』, 『유쾌한 깨달음』, 『자연과학 상식사전』, 『디자인이 만든 세상』, 『하버드가 지배한다』, 『마이 히어로』,『훈육의 심리학』, 『나 누주드, 열 살 이혼녀』, 『마테크』, 『그 여자의 살인법』, 『냉동 인간』, 『수비의 기술』, 『외지인의 죽음』 『매춘부의 죽음』, 『대식가의 죽음』, 『잔소리꾼의 죽음』, 『돌런갱어 시리즈』(전5권), 『몸을 긋는 소녀』, 『언더베리의 마녀들』, 『뼈 모으는 소녀』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