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러 영화의 데이터베이스 부족
2006.08.24

지금은 각색물에 대한 미신적인 믿음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만큼 영화의 위상이 높아졌어요. 8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 영화제에 제출하는 국내 영화들은 대부분 문학 각색물들이었지만 지금은 정반대죠. 최근 해외 영화제에서 인기 있는 한국 영화들 중 문학 각색물은 거의 없죠. 각색물이라고 해도 종종 영화가 원작의 명성을 넘어버리기도 하고요. <여자, 정혜>나 <공동경비구역 JSA>와 같은 영화들을 보세요.
좋은 일일까요? 어느 정도는요. 하지만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순문학의 영화화에 대해서는 전 별 의견이 없어요. 하지만 장르문학에 이르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전 최근에 쇼타임의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의 1시즌을 봤습니다. 존 카펜터, 미이케 다카시, 래리 코헨과 같은 장르 거물들과 윌리엄 말론이나 럭키 맥기와 같은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호러 앤솔로지 시리즈죠. 여기서 재미있었던 것은 그 중 상당수가 각색물이었다는 것입니다. 오리지널 각본도 많았지만 <마운틴 로드>나 <임프린트>처럼 소설을 각색한 작품들도 많았어요. 짧은 기간 동안 순전히 이름값과 컨셉으로만 몰아붙였던 그 시리즈가 그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아마 쉽게 원작이 되는 작품들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장르는 이야기의 데이터베이스이고, 그 데이터베이스는 매체를 떠나 넓고 다양할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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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는 있습니다. 얼마 전에 SBS에서 방영한 <어느 날 갑자기> 시리즈죠. 몇 년 전에 방영되었던 동명 납량특집 시리즈처럼 이번 시리즈도 유일한의 동명 단편집에서 뽑은 단편들을 각색한 작품들이었습니다. 결과는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유일한은 스티븐 킹이 아니고 제작 환경도 이상적인 편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중 두 편은 꽤 괜찮았고 이야기나 아이디어들은 모두 남는 게 있었습니다. 그 정도 기간 동안 네 편이나 되는 디지털 영화를 뽑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원작이 품고 있었던 가능성 때문이었을 거고요.
그러나 언제나 유일한 소설들만 팔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다른 나라 소설들을 각색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언젠가 우리 스스로가 만든 데이터베이스로 자급자족해야 할 때가 올 거예요. 문제는 우리가 과연 그때를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것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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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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