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시간은 다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한 시간이기 때문에 책과 나와 단둘이 있을 때면 언제나 좋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에도 책 속의 문장들을 조용히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을 내려놓곤 했습니다. 가방 속에 책상 위에 식탁 위에 제각각 놓인 책들을 앉는 자리마다 펼쳐 읽는 게 저의 독서 습관인데, 그러다 보니 책은 제게 가장 충직한 친구 같습니다. 결국 책 속에서 만나는 건 나이고, 문장 속에 숨어 있다가 마주치는 건 제 마음이지만, 그 수많은 만남들로 저는 조금씩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참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그래서 여러 번 시도하고 여러 번 포기했던 책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인데, 이젠 제법 그 문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마르셀의 마음에도 공감이 가곤 합니다. 무엇보다 프루스트가 사랑한 화가들과 그림을 소설 속 이야기와 이어보다가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될 때는 은밀한 즐거움도 느낍니다. 아마도 한 동안은 프루스트가 골라서 전시한 이 미술관을 서성거리며 보낼 것 같습니다.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해서 오래전부터 하나 둘 화집을 모으고 화가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지난 가을에 『고흐씨, 시 읽어 줄까요』라는 에세이를 내게 되었습니다. 시와 그림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들을 만나면 자기 자신 속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열어준다고 믿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함께 하고자 쓴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나 그림을 감상하는 데에는 정해진 틀이나 대단한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감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족하다는 제 생각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독창적인 많은 예술작품을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치오 카쿠 저/박병철 역
우주와 별은 늘 저를 끌어당기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특히 “다중우주이론”은 그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더 놀라운 상상력의 공간을 열어주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다른 우주들이 존재하고 그 안에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하고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진짜 ‘나’는 누구일까 의문을 던지고 우주의 풍경에 호기심을 갖게 합니다.
알베르 카뮈 저/김화영 역
카뮈는 제일 좋아하는 작가라서 그의 전집을 모두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 『시지프 신화』와 『전락』에서, 부조리 속에서도 살아가는 것 자체를 사랑하라고 말하는 카뮈와 스스로를 먼저 심판대에 세우는 카뮈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과 세계의 문제를 바라보는 작은 눈을 뜨게 해준 책들입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저/최성은 역
이 시집을 읽고 시인의 자세를 배웠습니다. 생명에 대한 사랑, 제도와 폭력을 향한 비판, 새로운 시각,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까지, 냉철함과 열정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어와 사유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퇴색하지 않은 시의 치열함은 본보기로 삼고 싶은 것입니다.
광활한 우주의 고요와 어둠속에서 오로지 혼자가 되어 지구를 바라보는 마음. 그 먼 거리와 깊은 고독으로부터 다시 일깨우는 삶에 대한 의지. 영화가 끝나고 삶의 중력이 되는 사람들에 대해 가만히 감사했던 영화입니다.
감독:리처드 링클레이터출연:에단 호크, 줄리 델피
18년이라는 세월과 함께 만들어지고 영화 속 주인공들과 똑같이 나이가 들며 지켜본 영화입니다. 그 시간 안에서 변하는 것들, 사라진 것들, 빈 자리를 새로 채워주는 것들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그리고 사랑이 천천히, 알아채지도 못하는 가운데, 하지만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었음을 곁에 있는 사람의 얼굴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이운진 “책은 내게 가장 충직한 친구” 이운진 시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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