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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저에게 독서는 선물입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오롯이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니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크고 귀한 선물이죠. 오래 전 안방에 아내를 위한 독서의자를 마련해준 적이 있는데 종종 거기 앉아 책을 읽습니다. 그때 가장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다른 이들, 다른 일들을 위해 존재하고 복무하던 내가 오직 나를 위해 존재하는 순간이니 더없이 편하고 즐겁습니다.

 

여행 중 독서도 그에 못지 않게 즐겁습니다. 열차를 타고 서너 시간 여행할 때 책을 한 권 준비해 읽습니다. 가는 길에 다 읽지 못하면 오는 길에 마저 읽습니다. 해외출장이나 여행을 앞두고 비행기에서 읽을 책을 고를 때 설렙니다. 긴 비행시간은 견뎌야 할 지루한 시간이 아닌 나를 위해 준비된 특별한 선물입니다. 맥주 캔을 하나 둘 비우며 책을 읽다 보면 10시간 넘는 비행시간도 금방 지나갑니다.

 

『세계의 도시혁신 실험』, 『내 몸』, 『아름다운 죽음』이 요즘 저의 관심사입니다. 브라질, 콜롬비아, 쿠바의 도시혁신 실험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리,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로마의 여성 시장들이 힘차게 추진하는 도시혁신도 놀랍습니다. 오래 전 쿠바의 도시농업, 의료, 교육혁명에 관한 책들을 사놓고 다 읽지 못해 아쉽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내 몸과 내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일 또한 제게 중요한 일입니다. 건강을 의사와 약에게 내맡길 게 아니라 내가 돌봐야 할 테니 몸 공부, 마음 공부도 정진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죽음은 끝일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면 죽음은 아름다운 귀환일 지 모릅니다.

 

  3년 전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를 출간할 때도, 최근 『도시의 발견 ;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 인문학』을 출간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도시의 참 주인인 시민들에게 보내는 연서 같은 책, 초대장 같은 책이어서 더욱 설레고 간절한 마음입니다.

 

30년 넘게 도시를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은 하나입니다. 결국 좋은 시민이 좋은 도시를 만들고 누릴 수 있다는 것. 개인의 삶이 안전하고 행복하다 해도 도시가 안전하지 않고 편안하지 않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도시는 나와 우리들 행복의 조건입니다. 도시가 행복해야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은 순진하게 ‘살기 좋은 도시’를 바라며 살지만, 권력과 자본은 아주 영리하게 ‘팔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팝니다. 좋은 도시를 바란다면 도시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말해야 합니다. 어떤 도시를 원하는지. 기다리지 말고, 가만있지 말고 행동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습니다. 튀는 시민들이 참한 도시를 만듭니다. 

명사 소개

정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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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 해당없음

최신작 : 행복 @ 로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3년간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에서 근무했다. 저서로는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도시의 발견: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 인문학』, 『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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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추천

도시의 로빈후드

박용남 저

옛날 영국 셔우드 숲에서 활약하던 의적 로빈후드가 왜 지금 도시에 왔을까? 스페인 라만차 지방의 기사 돈키호테는 지금 우리 도시에서 어떤 활약을 벌이고 있을까? 제목과 목차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세계의 도시혁신 실험을 소개하는 책. 브라질의 무명 도시 꾸리찌바를 한국에 처음 소개해주었고, 지금도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 각 도시들의 도시혁신 소식을 전해주는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박용남 소장이 들려주는 로빈후드와 돈키호테를 만나러 가보자.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하워드 진 저/유강은 역

노엄 촘스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실천적 지식인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에세이. 2차 대전 참전의 경험과 스펠먼 대학 교수시절 반인종차별 운동 참여와 해직, 보스톤대학에서의 베트남전쟁 반전운동 등 하워드 진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책.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하워드 진의 교육철학과 삶은 내게 많은 자극을 주었다. 교수는 지식과 기술을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온전한 삶을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선택은 학생들의 몫일 테니까. 달리는 기차 위에 그대로 머물면서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하워드 진의 외침이 더욱 소중하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제인 제이콥스 저/유강은 역

도시를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책. 모더니즘 도시계획이 대세이고 주류였던 1960년대에 출간되었던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한 권의 책이 미국과 유럽의 도시계획 물길을 돌려놓았다. 길의 중요성, 재개발의 문제, 다양성이 살아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전략들, 도시문제의 본질 등에 대한 제인의 혜안이 돋보이는 책. 도시를 공부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시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책.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요시다 타로 저/안철환 역

‘집세는 월급의 10퍼센트 이하로 법으로 묶고, 의료비와 탁아비도 무료,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도 무료인 나라. 급료가 많지 않아도 사치하지 않으면 누구나 먹고 살 수 있어 필사적으로 일할 필요가 없는 나라’ 2014년 가을 10시간 가까운 스페인 출장길 비행기에서 읽었던 책. 소련의 붕괴와 미국의 경제봉쇄로 맞게 된 위기를 뼈를 깎는 절박한 혁신으로 극복했던 쿠바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놀라운 성취들을 이루어냈다. 쿠바 전문가 요시다 다로의 『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 『교육천국 쿠바를 가다』도 강추.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김형숙 저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중환자실에서 죽는다는 것, 그게 나의 죽음이든 사랑하는 이의 임종이든 그것이 과연 최선일까?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고 맞아야 할까? 어떤 게 잘 죽는 것일까? 20여년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 병원을 떠나 생명윤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형숙 선생의 강의를 듣고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눈물이 났다.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후회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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