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물과 같습니다. 우리 몸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고, 생명 유지에 필요하지만 정작 갈증이 나기 전까지는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죠. 그러다 갈증이 날 때 마시는 시원한 한 잔의 물. 그 신선함과 만족감. 그것이야말로 독서가 가장 즐거울 때입니다. 물과 마찬가지로 내면의 갈증이 날 때 읽어야 가장 시원하고 상쾌합니다. 목이 마르지 않는데 물을 마시면 물 중독에 걸리는 것처럼 내면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는데 쏟아붓는 독서는 부담스럽고 불편한 존재일 뿐입니다.
누구도 물을 안 마시면 생명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내면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갈증이 느껴질 때 대체재로 음료수를 찾지만 근본적인 갈증이 해결이 안 되듯이, 독서의 대체재인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의 정보는 우리 내면의 근본적인 갈증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이때 필요한 한 잔의 물이야말로 독서입니다. 독서는 생수이자 천연수입니다.
최근의 관심사는 ‘행복’입니다. 누구나 초등학교 때부터 행복 추구권에 대해서 배우며, 행복한 삶을 살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직업 선택의 기준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직업』으로 순위를 정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의 1순위 희망 직업이었던 선생님, 경찰, 대통령, 과학자, 혹은 최근의 1순위 희망 직업인 연예인, 모델, 요리사 등은 모두 자신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 순번이 정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평생을 바쳐 그 직업에 도달하지만 어느샌가 이 직업을 선택한 내 삶의 목표를 잊기 시작합니다.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안 나가는 휴일이 너무 행복하고,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내 삶의 기반이 흔들리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나의 행복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행복이 무엇인가요? 헌법에 보장된 우리의 기본 권리입니다. 하지만 2016년 세계 경제 순위 11위의 우리나라의 행복 지수는 세계 58위에 그쳤습니다. 행복하지 않은 채 그저 돈을 벌어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현실 앞에 행복을 포기하는 우리의 자화상이 수치에 나타납니다.
공명 출판사에서 나온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와 나무의 마음에서 나온 『법륜 스님의 행복』이라는 책은 잠시 잊고 있던 행복에 관하여 다시 한 번 그 중요성을 일깨워준 책이었습니다. 행복 순위 1위의 부탄,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행복하므로 경쟁력이 있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이 들어있습니다.
2016년에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관심사는 경제, 정치, 사회가 아닌 행복이 아닐까요. 각종 전자 기기를 통하여 최근에는 책을 읽을 방법이 너무 다양해졌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접근성이 높아진 것과 반대로 독서량은 과거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기기의 발전과 독서량의 증가는 결코 정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 것이죠.
독서의 매력은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정보를 받아들여 내가 유식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넘길 때 느껴지는 종이의 감촉, 글귀가 끝나가지만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지 그다음 내용을 알 수 없는 긴장감과 기대감, 슬픈 구절을 읽으며 흘린 눈물에 눅눅해진 종이의 구김. 디지털로 메울 수 없는 아날로그의 감성을 책은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게임에 익숙해지고 영상에 중독되며 아날로그 보다는 디지털을 찾고 느림을 이해하기 보다는 빠름이 절대적인 가치가 되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불쌍하기보다 불행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인간의 눈은 두 개이고, 팔다리를 사용하며, 사랑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즉,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부분이 훨씬 더 클 것입니다. 잠시 핸드폰은 내려놓고 종이의 감촉을 느껴보세요. 연필로 마음에 드는 글귀를 종이 위에 따라 적어보세요. 제가 약속합니다. 분명 행복해질 것입니다.
김하인 저
이 책을 읽으며 아마 한 달 동안은 베개가 젖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달동안 계속해서 읽고 또 읽었으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요. 현실이라는 흉터가 남고 삶의 먼지가 내려앉은 30대 중반에도 이 책은 지독한 감성주의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별이라는 것은, 언젠가 올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리 준비를 해도 결코 극복할 수 없기에. 그렇게 국화꽃 향기는 지금도 내 가슴 속에 그윽한 향기로 남아있습니다.
데일 카네기 저/김지현 역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가장 뿌리라고 보면 될까요. 결국 지금 나오는 모든 자기계발서는 이 책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인간관계도 결국은 경영입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는 폭발적 인구 증가와 활동 영역의 확대로 인해 수많은 관계 속에서 각기 다른 입장 차이와 이익과 손해, 양보와 타협을 하며 살아가야 하죠. 제가 수많은 직업군에서 활동할 때 가장 근본적인 길라잡이가 되어준 책입니다.
래리 킹 저/강서일 역
생명체라면 누구나 어떠한 방식으로든 대화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모두가 대화를 잘하지는 못하죠. 누구는 혼을 쏙 빼놓는 대화법으로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리기도 하고, 누구는 한 번의 말실수로 인생의 결과가 바뀌기도 합니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매일 나누는 대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공식과 규칙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설명을 하지 못하는 그것. 바로 그것을 말로 풀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줍니다. 방송하면서도 큰 도움을 얻는 이 책. 역시 래리는 킹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이세욱 역
내 인생의 가장 충격적인 책이 아니었을까.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궁극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낸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양의 지식과 탁월한 상상력을 가져야 가능한 것일까요.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타나토노트를 읽는 순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있었으니까요. 종교와 철학, 과학과 문명이라는 각기 다른 주제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마치 개미집처럼 유기적인 구조로 한데 모여 짓는 결론은 아직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이원복 글, 그림
만화를 독서의 범주에 넣지 않는 분도 많으신데, 저는 만화도 중요한 독서의 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그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글로 풀어서 쓰는 것보다 훨씬 더 간결한 방법으로 내용을 요약하는 법을 알아야 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책의 요약본이며, 만화가들은 굉장히 똑똑한 지식 압축기인 셈이죠. 이원복 선생님의 먼나라 이웃나라는 아직 역사에 대해 관심을 두기 어려운 어린 시절에 역사가 결코 어려운 지식이 아닌, 만화처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임을 알려준 책이었습니다. 역사는 항상 신성하고 고전적이며 딱딱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아직도 존재하는 마당에 먼나라 이웃나라는 여전히 가장 재미있었던 만화책으로 기억이 납니다.
토마스 무어가 주창한 유토피아는 결국 인간세계에서는 불가능한가 봅니다. 그 상상의 공간을 동물들이 만들어준 영화 주토피아. 이 영화는 아주 치밀한 방법으로 동물들이 인간을 비판합니다. 인종 우월주의를 표방하며 DNA를 운운하는 역사적 사건들을 비꼬죠. 특히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우 ‘닉’에게 씌운 입마개가 영어로 Muzzle인데 발음이 무슬림(Muslim)과 아주 비슷합니다. 무슬림에 대해서 똑똑하지만 간사하고 욕심이 많고 위험하다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는 서방세계의 풍조를 풍자한 것이 아닐까요. 이 영화는 단순한 강동과 재미를 넘어, 인간 세계의 유토피아가 결코 불가능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 (Anyone can be anything!)’이라는 주토피아의 모토처럼, 이 세상에 한계라는 것은 없으니까요.
Star Wars: Episode I - The Phantom Menace Steelbook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한글무자막)(Blu-ray)
Liam Neeson,Ewan McGregor
어렸을 때 미국에서 가장 처음 본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개봉한 지 몇 년이 지난 뒤였음에도 인기를 끌고 있었던 것을 보면 스타워즈의 인기는 실로 어마어마했던 것입니다. 스타워즈는 단순한 액선, 혹은 공상과학 영화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동양과 서양 철학의 정밀한 조화가 담겨 있습니다. 권선징악과 사제관계, 부모의 은혜와 우주의 원리, 기(氣)의 존재와 고도의 첨단 과학 기술까지. 진정으로 그 곳은 존재가 가능한 세상일까요. ‘포스가 함께 하기를’이라는 주문이 한때 우리나라에서 유행어가 되었을 만큼 포스의 힘은 강했습니다. 긍정의 기운, 사랑의 기운, 밝음의 기운으로 쓰일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는 포스. 그 포스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 지금, 2016년이 아닐까요.
박재민 “독서는 갈증이 날 때 마시는 한 잔의 물” 배우 박재민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