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가장 즐겁게 느껴지는 순간은 낡은 책을 펼치기 직전입니다. 오래된 종이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와 함께 눈앞에서 문이 열리는 느낌이죠. 문 너머에는 다른 세계가 있거나 혹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 주는 창들이 있습니다. 해서, 문을 열고 그 공기가 밀려 들어오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지금은 준비하고 있는 SF소설 때문에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를 다시 읽을 생각입니다. 왜 SF를 쓰는데 이 크고 멋지지만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책을 다시 봐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소설을 쓰다 잘 안 풀리면 의외로 이런 걸 보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죠.
최근 쓴 소설 『자기 개발의 정석』 은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자기 개발 소설로, 자기 계발서의 정반대에 있을 법한 '1인 포르노그라피'입니다. 한 명뿐인 포르노그라피라는 게 가능하냐고요? 믿어지지 않겠지만, 진짜 된다니까요.
프랭크 클로우스 저/이충환 역
우주론 차원에서 무라는 것을 다시 정의하게 합니다. 빈 공간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있으며 어쩌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는 아주 어려운 이야기를 더 어렵고 자세하게 들려줍니다.
리처드 브라우티건 저
깨어진 병조각 같은 소설입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떨어져 파도에 씻기고 모래에 마모되어 원래 모양은 짐작할 수도 없고 날카로움도 사라졌지만, 조금은 쓸쓸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보석 같은 짧은 소설들이 있습니다.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저
책은 그저 그날 일어난 일에 대한 기록들을 모아 재구성합니다. 단지 그뿐이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몇 번이나 다시 책을 덮어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였습니다. 믿을 수 없는, 믿어지지 않는, 그러나 현실.
Birdman (버드맨)(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Michael Keaton,Kenny Chin
세상을 혹은 자신을 둘러싼 현실이라는 얇은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데이미언 셔젤
보면서 내내 생각했습니다. 정말 잘 만들었는데, 정말 잘 찍었는데, 어떻게 저런 시나리오로 투자 받았지? 도대체 어떤 용자가 투자해 준걸까? 나중에 파일럿 필름을 만들어 투자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임성순 “책을 통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창을 보다” 소설가 임성순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