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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생각이나 욕망이 복잡하게 꼬여 있거나, 외부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피로감을 느낄 때, 차분한 나만의 질서와 안식을 찾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작가라는 직업적 특성상, 책은 매일매일 틈날 때마다 읽는 편입니다.

 

인간이 만들어온 사회적 구조의 심층을 파악하는 데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명사의 개인사적 지식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와 관련해서 주로 읽는 책들이 명사들이 남긴 자서전과 평전입니다. 예전에 독파했던 버트란트 러셀 자서전을 다시 한 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제 서재에 이름을 붙인다면 “권태주의자의 서재”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사실 책을 읽는 것은 의무와 책임이라는 일종의 의식적 긴장상태를 해제하는 행위로, 가장 자유롭고 권태로운 상태로 이행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권태주의자를 지향하고, 저의 서재 역시 권태주의자의 서재로 명명되길 바랍니다.

 

최근에 일상에서 마주치는 갖가지 사건, 사람, 사물, 상념, 몽상 등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담은 산문집 『소설가의 변명』을 펴냈습니다. 그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얘기는, 모든 사람은 하나같이 그러니까 예외 없이 죽음에 맞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부단히,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죽음의 현장에 대한 부재증명(알리바이)이 바로 존재증명인데, 그 존재증명의 방식을 고안하는 것이,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것이라는 것이죠.

명사 소개

김도언 (197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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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 문학가

최신작 : 홍대에서의 바람직한 태도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소설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계간 《시인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데뷔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자음과모음),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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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추천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저/김춘미 역

인간의 고통과 상처, 절망의 극한을 성찰하는 데카당스 문학의 전범. 다자이 오사무를 통해 가장 고귀하면서도 가장 부조리한 감수성과 상상력의 세례를 받은 바 있는 개인적 체험의 격렬함은 내 문학적 삶에서 매우 귀중한 것이다.

세계의 비참 1

피에르 부르디외 저/김주경 역

피에르 브르디외가 이끄는 사회학자들이 3년에 걸쳐 연구한 작업의 결과로 비참한 사회적 산물이 어떠한 현대적인 양상을 띠고 나타나는지를 들려주는 책이다. 각각의 세계에는 고유한 갈등 구조들이 형성되어 있는데,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첨예한 문제에 어떤 기원이 있는지를 살피는 데 이 책은 매우 유효한 입각점과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 소설가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

무진기행

김승옥 저

소설의 문장과 문체, 그리고 미장센에 전범이 되는 소설집. 내가 신춘문예에 당선될 때, 김승옥 선생님이 심사위원이셨는데, 이런 사적인 인연의 기원 역시 내 문학적 삶에 부단한 영감을 안긴다.

아미엘 일기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 저/이희영 역

스위스 문학자이며 철학자인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이 쓴 수양서 성격을 띠고 있는 에세이집. 18세 때부터 죽기 직전인 60세까지 그의 모든 일생을 담은 이 일기장은 스스로 세상과 담을 쌓을 정도로 소심한 자의식을 통해, 삶의 근본적인 구성원리를 성찰하고 질문한다.

더블린 사람들

제임스 조이스 저/진선주 역

가장 중후하면서도 가장 깊이 질문하는 방식으로, 불가해한 삶의 의미를 통찰한 내가 사랑하는 불멸의 문학작품. 제임스 조이스와 이 작품만으로 아일랜드는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나라가 되었다.

An Autumn Afternoon (꽁치의 맛)(한글무자막)(Blu-ray)

Chishu Ryu,Shima Iwashita

시종일관 정제된 영상언어로, 유한한 삶의 의미와 시간과 인간이 관계를 맺는 방식을 집요하면서도 치열하게 묘사한 오즈 야스지로의 작가적 열정에 대한 감동은 언어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강원도의 힘 : 블루레이 [오마쥬]

우리의 삶이 얼마나 즉흥적인 우연이나 열정에 기대 있으며, 인간의 소통이라는 것이 또얼마나 불안하고 위태로운 감정의 구속을 받는 것인지를, 치밀한 구성과 문학적 언어로 우리 앞에 실감있게 보여준 20세기 한국영화의 희귀한 명작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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